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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ABC방송, '연변의 탈북자들' 3부작 방영

 

자식 고아원에 맡기고 토굴생활… 여성·아이들은 인신매매꾼의 표적


◇중국 내 탈북자들의 비참한 생활을 고발한 미국 ABC방송 ‘나이트라인’의 3부작 특집프로그램 ‘숨겨진 삶’의 화면 일부./ABC방송 인터넷 웹사이트



미국 ABC 방송의 간판격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나이트라인(Nightline)’이 최근 탈북자들의 비극적 실태를 3부작으로 방영한 ‘숨겨진 삶(Hidden Lives)’이 미국민들을 울렸다.

ABC는 교포 다큐멘터리 감독 김정은씨가 중국내 탈북자들의 힘겨운 삶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그림자와 속삭임(Shadows and Whispers)’을 ‘�겨진 삶’이라는 새 제목 아래 3회로 편집해 방영했다.

지난 5일 첫회 방영에 이어 7일 2회, 그리고 마지막회가 전파를 타고 미국 전역에 방영된 12일, 나이트라인의 앵커 테드 카플(Koppel)은 “이 필름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잔인하고도 비참한 선택들을 목격했다”면서 “우리는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안다”고, 미국민들이 북한인과 탈북자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임을 촉구했다.

그는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은 ‘악의 축’의 일부분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바로 그 희생양들”이라고 말했다.

카플은 첫회에서, 이스라엘에서의 팔레스타인인(人) 자살 테러나 인도·파키스탄 분쟁 등 주목을 끄는 뉴스는 많지만, “이 탈북자들의 얘기야말로 우리의 가슴과 양심을 건드리는 소재”라고 소개했다.

나이트라인의 선임 프로듀서인 사라 저스트(Just)는 이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이것은 상상키 어려운 절망적 삶”이라며 “탈북자들은 굶어 죽느냐, 두려움 속에서 도망치는 삶을 사느냐라는, 어떤 인간들도 하기 어려운 선택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3회에 걸쳐 1시간30분 동안 방영된 이 필름의 주요 내용이다.

◆ 토굴의 이산가족
1년전 탈북한 김만수씨 가족은 연변의 산골에서 토굴을 파고 산다. 부인은 갓난 아이를 중국가정에 떼어보낸 뒤 여러차례 쥐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 두 딸도 고아원에 차례차례 보냈다. 도저히 먹이고 가르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5살짜리 아들도 고아원에 보내야 할 것인지, 김씨 부부는 고통스런 고민을 하고 있다.

김씨는 토굴에서 걸어서 1시간 떨어진 담배농장에서 일하고 받는 소량의 쌀로 연명하고 있다. 임금은 따로 받지 못한다. 토끼와 새 등 산짐승을 잡는 게 부업이다. 4개월만에 고아원의 딸들을 방문한 김씨 부부는 아들마저 그 고아원에 맡긴다. 난생 처음 가족 사진을 찍고 난 뒤, 김씨 부부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다시 토굴로 향한다. 김씨는 “붙잡힐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만 하다”고 말한다.

◆ 인신매매와 당국의 검색
순자씨는 인간밀매꾼에 붙잡혀 중국 홀아비에 팔아넘겨졌다가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나왔다. 그녀처럼 팔리는 탈북 여인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아이들도 인간밀매꾼에 붙잡히면 자식없는 가정에 팔린다. 아이 1명당 가격은 2000위안이다.

1년전 탈북한 현진과 수희 부부는 다섯살난 아이를 북에 남겨두고 왔다. 수희는 아이를 보고싶어 밤마다 통곡했다. 이 부부는 얼마전 돈과 식량을 빌려, 중국인 2명에게 아이를 데려와달라고 부탁했다. 그 중국인들은 일을 성사시키지도 못하고 오히려 현진 부부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현진은 “우리 삶은 짐승만도 못하다”고 말한다. 수희는 “북한에서 몇몇 사람들은 인육(人肉)으로 만든 소시지와 피로 만든 푸딩(pudding)을 팔다가 붙잡혀 처형됐다”고 말한다. 탈북자를 돕는 교회나 단체들은 중국 당국에 적발되면 처벌을 받는다.

◆ 방기(放棄)되는 어린이들
어린이들은 탈북자들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가족에 대해 물으면 “굶어 죽었다” “멀리 떨어져 있다” “뭐하는지 모른다”고 답한다. 천연덕스러운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서글프다.

10대 어린이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모험을 감수한다. 중국에서 구걸 등을 통해 번 돈으로 북한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다. 이런 어린이들은 국경을 넘을 때 꼬기꼬기 밀봉한 중국 지폐를 먹어 버린다. 붙잡힐 경우를 대비해서다. 나중에 대변과 함께 나온 그 ‘물건’이 그들의 ‘전리품’이다.
/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2002-06-13

:::관련기사:::
  '탈북자 실태 3부작' 제작 사라 저스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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