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태경기자의 미션 업] 중국 처소교회 주의보

 

오랫동안 꽤 많은 재정을 쏟아부으며 중국 선교를 했던 A교회는 참으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원하던 한 중국 교회 목회자가 갑자기 실종 아닌 실종을 한 것이다. 생면부지의 중국 목회자가 이 교회에 새로 부임하자 A교회는 자신의 몫(?)을 주장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교회는 중국 정부로부터 공인 받은 처소교회였다. 이 때문에 이 교회 목회자는 윗선의 지시로 자연스럽게 다른 교회로 이동조치된 것이다.

이처럼 중국 교회에 대한 몰이해로 잘못 지원했다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 사례가 적지 않다. 가정교회를 돕는다는 선의가 뜻하지 않게 처소교회를 돕게 되거나 일부 처소교회 지도자에게 속아서 각종 지원책을 남발하곤 한다. 한국 교회와 선교단체는 물론 선교사들조차 가정교회와 처소교회를 혼동,수많은 선교비를 헛되게 쓰고 있는 것이다. 처소교회는 중국 삼자회에 가입한 가정교회 또는 삼자교회의 지교회를 의미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삼자회에 소속된 미자립교회,혹은 교회당 건물은 없지만 임시로 종교활동 장소로 허가 받아 모이는 곳이다.

중국선교공동체 장성산 대표는 “얼마전 C교회의 자문 요청을 받고 중국의 한 지역에 대한 자료를 수집,정리하면서 교회에서 돕던 곳이 가정교회가 아닌 삼자회에 가입한 처소교회였음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상하이 인근 중소도시인 저장(浙江)성 푸양(富陽)시는 과거 기독교가 가장 부흥했던 지역 중 하나로 서양 선교사들이 대거 진출했던 지역이다. 그래서 지금도 다른 도시에 비해 교회와 기독인들이 많다.

푸양시는 하지만 교회와 관련해 또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삼자회가 본거지로 삼을 정도로 삼자교회의 주무대이다. 현재 푸양시에서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 받은 종교활동장소(기독교 가톨릭 불교 도교)는 총 77곳에 달한다. 그중 기독교 68곳,가톨릭 2곳,불교와 도교는 7곳이다. 기독교 종교활동 장소는 교회당(삼자교회) 37곳(정식 33곳,임시 4곳),취회점(聚會點=처소교회) 31곳(삼자교회 부속 6곳,정식 13곳,임시 12곳)이다.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교회 모습을 갖춘 곳은 46곳이다. 나머지는 형태상 한국 기독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가정교회에 가깝다.

처소교회가 모두 다 잘못된 교회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처소교회에 대한 지원은 건강한 가정교회를 괴롭히는데 악용되기도 한다. 장 선교사는 한 가정교회 지도자의 말을 전했다.

“정부 관리가 가정교회 지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해외 교회들도 이렇게 우리 지역 교회를 돕고 있지 않소. 등록된 교회는 정부의 보호를 받을 뿐 아니라 이처럼 공개적으로 해외 교회들과 교류할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소. 당신들이 계속 정부에 등록하지 않으면 불법을 행하는 것이니 우린 당신들을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체포할 수밖에 없소.’ 그러면서 가정교회 지도자는 한국의 중국선교를 언급하면서 한숨을 내쉬더군요.”

물량공세로 중국 교회를 분열시키고 교파형 개교회를 세우는 등 한국 교회의 중국 선교의 실패담을 적으라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중국과 중국 교회를 제대로 모르면 엉뚱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교회 및 중국 교회 성도들이 뒤집어쓰게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국민일보, 20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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