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한 와불상이 중심을 차지하고 지상세계 중생들의 심오한 불심을 바탕으로 석가모니가 열반하는 배치구조를 지닌 바오딩산의 석가열반성적도.
ⓒ 모종혁

중국 충칭(重慶) 시내에서 서북쪽으로 80여㎞ 떨어진 다주(大足)현. 다주는 2005년 현재 총면적 1392㎢, 인구 93만여 명, 24개 진향(鎭鄕), 지역총생산 73.3억 위안(한화 약 8800억원) 등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에서 그리 크지 않은 현 소재지다.

충칭의 타 구현에 비해서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한 다주에는 다른 지역이 없는 특별난 문화유산이 있다. 지난 1999년 12월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명록에 등록된 '다주석각'(大足石刻, Dazu Rock Carvings)이 바로 그것. 다주석각은 중국 각지에 무수히 널린 불교 석각·석굴 유적 가운데 간쑤(甘肅)성 둔황(敦煌)시의 막고굴(莫高窟), 쓰촨(四川)성 러산(樂山)시의 러산대불과 더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중요 문화재다.

오랫동안 쓰촨성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였던 청두에서도 269㎞나 떨어진 다주현에는 무려 75곳에 석각이 조성돼 있다. 다주에는 중국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바오딩(寶頂)산·베이(北)산·난(南)산·스하오(石?)산·스먼(石門)산 등 5곳과 충칭시문화재로 지정된 4곳, 현급 문화재로 보호받는 기타 등을 통틀어 10만여 존의 석각이 있다. 현 전역에 골고루 분포한 석각은 다주를 '석각의 고향'(石刻之鄕)으로 불리게 했다.

중생과 불교의 조형물이 공유하는 땅, 다주에 처음 석각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758년 당나라 때. 베이산 일대의 사찰을 중심으로 깊은 불심을 석각으로 표현했던 다주 주민들은 오대·송·원·명·청 등 1200여년을 이어오면서 다주에 중국 남방불교예술의 정화를 꽃피웠다.

▲ 높이 2.9m, 넓이 2.8m, 깊이 0.9m에 달하는 바오딩산의 천수관음상은 중국 내 천수관음상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정교하다. 천수관음상의 손은 각기 다른 세상만물상을 표현하고 있다.
ⓒ 모종혁

▲ 석벽에 칠한 벽화가 많이 떨어져나간 대방편불보은경변상.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인생사를 유교적 관점에서 묘사한 석각이 석가모니 주변에 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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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황 막고굴에 버금가는 불교예술의 정화, 다주석각

다주석각은 승려와 일반 불자가 자발적으로 나서 돌을 쪼개 만들었다. 이는 황실에서 후원한 윈강(雲崗)·룽먼(龍門)석굴, 변방지역의 귀족과 토호, 장군이 조성을 주도한 막고굴과 다른 점이다. 예술의 극치인 벽화와 희귀한 문헌자료 면에서는 그것이 쏟아져 나온 막고굴에 비하지 못하나, 다주석각에는 불교 뿐만 아니라 유교·도교를 주제로 한, 심지어 유·불·선 3교 합일을 형상화한 석각까지 존재한다. 이 때문에 '북에는 둔황 막고굴이 남에는 다주석각이 있다'(北有敦煌, 南有大足)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다주석각 가운데 예술적 가치가 가장 뛰어난 바오딩산·베이산·스하오산의 석각은 천여 년 동안의 중국 사회·경제·문화·종교·철학의 발전과 변화를 보여주는 예술품이다. 특히 다주현청 동북쪽에서 15㎞ 지점에 있는 바오딩산석각은 남송시대 밀종(密宗)대사인 조지봉(趙智鳳)이 밀종의 대도량으로 불사를 건립하면서 만들어졌다.

바오딩산석각은 다포완(大佛灣)을 중심으로 좌우 2㎞에 걸쳐 1179년부터 1249년까지, 7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조성됐다. 성수사 아래 자리 잡은 석각은 웅대한 규모와 정교한 조각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입구부터 500여m나 이어지는 배치 구조는 한 폭의 입체 그림과 같고, 배수·채광·역학·방충 등의 시설이 주도면밀하게 건설됐다.

중국에서도 몇 개 남지 않은 천수관음상(千手觀音像)을 비롯해 석가열반성적도(釋迦涅槃聖迹圖)·부모은중경변상(父母恩重經變像)·대방변불보은경변상(大方便佛報恩經變相) 등 다포완 계곡을 수놓은 석각 한 존 한 존은 옛 조각가의 심오한 불심과 강인한 예술혼에 의해 정교히 표현됐다. 다주현 내 다른 석각이 그렇듯 바오딩산석각은 석가모니의 가르침 뿐만 아니라 유교 경전의 내용, 도교의 사상 및 철학 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다주석각의 조형적 특징은 토착화한 중국불교, 민간종교로 자리 잡은 불교신앙을 대변한다.

▲ 지금도 베이산 기슭에 있는 집에 살면서 다주석각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궈샹잉 전 다주석각예술박물관 관장.
ⓒ < CCTV >

▲ 궈샹잉이 10년의 세월을 바쳐가며 손수 그린 다주석각의 당안도. 이 당안도는 다주석각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최초의 자료다.
ⓒ < CCTV >

세계유산 등재의 숨은 공로자는 전문학교 출신 궈샹잉

지난 6월 18일 충칭시는 직할시 승격 10주년을 기념해 128명의 '직할시건설공신'을 발표했다. 그 중 8명의 문화선전, 학술이론 공신 중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이가 있었다. 궈샹잉(郭相潁·69) 전 다주석각예술박물관 관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1973년 중국이 문화대혁명 광풍의 소용돌이에 빠져있을 때 30대 중반에 접어든 궈샹잉은 충칭시에서 다주현의 말단 공무원으로 부임해온다. 당시 중국에서는 사구(구사상·구문화·구관습·구습관)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던 홍위병의 난동 속에 전통문화재의 관리와 보존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궈샹잉은 실권파와 연계된 불순 관리가 아니냐는 주민들의 의심 속에서도 다주에서 일생을 매달리게 한, 방치된 다주석각의 존재를 발견한다.

문혁 전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전문학교(中專)를 졸업한 궈샹잉은 역사나 불교예술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었지만 예술과 회화를 좋아했다. 궈샹잉은 평일 퇴근 후와 주말에 다주현 곳곳에 산재된 석각을 하나하나 조사하고 직접 그림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본래 다주현 문화국 내에는 1952년 설립된 문물보관소가 있었지만, 다주석각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나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도록이나 사진집 하나 없고 교통도 불편했지만 궈샹잉은 홀로 걸어 다니면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힘든 작업을 10년 동안 지속했다.

1978년 이래 중국정부의 개혁개방정책은 전통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되살렸고 다주현 정부는 1984년 다주석각예술박물관을 설립했다. 홀로 외로운 작업을 해왔던 궈샹잉은 이때 현 정부 고위층에게 인정받아, 박물관의 초대 관장으로 임명됐다. 궈샹잉이 작은 노트에 손수 그려서 남긴 바오딩산·베이산·난산 등 10여 곳의 당안도는 무려 20여m에 달했는데, 이는 다주석각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최초의 자료였다.

▲ 세계 최대의 불교 석각인 러산대불. 바오딩산석각을 만들기 시작한 조지봉 대사는 러산 출신으로 러산대불을 통해 연구한 석각 조형술을 다주에 이식했다.
ⓒ 모종혁

▲ 공작을 타고 하늘을 나는 석가모니의 형상을 조각한 공작명왕상. 베이산의 공작명왕암은 천 개의 석불상을 배경으로 조각된 중국 남방불교예술의 극치다.
ⓒ 모종혁

버려졌던 지방문화재,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유산으로 탈바꿈

6월 20일 <충칭천바오>는 "궈샹잉은 다주석각 관련 40여개의 중요문물 보호 사업을 주도하여 석각이 성공적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궈샹잉은 향토문물연구자로, 오랫동안 다주석각예술박물관장으로 재직하면서 현·진향·촌 각급 행정단위의 문물보호네트워크를 구성했다"면서 "궈샹잉이 쓰고 편집한 <다주석각명문록>은 다주석각에 대한 전면적이고 과학적인 최초의 사료"라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CCTV>도 "비바람을 맞으면서 다주석각의 보호와 관리에 힘썼던 궈샹잉은 조지봉에 의한 바오딩산석각 조성 비밀, 러산대불과 다주석각의 연관성, 불교의 남부 지역 전파 과정, 남방불교예술의 발전과 성쇠 등을 밝힌 인물"이라고 격찬했다. <CCTV>는 "궈샹잉의 당안도와 연구자료는 대주석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됐다"며 "궈샹잉이 관장으로 재직한 10여 년 동안 다주석각은 체계적인 학술연구와 과학적인 보호가 이뤄져 중국을 대표하는 불교예술로 자리 잡게 됐다"고 보도했다.

1998년 4월 다주를 직접 찾은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다주석굴은 예술적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보존과 각고의 관리가 이뤄져 교육기지의 역할도 크다"고 말했다. 그 뒤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지방정부는 석각 주변의 민가를 이사토록 하고 토지를 매입하여 녹지공간과 주변 환경정비에 힘썼다. 궈샹잉의 집념어린 노력은 결국 1999년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꽃을 피웠다.

최근 들어 중국도 대학 졸업자가 양산되면서 고학력자가 대접받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한낱 지방문화재로 남을 뻔한 다주석각을 보호하고 연구해 세계문화유산으로 탈바꿈시킨 이는 전문학교 출신의 말단 공무원이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목표와 이상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사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의미 있는 작업에 몰두하는 사람, 학벌과 인맥보다 노력과 실력으로 자신의 분야를 개척한 사람…. 이런 사람들이 더 많이 대우받고 인정받아야 중국의 발전이 지속되지 않을까.
▲ 최악의 녹조 현상이 타이후를 덮쳤다. 타이후의 물을 식수원으로 하는 우시 주민들은 식수난으로 심리적 공황에 빠졌다.
ⓒ <인민일보>

"평생 이 물을 마시고 이걸로 밥 짓고 음식 만들고 얼굴 씻고 양치질하고 했는데, 지금은 도저히 마실 수 없고 빨래조차 할 수 없습니다. 물에서 너무 지독한 악취가 납니다."

지난 며칠 사이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 주민들은 수도관에서 나오는 썩은 물로 인해 공황상태에 빠졌다. 우시 남서쪽에 접해있는 호수 타이후(太湖)가 녹조로 뒤덮여 이를 수돗물로 사용하는 우시에 큰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5월 31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들어 타이후의 수위가 2.97m로 50년 이래 가장 낮아지고 기온마저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4월부터 타이후의 부영양화가 심해져 호수 연안에 심각한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CCTV는 "5월 중순 들어 우시 주민들 사이에는 '당신네 수돗물에서도 냄새가 나느냐'라는 아침 인사가 오고 갔다"면서 "(5월) 29일에는 우시 전체 가정의 70%에서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변색한 수돗물이 나와 밥 짓고 음식을 만들기는커녕 세수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 지난 달 29일부터 우시 전체 가정에선 악취가 진동하고 변색한 수돗물이 나오고 있다.
ⓒ 중국정부넷

아름다운 타이후에 몰아닥친 녹조 공포

장쑤성과 저장(浙江)성 사이에 걸쳐 있는 타이후는 전체 면적이 2425㎢에 달하는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다. 타이후는 옛날에는 바다였으나 양쯔강 어귀의 삼각주가 발달하면서 담수호가 되었다. 호수 주위에는 72개의 작은 섬이 있고 자연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우시는 중국 15대 경제도시 중 하나로, 4650㎢ 면적에 450여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타이후를 빼고 우시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우시는 타이후를 생명줄로 하여 발전해왔다. 타이후 주변 지역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 재정수입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발전했지만, 호수를 에워싼 공장이나 농장에서 배출되는 공업폐수와 오염물질, 비료 등 때문에 몸살을 앓아왔다.

천방주(陳邦柱) 전국정치협상회의(政協) 인구자원환경위원회 주임은 제1회 전국 강·호수 발전연구회에서 "중국 강과 호수의 70%가 오염됐다"면서 "수질 악화, 수자원 부족, 빈번한 홍수와 가뭄으로 주민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히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타이후를 손꼽았다.

2005년 중국 국가환경총국이 27개 호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경오염으로 수질이 5급 이하로 판정된 곳은 10개에 달했다. 5급 이하는 공업용수로도 쓰지 못하는 전혀 쓸모없는 물이다. 당시 조사에서도 타이후는 안후이(安輝)성 차오후(巢湖), 윈난(雲南)성 뎬츠(?池)와 더불어 부영양화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 천하에서 가장 빼어나다는 자연풍광을 자랑했던 타이후. 자자하던 명성은 환경오염으로 전설이 돼버렸다.
ⓒ 서후닷컴

환경오염으로 전혀 쓸모없는 물로 변해버려

<신민만보>(新民晩報)는 "2002년부터 우시와 인접한 식수원인 우리후(五里湖), 메이량후(梅梁湖), 주산후(竺山湖)는 4, 5급 이하의 수질 상태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타이후의 수질 오염과 부영양화가 가속됨에 따라 1960년대 160종이던 어류는 60~70종으로 감소하고 회류성 어류는 자취를 감췄다"면서 "(물을 정화하는) 저층생물이 감소하고 오염균이 증가하면서 생물의 다양화를 막고 제 2의 오염원까지 낳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일보>는 "타이후 호수 연안은 녹조가 심해 물고기가 전혀 잡히지 않는다"면서 "연안에서 호수 안쪽으로 수 km 들어가야 어획을 할 수 있지만 잡힌 물고기에서 화공약품 냄새가 진하게 난다"고 보도했다.

후웨이핑(胡維平) 중국과학원 지리호수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녹조 현상은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다"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오염이 심각한 하천과 호수에서 자주 발생한 재난의 연장선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가속된 부영양화에다 올해 들어 낮아진 호수 수위와 25년 이래 최고에 달한 수온으로 대규모 녹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 연구원은 "녹조 현상은 4월부터 기미를 보였다"면서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앞으로 5개월 동안 녹조가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공장폐수와 생활폐수가 버려져 오염된 양쯔강의 한 지류. 양쯔강의 오폐수 배출량은 황허 전체 강물의 황해 유출량과 비슷하다.
ⓒ 모종혁

생수 사재기에 음식 판매까지 금지... 해결 불투명

앞으로 몇 달 동안 식수를 마실 수 없다는 소문이 나돌자 우시 시민들은 생수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CCTV는 "우시의 모든 상점에선 생수를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면서 "한 대형 슈퍼마켓에선 평소 수백 상자 정도 판매되던 생수가 3000상자나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일부 지역이긴 하나 생수 값이 폭등하고 있다"면서 "본래 5위안(한화 약 600원) 하던 생수가 30위안(약 3600원)에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CCTV는 "일부 상점에서는 죽, 탕 같은 음식의 판매가 중지됐다"면서 "상하이, 난징, 쑤저우(蘇州) 등지에서 우시의 식수난을 돕기 위해 수만 상자의 생수를 급히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양웨이쩌(楊衛澤) 우시시 당 서기는 "어떠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겠다"면서 "양쯔강의 물을 유입해 타이후의 오염물질을 희석하겠다"고 말했다. 5월 31일엔 많진 않지만 우시에 단비가 내려 극심한 가뭄을 일부 해소했다.

타이후 오염과 녹조 현상의 해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타이후 뿐만 아니라 양쯔강 전역이 지난 수십 년 이래 최악의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데다 양쯔강의 수질 오염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작년 양쯔강에 배출되는 오폐수량은 300억톤을 넘어섰다. 이는 황허 전체 강물의 황해 유출량과 비슷한 수치다.

지금 중국은 해마다 10% 이상 급성장한 경제와 무분별한 산업화가 파괴한 자연 환경의 역습을 톡톡히 겪고 있다.

▲ 앞으로 수개월 동안 지속될 식수난을 우려한 우시 주민들은 생수 사재기에 나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생수 값이 폭등하고 있다.
ⓒ <양쯔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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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금세기 최대의 인공건조물인 중국 싼샤댐이 완공 1주년을 맞았다. 중국에서 가장 긴 양쯔강의 중상류 충칭시와 후베이성에 걸쳐있는 취탕샤·우샤·시링샤 등 싼샤(三峽)를 잇는 싼샤댐은 높이 185m, 길이 2309m, 너비 15m에다, 최대 저수량 390억 톤, 1일 발전량 예상치 1820만㎾(연간 847억㎾)에 달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4월 23~30일, 5월 16~19일 2차례에 걸쳐 충칭부터 싼샤댐 수몰지역 전역, 후베이성 이창 및 우한 등지를 현지 취재한 르포 4편을 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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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종혁
죽음의 하천 츠치커우 칭수웨시는 이미 죽음의 하천으로 변했다. 칭수웨시와 같은 양쯔강의 수백, 수천개에 달하는 지류는 오염된 물을 양쯔강에 그대로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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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 칭수웨시 유출구 바로 옆에 있는 식수원 1급 보호구 표지석.
ⓒ 모종혁
지난 18일 충칭(重慶)시 샤핑빠(沙坪?)구 츠치커우(磁器口). 중국 10대 전통마을 중 하나인 이 곳 중앙에는 사핑빠구 주민들의 식수를 책임지는 하천 칭수웨시(淸水溪)가 흐르고 있다.

칭수웨시와 양쯔강(長江)의 가장 큰 지류 중 하나인 자링(嘉陵)강이 만나는 유출구에서 기자는 썩은 물에서 풍겨나오는 역한 냄새에 급히 고개를 돌려야 했다. 충칭시 정부가 지정한 식수원 1급 보호구인 칭수웨시는 이미 썩어 죽음의 하천으로 변해 있었다.

충칭에서 가장 풍광이 아름답고 깨끗하고 맑기로 유명했던 칭수웨시가 검은 하천(黑河)으로 변한 것은 이미 20여 년 전이다. 칭수웨시 주변에는 수백 개의 작은 공장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조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공업 폐수는 정제되지 않은 채 그대로 칭수웨이시로 버려진다.

수십 만 가구에서 나오는 생활폐수도 마찬가지다. 날마다 3.3만 In³의 생활 오폐수가 바로 칭수웨시로 유입된다. 이런 칭수웨시의 물은 다시 자링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츠치커우에서 태어나 10여 년 동안 마을의 산수와 민가를 그려온 화가 야오수장은 "인간의 이기와 문명의 혜택이 츠치커우의 자연과 환경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그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칭수웨시 물은 츠치커우 주민들의 중요한 식수원이었다"면서 "공장들이 들어서고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서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이 바로 칭수웨시로 버려지면서 이제 칭수웨시는 재생 못할 썩은 하천으로 변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쩌건 충칭대학 교수는 "펑시허(彭溪河)를 비롯한 양쯔강 상류의 크고 작은 지류는 이미 오염이 심각해서 다시 재생시키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면서 "죽어버린 하천의 물은 그대로 양쯔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거대한 호수로 변한 싼샤댐 저수지에 흐름이 정체된 채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개혁개방 이래 1세대 해외 유학생으로 1980년 일본에 가 도쿄대학에서 환경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전에는 중국 내륙지역 최대 공업도시인 충칭에서 배출되는 공업폐수와 생활오수가 양쯔강이 흘러 내려가면서 일정한 자연 정화에 의해 오염도가 낮춰졌지만 싼샤댐이 들어서 뒤로는 양쯔강의 정화 능력이 완전히 상실됐다"면서 "조만간 길이 660㎞, 총면적 632㎢의 싼샤댐 저수지 전체가 죽음의 호수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4월 1999년부터 싼샤댐의 수질 변화를 연구해 온 수웨이췬 인민해방군 제2군의대학 교수는 "충칭의 오수 처리율은 20%에 불과하다"면서 "양쯔강에서 101종의 비휘발성 유기오염물질이 검출됐고 이 중 유기염소화합물, 페놀, 벤젠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양쯔강 상류 주변 주민들의 건강과 생태환경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안개가 삼켜버린 싼샤댐 싼샤댐 수몰지의 안개 출몰은 주민들의 기관지에 영향을 주고 안전한 선박 운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 모종혁

양쯔강 유역의 오폐수 배출량

년도

1999

2001

2002

2003

2004

단위(억t)

206.8

220.5

243.4

273.3

288.2

주: 1) 2000년도는 기록 없음. 2005년도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이미 300억t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됨. 

     2) 현재 양쯔강 오폐수 배출량은 황허 전체 강물의 황해 유출량 300억여t과 비슷한 수치임.

ⓒ 양쯔강보고서

죽음의 호수로 변하는 660㎞ 싼샤댐 저수지

2006년 5월 20일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에서 싼샤댐은 12년 6개월여에 걸친 대역사 끝에 준공식을 거행했다.

준공식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물론 싼샤공정건설위원회 주임을 겸임하고 있는 원자바오 총리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은 채 10분도 안 되어 끝났다. 그 날 준공식에는 싼샤댐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정계 은퇴 후에 싼샤댐 추진과정과 막후 이야기 등을 일기 형식의 저서로 펴냈던 리펑 전 총리도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 국영 CCTV는 준공식을 현장 중계하면서 싼샤댐 건설회사인 창장(長江)싼샤공정개발총공사 리융안 총경리와의 인터뷰, 싼샤댐 프로젝트 추진과정 등을 10여분 동안 방영했다.

높이 185m, 길이 2309m, 너비 15m, 최대 저수량 390억 톤, 최고 수위 175m, 1일 발전량 1820만㎾(연간 847억㎾), 총 공사비 약 300억 달러(약 27조3000억원)…. 만리장성 이래 2300여년 만의 최대 역사(役事),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운 세계 최대의 댐…. 양쯔강 중상류 유역에 거주하는 2억2천만 명 주민들을 홍수로부터 해방시키고 고질적인 전력난을 해소하며, 낙후된 중국 서부지역에 부흥시킬 물류혁명의 주축을 담당할 금세기 최대의 인공건조물…. 어떤 찬사로도 부족할 싼샤댐의 완성치곤 초라한 준공식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16일 CCTV는 흥미로운 프로그램 한 편을 30분 동안 내보냈다. 핫이슈의 중심인물을 직접 만나 인터뷰 하는 '뉴스회견실'(新聞會客廳)이 만난 사람은 옹리다. 상하이에서 태어나서 1978년 이래 중국 수리부 양쯔강수리위원회에서 직무를 시작한 그는 최고직책인 국장을 역임한 뒤 '양쯔강포럼' 의장으로 일하고 있다.

일생을 양쯔강에서 생활하고 양쯔강을 연구해 온 옹 전 국장은 CCTV와의 인터뷰에서 "싼샤댐이 주변 일대 생태환경에 주는 심각한 부작용은 존재한다"면서 "싼샤댐 완공 이후 싼샤 저수지와 양쯔강 중류의 수온과 기후는 이미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중국 수리부와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이 공동으로 조사, 작성하여 4월 14일 출판한 <양쯔강 보호 및 발전 보고서>(長江保護與發展報告, 이하 '양쯔강보고서')의 책임 편집자이기도 한 옹 전 국장은 "작년 여름 충칭과 쓰촨(四川)에서 발생한 100년 이래 최대의 이상 고온 및 가뭄 현상이 싼샤댐과 분명히 일정한 연관이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싼샤댐으로 인한 기후와 환경 변화는 범위가 그리 크지는 않다"면서도 "지난 1년간의 데이터를 가지고 당장 결론을 내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앞으로 계속 관련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瞭望東方周刊
기상이변의 원인 작년 여름 충칭과 쓰촨은 100년 이래 최악의 이상고온과 가뭄 현상을 맛보았다. 왕홍치는 이것이 싼샤댐으로 인해 생기는 나무통(木桶) 효과에 따른 것이라 주장했다.
ⓒ 瞭望東方周刊

고온·가뭄 등 기후와 지질구조도 변하여 위험 증폭

작년 7, 8월 충칭과 쓰촨 동부지역은 연일 계속되는 기온이 41~45도를 오르내리는 이상 고온으로 100년 이래 최대의 가뭄 피해를 겪었다. 충칭의 대부분 지역은 40일 이상 가뭄이 지속됐고 퉁난(潼南), 펑수이(彭水) 등 14개 구, 현에서는 70일 안팎, 우시(巫溪)에서는 무려 90일 이상 가뭄이 지속됐다.

이에 재야 지리기상학자 왕훙치는 "충칭의 이상 고온 현상은 싼샤댐 건설이 가져다 온 나무통(木桶) 효과에 따른 것"이라며 "싼샤댐이 쓰촨 분지의 냉방기 역할을 해온 산림지와의 거리를 떨어뜨린데다 쓰촨분지의 함몰 정도를 깊게 만들어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은 "충칭과 쓰촨 분지는 중국 내에서도 가장 특수한 지리지형을 지니고 있다"면서 "본래 양쯔강의 물기운은 하류와 저층지대에서 싼샤 협곡으로 들어오는데 이러한 대기 순환의 흐름마저 싼샤댐이 가로 막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왕의 이런 주장은 중국 언론매체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양쯔강 중상류의 가뭄이 지속되고 4월부터 충칭에 35도에 가까운 이상 고온이 엄습하면서 왕의 주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레이헝순 충칭대 명예교수이자 충칭시 고문은 싼샤댐이 가져다 줄 또다른 재앙을 경고한다. 그는 제7, 8기 전국인민대표회의 대표를 역임하면서 1992년 4월에 통과된 싼샤댐 프로젝트 논쟁의 한 복판에 서 있었다.

싼샤댐 건설안은 당시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투표 참가자 2608명 가운데 1767명만이 찬성하고 33%에 이른 841명이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전인대 역사상 가장 많은 반대표와 기권표가 나온 결과로, 지금도 그 기록은 깨어지지 않고 있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레이 교수는 "싼샤댐 저수지의 지질 구조는 매우 부서지고 파괴되기 쉽다"면서 "오늘날에도 지형 구조의 변화는 지속되어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싼샤 지대에서 싼샤댐이나 수몰지 연변 도시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레이 교수는 "싼샤는 히말라야산맥의 조산 운동에 따라 형성되었다고 하지만 그 때만 해도 중국에서 가장 높은 지대는 히말라야가 아닌 싼샤 일대였다"면서 "싼샤댐에 담겨진 총 저수량 390억 톤에 달하는 거대한 물은 지질 구조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염의 원인 중국정부는 싼샤댐 수몰지 양쯔강변의 오염 유출공장을 모두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유해성이 큰 시멘트공장은 여전히 생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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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무너지고 지질 구조의 변화와 무분별한 신도시 건설, 도로 개설 등으로 토사가 양쯔강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러한 토사가 상류에서 떠내려 온 진흙, 쓰레기와 더불어 싼샤댐에 쌓이면서 싼샤댐의 홍수예방과 발전생산 기능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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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대형댐을 반대한 이들이 옳음을 증명한다"

1950년부터 평생을 충칭에서 지내면서 30년 가까이 싼샤댐 관련 지역에 대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해온 레이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양쯔강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양쯔강보고서'는 "싼샤 지대는 중국에서도 지질 재해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 중 하나"라며 "이주 사업에 따른 신도시 건설과 싼샤댐 수위가 점차 상승하면서 지질 재해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쯔강보고서'는 "2003년 싼샤댐이 저수를 시작한 이래 싼샤 지대에서 지진 활동은 현저히 증가했다"면서 "싼샤댐 일대에서 기반이 붕괴되거나 산사태가 일어나는 곳만 해도 4719곳에 달하고 그 중 627곳은 싼샤댐의 수위 상승에 따른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우산(巫山)현에서 만난 량츠웨이(47)도 "현 내에서 2004년 3층 건물이 붕괴되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고 2005년에는 산사태로 여러 가구가 매몰되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신도시가 지반이 불안정한 산변에 급조되면서 계속 붕괴사고가 일어나지만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도 단 한 차례도 보도되지 않는다"면서 "고지대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고층건물 바로 밑에 사는 주민들은 극도로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싼샤댐 건설의 가장 큰 목적인 홍수 방지에도 점차 회의가 일고 있다. 지난 2001년 사망한 중국의 대표적인 수리학자인 황완리 칭화(淸華)대학 교수는 "싼샤댐의 담수량이 많다고 하지만 양쯔강 전체 유량의 4% 정도에 불과해서 홍수조절기능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양쯔강 상류에서 내려오는 토사가 매년 1억t 가량의 쌓이면 오히려 댐 기능은 상실되고 대홍수까지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이라고 지적했었다.

'양쯔강보고서' 또한 "싼샤댐이 홍수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싼샤댐 건설이 양쯔강 중하류의 흐름을 변동시켜 양쯔강 및 지류, 호수의 축적과 분산 역학 관계에 영향을 주어 홍수를 예방 조절하는데 더욱 애로점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황 교수는 1957년 황허(黃河) 중류의 싼먼샤(三門峽)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반대하다가 마오쩌둥에 의해 우파로 몰려 박해를 받았었다.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싼먼샤댐이 댐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실패하여 그의 주장이 정확했음을 증명했다.

1992년 1월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회의석상에서 당시 80대 고령의 장광떠우 중국공정원 원사이자 중국수리학회 부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호소하며 역사에 경종을 울렸다.

"1950년대 싼먼샤댐 건설시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형댐 건설을 찬성하고 극소수의 사람들이 반대했다. 지금 반대했던 사람들이 맞고 찬성했던 사람들이 틀렸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싼샤댐을 건설해야 하는지 건설할 능력이 있는지 건설 이후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철저히 고민하고 토의해야 한다."

죽음의 호수 싼샤 협곡이 시작되는 취탕샤(瞿塘峽)의 물 흐름은 이미 정지되어 있다. 싼샤댐은 길이 660㎞, 저수량 390억 톤의 거대한 호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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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1년 전 르포] 축복-눈물 동시에 가져온 거대 역사

 

"한시도 딴눈 팔 새 없다" 중국 모든 증권사 영업소에는 목좋은 시황 단말기를 차지하기 위한 '구민'들간의 자리다툼으로 날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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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김태환(가명, 36)씨는 요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올해로 중국 거주 13년째인 그는 안정을 찾은 사업과 더불어 큰 수익을 내고 있는 중국 주식 투자 덕택에 귀가길이 행복하다.

김씨는 "작년 6월 중국인 아내가 산 상하이 A주 주식 4만 위안(한화 약 480만원) 어치가 3배 가까이 수익을 냈고 올 1월초 직접 매입한 상하이 B주 주식도 10만 위안(약 1200만원)이 지난 달 말부터 급등하면서 2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중국 주식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실제로 투자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펀드 투자가 아직은 다수이지만 직접 투자를 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4월 18일 연합뉴스는 재중 한국인들 사이에 불고 있는 '바이차이나' 열풍을 소개했다. 연합뉴스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코리아타운인 시타(西塔)의 한 은행 지점은 같은 달 10일 하루에만 868만 위안(약 10억4000원)에 달하는 펀드를 판매해 선양시 46개 지점 가운데 3위의 판매실적을 올렸다"면서 "놀라운 영업실적의 이면에 한국인들의 중국 증시 펀드 구매 열풍이 큰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북한에서 파견된 일부 무역회사의 주재원들까지 가세하여 여유자금을 중국 펀드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며 "북한 사람들도 연 2% 안팎의 은행 이자보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중국 증시 펀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일 신고가 갱신!" 상하이 B지수는 4월 말부터 한 달도 되지 않아 50% 이상 급상승했다.
ⓒ 출처: 시나닷컴

▲ 선전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1만2000선을 돌파했다.
ⓒ 출처: 시나닷컴
이념을 초월하여, 남북한 사람들 모두 중국 증시로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중국 주식시장에 중국에 거주하는 남북한 사람들도 몸이 달았다. 지난 17일 중국 선전지수는 2.81%P 상승한 12011.08로 마감하여 사상 처음으로 1만2000선을 돌파했다.

외국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상하이 B주 지수의 상승률은 더욱 눈부시다. 상하이 B지수는 같은 날 무려 8.04%P나 오른 357.14로 장을 끝냈다. 4월 30일 230선을 넘어선 이래 한 달도 되지 않아 50% 이상 급상승한 것이다.

5월 들어 B주 시장이 연일 급등하는 데에는 지난 1분기 A주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은데다 A주 시장과 B주 시장 통합될 거라는 기대 심리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주식시장의 과열 양상을 염려하면서도 몇 차례의 조정 속에 연일 상승하는 증시의 과도기적인 시장구조를 통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B주 시장은 시가총액과 거래량에서 A주 시장의 5%에 불과하지만 향후 시장 통합 이후 개별 종목의 주가가 엄청나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위안화 절상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핫머니가 끊임없이 B주 시장에 유입되면서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조용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15일 주가 폭락 속에서도 B주 주식계좌의 신규개설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면서 "A주의 신규계좌 개설수는 30만개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B주는 5만6600개로 4월 이전의 하루 개설수 1000여개에 비하면 천문학적인 증가세"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들의 발걸음도 늘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5월 14일 기준 중국 펀드의 수탁액은 4조8000억원으로 전체 해외투자펀드 비중의 16.33%에 달한다.

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이 A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PCA차이나드래곤A셰어주식형펀드'도 엄청난 수요자가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외환은행은 당초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배정받아 지난 7일 판매를 시작했는데, 11일 오전 배정분을 모두 팔아치우고 고객의 요구가 빗발치자 추가로 44억원을 판매했다.

한국에서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해 중국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시대도 열렸다. 굿모닝신한증권은 18일부터 선인완궈(申銀万國)증권과 제휴하여 중국증시 전용 HTS인 '굿아이 차이나'를 출시했고, 키움증권도 사우스차이나증권과 업무 제휴를 체결하여 6월부터 중국증시에 대한 직접투자 하는 HTS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 "A주 신규계좌 개설수는 줄어들었으나…." 외국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상하이 B주의 신규계좌 개설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상하이 증시 일평균 거래금액 (단위: 위안)

2005년

2006년

2007.1

2007.2

2007.3

2007.4

79억

240억

860억

776억

958억

1455억

ⓒ 재정경제부

한편에선 해외로, 한편에선 빈부격차에 주식증후군도

자국 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어들인 중국인들이 이제 홍콩 증시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지난 17일 <중국증권보>는 "홍콩 증시의 증권계좌 개설수가 수직상승하고 있다"면서 "5월 들어 개설된 신규계좌의 40% 이상은 중국인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인은 홍콩 H시장에 직접투자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신문은 한 홍콩내 증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투자자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한 입으로 H주를 사달라고 아우성친다"면서 "H주는 A주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이 적지않아 소리소문 없이 상승랠리를 질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증시의 과열 현상을 우려하는 중국정부도 해외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 은행관리감독위원회는 지난 11일 중국 상업은행들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해외투자적격 기관투자자'(QDII)의 제한 완화를 발표했다.

비록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해외주식에 투자할 수 없고 5% 이상은 한 종목에만 투자 못하도록 제한했지만, 중국인들은 은행에서 판매될 상품을 통해 해외증시 펀드에 투자할 기회를 갖게 됐다.

이에 중국 내에서는 주식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칭시 시난(西南)증권 위베이루(?碑路)영업소에서 만난 양리(48)도 자신은 수익을 내고 있다면서도 "주변에 쪽박을 찬 이들도 적지 않다"도 말했다. 그는 "상장회사들이 무분별하게 실적 발표하거나 세력에 의한 주가조작도 난무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루머에 의해 투자를 하기에 큰 수익을 낸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후난성 창사시 타이양(泰陽)증권 황씽중루(黃興中路)영업소에서 만난 한 중년여성도 "아무런 준비없이 너도나도 증시에 뛰어드는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를 시작한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나나 주변 사람들이나 은행에 놔두는 것보다는 많이 벌지만 평균 10% 안팎의 수익을 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 투자를 할 목돈을 가지지 못하거나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상대적 허탈감도 클 것"이라며 "주식 때문에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 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 온 정신을 쏟는 '지우산주'(九三族)도 늘고 있다. 아침 9시 증시 개장에 맞추어 일찍 객장에 '출근'하여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한 뒤, 먹고 자면서 시황 변동에 신경을 집중하는 '구민'(股民, 주식투자자)들의 무질서와 쓰레기 방치로 각 증권사 영업소들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들은 오후 3시 폐장 되면 마음이 황망해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주식증후군'을 앓고 있다.

▲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들은 객장에서 자기가 차지한 단말기를 결코 남에게 내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객장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 모종혁

중국경제 2007년 1분기 주요경제 지표

 

성장률(%)

무역수지

(억달러)

FDI

(억달러)

M2증가율

(%)

CPI상승률

(%)

투자증가율(%)

소비증가율(%)

2007.1

11.1

158.8

51.8

15.9

2.2

-

-

2007.2

238.0

45.3

17.8

2.7

23.4

14.7

2007.3

68.7

61.9

17.3

3.3

23.7

15.3

ⓒ 재정경제부

파죽지세의 상승지속인가, 버블붕괴의 도래인가

중국 '구민'들의 묻지마 투자와 고삐 풀린 중국 증시의 상승세에 국내외에서 우려 섞인 경고도 늘어나고 있다.

장화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중국 주식시장이 버블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자국통화 강세,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 외환보유고 급증, 높은 실질성장률과 낮은 금리, 넘치는 유동성,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이벤트 그리고 투자자들의 광기 등 버블 형성의 요소를 교집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국가가 현재의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과거 한국 증시의 궤적을 유추해 보면 상하이 A주 지수는 5000을 넘어 6000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잔치의 즐거움보다는 잔치 후의 뒤처리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김태주 재정경제부 주상하이 재경관이 한국에 보낸 보고서에도 "향후 중국정부가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1~2개월 내에 A주 지수가 5000선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며 "버블 가능성이 제기되는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급등은 중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의미하고 이에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재경관은 "중국 증시가 조정과정 없는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중국 경제의 경착륙 촉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주식거래액의 80% 이상이 개인투자이고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은행 또는 사채시장에서 조달된 상황에서 증시의 버블붕괴는 개인파산, 금융기관 부실확대, 경기위축 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주장에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과열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덩티순(鄧體順)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A주의 1분기 주당 순익증가율은 82%로 어닝 서프라이즈가 발생했을 뿐"이라며 "지금은 고평가된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덩은 "중국정부가 주식차익에 대한 자본소득세 징수 등 주식시장 과열을 잠재우기 위한 강도 높은 억제책을 가을철까지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중국 증시가 비이성적인 단계에 들어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후베이증권 한커우(漢口)영업소에서 만난 마순준(53)도 "언론에서 주식투자 성공기와 고수들의 활약상이 난무하고 주변 사람들이 주식으로 재미를 봤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상 중국인들의 투자 열기는 결코 식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뒤늦게 시장에 참여할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만큼 이익을 보기 위해서,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내지 못한 사람들은 남들만큼 벌기 위해서, 시장에 뛰어들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은 장밋빛 거시경제와 올림픽까지 상승하리라는 믿음 속에서 투자를 그만 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푸춘(范福春)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은 "모두 즐거울 때 정신을 차려야 한다"면서 버블 붕괴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주식의 단맛을 본 중국인들에게 이런 경고가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6000선까지의 파죽지세 상승인가, 버블붕괴로 인한 악몽의 도래인가. 세계 4위의 경제, 세계 2위의 증시를 지닌 중국과 1억 '구민'들의 행보에 전 세계가 숨죽이면서 지켜보고 있다.

▲ 변화무쌍한 주가 시세만큼 '구민'들 또한 일희일비하고 있다. 중국 증시와 '구민'들의 움직임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모종혁
본 기사는 지난 18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이전에 작성, 송고되었음을 밝힙니다.
▲ 거칠 것 없는 황소 '중국 증시'. 조정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하자 증권사 객장에 몰린 '구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 모종혁
"2007년 신비로움에 충만한 올 한 해,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고, 모든 가능성도 우리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이 한 해.
생활에서, 꿈속에서, 현실에서, 주식시장에서..
아마도 날마다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
아마도 매 장마다 주인공이 되는 꿈이 실현되는,
아마도 하나의 씨앗이 발아되어 개화되는 결과가,
새로운 함의와 계시를 받아 모두에게 생명력이 부여된다네.
난 이미 보았네, 5000선을! 우리 모두 환희의 노래를 부르세!"
- <중국증권보> 투자자 게시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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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①] 거품 내며 끓어오르는 '대박'의 꿈

지난 16일 중국 증시는 조정을 받은 지 하루 만에 반등했다. 상하이 A주 지수는 전날보다 2.23%P 오른 3986.04로 마감했고, 상하이 B주 지수는 6.4%P나 급등한 330.57로 장을 마쳤다. 전날 5월 들어 줄곧 이어진 중국정부 고위관리들의 경고와 외국계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의 조정예측으로 급락한 주가는 거품 가능성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다시 상승의 탄력을 다졌다.

같은 날 오후 충칭시 한 좌석버스 안에서 만난 장웨이(29)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3월 중순 민셩(民生)은행의 주식을 3만 위안(한화 약 360만원) 매입했다는 그는 "이달까지 27~28%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기뻐했다.

장은 "어제 14.7위안의 최고점에 도달했는데 교외에 출장을 나가는 바람에 매도를 하지 못했다"면서 "내일쯤 다시 최고점 가까이 이르면 팔아치우고 다른 주식으로 갈아 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투자를 선호한다는 그는 "수익분을 찾아 사고 싶었던 노트북을 구입하는데 보태고 원금은 다른 금융주를 매입해서 두세 달 묶어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 거침없는 상승세, 지난 2년 간 상하이 A주 지수는 4배가 올랐다.
ⓒ 출처: 시나닷컴

▲ 외국인도 살 수 있는 B주 지수는 상승세는 더욱 거세다. 지난 2년 간 6배 이상이 오른 상하이 B주 지수.
ⓒ 출처: 시나닷컴
조정을 하루만에 반등시킨 '구민'의 투자열기

날마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국 주식시장 덕분에 일부 '구민'(股民, 주식투자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주식 투자로 돈방석에 앉았다는 전설같은 성공기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제 중국인들은 두 사람이 모이면 주식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자신의 주식 투자경험을 소개하면서 상대방이 지닌 투자기법과 알듯 모를 듯한 내부정보를 캐내기 바쁘다.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 중위안(中原)증권 상청루(商城路)영업소에서 만난 량궈칭(62)은 "작년 10월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며 "주로 TV나 신문에서 추천하는 종목 주식을 주로 사고 되파는데 2배 가까이 수익을 냈다"고 자랑했다.

그는 자신의 성공담 때문에 주변에 적지 않은 친구들이 주식에 손을 댔다며 "투자시 필요한 단말기 사용법을 배우고 투자관련 정보를 깨내기 위해 뒤늦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객장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도 "요즘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알고 지내는 이웃끼리 만나면 온통 주식 이야기만 나눈다"면서 "주식으로 누구는 얼마를 벌고 누구는 여행을 다녀오고 가전제품을 샀다는 얘기에 나도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증권사에서 신설 계좌를 열고 다시 은행에서도 통장 개설을 연다는 것이 너무 복잡하고 생소했다"면서 "지금도 매입한 주식 종목을 어떻게 팔고 다시 다른 종목으로 사야 하는지 스스로 처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 화홍(華弘)증권 난따제(南大街)영업소에서 만난 위홍(56, 여)도 날마다 객장으로 '출근'하면서 현장 정보를 캐내기 여념이 없다. 10년 전에 다니던 국영기업에서 정리해고 된 그는 "올 설날에 모인 친척들의 주식 투자기를 들은 뒤 주식 투자에 나섰다"며 "뒤늦게 뛰어든데다 객장에서 정보를 얻는 것 외에는 달리 투자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위는 "혼기를 앞둔 아들의 결혼자금으로 은행에 저축했던 6만 위안(약 720만원) 모두를 인출해 두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며 "주로 객장에서 얻는 구전 정보로 투자를 하기에 불안감도 있다"고 토로했다.

▲ "여긴 컴퓨터 강습학원이 아니랍니다." 시난증권 위베이루영업소의 목좋은 개인 컴퓨터룸을 차지하기 위해 개미 투자자들은 아침 일찍 영업소로 나선다.
ⓒ 모종혁

▲ 대학생 투자자들의 투자금 출처. A: 개인 아르바이트 충당, B: 1년이상 저축예금, C: 부모님에게 타낸 돈, D: 친척, 친구에게 빌린 자금, E: 은행 대출, F: 기타.
ⓒ 출처: 생활신보
대학생들도 불나방이 되어 주식시장으로!

지난 1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젊은 직장 여성들이 '주식 투자'라는 새 트렌드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무역회사 비서로 일하면서 주식 투자를 하고 24세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젊은 여성들이 유행에 뒤지지 않기 위해 묻지마 주식 매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우시준 상하이시틱증권 지점장은 "주식 투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면서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4월 27일 <생활신보>가 윈난(雲南)재경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 중 10% 이상이 현재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증시에 뛰어들 의사가 있는 학생도 무려 45%에 달했다.

주식시장에 뛰어난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26%)나 저축(10%)으로 투자금을 마련하지만, 42%가 부모에게 투자금을 타내고 8%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2%는 대출까지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순수한 투자 목적을 지닌 이는 소수이고 대부분 단기간 수익을 내기 원한다"면서 "대학생들의 투자성향이 높은 위험을 지닌 종목에 관심을 두고 단기 매매에 주력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11일 <청두(成都)상보>는 두 대학생 주식 투자자의 암울한 뉴스를 전했다. 난징(南京)대학 학생인 저우(周)아무개는 "4월 부모가 새집을 사기 위해 반생동안 모은 30만 위안을 몰래 은행에서 찾아 모두 주식 매입에 써버렸다"면서 "매입한 종목이 10% 이상 떨어져서 지금까지 부모에게 얘기도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의 리(李)아무개는 "3월 부모가 학비와 생활비로 보내준 8000위안 가운데 7000위안을 주식 매매에 썼다"면서 "지금까지 이번 학기 등록도 못한 채 매끼마다 죽과 만두로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치차이(朱啓才) 윈난재경대학 구역발전연구소 소장은 "주식시장의 활황세를 이어가면서 일부 대학생들이 아무런 준비없이 주식시장에 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위험 부담이 큰데다 대학생들은 시장과 종목 분석력이 높지 않고 투자를 할만한 경제적 능력도 없다"면서 "준비와 대책 없는 투자는 학생들의 심리를 극도로 불안케 한다"고 말했다.

▲ 부녀가 함께 증권사 영업소에 나와 종목 시세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 모종혁

중국 주식투자(위탁+펀드) 계좌수 <단위 : 만 개>

 

1월말

2월말

3월말

4월말

5월10일

계좌수

8196

8323

8725

9394

9548

증가분

342

127

402

669

154

일 평균 증가분

17

9

18

30

51

ⓒ 재정경제부
사망하고.. 쪽박차고.. 투자열풍 속의 그림자

주식 광풍 속에 피해를 입기는 일반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3월 6일 <동팡왕>(東方網)은 "2월 27일 중국 증시가 대폭락하자 상하이 하이퉁(海通)증권 객장에서 올해 58세의 양(楊)아무개가 충격을 받아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동팡왕은 또한 "우한(武漢)에서는 송(宋)아무개가 하루만에 1만8000위안을 날린 뒤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급성응급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집을 전당포에 저당 잡히고 고리의 돈을 빌려 주식에 손대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중국 금융당국이 주식투자를 위한 은행대출을 전격 금지하면서 나타난 현상인데, 궈진산(郭金山) 베이징전당포협회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식시장 활황과 연관되어 부동산의 저당업무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양융(楊永) 징청화샤 전당포점 사장은 "올 2월부터 거의 날마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는 고객들이 줄을 잇는다"면서 "주택저당이 반년 전에 비해 70% 이상 늘고 고객의 30% 이상은 주식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청두상보>는 "지난 1월 난징에 사는 70여세의 자오(趙)아무개는 자신의 부동산을 전당포에 저당잡아 6만 위안을 빌려 주식을 샀다가 2월 27일 대폭락을 경험하면서 투자금 모두를 날리고 손절매해야만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자오는 그 뒤 다시 전당포를 찾아 자식들 부동산까지 저당 잡아 돈을 빌리려다가 거절당했다"면서 "언론에서 난무하는 일부 주식투자를 통한 성공신화가 일반인들의 도박심리까지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중국 주식시장의 투기성과 후진성을 경고해온 우징롄(吳敬璉)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전 국민이 주식 투기에 나서는 지금 상황은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투자 정보에 어둡고 판단력이 모자란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돈을 빌려서 하는 투자는 특히 금물"이라며 "지금의 주식 투자열풍은 극히 비정상적"이라고 개탄했다.

하지만 오늘도 중국인들은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을 개사한 '주식의 노래'를 부르며 객장으로 나서고 있다. 돈이 종교인 중국인들에게 어떤 고언도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起來, 還沒開?的人們! (일어나라, 아직 주식계좌를 개설하지 않은 사람들이여!)
把?們的資金全部投入誘人的股市! (너희들의 자금을 전부 매혹스런 주식시장으로 던져 넣어라!)
中華民族到了最?狂的時刻, (중화민족에게 가장 광분스런 시간이 다가왔으니)
每?人都激情地發出買入的吼聲! (온 사람들이 주식을 사면서 외치는 격정의 울부짖음!)
快漲, 快漲, 快漲! (빨리 올라라, 빨리 올라라, 빨리 올라라!)
我們萬衆一心, 懷暴富的夢想, 錢進!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벼락부자의 꿈을 안고 돈을 향해 가자!)
錢進! 錢進! 進! 進! (돈을 향해 가자! 돈을 향해 가자! 가자! 가자!)
- 구거(股歌, 주식의 노래) 전문


▲ '불나방이 되어'. 오늘도 30만명의 중국인들이 증권사 영업소를 찾아 '구민' 행렬에 진입하고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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