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남녀성비 1.7:1 다급해진 충칭시 당국

 

중국 서부대개발의 중심지인 충칭 직할시가 태아 성감별과 낙태를 금지하고, 위반자를 엄벌에 처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인구 3300만명의 충칭시가 2003년 11월 벌인 인구표본조사에서 일부 농촌 현과 소수민족 자치현의 신생아 성 비율이 170:100이라는 경악할 만한 결과가 나온 게 이번 조처의 배경이다.

충칭시 인민대표회의에서 15일 통과돼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인구와 가족계획 수정조례'는 초음파를 통한 성감별 검사시 임산부와 의료기관에 최고 1만위안(1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 임신 14주 이후 무분별한 낙태를 금지하고, 어기면 시술한 의료기관에 최고 3만위안의 벌금을 부과하고, 시술한 의사의 자격을 박탈한다고 규정했다.

중국의 기형적인 남초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00년 인구조사에서 중국의 신생아의 남녀 성 비율이 120:100이었다. 세계적인 평균인 106:100을 훨씬 웃돈다. 2020년이면 충칭의 젊은 남자 중 100만명이 결혼할 수 없고, 전국적으로 3000만명의 남자들이 배우자를 찾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 중국 인구·가족계획공작회의에서 국무원 국가가족계획위원회 장웨이칭 주임은 "형법을 고쳐서라도 신생아 성 비율의 불균형을 야기하는 인위적인 요인들을 없애나갈 것"이라며 강경 대응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구이저우성 구이양시가 올 1월부터 임신 14주 이후 낙태를 금지했고, 2월 후난성은 성감별 검사시 벌금형 규정을 시행하는 등 각 성 정부의 조처들이 잇달았다. 충칭시의 조처는 지방정부에서 취한 조처들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충칭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볼 때, 이번 조처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14일 충칭시 시난병원의 산부인과 대기실에서 만난 임신 6개월의 왕환은 "지난 3월 초음파 검사를 받고 사내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병원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정기검진 때 성별을 알려주고, 없더라도 200위안(2만6천원)만 주면 바로 검사해 준다"고 귀띔했다.

낙태를 위해서 남자친구와 함께 다핑병원 산부인과를 찾은 미혼여성 유에주엔은 "사회와 직장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으로 자녀도 하나밖에 낳을 수 없는데 낙태를 금지하면 어떡하란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샹위자오는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의 80~90%가 낙태수술을 받으려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의 성개방 풍조와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낙태를 근절시키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혼 못한 남성들의 욕구불만으로 인해 성범죄와 인신매매가 빈발하고 있고, 농촌을 떠난 젊은 남성들이 무작정 도시로 밀려들고 있지만 중국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난사범대학 사회학과 리강 교수는 "기형적인 '한 가정 한 자녀' 정책과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책이 없이는 정부의 조처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비대해지는 중국 '소황제'시장

 

올해 초등학교 4학년생 아들 하나를 둔 자오쥔(37)은 월수입 2800위안(약 36만원) 가운데 3분의 1을 아이에게 쏟아붓는다.

 

자오는 "영어와 수학 두 과목을 과외시킨다"면서 "4월에는 1600위안짜리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를 사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월 생활비 지출에서 아파트 대출상환금과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크다"면서도 "아이에게만은 가장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 때문에 형제없이 자라는 독자 가정이 많은 중국에서 어린이들은 '소황제'로 불릴 만큼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황제들의 소비 시장도 매년 20% 이상 커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에서 14살 이하 어린이는 약 3억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시에서는 어린 자녀에게 들어가는 돈은 부모 자신들을 위한 지출보다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콩 무역발전국 보고서를 보면 완구류는 지난해 총판매액이 1백억위안(1조3천억원)을 넘어섰다. 매년 40%씩 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소비증가율 10%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교육시장 역시 호황이다. 1998년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유치원 'RYB'는 연간 매출액이 약 2천만위안(260억원)에 이른다. 이 유치원은 하루 8시간, 주 5일 수업에 한달 수업료가 1만위안(130만원)으로 무척 비싸지만, 돈있는 젊은 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 소비자들은 휴대폰 시장에서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둥팡통신은 어린이 전용 휴대폰 '뻬뻬퉁'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제품 겉면에 만화 캐릭터를 넣고 키보드를 최대한 간단하게 해서 어린이도 쉽게 쓸 수 있도록 했다.

 

충칭대 공상관리학원 천완즈 교수는 "중국 시장이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주도권이 바뀌고 전세계 다국적 기업이 모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한국기업이 구매력이 높은 어린이와 청소년층을 겨냥한 틈새시장 개척하도록 권했다.

 

 

 

독생자녀세대 '시험결혼'열풍

 

"성격이 안 맞아 날마다 싸우는 현실이 짜증나지만 남자친구와 헤어질 생각을 하니 너무 끔찍해요."

 

쓰촨외국어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리쥐안(22)은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만 하고 놀러만 다니는 남자친구에게 지쳤다"면서도 난감해했다.

 

충칭시 농촌 출신인 그는 현재 쓰촨성 청두에서 온 남자친구와 지난해 5월부터 2년째 동거해오고 있다. 그는 "둘만이 사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8명이 함께 방을 쓰는 기숙사에 다시 돌아가기 싫다"고 했다.

 

1979년 이후 강제 시행된 '한가정 한자녀' 정책 이후 태어난 중국의 '독생자녀'(獨生子女) 세대들이 가정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엔 동거가 일반화됐고, 결혼을 전제로 한 계약동거인 '시혼'(試婚)도 급속히 늘고 있다.

 

게다가 혼인신고 없이 결혼식만 올리고 살거나,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는 풍조도 유행하고 있다.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모의 간섭이 닿지 않는 것이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후베이성 우한 출신의 충칭시 공무원인 완취안(27)도 전형적인 '시혼족 이다. 업무상 자주 만나던 은행직원 주위안위안(23)과 함께 살게 된지 3년째다. 올해 초 양가 부모로부터 결혼 승낙을 받았지만, 당장 결혼을 할 생각은 없다. 지난해 성격 차이로 반년동안 헤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몸이 같이 산다고 상대방을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없다"라며 "서로를 더 이해한 뒤 심리적 안정과 경제적 여건이 성숙하는 내년 상반기쯤에나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동거가 느는 것은 젊은이들 사이에 급속하게 확산된 성개방 풍조가 일조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달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시안 등 7대 도시에 거주하는 14~60살 남녀 2252명을 면담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대 청소년들이 첫 성행위를 한 평균 나이는 17.4살로 나타났다. 부모 세대인 50대 연령층의 첫 성경험 나이보다 9살이나 이른 것이며, 20대 연령층의 21.9살에 견줘도 4살이나 낮아진 것이다.

 

젊은이들의 동거와 시혼 열풍이 거세지면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생활 습관이 없고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독생자녀' 동거족 상당수가 성격 차이를 이기지 못해 파탄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15~25살 청소년 7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자신은 이기적이고 고집이 세다'는 응답자가 58%에 이른 것도 젊은이들의 이런 심리와 행태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임신중절 문제도 심각해서, 낙태를 위해서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의 80% 이상이 결혼을 하지 않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다.

 

시난사범대학 사회학 교수 리강 교수는 "전통적인 결혼제도에 대해 회의를 가지는 데에는 강요에 의해 원치 않는 결혼을 했던 부모세대의 잘못된 결혼 생활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거와 시혼은 외롭고 이기적인 '소황제'들이 형제자매가 없는 데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남녀가 같이 살면서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고 성욕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라고 말했다.

 

 

 

서민층까지 파고드는 중국 섹스산업

 

* 충칭시 따핑의 한 서민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허름한 미용실에서 새벽녁 피곤에 못 겨워 잠자고 있는 샤우제 리우잉. 서민아파트와 대학가 주변에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이런 미용실이 크게 늘고 있다.

1949년 공산당 집권 이후 철퇴를 맞았던 섹스산업이 다시 중국 대륙을 엄습하고 있다. 개혁개방의 혜택을 일찍 받은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 등 연해지역과 충칭, 청뚜, 우한, 시안 등 내륙도시에까지 강력한 황색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향락업소 밀집지역인 '홍등구'뿐만 아니라 서민거주지와 대학가 주변에도 성매매업이 독버섯처럼 퍼져가고 있다. 씀씀이가 커가는 일반 여성직장인과 여학생들까지 성매매에 뛰어들고 있다.

충칭시 따핑의 한 서민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메이요 미용실. 인적 드문 새벽 4시에 의자 두 개를 받쳐놓고 잠을 청하던 리우잉(21)은 안마시술을 하려 들어온 손님에게 "시간도 늦었으니 원래 130위안(1만7천원)하는 봉사(?) 가격을 100위안(1만3천)에 해주겠다"며서 성매매를 권했다. 그는 "장소가 좁고 지저분하다면 주변에 세든 아파트로 안내하겠다"며 적극적이다.

쓰촨성 난충에서 충칭으로 온 리우는 한 음식점에서 접대원으로 일하다 '샤오제'로 나섰다. 그는 "전에는 다달이 내는 집세와 늘어나는 생활비도 벌기 힘들었다"며 "지금은 1주일에 3~4일만 출근하면서 한 달에 3000위안(약 38만원) 가량 번다"고 말했다.

 

리우는 "거칠게 대하는 남자들도 있지만 20~30분만 참으면 100위안을 벌 수 있어 지금 일에 만족한다"면서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원했던 물건도 마음대로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중국 공안부가 발간한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1984년 성매매 사건은 적발 5천여 건에 6천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검거됐다. 그로부터 16년이 2001년에는 성매매 범죄가 28만여 건, 검거된 여성이 53만여 명으로 각각 56배, 88배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성학회 쉬텐민 이사장은 "손님과 같이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며 성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산페이' 샤오제만 적어도 1000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샤핑빠에 위치한 룸싸롱 아오롱의 마담 천샤오메이(28)는 "우리 업소만 해도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샤오제만 60여명"이라며 "명문대 대학생, 모델, 공무원, 외자기업 직원 등 다양한 직업과 10대 연령대 여성들까지 제발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대학생 샤오제인 후(22)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일하는 직장과 사는 단지 안에서만 생활했던 부모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고생을 싫어하고 돈을 쉽게 벌고 싶어 한다"고 털어 놓았다.

중국 정부는 성매매가 전계층으로 확산되자 섹스산업을 근절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공안부 보고서는 "정부 관리들이 향락업소 종사자들과 연계되어 감독을 소홀히 하거나 직무를 유기한다"며 "일부 관리는 섹스산업의 후견인이거나 보호막 구실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국유기업 개혁으로 실업자가 양산되고 미취업상태의 대학 졸업자도 늘면서 향락업소를 찾는 여성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쉽게 돈을 벌어 과소비를 즐기려는 한가정 한자녀 '소황제' 세대 젊은이들의 행태도 성매매에 대한 저항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난은 비웃어도 성매매는 비웃지 못한다'(笑貧不笑娼)는 중국인의 냉정한 현실 인식과 밀려드는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유혹 속에 중국 섹스산업은 당국의 단속 의지를 비웃듯 더욱 번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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