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미래 아이들 속에 있습니다>

기아대책(회장 정정섭) 홍보대사 정태우(24·영화배우)씨가 지난달 18∼26일 기아대책 후원자,자원봉사자 등 14명과 함께 모잠비크에서 8박9일 동안 빈곤 아동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돌아왔다. 정태우씨는 고등학생 때 기아대책 홍보대사로 임명돼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2000년에도 캄보디아 후원 아동을 방문했으며 매년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자선행사들을 마련해 후원금을 전달해왔다. 정씨가 모잠비크 봉사기를 본보에 보내왔다.

새빨간 모랫바람이 몰아치는 길을 9시간이나 달려 모잠비크의 작은 마을 마싱가에 도착했다. 우리를 처음 맞이한 것은 흥겨움이 넘치는 마을 주민들의 노랫소리와 춤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환영을 받고 이들이 우리를 얼마나 기다리고 반기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에서부터 50대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우리 자원봉사팀은 마을 사람들의 환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곧바로 화장실 건축과 페인트칠에 매달렸다. 그러나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렸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도 마을 사람들은 우리를 위해 분주히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었다. 저녁 만찬은 쌀밥과 처음 보는 반찬 세 가지. 기아대책 이상범 선교사님은 “선입견을 버리면 모든 것이 맛있어요”라며 먼저 익숙하게 손으로 먹는 시범을 보였다. 이 선교사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똑같이 갈대로 지은 흙집에서 자고 그들과 함께 먹으며 노래하고 예배 드리는 삶을 살고 있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남자들은 화장실 건축,여자들은 페인트칠을 맡았다. 어느새 주위에 호기심이 가득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아이들은 마치 보디가드처럼 우리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물도 가져다주고 노래도 불러주었다.

마싱가 마을의 아이들은 학교가 부족해 3부로 나누어 수업을 받았다. 중학교는 도 단위에 하나뿐이기 때문에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모든 교육이 끝난다. 작은 학교 하나를 짓기 위한 최소 비용은 우리 돈 1억원 정도. 그러나 1억원은 모잠비크 사람들에게 엄청난 액수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장단에 맞춰 현지 노래를 흥얼거리는 우리에게 이 선교사님은 “이 아이들은 여러분을 천사로 볼 거예요. 어느 날 갑자기 얼굴 하얀 사람들이 나타나서 같이 놀아주고,화장실도 지어주고,선물도 나눠주니 하나님이 자신들을 축복하기 위해 천사를 보냈다고 생각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마싱가에서 마지막 날. 아이들에게 티셔츠와 간단한 약품을 나눠줬다. 한국에서는 흔한 티셔츠가 이곳 아이들에게는 가장 귀한 옷이 되었다. 한국의 약국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간단한 연고가 이들에게는 기적이 된다는 말을 듣고 좀더 가져올 걸 후회하기도 했다.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에서 40분쯤 떨어진 콩골로티 보육원을 찾았다. 에이즈와 피부병,풍토병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뒹굴며 놀아주었다. 생전 처음 보는 즉석 카메라에 깜짝 놀라는 아이들,풍선으로 만든 장난감을 받아들고 기뻐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문득 내 모습을 떠올렸다. 스스로 강한 자라고 여겨온 이기적인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아프리카와 그곳에 있는 내 이웃을 돌아보며 다시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는다.

아이들 교육 외에는 모잠비크에는 희망이 없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이 모잠비크의 희망이 될 것이다. 서양 선교사들이 실패하고 떠난 모잠비크. 36년 동안 일제 식민지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우리가 그들의 친구가 돼야 한다. 우리의 작은 도움이 모잠비크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 일이 될 것이다   (기아대책 02-544-9544·www.kfh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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