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죄고백도 온라인에서
美 죄고백 사이트 인기, 신학적 검증 필요
김연옥 기자, 이동희 기자
▲ 미국의 교회인 <라이프처치닷티비>가 운영하는 ‘나의 비밀’(mysecret.tv)이라는 웹사이트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영화 ‘전차남’의 한 장면)

온라인으로 예배도 드리고 헌금도 하는 요즘, 새로운 메뉴가 추가됐다. 미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교회 중 하나인 <라이프처치닷티비>가 웹사이트에 ‘고백의 공간’을 마련해 성도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온라인 죄고백과 사이버 교회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신학자들은 이에 대한 신학적•성서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비밀 고백 장소가 필요해

4일자 <크리스찬 포스트>는 교회를 독특하게 운영하는 <라이프처치닷티비>를 소개했다. ‘텔레비전 교회’인 이 교회는 위성으로 여러 지역에 직설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10년 전에 설립돼 현재 9개 지교회와 1만 8천명의 성도를 자랑한다.

미국의 교회성장 리서치 기관인 ‘처치그로스투데이’와 격월간지 ‘아웃리치매거진’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이 교회는 지난해 미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100대 교회 가운데 11위를 차지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라이프처치닷티비>만의 특징은 ‘나의 비밀’(mysecret.tv)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교인뿐 아니라 비교인에게도 익명으로 죄를 고백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웹사이트에는 헌신적인 교인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교인, 교회 사역자들 그리고 목회자 자녀들이 지난날의 창피함, 후회, 부끄러운 일부터 약물 중독, 섭식 장애 및 성적인 죄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비밀을 고백하고 있다고 한다.

<라이프처치닷티비>설립자인 크레이그 그로쉘 목사는 “16년 동안 사역하면서 성도들이 웃음 뒤에 많은 고통을 감추고 있는 것을 봤다”며 “많은 사람들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의 비밀’ 사이트는 이들이 처음으로 마음의 비밀을 고백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쏟아지는 비밀들

<라이프처치닷티비>가 이 사이트를 개설하자 많은 성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믿음의 공동체 내에서는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익명을 빌어 공개하고 기도요청도 하고 있다.

사이트가 만들어진 뒤로 15만 명 이상이 방문했고 1천 5백 명이 고백을 했다고 한다. 믿음과 삶의 방향에서 혼란을 겪는 이들, 지난 죄 때문에 혹은 먹는 것과 싸우는 이들이 마음을 가상공간에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쉘은 “우리는 하나님께 용서를 위해 고백하지만 서로서로에게는 치유를 위해서 고백을 한다”며 고백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이 사이트가 사람들에게 하나님 앞에 드릴 완전한 고백과 변화의 첫 디딤돌을 놓아준다고 칭찬했다. 교회에서 조차 내놓기 어려운 문제를 사이트에 고백함으로써 해방구를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사이버 교회, 성경적 공동체 모습 아니야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이처럼 <라이프처치닷티비>의 텔레비전을 통한 목회와 웹사이트를 이용한 죄고백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성경이 말하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인터넷 공간이 새로운 공간의 개념으로 부각되고 있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기독교적인 운동이 일어나겠지만, 여기에는 위험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은준관 총장은 “교회의 핵심은 ‘관계’에 있는데, 이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몸을 부딪치면서 생기는 신앙과 사랑의 교류”라면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런 만남이 없는 교회가 생겨 ‘사이버 교회’라는 말을 붙이기는 해도, 이것은 성경이 말하는 교회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주승중 교수도 공동체로서의 교회라는 관점에서 무형교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주 교수는 “사이버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존재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신학적인 검토가 있어야 하는데 기술(인터넷)이 더 빨리 발달하다보니 그냥 생각없이 따라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주 교수는 “교회 공동체는 ‘모이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모임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2천년 전 영지주의자들은 육체를 부정하고 영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초대 교회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왔는데, 최근 등장한 사이버 교회의 가상 공동체 문제 또한 신학적•성서적으로 영지주의자들이 불러일으킨 것과 같은 치명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죄고백, 심리적 유익은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죄고백은 사이버 교회이다보니 직접 만나 죄를 고백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온 대안책이다. 온라인을 도구 삼아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죄를 고백하는 것은 글로 죄를 고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차원에서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교회홈페이지에도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공간이 있다. O교회는 중보기도 사이트의 테마별 기도요청 중‘용서’라는 코너에는 자신의 죄를 밝히고 중보를 요청하고 있다. K교회도 중보기도 코너에 다양한 기도제목들 중 죄를 고백하는 글들이 빠지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평택대학교 안명준 교수는 “어거스틴의 참회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은혜를 받았듯이, 인터넷상의 죄고백도 진정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면 도구만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죄고백에 진정성이 있고 하나님과의 관계성이 올바로 확립돼 있다면, 온라인 죄고백은 영적일기의 의미로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상의 죄고백이 ‘고해성사’가 되거나, 성직자 또는 운영자가 개입하게 될 경우는 분명한 신학적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성직자나 사이트 운영자가 개인과 하나님과의 관계여야 할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분명히 비성경적”이라면서 “개인의 죄고백은 하나의 기도이고 이것은 하나님께 열납되어 용서받는 것인데, 사람들이 개인의 죄에 관여하고 관리하게 된다면 그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주승중 교수도 “이 사이트가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관건”이라면서 “교회가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온라인상으로 죄를 고백했으니 당신은 죄사함을 받았다’는 의미를 포함하게 된다면 그것은 고해성사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크레이그 그로쉘 목사는 ‘나의 비밀’ 싸이트의 개설 목적은 ‘서로서로의 치유를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이것은 사실상 성경적 의미는 아니라고 한다. 성경에서 ‘서로 죄를 고백하라’는 말씀은 ‘교회 공동체’에서 행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야고보서 5장 13절에 ‘너희 죄를 서로 고백하며 병이 낫기 위하여 서로 기도하라’는 말씀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 모여 기도하고 고백하라는 말씀”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웹사이트 상에서의 죄고백이 성서적으로 옳은 방향인가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은준관 총장도 “죄는 고백을 통해 치유되는 것이 분명하지만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용서를 받아야 되고 용서를 경험할 공동체가 필요하다”며 “인터넷에 죄를 고백하고 그 다음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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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
글쓴이 : 이동희 기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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