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12악방. 아직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악방(樂坊)이란 말도 좀 낯설다. 중국 당나라 때 궁중음악을 하던 팀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2001년 중국에서 결성된 이들이 우리에게 뉴스거리로 다가왔던 것은, 다인조 그룹의 기획상품 중 하나였다는 정도일까.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달랐다. 일본에서 아시아 아티스트로서 밀리언셀러 기록을 지닌 것은 중국의 '여자 12악방'과 한국의 보아뿐이다. 2001년 나온 [Beautiful Energy] 앨범은 일본에서 발매되자마자 오리콘 차트에서 무려 20주간이나 1위를 지켰고, 4개월 남짓한 기간에 200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며 ‘일본에서 가장 빨리 200만장의 앨범이 팔린 중국 그룹’이 되었다.
곧이어 여자 12악방은 미국에서도 [Eastern Energy]라는 이름으로 데뷔 앨범을 발매했고 빌보드 차트 ‘Hot 200’에 첫 등장하여 62위까지 올랐으며 지난 2005년 제47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최우수 신인상과 최우수 월드뮤직 앨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이제 아시아를 넘어 미국을 비롯한 서양으로도 뻗어나가려는 중이다. 이제 이들은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들고 한국에 상륙했다. 여자12악방은 과연 한국에서 ‘중류’를 형성할 수 있을까.
이들은 말 그대로라면 12명이어야 하지만 추후 1명의 멤버가 보강돼 13명으로만 구성되었다. 이번에 이들 중 6명 - 얼후(Erhu)의 순팅(孫?)과 잔리쥔(詹麗君), 비파(Pipa)의 장쿤(張琨), 디즈(대금, Dizi)의 순위안(孫媛), 양금(Yang Qin)의 마징징(馬菁菁), 구쩡(Gu Zheng)의 조우지엔난(周健楠)이 신보 및 베스트 음반 프로모션차 내한했다. 그전에 개인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여자 12악방으로는 처음 방한한 것이다. 이들은 일찍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다며 운을 뗐다. 
|
- 장쿤: 12라는 숫자는 중국에서 아주 길한 숫자예요. 그 좋은 숫자를 당나라 궁중음악 팀을 뜻하는 ‘악방’과 조합하면 좋은 이름이 될 것 같다는 것이 회사 사장님의 기획이었던 거죠. 그래서 중국의 유명한 음악 학생들을 중심으로 모집 광고를 냈죠. 수백명이 지원해 3차 시험까지 본 후 12명의 멤버가 형성된 것이에요.
|
 | - 조우지엔난: 수백 명이 지원해서 여러 팀으로 나누어 시험을 봤어요.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 사람들이라, 3차 테스트 중 맨 처음에는 클래식을 중심으로 전문적인 기술 같은 것을 테스트했고 개인적인 솔로 연주를 하게 했는데 현대 음악, 팝 음악을 제시하면서 느낀 대로 연주하라고 했어요. 그 테스트 후 한 40명 정도 남았을 때 화술이나 대화법, 인품 등 면접을 봐서 12명이 추려졌어요.
이들이 연주하는 얼후, 비파, 대금, 양금 등 중국의 전통악기이다. 악기라는 것은 한 나라의 음악, 넓게는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대금이나 해금을 들으면 바로 한이 서린 우리네 창하는 목소리가 떠오르지 않던가. 그래서 한국 악기나 전통 민요에 대해 아는지도 물었다.
 - 잔리쥔: (목소리가 쉬어서 아주 가느란 쇳소리로 대답했다) 목소리가 잠겨서 정말 죄송해요. 제 목소리를 듣는다면 네티즌들이 놀랄 거예요. (필자가 섹시하다고 하자 모두들 박장대소한다.) 사실 김치가 너무 좋아서 한꺼번에 많이 먹었는데, 그것때문인가 봐요. 맵지만 너무 맛있었어요. 제가 얼후 전공인데 비슷한 한국 악기로 해금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연주 방법이나 소리는 (얼후와) 다르죠. 해금의 소리는 한국 창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얼후 같은 경우는 반대로 중국의 창법과 어울리죠. 모양은 비슷하지만 음악 스타일이 다른 것 같아요. (각 악기들에) 민족적인 분위기가 담겨 있다고 할까요.
원래 어떤 음악을 좋아했는지 물었다. 그들은 고전 전통음악 말고도 댄스나 록 음악 같은 리듬이 강한 음악을 좋아하는 멤버도 있었다. 또 어떤 멤버들은 한국 드라마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이라며 아주 좋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한국 드라마들을 봤는지 묻자, 기다렸다는 듯 모두들 아주 수다스러워졌다. [가을동화], [겨울연가], [파리의 연인], [대장금] [인어 아가씨] 등... 영화도 많이 본다며 [내 머릿속의 지우개], [엽기적인 그녀] 등의 영화제목들을 줄지어 대답했다.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 음악이 너무 좋았다고. 그래서 한국 드라마 음악 모음집을 사기도 했다. 드라마를 통해서 한국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 조우지엔난: 고전 음악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중국에도 있어요. 하지만 중국 역시 수용층이 좁고 공연장에 가서만 들어야 하는 데에 아쉬움을 느꼈었어요. 저희는 최초로 전통적인 악기에 현대적인 음악을 가미한 음악을 했는데 그 결과가 10대부터 80대까지 모든 연령을 아우르게 되었어요.
|
- 장쿤: 연령층은 폭넓어서 10대 꼬마들부터 노인들까지 저희 음악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마 일본도 같은 동양권이어서 받아들이기 쉬운 점도 있었겠지만 일본은 특히 열심히 일하는 나라니까 거기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명상 음악이나 릴렉스되는 음악들이 2003년 일본에 소개될 때 유행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들의 음악이 그런 부분에 도움이 된 것 같네요.
|
 |
- 맞아요. 와이어 매고 찍었어요.
- CD 속지에 나온 사진 속의 유물과 유적에 대한 여행 가이드 같은 역할을 DVD가 할 겁니다.
- 순팅: 실크로드의 느낌처럼 동서양의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연결될 수 있는 이 이름을 택했어요.
 - 에너지란 ‘힘(power)’을 의미하잖아요. 저희들의 음악이 밝은 것이라 생각하는데, 대중들에게 그런 밝은 힘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 마징징: 지역이나 국가마다 다르게 발매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나가게 되는 것인데 요즘에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가 있으니 충분히 세계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겨울연가]의 주제가도 그렇고 ‘인연’도 그렇고 저희 악기로 연주하기 좋은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어요.
- 장쿤: 여자12악방이 고전에 현대를 가미하는 크로스오버를 했지만, 어떤 지역에 간다면 그 현지 음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들의 음악을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이해하면서 우리들이 추구하는 음악과 맞게 만들면 더 넓은 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인터뷰 전날 있던 어제 쇼케이스가 있었다. '아무래도 처음 오는 것이고 한국분들이 모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보신 분들이 열정적인 반응을 보여 주었다'고.
그리고 5월 20일 ~ 6월 4일, 10회 정도의 전국 순회 공연을 예정하고 있는데 이 공연의 컨셉은 베스트 앨범의 수록곡 중심으로 될 것이라고 귀뜸해 주었다. 몇 곡들은 한국에서 유명한 곡들을 연주하고 싶다고. 그때는 물론 13명 전원이 다 올 것이라고.
여자12악방은 앞으로 아주 바쁠 것 같다. 한국 공연 이외에도 5월에 미국 갈 예정이며. 5주년 기념 행사에 참가해야 한다고 한다. 7, 8월에 일본에서 26회 정도 공연이 잡혀 있다고.
 - 조우지엔난: 재즈 음악 좋아해요. 노라 존스도 좋아하고요.
- 순위안: 박지윤이나 비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 마징징: 힙합 좋아해요. 한국 댄스 음악 좋고요. 동방신기 잘 하더라구요.
- 장쿤: 송승헌이나 이병헌 좋아하고 다양한 음악을 좋아해요.
- 잔리쥔: 저희들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좋아해 주시길 바랍니다.
- 조우지엔난: 다음달 공연 때 뵙게 되기를 바라고요. 공연 때 즐겨주시면 좋겠네요.
- 순위안: 바쁘시겠지만 저희 음악에 관심 부탁드리고요 고전 음악에도 스타일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되실 거예요.
- 마징징: 저는 한국 음악을 참 좋아하는데 한국 분들도 저희 음악을 들으시고 중국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 장쿤: 오랫동안 지지해주신 팬에게 감사드리고, 특히 한국 팬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앞으로 좋은 기회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 순팅: 저희들 음악을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공연에 오셔서 정식으로 음악을 감상해주시길 바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