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군부의 실세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30일경 비밀리에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권력지형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권력 내부에 또다시 숙청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정원은 13일 국회에 제출한 북한내부동향 보고서에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30일쯤 처형됐다”고 밝혔습니다.
현영철이 처형을 당한 이유는 불경죄로 파악됐습니다. 국정원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에 대해 말대꾸하고 김정은이 주재하는 행사에서 조는 모습을 보여 처형됐다”고 전했습니다.
“현영철은 국가반역죄로 강건군관학교 사격장에서 고사포로 처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국정원은 분석했습니다. 현영철 숙청을 계기로 최근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정원은 “김 제1위원장의 핵심 간부들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으며 핵심 간부들을 절차를 무시한 채 숙청하는 등 공포정치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간부들 사이에서도 내심으로는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보고했습니다.
현영철 말고도 고위 간부들의 숙청 소식은 또 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최근 6개월 동안 현영철 외에 북한 국방위 설계국장 마원춘, 총 참모부 작전국장 변인선, 그리고 당 재정경리부장 한광상 등 여러 핵심 간부들을 숙청 또는 처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북한의 잇따른 간부 숙청에는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를 공고화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이러한 공포정치가 장기적으로 북한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영철은 ‘빨치산 2세대’의 핵심구성원으로 김 제1위원장의 각종 군·당 관련 일정을 밀착해서 수행했던 핵심 측근 중 하나입니다. 한 달 전만 해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미국을 맹비난했습니다.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미국의 최고 집권자가 공공연히 국제사회의 일원이며 당당한 자주독립 국가인 우리 공화국의 붕괴를 공언하는 것과 같은 강권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세계입니다.
현영철은 지난달 25일 군 창건 83주년을 맞아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것을 마지막으로 북한매체에서 모습을 감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