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버섯이 식용하기에 좋은 것인가요? | ||||||||||||||||||||||||||||||||||||||||||||||||||||||||||||||||||
야생버섯의 신비(26) | ||||||||||||||||||||||||||||||||||||||||||||||||||||||||||||||||||
(한국 사람들이 가장 애용하는 느타리버섯이다. 쓰러져 죽은 튤립 포플러 나무에 많이 돋아 있다. 11월에 돋은 갈회색 느타리는 육질도 단단하고 크기도 보통 어른 손바닥만 하다. 가장 맛좋은 버섯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면 어떤 버섯이 식용하기에 좋은 버섯인가요? 이 물음에 쉽게 대답할 말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식용버섯을 일러주는 쉬운 대답이 있다면 누구나 버섯을 채취하여 먹을 것이고, 거기 따라서 중독 사례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버섯의 식용 여부를 가려내는 일은 먹어보는 길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위험천만한 일은 오직 한번 뿐이다. 맹독버섯을 딱 한번 먹어보고 저 세상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누가 오직 한번만 맛있는 버섯요리를 먹기 위하여 목숨을 걸 것인가? 그런데도 이렇게 위험한 시행착오를 거쳐서 식용버섯을 가려낼 수 있는 지식이 축적되었다면 놀랄 분이 많을 것이다. 오랜 세월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하여 독버섯을 피하고 식용 가능한 버섯만 골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잎새버섯. Grifola frondosa. 영어속명 Hen of the Wood. 어린 것은 맛좋은 식용버섯이다. 약용으로도 항암성분이 높다고 한다. 가을에 한 번만 죽은 참나무 그루터기에 주로 많이 돋고, 죽은 너도밤나무[beech] 그루터기 주변에도 돋는다. 살아있는 참나무라 할지라도 그 크기가 아름드리일 경우 뿌리 근처에 삥 둘러가며 다량 돋는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그 동안 약 50여종의 버섯을 시식해 보았고 본인이 시식해 본 것 가운데 오직 꾀꼬리버섯, 느타리버섯, 잎새버섯을 이웃에게 권하고, 뽕나무버섯은 엄청난 양을 채취할 수 있지만 이웃과 잘 나누어 먹지 않는다. 뽕나무버섯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나누어 줄 경우 오래 잘 삶아서 오직 한 송이만 우선 시식해 보고 아무 일 없으면 그 다음에 식용하라고 단단히 일러준다. 자주 접하는 가까운 친구의 가족들은 대체로 뽕나무버섯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많이 나누어 먹고 있다.
(노란 뽕나무버섯 Armillaria mellea, Honey Mushroom의 유균. 이 시기가 가장 연하고 맛도 좋다. 미국에는 뽕나무버섯이 대략 10종이나 된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하게 만나는 것이 노란 뽕나무버섯과 갈색 뽕나무버섯이다. 필자가 사는 지역에서는 9월 10월에 노란 뽕나무버섯이 먼저 돋고 약 일주일에서 10일 간격으로 갈색 뽕나무버섯이 돋는다. 노란 뽕나무버섯은 줄기도 길고 수 십 송이씩 다발로 많이 돋으며 아직 갓이 피기 전에 채취하면 줄기까지 다 먹을 수 있다.)
(갈색 뽕나무버섯. 학자에 따라 그 학명을 Armillaria ostoyae라고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침엽수의 뿌리를 상하게 하는 기생균이다. 뽕나무버섯은 모두 잘 익혀먹으면 맛이 좋다.) 야생버섯을 식용하기 위해서는 그 버섯이 아래와 같은 경우에 먹을 수 있다. 즉 * 확실하게 식별 된 것: 식용버섯 식별방법의 지름길도 없고, 일반적인 규칙도 없다. * 먹어 본 모든 사람들이 다 좋다고 인정한 것: 가장 좋은 버섯 안내는 먹어 본 사람들의 경험담이다. * 깨끗한 환경에서 채취한 것: 버섯은 제초제와 중금속을 흡수한다. * 신선한 것: 상한 음식은 절대로 먹을 수 없다! * 충분히 익힌 것: 열은 소화하기 어려운 버섯의 조직을 소화하기 쉽도록 부드럽게 해 준다. 그리고 열을 가하면 어떤 독성은 분해 휘발시켜서 중독될 가능성을 없애준다. * 적당량을 먹은 경우: 어떤 버섯은 식용이라 해도 과식할 경우 위장장애를 일으킨다. * 건강한 어른이 먹은 것: 다른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식용버섯도 어린이나 노약자, 병자들은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알코올 음료와 함께 버섯을 먹었을 경우나 특별히 민감한 분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어느 버섯도(물론 어느 음식도) 전적으로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식용버섯인 갈색먹물버섯 Coprinus micaceus. 영어속명 Mica Cap인데 이 버섯과 알코올 음료와 함께 먹으면 심한 숙취현상, 말하자면 심장박동이 심하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 심하면 입원해야 할 정도로 중독되며 특히 노약자들은 위험하기도 하다. 그래서 버섯요리에는 알코홀 음료를 곁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먹물버섯 외에도 배불뚝이깔때기버섯도 그러한 중독현상을 일으키는 버섯이다.)
(배불뚝이깔때기버섯. Clitocybe clavipes. 영어속명 Club-footed Clitocybe. 갓 중앙이 깔때기모양 우묵하게 들어가고 회갈색이며 내리주름에다가 기부가 곤봉처럼 갑자기 굵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음료와 함께 먹으면 피부에 홍반점이 생기고 골치가 아픈 중독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될 수 있으면 버섯 채취에 경험이 많고 버섯에 대한 지식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상책이다. 버섯 안내 책자에 나오는 버섯 사진과 숲속에서 만나는 실물 버섯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사람은 미국에서 나온 책들은 물론 독일과 호주, 그리고 브라질에서 출판된 것을 포함하여 버섯안내 책자를 20여권이나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출판된 것도 5권이나 가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먹어보지 않겠다고 다짐 하면서도 버섯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늘어감에 따라 해마다 한두 가지 씩 먹어 본 것이 50여종을 넘어서게 되었다. (언감생심 초보자들은 절대로 야생버섯을 시식해 보려 해서는 안 된다. 거듭 말씀드리거니와 그 시식은 오직 한번 뿐임을 명심하시기 바란다!!!) 한 종류를 먹어보게 되기까지는 적어도 서너 종류의 버섯 책을 열심히 뒤지고 비교해 보고 확실하게 식별해 낸 뒤의 일이다. 여러 책들을 자세히 읽어 보고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절대로 먹어보지 않는다. 물론 맹독버섯의 종류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종류 가운데 식용할 수 있는 버섯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예 그 종류는 입에 대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광대버섯 종류 가운데 붉은점박이광대버섯(Amanita rubescens)이나 고동색우산버섯(Amanita vaginata[혹은 fulva]), 그리고 색깔이 짙은 주황색인 달걀버섯(Amanita caesarea)은 맛좋은 식용버섯인 줄 알지만, 그것들이 광대버섯의 일종이기 때문에 아예 먹어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붉은점박이광대버섯이다. 맛이 좋다고 하지만 치명적인 맹독성을 가진 버섯들이 이 광대버섯종류에 들어 있기 때문에 혼동하기 쉬우므로 아예 입에 대지 않는다.) 버섯 책에서 보는 버섯사진과 실물 버섯 사이의 차이는 물론 나라와 지역에 따라 모양이나 독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 사람이 쓴 버섯 책이냐에 따라 같은 종류의 버섯에 대한 식용 여부 지적이나 독성에 대한 설명이 모두 다를 수도 있다. 여러 버섯 책의 설명을 비교해 보면 이러한 차이점을 종종 발견한다. 그리고 버섯이 돋는 지리적 환경이 다르면 같은 종류의 버섯이라고 해도 그 독성이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노란다발버섯(Naematoloma 또는 Hypholoma fasciculare, Sulphur Tuft)은 일본이나 유럽에서 돋는 것은 먹으면 죽는다. 한국에서 나온 버섯 책에도 어느 책은 맹독버섯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돋는 것은 위장장애를 일으킬 뿐이다.
(독버섯인 이 노란다발버섯은 돋은 지 좀 오래된 것이지만 포자색이 자갈색인 것을 볼 수 있다. 그 맛이 쓰다. 뽕나무버섯과 혼동하기 쉬운데, 뽕나무버섯은 포자색이 희다.) 미국 안에서 돋는 버섯들 중에는 같은 종류라도 록키산맥 서쪽 지역에서 돋는 것과 동쪽 지역에서 돋는 것이 그 색깔도 다르고 독성도 다른 것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보던 것과 똑같다”(Just like in Korea!)고 소리치면서 미국에 온 뒤 그 버섯을 채취하여 먹으면 서둘러 저 세상으로 가게 된다. 같은 나라 안에서라도 어느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경우 그 지역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사례를 먼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식용버섯이라도 그 돋은 임자나무가 어떤 종류의 나무이냐에 따라 그 화학성분이 달라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열대지방에서 주로 생장하는 유칼립터스(Eucalyptus) 나무에 돋은 붉은덕다리버섯(Laetiporus sulphureus, Sulphur Shelves)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은 괜찮았지만 죽은 쓰가나무(Tsuga canadensis. Eastern Hemlock)에 돋은 뽕나무버섯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식용할 수 있다고 해서 그 버섯을 반드시 먹어야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말씀드린다. 그러므로 여러 번 채집하여 관찰하고 여러 다른 책들의 설명을 익히다 보면 자연히 확신이 생겨서 마침내 식용하게 된다. 이 사람도 뽕나무버섯을 처음 발견했을 때 온 산에 그 버섯이 뒤덮여 있는데다가 색깔도 갈색이고 갓 중앙에 다소 검게 미세한 침이 많이 돋아 있으며 줄기에 턱받이(고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희끗희끗한 무늬도 보이기 때문에 웬일인지 겁이 나서 3년 동안 관찰만 하고 먹어보지는 못하였다. 3년이나 관찰한 다음에야 어느 날 저녁에 잘 삶은 것 한 송이만 먹어보고 아무 일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 버섯을 식용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버섯 요리법을 잘 몰라 즐기지 못하다가 몇 해가 지나서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50여종을 시식해 보았지만 정작 이 사람이 즐겨 식용하는 것은 고작 서너 종류를 넘지 않는다. 5월초의 곰보버섯(그러나 만나기가 쉽지 않다), 봄 가을의 느타리버섯, 7월 하순에서 8월의 꾀꼬리버섯, 그리고 약용으로 사용하는 영지버섯이나 쓰가불로초, 9월 10월의 뽕나무버섯, 잎새버섯 등이 이 사람이 주로 식용하는 버섯이다. 그렇기 때문에 버섯 공부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우며 두렵다고 여길 것이 아니라, 맹독버섯 서너 종류를 먼저 익히고 난 다음, 식용 버섯 서너 종류만 익힌다고 하면 그런대로 우선 버섯 관찰 재미 붙이기에 넉넉하지 않을까 싶다.
(쓰가불로초. Ganoderma tsugae. 영어속명은 햄락나무에 층층이 돋기 때문에 Hemlock Varnish Shelf라고 부른다. 맛이 쓰지 않은 약용버섯이다.) 그러므로 버섯에 미칠 정도가 되려면 오랜 시간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미칠 정도의 자연 사랑이 전제된다. 나무나 돌이나 곤충을 잘 못 식별하였다면 그렇게 문제될 것이 없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먹어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섯의 경우는 다르다. 언제나 식용하고 싶은 유혹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의심나면 아낌없이 버려라!” 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독버섯을 먹는 것보다는 식용할 수 있는 버섯을 먹지 않고 버리는 것이 훨씬 더 낫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버섯의 독성여부를 쉽게 가려낼 수 있게 고안된 기계도 없으려니와 세간에 떠도는 검사방법도 도무지 믿을 수 없고 또 믿어서도 안 된다. 예를 들면 은전(銀錢) 검사방법도 예외 없이 낭설이다.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광대버섯도 은전을 검게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이나 곤충이 먹기 때문에 사람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일 가운데 큰일이다. 물론 독버섯 가운데 그 맛이나 냄새가 고약하고 쓴맛이나 매운 맛을 가진 것들이 많아서 식용하지 않게 되기에 그나마도 다행이다. 그러나 맛과 냄새가 좋다고 반드시 식용 버섯은 아니다. 이 사람이 버섯 공부 초년병(왕,왕,왕초보) 시절에 몇 송이 따다 먹고 중독된 적이 있는 초록색 포자를 가진 갓버섯 "흰갈대버섯"(Chlorophyllum molybdites. 처음에 필자는 이 버섯이 한국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태수의 한국기록종 버섯총목록에 보면 "흰갈대버섯"으로 나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도 그 맛이 고소하고 기막히게 좋았던 것을 기억한다. 영어로 표현하면 그 맛이 "nutty taste" 즉 견과류를 씹는 그런 좋은 맛이었다. 치명적 독성을 가진 광대버섯도 그 맛이 썩 좋다고 한다. 버섯을 식별할 때 직관을 믿어서도 안 된다. 버섯을 찾는 데는 직관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버섯의 식용여부를 가리는 데 직관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의심나면 아낌없이 버려라!” 하는 말씀을 드린다.
(참부채버섯. Panellus serotinus. 영어속명은 이 버섯이 늦가을에 돋기 때문에 Late Fall Oyster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 색깔이 초록색이어서 Green Oyster라고도 부른다. 늦가을에 개울가 쓰러져 죽은 활엽수의 고목이나 그루터기에 주로 돋는데, 미국에서는 죽은 침엽수에도 많이 돋는다. 갓 색깔은 때때로 초록색이 섞인 자갈색, 자황록색이며 느타리처럼 편심생이고 황백색 내리주름을 가지고 있는데, 느타리와 조금 다른 것은 주름과 줄기가 뚜렷이 구분되는 짤딸막한 줄기를 가지고 있다. 식용버섯인데 좀 질겨서 한 참 삶아야하고 물에 젖으면 몹시 미끄러워 조리할 때 아무 양념을 하지 않고 마른볶음을 하다가 나중에 양념을 한다. 미 동북부지역에서는 10월 하순 첫 서리 온 뒤부터 돋기 시작 11월에 많이 채취할 수 있다.) | ||||||||||||||||||||||||||||||||||||||||||||||||||||||||||||||||||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8-03-03 23:00:19] |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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