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나요: 중국에 아들을 두고 온 탈북자

2006.07.10

주간기획, '어째됐나요' 이 시간에는 북한에서 함께 탈북한 5세 된 아들을 중국에 사는 조선족 남편 가족에게 맡겨 두고 홀로 남한에 입국했던 탈북여성이 천신만고 끝에 아이를 남한으로 데려갈 수 있었던 사연을 들어봅니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 중에는 자신이 먼저 안전하게 남한에 입국해 남한 국적을 취득한 뒤에 중국에 맡겨 놓은 아이를 데리고 갈 작정을 하고 자식과 뜻하지 않았던 생이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합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어 혼자 속앓이를 하다가 결국 탈북 브로커를 통해 자녀를 남한으로 데려 오기도 합니다.

탈북여성 최은숙 씨는 지난 2004년 남한 행을 위해 아들을 중국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최은숙: 또 3국을 돌아가야 하는데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길이고, 만약 일이 잘 안돼서 잡히기라도 하는 날에는 나 혼자 고생하는 것이 낫지 아이까지 고생할 수는 없잖아요. 또 만약 아이를 둘 곳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같이 떠났겠는데 남편이 있고 시부모님 가족들이 잘 봐주고 아이도 잘 놀고 있었으니까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던 것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당해도 나 혼자만 당하자는 것이고, 다른 것은 조건이 안 되니까...

 

최씨는 남한 입국에 성공한 뒤 2년 동안 중국에 있던 아들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습니다. 그는 조선족 남편과는 지난 2005년 국제결혼을 통해 남한에서 다시 합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아이는 중국에 남겨 둘 수밖에 에 없었습니다. 아들의 국적이 그때까지 북한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은숙: 미리 남편 자식으로 올리지 않은 것이 아니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내가 항상 함께 데리고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가짜 서류를 만들 필요가 없었잖아요. 서류를 만들자면 돈도 많이 들고, 가짜를 만드니까 아는 사람들에게 돈을 줘서 위조를 만들잖아요. 저는 3국을 통해서 아이를 데리고 올 줄 알았거든요.

 

최씨는 자신이 남한국적을 받은 뒤에도 중국에 있던 아들을 합법적으로 남한으로 데리고 올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최씨의 아들이 중국에서 불법체류 상태였기 때문에 중국 영토를 벗어날 때 필요한 중국 측 출입국사무소의 허가증을 받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의 아들은 서류상 중국에 입국한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출국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남편은 사증을 받기 위해 뒤늦게 아들을 자신의 호구에 올리는 가짜 서류를 만들었습니다.

 

최은숙: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힘든 일입니다. 호구에 올리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여기로 말하면 구청 같은 데서 올리는 것인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중국에서는 결국엔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잖아요. 위조로 해서 가짜로 한 것이 발견 되면 중국에서는 그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죠. 사정을 해서 이 아이는 한국에 데려 가면 끝나니까 아무 문제없이 넘어 갈 것이니까 해달라고 사정을 해서 된 것입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친 뒤 최씨는 중국으로 가서 아들을 데리고 올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들을 남편이 낳은 자식으로 해서 입양형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아들을 남한으로 무사히 데리고 온 뒤 바로 남한조사 기관에 가서 북한 국적의 아들을 중국에서 데리고 왔다고 자신신고를 했습니다.

 

최은숙: 그것으로 들어와서 그대로 있으면 내 아들이 안 되고, 남편의 아이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한국에 들어와서 제가 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여기 형사님도 예전에 제가 말을 해서 내 사정을 아시고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그런 사실을 다 얘기 했으니까 중국에서 한국까지 오는 과정은 위조여권으로 넘어왔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에서 남한에 입국한 그 수속대로 하면 중국에서 넘어온 아이 밖에는 안 됩니다. 제 아들이 안되고 북한 아이도 안 되고요.

 

모든 일이 잘돼서 이제 당장 아들과 함께 지낼 수 있을 것으로 알았던 최씨는 아들을 조사기관에 남겨 두고 나와 다시 한 달여간 생이별의 고통을 맛봐야 했습니다.

 

최은숙: 길게 잡아서 3일정도면 일이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넘고 이주일이 넘고 해서 제가 전화를 하니까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고... 왠지 아이 걱정이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이에게 이렇게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도 안했는데, 아이가 충격을 받을 수 있잖아요. 아이가 엄마가 날 또 이런데다 버렸구나, 그런 생각을 해서 충격을 받을 것도 같고. 제가 조사 받으러 가니까 아이가 진짜 우울해져 있더라고요. 자기가 엄마 보고 싶어서 매일 울고... 하여간 우울해서 말도 잘 안하고 그랬어요. 중국에 두고 왔을 때는 내가 아무 때나 전화를 하면 통화도 할 수 있고 했는데 여기 데려다 놓은 것이 짧은 순간이었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고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이제 어느 정도 한시름 놨다는 최씨는 아들과 함께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최은숙: 중국에 한 1년만 더 놔뒀으면 완전히 중국 아이가 될 뻔 했어요. 지금도 조선말 보다 중국말을 더 잘하거든요. 조선말은 꺽이면서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데 중국말은 굉장히 잘해요. 일단은 내가 제일 많이 신경을 써서 바라던 일이 풀렸으니까 마음도 편하고 내 옆에 있고 내 자식 내손으로 만질 수 있고 밥도 해 먹일 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최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을지 모르는 다른 남한입국 탈북자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한 가지를 말했습니다.

 

최은숙: 저는 머리가 늦게 돌아서 시간이 늦어진 겁니다. 우리가 하나원에서 교육을 다 받고 집 받아 가지고 나오면 그때부터 바로 국제결혼 수속이 가능합니다. 한 4개월 정도면 국제결혼 수속도 끝나니까 중국에 있는 남편을 데리고 올 수 있죠. 남편이 나오고 저 같은 상황이라면 남편호구에 아이를 올리고 남편이 국제결혼해서 한국에 들어오면 제가 바로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남편 아이를 입양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 사증이 2주정도면 바로 나옵니다. 저는 머리가 늦게 돌아서 다른 길을 찾고 하다 보니까 시간이 걸렸는데 7개월에서 1년 정도면 남편하고 아이가 다 올 수 있습니다.

 

한편 국제결혼의 경우 남한 국적자와 혼인한 상태로 2년 이상 계속해서 주소가 있는 사람이 귀화허가를 받아 남한 국적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법적문제로 고민하는 탈북자들은 대한변호사협회로 전화만 하면 탈북자 법률지원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워싱턴-이진서

자유아시아방송: http://www.rfa.org/korean/features/what_happened/2006/07/10/choi_eun_s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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