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29일 (금) 16:30   데일리안

북한 ‘여 제소자 강제 낙태에 입당 미끼로 성폭력도 빈번’

 

[데일리안 변윤재 기자]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 이하 변협)는 29일 북한의 인권실태를 분석한 ‘2006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2000년 이후 입국한 탈북자 100명(남성 36명, 여성 64명)을 대상으로 올 5월부터 7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및 심층인터뷰를 실시한 결과와 북한인권소위원회가 지난해 3월부터 2년간 수집한 각종 자료들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변협은 1989년 이후 매년 국내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해왔지만 북한인권에 대한 백서를 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

백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공개처형이 형법 이외에 사회안전부 포고문 등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이뤄지고 구금시설에 갇힌 여성들에게 강제낙태를 실시하며 정치범의 수용소에서는 하루 12∼15시간의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범죄라도 출신성분과 재력에 따라 형벌이나 재판방식이 차이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공공연하며 제도적으로 뒷받침돼 있으며 매춘, 인신매매, 직장내 성폭력 등 북한의 여성인권 유린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수사에 고문까지 자행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탈북자의 90%가 “수사기관이 체포할 때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영장발부 없이 2개월 이상 수사를 계속 했다“는 응답도 71.1%에 달해 북한수사기관이 불법체포를 서슴지 않고 구금시설 수용 시에도 죄목과 혐의사실, 구금 이유 및 기간 고지 등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소환 또는 체포 후 직ㆍ간접 경험한 비정상적 수사행태로 ‘잠을 재우지 않고 수사’(22%), ‘고문’(21.7%), ‘모욕적인 말ㆍ성적인 고통’(17.8%)을 꼽았으며 이같은 사례는 다반사로 벌어진다고 전했다.

수사기관에서 자행되는 고문과 학대의 형태는 ▲손을 뒤로 묶고 수갑을 쇠창살에 채워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하는 ‘비둘기 고문’ ▲각목 구타 ▲손발을 뒤로 묶은 뒤 바닥에 닿을 정도로 매달아 놓고 구타하는 ’비행기 고문‘ ▲겨울에 옷을 벗기고 바깥에서 기마자세로 밤새 세워놓는 ’동태고문‘ 등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백서는 일반범죄의 경우 대부분 죄명을 알려주며 체포하더라도 체포영장이 제시되는 경우는 드물고 정치범죄의 경우 기습적으로 체포가 이뤄진다고 밝히며 북한 수사기관은 주민 통제와 수사를 위해 어린이까지 포함된 광범위한 밀고자와 밀고조직을 운영한다는 탈북자들의 증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공공연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관행

북한에서는 형량 결정시 피고인의 가계기록부에 당원이 많을 경우 선처를 받는 등 사회적 출신성분이 형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처리에 대한 보위부 참고 규칙에는 당원 9명 이상인 집안일 경우 3년형을 감해준다는 조항이 있다.

출신성분이 좋으면 재판 없이 사건이 종결되기도 하지만, 출신성분이 나쁘면 더 강한 처벌이 내려지는 경우가 빈번했다. 응답한 탈북자들은 “성분이 좋으면 형량이 적고 사면 기회도 누리지만 성분이 나쁜 경우에는 차별받는다” “토대가 좋고 돈이 많으면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 “토대가 특별히 좋으면 재판을 처음부터 받지 않고,반대로 성분이 나쁜 경우에는 정치범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체 형사사건 피의자의 25%가량은 국선변호사도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며 이처럼 불공정한 재판으로 형량에 수긍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주민에 대한 재판은 공개되는 데 반해 당 간부들은 당에서 이미 처벌을 받아 이중처벌은 하지 못한다는 원칙과 사회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이유로 비공개재판이 제도화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북한은 재판의 교육적 기능을 중시해 군중이 재판에 참여하는 ‘현지공개재판’을 형사소송법에 규정하고 있어 현지에서 재판을 열어 기관·기업소·단체의 대표자가 범죄자의 행위를 폭로·규탄할 수 있도록 하는 ‘인민재판’이자 북한식 배심·참심제를 운용하고 있다고 백서는 밝혔다.

더불어 불법적인 공개처형이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응답자들은 정치범은 물론 절도, 밀수, 사기 등 경제범죄와 인신매매, 강도, 방화 등 다양한 범죄와 형법 외에 단순 포고문 위반에 대해 공개처형이 실시되며 한국인과의 접촉, 중국 월경 등의 죄목으로도 처형된다고 증언했다.

여성 인권 유린 심각

백서는 구금시설 수용자들은 강제노동과 구타 등에 시달리며 특히 여성재소자의 강제낙태가 이뤄진다고 고발하는 한편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도 적지 않다고 밝혀 여성인권 유린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서에 의하면 면접조사 대상 탈북자 가운데 57.7%는 ’구금시설 내에서 강제 낙태를 직접 경험하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으며 한 탈북자는 ”중국에서 임신해서 들어온 경우 무조건 낙태시키고 교화소에서 임신한 경우는 밖으로 보냈다가 아이가 돌이 되면 재입소시킨다“고 전했다.

또 정치범수용소는 14호(평남 개천군), 15호(함남 요덕군), 16호(함남 화성군), 22호(함북 회령시), 25호(함북 청진시) 외에 21호(함남 경성군), 23호(함남 덕성군), 17호(평남 북창군), 함남 정평군 수용소, 자강도 희천시 수용소 등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정치범 수용소의 작업시간은 하루 평균 12~15시간에 달했으며 이와 관련 한 탈북자는 요덕수용소의 경우 수감자의 15% 정도가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응한 탈북자 52명 가운데 55.8%인 29명은 ‘북한에서도 매춘이 존재하며 식량난을 겪는 과정에서 가족부양의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이뤄진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들은 이같은 매춘은 주로 역 앞에서 ‘밤꽃사시오’라는 형태로 성사되며 매춘장소로 민박집이나 매춘여성의 집이 이용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신매매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신매매산업의 성장으로 소개인을 통한 유인 인신매매는 물론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강제납치가 성행하고 있으며, 인신매매 과정에서 여성들이 폭행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백서는 밝혔다.

인신매매된 여성들은 강제결혼, 성폭행, 노동착취, 유흥가 매춘강요 등의 고통을 당하고 있으나 설문에 응답한 탈북자가 53명 가운데 33명인 62.3%가 매춘이나 인신매매 처벌 규정(제261조의 매음죄) 존재를 알지 못했다.

또 직장내 성폭력·성추행도 심각해 응답자 중 59.3%가 성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바 있으며 당 간부들이 입당 또는 직장내 편한부서 배치 등을 미끼로 행해진다고 전했다. 미혼 여성의 경우 입당시 성폭행 사례가 빈발하다고도 응답자들은 덧붙였다.

특히 응답자들은 남존여비와 가부장적 의식이 팽배한 북한사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일상화 돼 있어 직장내 성폭력 사실이 알려질 경우 오히려 피해자인 여성이 수모 내지 불이익을 당해 피해 여성이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출처 : 인생은 차곡차곡
글쓴이 : 5월의 태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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