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레모바(Кремово)에서는 7가구 4개의 돼지집에서 180마리의 석달 된 새끼돼지가 자라고 있다.

마을의 어떤 러시아 사람은 돼지우리를 짓는 과정을 보고, 집보다 돼지우리가 더 좋다고 말하기도 했으니, 돼지우리가 아니라 돼지집이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400여 호가 되는 마을 전체의 돼지 숫자는 더 많다.

140년 전의 이주, 그리고 70년 전의 어쩔 수 없는 떠남, 또 다시 70년이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돌아오는 재정착의 과정을 겪고 있는 끄레모바 고려인 들이 키우는 돼지가 180마리인 것이다.

 

끄레모바의 돼지는 사료만 먹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걸 먹는다.

사람도 밥만 잘 먹는다고 바르게 자라는 게 아니듯이....

더 소중한 것이 있으면 잘 자라고, 없으면 문제아(?)로 클 수도 있는 것 처럼....

첫째는 손주만큼이나 소중하게 아끼는 고려인들의 사랑과 정성, 그리고 세세한 마음 씀씀이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한국의 많은 분들의 따뜻한 지원과 후원, 그리고 관심으로 고려인들은 사료를 사서 먹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10여년의 세월과 경험이 쌓여, 중국의 많은 농가에 양돈기술을 보급하고 있는 연변의 조선족이 주체인 북방자연농업연구소의 기술 지원 또한 소중한 몫을 담당한다.

연변에서 버스로 하루를 시달리며 와야 하는 이곳에 김철훈 소장과 몇 분이 벌써 3번이나 다녀갔다.   김철훈 소장은 연변 농업대학의 교수를 지냈던 분이다.   돼지가 잘 자라야 한다는 마음으로 9월중순에 또 한번의 먼 발길을 단숨에 달려 올 예정이다.

올 때 마다 빈 손을 오지를 않는다.   자연농업에서 발효를 위해 필수자재인 흑설탕 ? 이곳에는 흑설탕이 없음 ? 을 들고 오기도 하고, 돼지가 물을 마시는 물꼭지도 가져오고, 지난 봄에는 '돼지감자(뚱딴지)가 돼지사료로 참 좋다'며 마대자루로 한 자루 가득 캐 오기도 했다 ? 흙이 묻은 식물은 검역관계 상 국경통과가 거의 힘들 일 임에도 정성 하나로 무사히 들고 온 것이다.

사료와 고려인들의 사랑, 그리고 한국의 후원, 중국 조선족의 기술 지원 ? 4가지가 고려인 돼지의 훌륭한 식사가 되는 것이다.

 

끄레모바의 돼지는 국제적 감각을 지녔다.

돼지 집 앞에 모여서 한국사람은 한국말로, 조선족은 조선족 말로, 고려인은 고려인의 말과 러시아어로 서로 돼지 키우기에 대해 말하며 의사소통을 하다보니, 돼지들이 4가지 말을 들으며 자라기 때문이다.

 

당연히 끄레모바의 돼지는 그냥 돼지일수 없다.

한국인. 고려인. 조선족의 정성이 하나로 모여 자라는 국제감각을 지닌 동북아 평화돼지인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돼지값이 무척 비싸다.

당연히 새끼돼지도 비싸다.

지난 6월 새끼 1마리 값이 2,000루블 (8만원 정도) 정도 했다.

가장 비싼 시기였다.     비싼 이유는 연해주의 겨울 추위 때문...

추운 겨울에는 러시아 사람들은 돼지를 키우지 않고, 봄철에 새끼를 사서 따뜻할 때만 키워, 값이 좋은 12, 1월에 팔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싼 새끼돼지를 200마리 가까이 구입하자면 정말 큰 돈이 든다.  - 대략 1,500만원 정도.

한가구 300만원 정도의 농업지원대출로는 2집이 모여 돼지집 짓고 사료 좀 사고 하면 끝.

30마리 새끼 사자면, 240만원....

   돈으로는 해결될 수가 없었다.

우수리스크에서 성공적인 사업가로 자리잡은 고려인의 지원으로 가능했다.

커다란 시장도 운영하면서, 돼지도 키우는 고려인이 새끼를 빌려준 것이다.

잘 키워서 큰 돼지 팔아서 갚으라고....

먼저 와서 자리잡은 고려인이 나중에 귀환해 오는 고려인을 배려하는 따뜻함이 함께 하는 동북아 평화돼지 키우기 인 것이다.

연말에 돼지값이 좋아야 할텐데.....

중국에서 연말 특수에 맞춰 돼지고기가 싼값으로 많이 들어 올텐데 ......

동북아 평화돼지의 시장개척을 위한 브랜드화 전략도 시급하게 제기되고 있지요.

 

동북아 평화돼지!

무럭 무럭 자라거라.   

어쩔 수 없는 가축의 신세라 제 수명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남아 있는 몫은 고려인 뿐 아니라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이 보람과 풍요로움으로 채워주마.

 

동북아 평화돼지 키우기에 함께 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하게 항상 열려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를 기약하며......


출처 : 우정마을과 끄레모바
글쓴이 : 다락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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