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버섯의 신비(3) | ||||||||||||||||||||||||||||||||||||
"만일 세상에 버섯이 없었더라면" | ||||||||||||||||||||||||||||||||||||
(죽은 나무 등걸에 돋아 있는 소혀버섯이다. 학명은 Fistulina hepatica. 색깔이 마치 소고기 같다하여 영어속명이 Beefsteak Mushroom 이다. 식용버섯으로 그 맛이 새콤하여 날로 저며서 샐러드에 넣어 먹는다. 나는 여름에 상추쌈 먹을 때 한 조각씩 함께 싸서 먹기도 한다. 해마다 여러 개씩 만나고 있다. ) 특별히 활엽수는 해마다 가을이면 엄청난 양의 낙엽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죽은 나무 가지들이 떨어지거나 또는 죽은 나무들이 쓸어져 쌓인다. 그런데도 많은 양의 낙엽과 죽은 나무가 한 없이 퇴적하지 않고 어느 정도 일정량을 유지하는 것은 바로 버섯이나 곰팡이 같은 균류와 세균들이 이러한 쌓여만 가는 유기물을 모두 분해하기 때문이다. 쓸어져 죽은 굵은 나무 한 그루가 모두 분해되어 흙이 되려면 20년이나 걸린다고 하니, 말하자면 버섯류는 숲속에서 그 일을 오랜 기간에 걸쳐 소리 없이 수행하고 있다.
(숲 속에 수많은 죽은 나무들이 쓸어져 있다.) 버섯류가 지닌 유기물을 분해하는 능력은 다른 미생물에 비교하여 상당히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특별히 다른 미생물들이 분해하기 어려운 셀룰로스와 리그닌 같은 고분자 화합물까지도 분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버섯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영양분을 취함과 동시에 결국에는 무기물화 하여 생산자(나무)에게 환원한다. 쉽게 말하면 버섯이 생태계에서 하는 역할이란 죽은 나무들을 분해하여 비옥한 흙을 만들어주어 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비옥한 흙에서 모든 식물의 어린 싹이 돋아 숲을 이룬다. 버섯은 생명을 주는 자이면서 동시에 파괴하는 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버섯을 두려워하는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단순히 버섯을 죽음과 부패와 관련시켜서만 이해하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다.
(분해과정 가운데 있는 죽은 나무) 식물을 생산자라고 한다면 동물은 소비자이며, 버섯은 재활용자이다. 식물은 탄소동화작용을 통하여 양분이 들어 있는 채소나 열매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이다. 그것을 동물들은 먹어 치움으로써 소비자이다. 그러나 부생균 버섯은 죽은 나무 같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양분을 얻고 그 유기물들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식물들이 잘 살아갈 수 있게 좋은 흙을 만들어 주는 재활용자인 것이다.
(쓰러져 죽은 나무에 돋은 뽕나무버섯은 그 나무를 분해하여 비옥한 흙을 만들어 준다.) 버섯은 생태계에서 상호 의존관계를 극명하게 가르쳐 주는 좋은 예이다. 자연의 순환을 돕는 귀중한 것이다. 그래서 어느 분이 “만일 세상에 버섯(Fungus)이 없었더라면 이 세상은 나무 쓰레기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지구상에 살아있는 생물들이 그 쓰레기 더미에 묻혀 조만간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하였다. 조물주의 창조 가운데 아주 보잘 것 없고 작은 미물(微物)이라 할지라도, 그 존재의 뜻이 있다는 것을 버섯으로 말미암아 새삼 깨닫게 된다.
(죽은 나무 그루터기 위에 돋은 독우산광대버섯. 영어속명 Destroying Angel. 이 버섯의 모습이 희고 깨끗하지만 치명적인 맹독성을 지녔기에 생긴 속명이다. 본래 이 버섯은 땅위에 돋는 지상생 버섯이지만 이 죽은 나무의 그루터기가 거의 흙처럼 분해되었기에 그 위에 돋은 것이다. 학명은 Amanita virosa.) | ||||||||||||||||||||||||||||||||||||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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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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