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8-15 13:57:18  조회 : 56  추천 : 3
글씨크기 
"중국 갔다왔다고 자르고, 친척집에 얹혀 산다고 자르고, 이래서 자르고 저래서 삭감하고 도대체 한국에서 살라는건지 중국으로 되돌아 가라는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국적회복 중국동포 K씨)

최저 수준의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를 지급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생계비를 삭감하는 등 법 따로 현실 따로 엉터리 영세민 정책으로, 늙으막에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려고 국적을 회복한 중국동포들이 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뉴시스 8월5일자 보도>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정부가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국적회복법을 만들어 중국 거주 1948년 10월1일 이전 출생자에 한해 한국국적을 부여함에 따라 이 혜택을 받은 중국동포 400여명이 경기 안산시 원곡동, 선부동 일대에 거주하고 있다.

국적회복을 받아 한국에 정착한 중국동포들은 평균 연령 70세로 근로능력이 없는 고령이어서 대부분 영세민으로 지정받아 정부로부터 매월 27만~40여만원의 생계보조비를 받아 근근히 생활하고 있다.

이모씨(73)는 올 초 생활이 어려워 50일 동안 중국에 있는 자녀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귀국해보니 동사무소직원은 중국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매달 지급되는 생계비 32만원에서 6만원을 삭감했다. 이씨는 이후 생활비를 아끼려 먼 친척집으로 거처를 옮겼고 이 사실을 안 동직원은 26만원에서 10만원을 또 삭감, 고작 손에 쥔 것은 16만원.

조모씨(71.여)도 사정은 마찬가지. 조씨는 동사무소에서 매월 생계비를 받아 사글세방 임대료 20여만원을 내고 나면 겨우 20여만원 남짓 손에 쥔다. 근근히 끼니는 해결하지만 악화된 당뇨병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중국으로 돌아가 자식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고 오니 그나마 생계비가 잘렸다. 생활비가 끊긴 조씨는 다시 중국으로 되돌아갔다.

또 권모씨(77)는 부인이 중풍과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비싼 병원비로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들어가 치료를 받고 싶어도 생계비가 끊길까봐 출국할 엄두를 못내고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에는 장애인 아들과 산재장애인 딸이 있어 보고싶어도 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법 따로 현실 따로인 엉터리 현행 기초생활수급자 관련법 때문에 국적을 회복해 중국에서 돌아온 동포들은 조국으로부터 따뜻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갈수록 궁핍하고 찌든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국적회복 동포 이모씨는 "조국에 아무 이바지한 것도 없는 동포에게 법을 만들어 귀환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한다" 며 "기왕 이런 법을 만들어 혜택을 주었으니 생계비 삭감 걱정없이 중국을 오가며 질병치료라도 맘놓고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시 이두철 주민생활지원국장은 "러시아에서 영주귀국한 사할린 동포들도 질병치료차 노인병원에 가고 싶어도 생계비가 끊길까봐 가지 못한다는 불합리한 정책을 들어서 알고 있다" 며 "남은 여생을 조국에서 보내기 위해 돌아온 동포들이 이러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앞으로 시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동사무소를 통해 정확한 실태조사를 벌인 뒤 시가 매년 벌이고 있는 연말 불우이웃돕기 행사 '작은사랑 큰보람'을 비롯 기업 및 시민 후원을 통해 동포들이 편안히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여건이 된다면 공동주거문제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임덕철기자 ultra@newsis.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