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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들 소련 해체 후 뿔뿔이 흩어져…'부평초' 신세
중앙아시아 고려인, 내년 강제이주 70년 맞아
한명숙 총리 23일 현지 방문…지원 활성화 기대
 ◇한인들이 두만강 건너 연해주 등지로 넘어가는 도중 옛 소련 국경수비대의 검문을 받고 있다.
‘카레이스키’.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CIS)에 거주하는 한인동포들을 부르는 말이다. ‘카레이스키’는 러시아어로 ‘고려족’ 또는 ‘고려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사실상 옛 소련인들이 한인들을 낮잡아 부르던 ‘한국놈’ 정도의 비칭(卑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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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나 독립운동 등을 이유로 조선시대 말과 일제강점기 때 연해주 등지로 이주한 한인들은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전원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다. 고려인의 강제 이주는 ‘설움과 한(恨)’의 역사이며, 내년이면 70주년을 맞는다.

◆중앙아시아의 ‘이방인’=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8월 현재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은 53만명으로, 그 중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은 우즈베키스탄(20만명)이다. 이주 1세대 중 상당수는 세상을 떠났으며 현재 고려인 사회는 4세대까지 형성하고 있다. 옛 소련 당시 고려인의 지위는 그리 낮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91년 소련이 해체되고 CIS가 이뤄지면서 고려인은 다민족국가 내 소수민족으로 또 다른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러일전쟁 박물관에 있는 러시아 이주 한인들의 모습. 자료제공=(사)고려인돕기운동본부

고려인의 사회적 지위나 재력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다양하다. 카자흐스탄의 경제신화를 일구며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상원의원 자리까지 제안한 고려인 3세 최유리씨가 있는 반면, 옛 소련 해체 후 정치적 박해와 경제적 어려움을 피해 남부 흑토지대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신생 독립국가에 국적 신청을 하지 못해 ‘무국적 상태’로 취업·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며 움막 생활을 하는 ‘최하층민’ 고려인들도 수만명이다.

정부는 고려인 종합지원대책으로 지난해 ▲한글학교 운영지원 등 한글교육 기회 확대 ▲동포 학생 유학·초청연수 확대 ▲한인종합회관 건립 지원 등 민족문화 정체성 유지 ▲무국적 고려인의 거주국 국적취득 지원 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자유로운 고국 방문과 취업 허용을 위해 시행하겠다던 방문취업비자(H-2) 발급 제도는 국회 통과를 하지 못한 채 늑장 걸음을 걷고 있다.

◆지원대책 봇물=강제이주 70주년을 1년 앞두고 정부와 민간 차원의 고려인 지원대책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한명숙 총리는 오는 23, 24일 이틀간 한국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동포들과 현지에서 간담회를 통해 방문취업제의 연내 입법 등 고려인 지원 강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또 정부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시켄트 교외에 고려인 독거노인을 위한 대규모 양로원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고려인을 위한 의료 활동과 동포위문공연 등의 사업이 추진 중이다.

지원 사업은 민간 차원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고려인돕기운동본부’는 강제 이주 70주년을 맞아 ‘러시아 고려인 동포 바로 알기’ 소책자를 발간해 배포했다. 국가청소년위원회 산하 한국청소년진흥센터 ‘대한민국 청소년자원봉사단’ 174명은 지난 4일부터 열흘 동안 연해주 파르티잔스크에서 문화회관 리모델링, 고려인농장 일손 돕기, 한국체험관 설치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동북아평화연대 등은 ‘연해주 청국장 공장’에서 만든 무공해 청국장을 판매, 수익금을 고려인의 자립과 자활을 위해 쓰고 있다.

차윤경 기자 hava@segye.com

출처 : 사랑과 용서
글쓴이 : 망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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