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3 흑룡강신문
한국 인천에서 배 타고 산동성 위해항으로 입국

'원스톱 서비스' 도입, 이틀 전 통보하면 바로 통과

간단한 필기시험 거치면 6년짜리 현지 면허 내줘

세관 통과 땐 차에 짐 있으면 밀수 오해 ‘주의’


한국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만리장성의 서쪽 끝인 감숙성 자위관으로 향하고 있다. (photo 한중자동차문화교류협회)


산동성의 현지 생산공장과 한국 본사를 오가면서 비즈니스를 하는 S전자의 인 모(46) 이사는 지난 6월 말 한국 번호판을 단 승용차를 가지고 중국에 입국했다. 차량은 인천항에서 카페리에 실은 뒤 산동성 위해항에서 내려 여행 휴대품으로 통관 절차를 밟았다. 통관 절차는 생각보다 간소했고, 즉석에서 간단한 한글 필기시험을 본 뒤 6년 기한의 중국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을 수 있었다.

차량의 앞 유리창에는 중국 공안(한국의 경찰)에서 발급한 운행허가증을 부착했다. UN에서 세계적 청정도시로 선정한 위해시는 잘 포장된 도로와 깔끔한 건물이 파란색 바다와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인씨는 “위해·르자오 등에 흩어져 있는 여러 공장을 관리하려면 차량이 필수적인데도 중국은 렌터카 서비스가 발달되지 않아 그동안 불편했다”며 “한국에서 직접 내 차를 몰고 오갈 수 있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한국 경기도 수지에 사는 송수웅(41) 씨는 재작년 여름 위해에서 서안을 거쳐 서장까지 왕복하는 50일간의 자동차 여행을 다녀 온 뒤 서장에 대한 향수병이 생겼다. 해발 5000m의 고원에 마치 낙원처럼 펼쳐진 설산과 초원,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것.

송 씨는 “중국 자동차 여행은 정해진 일정대로만 움직이는 여행상품과 달리 언제든 멈춰 서서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코스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며 “통관 절차가 간소화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떠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내 차를 몰고 중국으로 떠나는 자동차 여행길이 활짝 열렸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입출경 관리방안’을 개정, 한국 관광객이 배편으로 차량을 중국에 반입한 뒤 곧바로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인천~위해(산동성) 간 카페리 항로에 우선 적용되고 있다.

일정만 잘 맞추면 올 여름 휴가를 중국에서 내 차로 여행하면서 보낼 수도 있다. 최소 4박 5일의 일정이면, 위해의 국제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청도에 들러 맥주를 한잔 마시는 자동차 여행이 가능하다.

현광민 한중자동차문화교류협회장은 “예전에는 중국에 자동차를 반입하고 여행 허가를 받는 데 두 달 이상이 걸렸지만, 지금은 이틀 전에만 통보하면 간단한 수속을 거쳐 곧바로 세관을 통과할 수 있게 됐다”며 “입국시 유효기간 6년짜리 중국 운전면허증도 발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지난 8월 15일까지 협회에서 위해 해변에 한국인을 위한 무료 오토캠핑장도 운영했다”고 덧붙였다.

'내 차로 떠나는 중국 자동차 여행'은 2003년 민간단체인 한중자동차문화교류협회가 첫 물꼬를 텄다. 현광민 회장과 회원들은 2003년 9월 4대의 차량을 가지고 인천항을 출발한 뒤 위해를 거쳐 신강자치구의 우루무치까지 실크로드를 자동차로 횡단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한국 등록 차량을 중국에서 운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 회장은 “당시에는 운행허가증을 들고 중국 국가체육총국, 해관총서, 인민해방군총참모부, 국가공안부, 국가여유국 등 5개 관계 당국을 찾아가 일일이 설득한 뒤 직인을 날인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한중자동차문화교류협회는 이후 서장, 백두산, 만리장성 등 다양한 코스로 중국 자동차 방문 행사를 이어 나갔다. 지금까지 30여차례에 걸쳐 300여명이 자신의 차량을 몰고 중국 땅을 밟았다. 이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한국 등록 차량의 중국 내 반입과 운행 절차를 간소화한 원스톱 서비스를 마련했다. 일반인도 관광 또는 사업 목적으로 자동차를 가지고 중국에 입국하기가 쉬워진 것이다.

그렇다면 내 차로 중국여행을 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

우선 출국 이틀 전까지 통관에 필요한 서류를 중국 관계부문에 보내야 한다. 한국에서는 한중자동차문화교류협회(www.newsilkroad.or.kr, 02)574-4088)가 이 업무를 대행해준다. 자동차등록증 사본 1부와 영문 자동차등록증(가까운 자동차등록사업소에서 발급 받을 수 있다)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협회에 제출하고 신청서를 작성한다.

수속 비용은 차량의 왕복운송료와 통관 비용, 현지 자동차보험료, 세금, 현지 운전면허증 발급 비용 등을 포함해 차량 1대당 65만~75만원(한화) 정도가 든다. 카페리의 여객 운임은 별도다. 30% 할인된(차량 운송시 적용) 이코노미 클래스 왕복요금이 1인당 15만4000원(한화)이다.

  
웨이하이시 장보고 동상.                백두산(장백산)이 표기된 도로 이정표.


인천~위해간 한·중 카페리는 주 3회 운행한다. 한국발은 월, 수, 토요일 오후 7시에 인천을 떠나 다음날 오전 8시(현지시각)에 위해에 입항한다. 그러나 차량을 가져갈 때는 토요일 출항을 피해야 한다.

배가 도착하는 일요일에 현지 공무원이 쉬기 때문에 당일 차량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발 카페리는 화, 목, 일요일 오후 6시에 위해를 출항해 다음날 오전 9시에 인천항에 도착한다. 카페리는 2만 6000톤급의 대형으로 배 안에 편의점과 노래방, 면세점 등을 갖추고 있다.

인천 국제여객터미널에 오후 3시 30분까지 도착해 세관에 차량을 맡기고 출국 수속을 마치면, 세관을 통과한 차량을 직접 몰고 배까지 갈 수 있다. 세관을 통과할 때 짐은 직접 휴대해야 하고 차량 내부와 트렁크에 남겨둬서는 안된다. 차량에 짐이 남아 있으면 밀수로 오해 받을 수 있다.

배가 중국에 도착하면 직원들이 차량을 세관 앞에 내어준다. 차량이 세관을 통관하는 동안 현지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중국은 국제운전면허증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지 면허가 필요하다. 한국 운전면허증을 가져가면 실기시험을 면제해주고 한글로 작성된 20문항의 간단한 필기시험을 거쳐 6년짜리 정식 면허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도로 지도는 현지 서점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숙소는 외국인의 경우 3성급 이상 호텔에만 투숙할 수 있는데 대부분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3성급 호텔의 숙박료는 여름 성수기의 경우 하루 5만원 정도이며 아침을 제공한다.

성수기에는 예약을 하는 것이 좋지만 성수기를 피하면 빈 방이 많기 때문에 여행 중 찾아가도 된다. 위해시의 경우는 별도 주차비가 없지만 다른 대도시는 별도 주차비를 내야 하는 곳도 있다. 호텔 내 주차장을 포함해 주차장은 대부분 정부에서 관리 운영하는데 하루 주차비가 약 한화 13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위해시는 도로망이 잘 갖춰져 있고 한국인이 3만명 이상 거주하기 때문에 중국 자동차 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안성맞춤이다. 시내 중심가에도 한글 간판이 즐비하고 한국 식당도 많다.

중국은 자동차 보급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운전습관이 거칠고 교통질서도 엉망인 경우가 많다. 보행자는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도로로 뛰어들고 운전자들은 주위를 잘 살피지 않고 차선을 변경한다. 사거리에서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거나 반대편 차선을 질주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럴수록 미리 조심하는 방어 운전과 양보 운전이 필수적이다.

큰 도로의 가장 우측 차선은 자전거와 우마차 전용도로이기 때문에 진입하거나 주·정차를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을 태우거나 내릴 때는 이면도로로 들어가 정차를 해야 한다.

길가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야영이나 캠핑을 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중국에서 승용차를 몰고 다니면 돈이 있다고 광고하는 것과 같다.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도시 지역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면 늑대, 곰, 여우 등을 만날 수도 있다.

중국은 고속도로는 물론 지방도로도 유료도로인 경우가 많다. 지방도로의 경우에는 곳곳에 ‘수금소(요금소)’가 설치돼 있어 이곳을 지날 때마다 1~2위안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고속도로는 이보다 비싸다. 그래도 한국의 고속도로 통행료보다는 저렴하다. 중국의 도로 확장 및 포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덕분에 도시와 도시를 잇는 대부분의 도로가 포장돼 있어 일반 승용차로도 여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

기름값은 휘발유 1ℓ당 600원 내외로 한국의 절반 이하의 수준이다. 기름의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 자동차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디젤유의 경우는 한국과 달리 섭씨 0, -10, -20, -30, -35도 등 기름이 어는 온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어져 있다. 예컨대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지역을 여행할 경우에는 -35 등급의 디젤유를 주유해야 한다.

최단기 여행 일정은 월요일 저녁에 출발해 금요일 아침에 돌아오는 4박 5일 일정이 가장 짧다. 한적한 위해의 청정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인근의 해신 장보고 기념관과 신라방 유적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골프장도 많아 골프를 즐기기에도 좋다. 위해는 한국내에서 수입되는 중국산 활어의 집결지여서 저렴한 횟집이 많다.

1인당 2000~3000원(한화)이면 웬만한 요리는 다 맛볼 수 있다. 연태, 청도 등 인근 해안도시까지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수요일에 출발하는 5박 6일 일정은 산동성의 성도인 제남을 거쳐서 타이산과 취푸의 공자묘를 방문하는 드라이브 코스가 가능하다. 1주일 이상이면 산동성 일대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보름 일정이면 백두산과 압록강, 두만강, 동북 3성에 있는 고구려·발해 유적지를 볼 수 있다. 발해 유적지에 남아있는 기와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백두산만 방문한다면 열흘 남짓의 일정으로도 가능하다. 백두산 패키지 여행상품에 비해 기간은 더 길지만 방문 코스를 맘대로 정하고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한 달 이상의 일정이면 실크로드와 에베레스트의 베이스 캠프, 샹그리라를 답사하는 코스가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여행이 처음이라면 단기 일정으로 경험을 쌓은 뒤 차츰 장거리 여행에 도전하는 것이 사고 위험을 줄여준다.

현광민 회장은 “처음부터 100일이 넘는 장기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도 계신데 정말 말리고 싶다”면서 “산동성만 해도 면적이 남북을 합친 것보다 넓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차츰 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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