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의 인내와 저 풍요로움
야생버섯의 신비(5)
 
팽나무버섯
www.naturei.net 2007-11-13 [ 최종수 ]

(팽나무버섯이다. 식용인 이 버섯은 일 년을 꼬박 기다렸다가 딱 한 번 늦가을에 돋는다. 만일 조건이 맞지 않으면 해를 넘긴다. 그러나 때가 오면 지체 없이 돋아나 할 일을 다 마친다.)

버섯은 기후조건이 맞지 않으면 해를 넘길 때가 많다. 몇 년이라도 기다린다. 어떤 버섯의 포자는 몇 십 년 아니 백년이라도 잠복해 있다. 전혀 흔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죽은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습도와 온도가 맞으면 갑자기 무성하게 돋아난다. 버섯처럼 인내하는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생장조건이 맞을 때까지 얼마나 잘 참고 기다리는지, 때를 기다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그러나 때가 오면 지체하지 않고 돋아나 버섯을 피우고 포자를 날려서 할 일을 마친다. 버섯이 그렇게 빨리 돋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버섯의 수분흡수력 때문이라고 한다.

민자주방망이버섯
www.naturei.net 2007-11-13 [ 최종수 ]

(민자주방망이버섯, 영어속명 Blewit, 학명 Lepista nuda)

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인내하다가 갑자기 돋아나도록 만드는 계기(trigger)는 무엇일까? 어느 학자는 영양분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 여러분들도 화초가 각박한 땅에서 잘 자라지 못하는 환경을 만나면 더 일찍 꽃을 피우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그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어느 학자는 기온의 급강하가 그 계기라고 한다. 식용버섯 가운데 민자주방망이버섯은 늦가을이나 초겨울 눈 속에서도 돋는 버섯인데,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돋는다는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영지버섯도 그렇지만 이 버섯도 칼로 줄기를 베면 또 돋아나서 일 년에 몇 번 딸 수 있다고 한다. 대체로 버섯은 한 번 베면 다시 돋는 법이 없다. 물론 그 균사는 땅 속이나 나무속에 오래 살아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버섯을 채취할 때 되도록 버섯이 돋은 죽은 나무나 땅 주변을 파헤치거나 건드리지 말고 버섯의 생장환경을 잘 보존해 주는 것이 좋다.

잔나비걸상
www.naturei.net 2007-11-13 [ 최종수 ]

(잔나비걸상. 갓 표면에 나이테를 볼 수 있는 다년생 버섯의 하나이다. 맛이 좀 쓴 약용버섯이다.)

우리가 보통 버섯이라고 부르는 것은 식물의 꽃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버섯은 그 생주기(生週期, life cycle)에서 포자를 만들어 번식시키는 기관인 것이다. 구멍장이버섯에 속하는 잔나비걸상(Ganoderma applanatum, 영어속명 Artist's Conk) 같은 다년생도 있지만 대체로 버섯은 돋으면 순식간에, 짧으면 반나절, 길어야 일주일 정도 사이에 사라져 버린다. 이처럼 버섯은 반드시 다른 생물이 합성한 영양 유기물에 의존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고, 기후 조건이 안 맞으면 몇 년이라도 숨어 기다려야만 하다가, 버섯을 피우고서도 금방 사라지고 마는 부서지기 쉽고 여린 취약성(vulnerablity)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생의 무상함과 생명의 덧없음을 가르쳐 준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지체하지 않고 때가 되면 할 일을 다 마치는 모습에서 배우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붉은점박이광대버섯
www.naturei.net 2007-11-13 [ 최종수 ]

(홀로 외롭게 돋은 붉은점박이광대버섯, 학명 Amanita rubescens, 영어속명 Blusher. 외롭지만 저 할 일을 하고 있다. 이 버섯은 식용버섯이지만 적혈구를 파괴하는 용혈독소가 있다고 하니까 절대로 생식하면 안 된다. 맛이 좋다고 하는데 맹독버섯이 많은 광대버섯의 일종이어서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시식조차 해 보지 않았다. 해마다 8, 9월에 비 내린 뒤 여기저기서 이 버섯을 많이 만나 볼 수 있다.)

어린 붉은점박이광대버섯
www.naturei.net 2007-11-13 [ 최종수 ]

(붉은점박이광대버섯의 붉은 점을 확실하게 볼 수 있다. 마치 연지 바른것 같기 때문에 영어속명 Blusher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버섯은 잘 돋으면 엄청나게 많은 수의 많은 양이 돋는다. 뽕나무버섯은 그 균사(菌絲)가 100km까지 뻗고, 450년, 길게는 1500년이나 된 것도 있다고 한다. 어느 해 가을에 산 속 숲에 들어갔다가 기절할 만큼 놀란 적이 있다. 작은 것도 있었지만 손바닥만한 뽕나무버섯이 온 산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리지어 온통 산을 뒤덮을 듯이 무수히 돋아 있는 것을 볼 때, 그 버섯이 식용일 경우 정말 푸짐하게 채취할 수 있다. 실제로 가을(9월 10월)에 참나무가 많은 산에는 언제나 뽕나무버섯 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참나무를 베어 낸 등걸마다 엄청나게 많이 돋고 있다. 또 어떤 버섯은 그 크기도 엄청나서 잎새버섯의 경우 다발(多發)로 돋은 한 송이가 얼마나 큰지 지름이 60-70cm에다가 무게가 약 15k이나 되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그 버섯으로 찌개를 끓여서 30명이나 되는 청년들을 대접하였다.

잎새버섯
www.naturei.net 2007-11-13 [ 최종수 ]

(잎새버섯은 주로 죽은 참나무[Red or Black Oak] 등걸 밑에 많이 돋는데, 엷은 갈색이나 회색을 가지고 있다. 버섯 뒤에 죽은 나무가 서 있는데 많이 돋으면 그 나무를 삥 둘러싸고 여러 덩이가 돋는다. 오래 되어서 지름이 상당히 굵은 살아있는 참나무라도 그 둘레에 많이 돋는다. 가을에 한번만 돋는다. 이 버섯은 엷은 갈색이다.)

잎새버섯
www.naturei.net 2007-11-13 [ 최종수 ]

(잎새버섯 은 주름이 없는 구멍장이과에 속한 버섯이다. 학명은 Grifola frondosa. 항암성분이 높아서 약용과 식용을 겸하는 버섯으로 그 맛과 향기가 매우 좋다. 잎새를 한 장씩 떼어내어 밀가루를 입혀서 튀겨내면 영락없이 닭고기 튀겨낸 것처럼 맛이 좋다. 암탉의 뒤 깃털모양 같다하여 영어 속명이 “Hen of the Wood” 이다. 지방에 따라 "Sheep's Head"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린 것은 이렇게 진한 회색이다. 인공 재배할 수 있는 버섯이다.)

시장에서 흔히 보는 느타리버섯도 자연산인 경우 한 송이의 크기가 큰 접시만하여, 수십 송이가 중중첩첩으로 죽은 아름드리나무에 함빡 돋아 있어서 채취하였다. 집사람에게 전화로 오늘 딴 느타리버섯으로 이번 내 생일에 온 교인들(아이들 포함해서 약 150명)에게 대접하면 좋겠다하니, “아니 얼마나 많이 땄기에 그러느냐?”고 믿지 않았다. 실제로 그렇게 잔치를 벌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양이어서, 사실 시중 가격으로 환산한다면 엄청난 액수일 것이다.

탐스러운 느타리버섯
www.naturei.net 2007-11-13 [ 최종수 ]

(느타리버섯)

버섯을 푸짐하게 채취할 때마다 신의 풍성함, 자연은 정말 넉넉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버섯에는 욕심을 내지 않게 된다. 언제나 필요하면 여러 종류의 식용 버섯을 항상 풍성하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만나가 버섯의 일종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하였다. 아침에 돋아나서 곧 사라지고 마는 만나, 하루 필요할 만큼만 채취해야지 욕심을 내어 더 많이 따서 저장하면 금방 부패하여 악취를 풍기는 만나, 나는 그 만나가 버섯이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으나, 지금도 만나는 버섯의 일종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신구약 성경은 버섯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 그러나 학자들은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나오는 만나가 버섯과 해조(海藻)류 사이의 복합체인 이끼종류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산느타리버섯
www.naturei.net 2007-11-13 [ 최종수 ]

(산느타리)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7-11-13 21:14:49]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버섯 발견의 기쁨, 그리고 그 유혹
야생버섯의 신비(6)
 
번데기동충하초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동충하초 모음)

버섯 발견은 예기치 않는 행운이기에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버섯 발견의 기쁨은 보석 발견의 기쁨 바로 그것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꿈에 횡재하는 꿈을 꾸어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버섯 발견은 바로 그 횡재하는 꿈이 실현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책에서만 보던 버섯을 20년 만에 숲 속에서 실제로 발견하였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친한 분 가운데 골동품을 찾아 벼룩시장을 거의 주말마다 뒤지는 분이 있다. 만일 희귀한 진품명품을 만났을 경우 그 기쁨이 얼마나 클 것인가! 버섯 발견의 기쁨도 바로 그 진품 발견의 기쁨과 같은 것이다.

동충하초가 돋아난 모습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이 번데기동충하초가 돋아난 모습. 나비목의 번데기에서 오렌지색 곤봉처럼 생긴 버섯이 한 개 혹은 많이는 대여섯 개씩 돋는다. 번데기는 땅속에 들어 있다.)

특별히 2004년은 그 발견의 기쁨이 각별한 해였다. 버섯 연구 시작한지 19년 만에 처음으로 동충하초(冬蟲夏草 Cordyceps militaris 번데기동충하초)를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한두 개(마리)도 아니고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이 온 산에 덮여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캐어 낸 것만도 천 개(마리)가 넘는다. 암으로 고생하던 분들이나 친구들을 오라고 하여 대 여섯 차례에 걸쳐 한 사람이 약 300여개씩 캐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가는 곳마다 동충하초가 많이 돋아난 것일까? 마침 2004년은 내가 사는 지역의 17년 주기매미가 나오는 해였다. 6월 초 그 매미가 어찌 많은지 우는 소리가 시끄러운 정도이고 구름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동충하초가 그 매미 번데기에서 돋아난 것인 줄 알았다. 허지만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2004년도에 동충하초가 많이 돋을 수 있는 기후 조건이 잘 갖추어져진 때문이었고 매미번데기에서 돋은 것이 아니라 나비목의 유충이나 번데기에서 돋아난 것이다. 그 때가 7월 하순 8월 초 무더운 때였다. 비가 참 많이 내렸다. 동충하초 뿐만 아니라 노란 꾀꼬리버섯도 온 산에 덮여 있었다. 동충하초는 그 길이가 약 3cm에서 5cm 반 정도 되는 곤봉모양의 오렌지 색깔을 띤 버섯이 땅위에 돋아있을 때 그 버섯 주변을 조심스럽게 파 보면 버섯이 새까만 번데기에서 돋아 난 것을 캐어낼 수가 있다.

꾀꼬리버섯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꾀꼬리버섯 Cantharellus cibarius. 색깔이 노랗고 갓 가장자리가 물결치듯 하며 깔때기 모양에 주름은 내리주름인데 주름이 날카롭지 않고 무딘 것이 특징이다. 맛 좋은 식용버섯이다. 미 동북부지역에서는 7, 8월에 비 많이 온 뒤 해마다 같은 땅위에 돋는 지상생이다. )

큰갓버섯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큰갓버섯 Macrolepiota procera, 그 모양이 우산 같다 하여 영어속명은 Parasol. 견과류 맛을 가진 맛좋은 식용버섯이지만 생식하면 안 되고 반드시 익혀먹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찾아 낸 버섯이 식용이나 약용일 경우 그 발견의 기쁨이 곧 유혹으로 현혹당하게 된다. 발견 기쁨에 빠져서 그 기쁨에 취한 나머지 곧 바로 커다란 욕심에 빠져버리는 자신을 본다. 발견의 기쁨이 가져다 준 결과, 곧 욕심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버섯 발견에 따른 욕심과 그 욕심이 가져오는 생태계의 파괴는 외면하게 된다. 실제로 많이 먹지도 않으면서 채취하고 계속 또 채취하고 싶은 욕심을 억제하기 어렵다. 결국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 끊임없는 자기 욕심과의 싸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저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인간의 욕심과 버섯을 발견한 바로 거기 버섯의 존재 자체의 신비스러움을 감탄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경이로움 사이의 끊임없는 싸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버섯 발견의 기쁨이 욕심에 대한 자기 성찰을 못하게 마비시킬 정도라면 그것은 치명적인 맹독버섯의 독성보다 더 강한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개암버섯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개암버섯, 학명은 Naematoloma sublateritium, 영어 속명은 그 갓 색깔이 벽돌 색이라 하여 Brick Top 이라고 부른다. 늦가을에 죽은 나무 위에나 그루터기 주변에 다량 돋는 식용버섯이다. 그래서 야생버섯 애호가들은 이 버섯이 돋기 시작하면, "아, 금년도 벌써 다 가서 이제 버섯 철이 다 지나갔구나!" 하고 말한다. 포자색깔이 보라색인 것이 특징이다. 이 버섯을 늘 많이 만나지만 식용한 적이 없는데 버섯모임에 갔다가 만난 후미꼬라는 일본계 여성이 자기는 "미소 쑵"(된장국)에 넣어 먹는다 하여 나도 채취하여 된장찌개나 된장국에 넣어 먹어보니 맛이 그런대로 괜찮고 씹는 감촉도 좋아 즐겨 식용하게 되었다.)

가을 어느 날 뽕나무버섯을 한 소쿠리 채취하여 산을 빠져 나오는데 어느 미국인 청년 한 사람이 두 여성과 함께 오는 것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여성 가운데 한 분이 손에 버섯 책을 들고 있다. 책이 새것인 것을 보아 방금 그 책을 사가지고 오는 것이 분명하였다. 자연히 내가 채취한 버섯이 담겨 있는 소쿠리 안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래서 버섯 책을 들고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산으로 조금 들어가면 죽은 나무들이 몇 그루 서 있는데 어제 거기에 빨간 버섯이 많이 돋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버섯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이렇게 버섯 책을 사들고 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러하냐고 하면서 함께 가 보자 하여 그 분들을 따라가게 되었다. 가서 보니 그 버섯은 팽나무버섯(또는 팽이버섯 Flammulina velutipes)이었다. 그래서 학명이 생각나기에 그 분의 책을 받아 즉시 찾아주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서서 그 버섯을 구경하였다. 물론 그 버섯은 식용이다. 색깔이 주황색인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재미있는 것은 그 버섯 줄기가 밑으로 내려갈수록 짙은 갈색을 띄다가 차츰 검은 비로드처럼 보이기 때문에 영어 속명으로 "Velvet foot" 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그 비로드처럼 생긴 줄기 밑동을 가진 것이 그 버섯을 식별해 내는 열쇠인 것이다. 늦가을 버섯으로 서리가 내려도 돋는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콩나물처럼 생긴 줄기가 긴 노란버섯은 바로 이 팽나무버섯을 인공 재배한 것이다. 마침 그 날은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그 다음날 가지고 가 이모저모 사진을 찍었다. 그 버섯은 색깔이 너무 곱고 탐스럽게 다발로 돋은 것이 너무나 아름다워 차마 칼로 벨 수가 없어서 한 참을 서서 다시 감상만하고 돌아왔다. 채취하면 한 소쿠리는 되겠지만 욕심을 제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팽나무버섯의 아름다운 모습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늦가을 서리가 와도 돋는다는 팽나무버섯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시중에 파는 노랗고 콩나물처럼 생긴 팽나무버섯이 바로 이 버섯을 인공 재배한 것이다.)

팽나무버섯의 줄기 밑 보기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줄기 끝으로 내려 갈수록 색깔이 점점 검어지는데 그 검은 모습이 마치 비로드처럼 생겼기 때문에 영어 속명으로 Velvet Foot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특징은 이 버섯을 식별해 내는 열쇠가 된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7-11-18 04:08:39]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버섯 발견의 기쁨, 그리고 그 유혹
야생버섯의 신비(6)
 
번데기동충하초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동충하초 모음)

버섯 발견은 예기치 않는 행운이기에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버섯 발견의 기쁨은 보석 발견의 기쁨 바로 그것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꿈에 횡재하는 꿈을 꾸어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버섯 발견은 바로 그 횡재하는 꿈이 실현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책에서만 보던 버섯을 20년 만에 숲 속에서 실제로 발견하였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친한 분 가운데 골동품을 찾아 벼룩시장을 거의 주말마다 뒤지는 분이 있다. 만일 희귀한 진품명품을 만났을 경우 그 기쁨이 얼마나 클 것인가! 버섯 발견의 기쁨도 바로 그 진품 발견의 기쁨과 같은 것이다.

동충하초가 돋아난 모습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이 번데기동충하초가 돋아난 모습. 나비목의 번데기에서 오렌지색 곤봉처럼 생긴 버섯이 한 개 혹은 많이는 대여섯 개씩 돋는다. 번데기는 땅속에 들어 있다.)

특별히 2004년은 그 발견의 기쁨이 각별한 해였다. 버섯 연구 시작한지 19년 만에 처음으로 동충하초(冬蟲夏草 Cordyceps militaris 번데기동충하초)를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한두 개(마리)도 아니고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이 온 산에 덮여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캐어 낸 것만도 천 개(마리)가 넘는다. 암으로 고생하던 분들이나 친구들을 오라고 하여 대 여섯 차례에 걸쳐 한 사람이 약 300여개씩 캐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가는 곳마다 동충하초가 많이 돋아난 것일까? 마침 2004년은 내가 사는 지역의 17년 주기매미가 나오는 해였다. 6월 초 그 매미가 어찌 많은지 우는 소리가 시끄러운 정도이고 구름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동충하초가 그 매미 번데기에서 돋아난 것인 줄 알았다. 허지만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2004년도에 동충하초가 많이 돋을 수 있는 기후 조건이 잘 갖추어져진 때문이었고 매미번데기에서 돋은 것이 아니라 나비목의 유충이나 번데기에서 돋아난 것이다. 그 때가 7월 하순 8월 초 무더운 때였다. 비가 참 많이 내렸다. 동충하초 뿐만 아니라 노란 꾀꼬리버섯도 온 산에 덮여 있었다. 동충하초는 그 길이가 약 3cm에서 5cm 반 정도 되는 곤봉모양의 오렌지 색깔을 띤 버섯이 땅위에 돋아있을 때 그 버섯 주변을 조심스럽게 파 보면 버섯이 새까만 번데기에서 돋아 난 것을 캐어낼 수가 있다.

꾀꼬리버섯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꾀꼬리버섯 Cantharellus cibarius. 색깔이 노랗고 갓 가장자리가 물결치듯 하며 깔때기 모양에 주름은 내리주름인데 주름이 날카롭지 않고 무딘 것이 특징이다. 맛 좋은 식용버섯이다. 미 동북부지역에서는 7, 8월에 비 많이 온 뒤 해마다 같은 땅위에 돋는 지상생이다. )

큰갓버섯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큰갓버섯 Macrolepiota procera, 그 모양이 우산 같다 하여 영어속명은 Parasol. 견과류 맛을 가진 맛좋은 식용버섯이지만 생식하면 안 되고 반드시 익혀먹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찾아 낸 버섯이 식용이나 약용일 경우 그 발견의 기쁨이 곧 유혹으로 현혹당하게 된다. 발견 기쁨에 빠져서 그 기쁨에 취한 나머지 곧 바로 커다란 욕심에 빠져버리는 자신을 본다. 발견의 기쁨이 가져다 준 결과, 곧 욕심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버섯 발견에 따른 욕심과 그 욕심이 가져오는 생태계의 파괴는 외면하게 된다. 실제로 많이 먹지도 않으면서 채취하고 계속 또 채취하고 싶은 욕심을 억제하기 어렵다. 결국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 끊임없는 자기 욕심과의 싸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저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인간의 욕심과 버섯을 발견한 바로 거기 버섯의 존재 자체의 신비스러움을 감탄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경이로움 사이의 끊임없는 싸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버섯 발견의 기쁨이 욕심에 대한 자기 성찰을 못하게 마비시킬 정도라면 그것은 치명적인 맹독버섯의 독성보다 더 강한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개암버섯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개암버섯, 학명은 Naematoloma sublateritium, 영어 속명은 그 갓 색깔이 벽돌 색이라 하여 Brick Top 이라고 부른다. 늦가을에 죽은 나무 위에나 그루터기 주변에 다량 돋는 식용버섯이다. 그래서 야생버섯 애호가들은 이 버섯이 돋기 시작하면, "아, 금년도 벌써 다 가서 이제 버섯 철이 다 지나갔구나!" 하고 말한다. 포자색깔이 보라색인 것이 특징이다. 이 버섯을 늘 많이 만나지만 식용한 적이 없는데 버섯모임에 갔다가 만난 후미꼬라는 일본계 여성이 자기는 "미소 쑵"(된장국)에 넣어 먹는다 하여 나도 채취하여 된장찌개나 된장국에 넣어 먹어보니 맛이 그런대로 괜찮고 씹는 감촉도 좋아 즐겨 식용하게 되었다.)

가을 어느 날 뽕나무버섯을 한 소쿠리 채취하여 산을 빠져 나오는데 어느 미국인 청년 한 사람이 두 여성과 함께 오는 것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여성 가운데 한 분이 손에 버섯 책을 들고 있다. 책이 새것인 것을 보아 방금 그 책을 사가지고 오는 것이 분명하였다. 자연히 내가 채취한 버섯이 담겨 있는 소쿠리 안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래서 버섯 책을 들고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산으로 조금 들어가면 죽은 나무들이 몇 그루 서 있는데 어제 거기에 빨간 버섯이 많이 돋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버섯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이렇게 버섯 책을 사들고 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러하냐고 하면서 함께 가 보자 하여 그 분들을 따라가게 되었다. 가서 보니 그 버섯은 팽나무버섯(또는 팽이버섯 Flammulina velutipes)이었다. 그래서 학명이 생각나기에 그 분의 책을 받아 즉시 찾아주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서서 그 버섯을 구경하였다. 물론 그 버섯은 식용이다. 색깔이 주황색인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재미있는 것은 그 버섯 줄기가 밑으로 내려갈수록 짙은 갈색을 띄다가 차츰 검은 비로드처럼 보이기 때문에 영어 속명으로 "Velvet foot" 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그 비로드처럼 생긴 줄기 밑동을 가진 것이 그 버섯을 식별해 내는 열쇠인 것이다. 늦가을 버섯으로 서리가 내려도 돋는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콩나물처럼 생긴 줄기가 긴 노란버섯은 바로 이 팽나무버섯을 인공 재배한 것이다. 마침 그 날은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그 다음날 가지고 가 이모저모 사진을 찍었다. 그 버섯은 색깔이 너무 곱고 탐스럽게 다발로 돋은 것이 너무나 아름다워 차마 칼로 벨 수가 없어서 한 참을 서서 다시 감상만하고 돌아왔다. 채취하면 한 소쿠리는 되겠지만 욕심을 제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팽나무버섯의 아름다운 모습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늦가을 서리가 와도 돋는다는 팽나무버섯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시중에 파는 노랗고 콩나물처럼 생긴 팽나무버섯이 바로 이 버섯을 인공 재배한 것이다.)

팽나무버섯의 줄기 밑 보기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줄기 끝으로 내려 갈수록 색깔이 점점 검어지는데 그 검은 모습이 마치 비로드처럼 생겼기 때문에 영어 속명으로 Velvet Foot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특징은 이 버섯을 식별해 내는 열쇠가 된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7-11-18 04:08:39]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버섯의 치유력
야생버섯의 신비(7)
 
어린 쓰가불로초
www.naturei.net 2007-11-24 [ 최종수 ]

아직 어린 쓰가불로초
www.naturei.net 2007-11-24 [ 최종수 ]

(아직 어린 쓰가 불로초의 아름다운 모습)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버섯에는 우리 몸의 질병을 치료하는 많은 종류의 약성분이 들어 있다. 북한에서 발행한 “약초의 성분과 이용”이라는 책에 보면 버섯에 대한 성분분석표가 있다. 거기 보면 어느 버섯이나 함량의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을 뿐 대체로 항암성분(抗癌成分)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지버섯(靈芝 또는 不老草 Ganoderma lucidum)은 물론 상황버섯(또는 목질진흙버섯, Phellinus linteus, 본래 상황이란 생약명이다), 그리고 식용하는 표고버섯이나 잎새버섯에 많이 들어 있다. 구름버섯(운지 雲芝)에도 항암성분이 높다고 한다.

구름버섯
www.naturei.net 2007-11-24 [ 최종수 ]

(구름버섯)

근간에는 주름버섯의 일종인 아가리쿠스 블라제이(Agaricus blazei)라는 버섯이 브라질에서 발견되어, 일본사람들이 인공 재배하던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재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있는데, 그 버섯이 특별히 암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신의 버섯”(God's Mushroom)이라고 불릴 만큼 항암효과가 있다고 한다. 신문지상에 신비한 “아가리쿠스” 버섯이라고만 말하는데, 아가리쿠스라는 이름은 버섯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버섯 속(屬)의 이름이기 때문에 반드시 아가리쿠스라는 이름 다음에 “블라제이(blazei)”라는 이름을 꼭 붙여서 불러야 어느 버섯인지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가령 시중에서 흔히 사다 먹을 수 있는 양송이버섯(Agaricus bisporus)도 아가리쿠스 버섯 속(屬)에 속하기 때문이다.

주름버섯
www.naturei.net 2007-11-24 [ 최종수 ]

(주름버섯, 학명 Agaricus campestris, 영어 속명 Meadow Mushroom)

그리고 무슨 신비의 명약인양 "아가리쿠스, 아가리쿠스" 하면서 이 버섯에 대한 돌풍이 불던 것도 여러 해 되었다. 브라질 밀림 속에서 발견되어 오랜 고심 끝에 인공재배에 성공한 항암작용이 매우 높다고 선전되고 있고, 약재상에 가면 높은 값에 팔리고 있다. 조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금산에 갔을 때 인삼 약재단지에서도 점포마다 팔고 있었다. 물론 어느 버섯에나 항암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고 현혹되지 마시기 바란다. 그 "아가리쿠스 버섯"이란 것이 현재 우리가 미국 시중에서 즐겨 사다 먹는 양송이(학명 Agaricus bisporus)가 등장하기 직전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에 미국 대서양 연안 여러 주(Atlantic states)에서 널리 재배되어 즐겨 먹던 영어 속명으로 "Almond Mushroom"(버섯에서 알몬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학명은 Agaricus subrufescens)이라는 것이 아가리쿠스 버섯종류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리처드 케리간 박사(Dr. Richard Kerrigan. 이 분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아가리쿠스 버섯 상업 재배용 종균배양 공급처인 실반연구소 Sylvan Research에 근무 중)의 DNA 분석에서 밝혀졌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아가리쿠스, 아가리쿠스"하는 버섯을 가리켜 브리질에서 발견된 희귀종이라하여 "Agaricus blazei" 또는 "Agaricus brasilienis"라는 학명을 붙여 부르지만, 실은 미국에서 지난 세기 초까지 인공 재배하여 식용하던 "Agaricus subrufescens"이라는 버섯과 똑같은 것이라고 한다(자료출처: Mycologia via The Mycophile, North American Mycological Association, July/August 2005). 그리고 현재도 미국 동북부 지역과 서부 지역 산야에서도 흔히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독될까 보아 버섯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버섯의 약효를 지나치게 믿는 나머지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 다량 먹어치우는 습관과 이를 돈벌이에 악용하는 상술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눈꽃동충하초
www.naturei.net 2007-11-24 [ 최종수 ]

(버섯공부 21년 만에 2006년 여름에 처음으로 딱 한 개 발견한 눈꽃동충하초다. 학명은 Isaria 또는 Paecilomyces japonica. 왼편에 번데기가 보인다.)

그리고 1996년 미국 뉴욕 주에 있는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 주변에서 코넬대학교 학생들이 채취해 온 딱정벌레 유충에서 돋은 동충하초(冬蟲夏草, Cordyceps subsessilis)에서 싸이클로스포린(Cyclosporin)이라고 부르는 장기이식(臟器移植) 수술 뒤, 이식된 장기의 거부반응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아주 값비싼 약성분을 발견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해 준다(The New York Times, 1996년 11월 5일, 화요일 자, "The Environment."). 동충하초라는 버섯은 송충이나 딱정벌레와 같은 곤충의 몸에서 돋아난 버섯이다. 겨울에는 벌레상태로 있다가 여름이 되면 버섯(풀 또는 식물)이 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밤 나방이, 매미, 벌, 딱정벌레, 메뚜기 같은 곤충이나 그 번데기 또는 그 유충, 거미는 물론 송충이처럼 털이 나 있는 벌레에서 기생하는 약용버섯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1800년경부터 약으로 사용하여 신장이나 폐질환에 효과가 좋으며 허약체질이나 면역력을 높이는 데 복용해 왔다고 한다. 우리 한국에서 지난 1995년에 누에를 이용하여 동충하초 네 종류를 대량증식 시키는데 성공했고, 항암 등 약리효과를 실험 중에 있다고 한다.

성숙한 쓰가불로초
www.naturei.net 2007-11-24 [ 최종수 ]

(성숙한 쓰가불로초의 모습)

메주를 띄울 때 곰팡이의 도움을 받는 일이나, 맥주를 빚을 때, 그리고 기적적인 항생제 페니실린을 곰팡이에서 얻어 이용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사실이다. 버섯도 곰팡이류에 속하기 때문에, 버섯에 함유된 약효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은 그 때문이다. 버섯으로 모든 암을 치료하고, 심지어 AIDS까지 치료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버섯뿐만 아니라 산야에 흔히 나는 약초를 공부해 보면, 조물주가 창조한 풀이나 식물 가운데 약이 아닌 것이 없고, 심지어 우리가 잡초라고 하여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풀조차도 약용으로 쓸 수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치유효과를 생각해 보면, 조물주의 창조의 신비함을 더 깊이 느끼게 되며,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한 자연보호나 환경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특별히 버섯은 생존하기 위하여 까다로운 생태학적 환경 인자를 갖춘 적당한 장소에서만 돋기 때문에 환경파괴로 말미암아 다시는 버섯이 돋지 않는 것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7-11-24 07:14:43]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버섯의 다양한 용도(用途)
야생버섯의 신비(8)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쓰가불로초가 돋아있는 나무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쓰가불로초가 주-욱 돋아 있는 나무)

버섯의 용도도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물론 식용으로 사용해 온 역사는 멀리 이집트나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버섯은 맛으로 먹는 것도 있고, 그 향기 때문에 음식에 넣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그 혀에 닿는 감촉 때문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주로 잡채에 넣는 목이버섯은 그 씹는 감촉이 식욕을 자극한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표고의 경우 생 표고도 맛이 좋고 용도가 많지만 일단 말려두었다가 물에 잘 불려서 조리하면 향과 맛과 씹는 감촉이 고기 같아서 더욱 인기가 있다. 마늘냄새가 나는 버섯과 매운 맛이 있는 것은 식용버섯은 아니지만 양념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항간에 알려진 전설 같은 이야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싼 버섯 요리도 있다. 예를 들자면 땅 속에서 돋는 거친 감자처럼 생긴 트러플(Truffle)이라는 버섯은 암퇘지가 발정할 때 풍기는 냄새를 내기 때문에 돼지들이 찾아서 캐 먹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돼지나 또는 냄새훈련을 시킨 개를 이용하여 캐서 시중에 공급하게 되는데, 그 값이 엄청나게 비싸서 미국 돈으로 하면 한 파운드(450g)에 500불-1000불이나 간다고 하니 그야말로 금값이다. 이른바 그 버섯요리는 정력에 좋다는 것이다!

1995년 이 정력에 좋다는 버섯을 찾아내는 탐지기가 발명되어 950불에 팔린다고 한다. 이 탐지기는 마치 금속 탐지기처럼 트러플 버섯 냄새를 탐지하면 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 농부들은 이 희한한 버섯 탐지기를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탐지기를 사용하여 버섯을 찾는다는 것은 마치 인생에서 시(詩)를 제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느 농부는 그 실용성문제에 관하여 이렇게 논평하였다고 한다. “저는 농장에서 돼지를 키운답니다. 한 마리당 90불씩 지불하죠. 그러면 돼지는 40-50kg의 트러플 버섯을 찾아냅니다. 일 년 뒤에 저는 그 돼지를 잡아먹습니다. 버섯 탐지기는 그렇게 할 수 없지요. 제 말이 틀렸나요?”

영지 같이 보이는 쓰가불로초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영지와 똑같이 생긴 쓰가불로초. 전에 남부뉴져지 체리힐에 살 때나 동북펜실바니아 스크랜톤에 살 때는 진짜 영지버섯 Ganoderma lucidum을 제법 많이 채취할 수 있었는데, 메리랜드로 이사 와서는 지난 4년 동안 근방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

우리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버섯을 약용으로 사용하였다. 그 가운데 영지버섯(불로초)이야 말로 옛날 중국 진시황이 사람들을 전 세계로 보내서 구해 오도록 하였다는 전설이 있는 버섯이다. 그 약효가 좋아서 항암작용, 간을 깨끗하게 하는 청간작용(淸肝作用), 피를 깨끗하게 하고 어혈(瘀血)을 풀어주며 혈중에 콜레스톨을 낮추어주는 청혈작용(淸血作用), 그 밖에도 몸의 면역성을 높여주고 원기를 돋아주는 강장작용(强壯作用) 등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있다. 그 영지버섯이 미국 동북부지역에 종종 야생하기 때문에 해마다 7월, 8월 건조하고 무더운 때에 채취하여 말려두고 일 년 내내 달여 먹고 있다. 처남은 삼 개월 가량 장복한 결과 당뇨병을 고쳤고(피 검사해 보니 혈당이 평균치 보다 조금 낮게 나왔음), 집사람은 콜레스톨이 낮아졌으며, 친구 한 분은 얼굴에 심하게 돋은 알레르기 증상을 치료하였다.

Eastern Hemlock나무 잎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쓰가불로초가 많이 돋는 펜실바니아 주 나무인 Eastern Hemlock은 사진에서 보시는 대로 침엽수다. 학명이 Tsuga canadensis이기 때문에 그 나무에 돋는 영지를 쓰가불로초라 한다. 전에 미국에서는 해마다 5월이면 이 나무의 껍질을 벗겨 모피의 털과 기름을 뽑고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무두질[tanning] 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또 이 나무의 잎은 향기가 좋아 음료수 Root Beer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 발견한 사실은 단풍나무나 참나무 같은 활엽수(闊葉樹, 넓은잎나무)에 돋은 영지버섯(Ganoderma lucidum)은 그 맛이 몹시 쓴 데 비하여, 침엽수(針葉樹, 바늘잎나무)에 돋은 영지버섯(Ganoderma tsugae, 쓰가 불로초)은 그 크기도 훨씬 더 크고 색깔도 더 짙은 검붉은 색에다가 그 맛이 쓰지 않다는 사실이다. 책에 보면 이 “쓰가 불로초”도 일반 영지와 약효가 대동소이할 것이라고 한다. 본래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에는 송진이 있기 때문에 좀처럼 버섯이 잘 붙지 않는데,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州)나무인 이스턴 햄락(Eastern Hemlock)이라는 전나무처럼 생긴 침엽수에는 영지가 많이 돋는다. 어느 공원에 가니까 오륙백 년 이상 된 이 나무가 여기 저기 많이 쓰러져 죽어 있었는데, 그 나무 위에 수십 송이씩 무수히 달려 있었다.

자작나무버섯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자작나무버섯. 이 버섯을 말려서 바늘을 꽂아두는 것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어린 것은 식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체로 질겨서 먹을 수 없다.)

말굽버섯의 일종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말굽버섯의 일종)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1991년 이탈리아 쪽 알프스 산꼭대기에서 5,300년 전 빙하 석기시대의 인간으로 추측되는 냉동인간의 미이라가 발견되었는데, 그 사람의 손 주머니에서 말린 버섯 쪼가리들이 나왔다고 한다. 그 버섯은 말굽버섯(Fomes fomentarius)인데 차로 달여 마시거나, 부싯돌 밥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가루를 내어 지혈제로 사용해 오고 있는 버섯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냉동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불을 만들기 위하여 그 버섯을 부싯돌 밥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이 버섯은 성냥이 발명되기 전까지 부싯돌 밥으로 사용해 온 것은 물론 한 번 불이 붙으면 꺼지지 않기 때문에 옛날 불을 보관하거나 불을 이동할 때 또는 불쏘시개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용도는 잘 알 수 없지만 그 냉동인간도 아마 그 버섯을 약으로 사용한 것 같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쨌든 이 냉동 인간이 발견됨으로써 인간은 적어도 주전 5000여 년 전 석기시대 때부터 버섯을 사용해 왔다는 증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해면버섯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해면버섯, 학명은 Phaeolus schweinitzii, 이 버섯을 물감으로 사용한다하여 영어속명은 Dyer's Polypore라고 한다. 털실에 노란색, 주황색, 황금색, 갈색 물을 들일 수 있다. )

먹물버섯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맛좋은 먹물버섯이다. 갓 표면에 거스러미 같은 인편이 많이 붙어있는 모습이 마치 옛날 영국 남자귀족들이 쓰던 가발모습과 비슷하여 영어속명은 Shaggy Mane이다. 갓이 핀 것은 이미 시꺼먼 먹물로 액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버섯은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옷감이나 털실에 물을 들이기 위해서 염료(染料)로 쓰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먹물버섯은 물론 그 밖의 다른 버섯으로부터 글 쓸 때 사용하는 잉크를 만들어 사용할 것을 권유한 일이 이미 100여 년 전 일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죠지 워싱턴 시대 때 먹물버섯의 먹물을 잉크로 사용하였다고 전한다.

Artist's Conk(잔나비걸상)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Artist's Conk. 범사에 감사하라.)

그리고 말린 버섯으로 집장식이나 꽃꽂이에 이용하기도 하고, 영지버섯의 일종인 잔나비걸상버섯(Ganoderma applanatum, 영어 속명 Artist's Conk)에 그림을 그려 두기도하여 영어 속명이 일러주는 대로 화가의 버섯이다. 또 위에 사진에서 보시는 자작나무(말굽)버섯은 말려서 바늘을 꽂아두는 데 이용하기도 하고, 그 조직이 가죽모양 질겨서 이발사가 면도날을 날카롭게 하는 데에도 사용하였다고 한다. 요새 젊은이들 사이에 마약 사용이 성행하는데, 소나 말의 분뇨 위에 돋는 말똥버섯은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독버섯이지만 본드대신 악용하기도 한다. 물론 위험한 일인데, 버섯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구 채취하여 말려서 팔기 때문에, 그 가운데 치명적인 독버섯이 섞여있는 것을 모르고 먹다가 중독되었다는 보고들이 있다.

요즈음은 화학 독극물로 말미암아 공해가 심하다. 그런데 버섯은 이러한 독극물을 흡수하여 집약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사람 몸에 해로운 독극물을 제거하는 데 버섯을 이용할 수 있다. 쓰레기 처리장이나 오염된 하수에 어떤 종류의 버섯을 증식시키면 독극물을 흡수시켜서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영지버섯은 주변 환경에서 방사선 물질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영지버섯으로 주변 환경의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버섯의 이러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오염된 환경에서 돋아난 버섯은 그것이 비록 식용이라 할지라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어느 분이 늘 채취하여 먹던 버섯이 묘지 잔디밭 위에 많이 돋아 있기에 채취하여 식용하였는데, 그 날 저녁 중독증상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튿날 묘지에 가서 알아 본 결과 며칠 전에 화학 비료와 잡초와 벌레를 제거하는 제초제와 살충제를 살포하였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독버섯인지 아닌지 어떤(what) 종류의 버섯이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버섯을 어디에서(where)에서 채취하였느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늘 식용하는 야생버섯이 함유하고 있는 중금속을 분석해 본 결과 카드뮴이나 수은 또는 납 성분 같은 중금속 함유량이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고 어느 경우에는 세계보건기구의 허용량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버섯의 용도는 그 범위가 상당히 넓어서 앞으로 불치의 병을 고치고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하며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등 광범위하게 그 용도가 개발 연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7-12-04 06:48:07]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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