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여행;
공공버스 안에서 외국인을 협박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잭나이프로 내 오른팔을 톡톡톡

스탈린의 고향 그루지야의 트빌리시에서 겪은 험한 일, 그 두번째

▣ 아테네=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고르바초프가 실각하고 옐친 정부가 들어서면서 당시까지 유지되던 제도가 무너지고 새로운 제도가 세워지는 과정이었다. 이때 러시아를 휩쓸었던 물결이 마피아였다. 그들은 권력의 공백을 채우고 들어가서 정부 권력 못지않게 활동했다. 예를 들어 시장의 상점들은 두 가지 세금을 내야 했다. 하나는 정부에 내는 합법적인 세금이고 다른 하나는 마피아에 내는 세금이었다. 상인들이 정부에 불만을 토로해보지만 정부 관료들도 이미 마피아의 일원이 된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합법적인 공간에 들어간 마피아는 경찰, 군, 공무원 세계를 장악하면서 세력을 키워갔고 제3의 권력으로 행세했다.

그루지야 출신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스탈린이다. 스탈린은 그루지야의 수도 트빌리시 근방의 고리에서 태어나 트빌리시에서 성장했다. 스탈린이 권력을 잡은 시기 같은 고향 출신들이 소비에트를 좌지우지한 사실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스탈린이 죽은 뒤, 수백만명을 학살한 책임을 지고 사형당한 국가보안위원회(KGB) 의장으로 스탈린의 오른팔이었던 베리야도 그루지야 출신이었다. 그 뒤 그루지야는 권력의 토양이 됐고, 견제의 역할을 맡은 지식인층이 완전히 파괴됐다. 마피아 두목들은 자연스럽게 그루지야 사회의 지도층으로 자리잡았고, 범죄의 자유가 인권으로 둔갑하는 형편에까지 이르렀다. 이들은 정치 지도자로 변신해 합법적인 권력을 누리고 있어, 이들의 보호막 없이는 누구도 그루지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그루지야의 시민들은 국가와 마피아, 두 곳에 세금을 낸다. 이른 아침 트빌리시역의 사람들.

특히 스탈린의 고향인 고리시는 역사적으로도 마피아 도시로 유명한데 지금도 그루지야인들조차 방문하기를 꺼린다. 고리시를 방문할 계획을 세웠던 나도 그루지야 대학교수의 끈질긴 만류로 방문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외국인인 당신이 고리시의 거리를 거니는 모습이 현지인의 눈에 띄면 반드시 납치나 강도를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지난 3월에는 고리시의 경찰 지도부가 마피아와 함께 밀수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대대적으로 구속된 일도 있었다.

경찰이 마피아 조직의 한 부분이니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호소할 데가 없는 그루지야인들의 삶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마피아가 아름다워 보일 때 세상은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바로 청소년들까지 오염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마피아 문화에 빠져 마피아의 삶을 선망할 때 그 나라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그루지야 청소년들은 검은색의 마피아 복장을 하거나 잭나이프를 손에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트빌리시에 머물던 어느 날이었다. 오후 다섯시, 한여름이니 해가 지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남아 있었다. 트빌리시 중심가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버스의 두 번째 뒷좌석에 앉아 있는데 곧 20대 초반의 청년 둘이 버스에 올랐다. 이들의 차림새와 행동거지에서 이들이 마피아에 속해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한 청년의 손에 무언가 쥐어져 있었다. 이들은 버스에 오르자마자 나를 빤히 쳐다보다 내가 앉은 곳으로 와서는 바로 나의 뒷좌석에 앉았다. 승객들은 대부분 내가 앉아 있던 곳과는 조금 떨어진 앞쪽에 앉아 있었다. 범죄자들처럼 보이는 이들과 함께 있는 상황이 조금은 꺼림칙했지만 많은 승객들이 있는 버스 안에서 무슨 일이야 당하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버스가 중심가를 벗어났을 때 갑자기 누군가 내 오른팔을 두드렸다. 내려다보니 뒤에 앉아 있던 사내가 칼을 쥔 손으로 내 팔을 두드리고 있었다. 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의 이 위협은 돈을 달라는 뜻일 것이다. 공공버스 안에서 외국인을 협박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는 계속 내 팔을 은근히 두드렸다. 나는 그의 협박을 무시하기로 작정했다. 정면만 바라보면서 이들을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의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이들의 행동 여하에 따라 어떻게 할지를 준비해야 했다. 긴장의 끈을 잠시도 놓지 않고 앞만 주시했다. 이들은 몇번 더 내 팔을 두드리다 반응하지 않으니 두드리는 것을 포기했다. 이들은 더 이상의 행동은 포기한 듯했다. 잠시 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어나 버스에서 내렸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했지만 내 마음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니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지닌 그루지야에서 겪은 아찔한 순간들
이런 나라 처음이었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지닌 그루지야에서 겪은 아찔한 순간들

▣ 아테네=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일본이나 한국 출신의 여행객들은 현금을 많이 소지하고 있고 조금만 협박해도 가진 돈을 순순히 내놓는다는 소문 때문에 범죄자들의 표적이 됐다. 당연히 나도 예외일 수 없었다. 그루지야를 여행할 때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다. 나는 장미혁명이 일어난 지 일년 반이 지나면서 어떤 모습으로 변화됐는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 그루지야를 향했다.

터키의 북쪽에서 그루지야 국경을 향해 버스를 타고 갔다. 터키에서 그루지야로 넘어오는 길은 거칠고 험한 산길, 구불구불한 고갯길이 아니라 산 사이의 큰 계곡으로 난 길이었다. 길 옆으로는 강이 흐르고 거대한 산이 솟아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내 평생에 그렇게 아름다운 산악지대를 본 적은 없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사는 사람들은 인간미도 넘칠 것”이란 상상을 하면서 그루지야에 가까워졌다. 같이 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여행객은 비자가 없어서 국경검문소에서 터키로 되돌아가야 했다. 나는 문제없이 그루지야로 들어왔는데… 모험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 그루지야에서는 악마와 천사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트빌리시 거리의 행인들.

국경검문소를 통과하자마자 대여섯명의 운전사가 중고 승용차를 대기해놓고 국경을 넘어오는 외국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터무니없이 높은 요금을 불렀기 때문에 마을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잡아타기로 했다. 그런데 승용차 하나가 나의 뒤를 따르다가 갑자기 내 앞에 서더니 나에게 타라고 강요했다. 내가 강하게 거절하자 운전사는 되돌아갔다. 그러나 다른 승용차가 다시 나를 따랐다. 승용차의 운전사는 무지막지하게 생겨먹은 사내였다. 나를 향해 타라고 손짓했지만 나는 다시 거절했다. 그는 계속 내가 걷는 길 옆으로 승용차를 운전하면서 승차할 것을 강요했다. 나는 그에게 취재증을 보여주면서 물러서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그는 도리어 경찰관 신분증을 내보이면서 자신이 경찰이니 마음대로 하라고 말했다. 나는 물러서지 않고 “트빌리시에 가면 정부에 가서 당신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랜 외국여행을 했지만 이런 나라는 처음이었다. 비자 문제로 터키로 되돌아간 오스트레일리아 여행객이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나는 “계속 뒤따라오면 터키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방향을 돌려 터키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는 한참 동안 차를 세우고 있다가 국경검문소로 되돌아갔다.

거의 반시간 동안 길을 걷다가 유조차를 세워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로 갔다. 나를 태워준 60대의 유조차 운전사는 깡마른 얼굴에 백발을 휘날리는 인자한 인상의 소유자로 조금 전의 범죄자들과는 극단적으로 대조적이었다. 짧은 시간에 악마와 천사를 모두 만난 느낌이었다.

아침 해가 쨍쨍하게 내리쬐던 어느 날, 수도 트빌리시의 큰 상가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 거리에서 동양 사람이라고는 나밖에 없었고 또 내가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갑자기 검은색 BMW 승용차 한대가 급하게 내 앞에 멈추었다. 나는 그 승용차가 나 때문에 멈춘 것을 알아챘고 그 자리를 피할 궁리를 했다. 승용차에서는 검은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은 두 ‘맨 인 블랙’ 청년이 급하게 내렸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는 장면처럼 이들은 나를 향해 자신들의 신분증을 내보였다. “경찰이다, 경찰!” “신분증! 여권!”나는 이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길 차량들이 질주하는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나를 따라왔다. 그는 계속 신분증을 달라며 큰소리를 쳤지만 나는 호텔에 신분증이 있다면서 호텔로 따라오라고 큰소리를 쳤다. 뒤를 쫓아오던 사람이 나의 팔을 잡았지만 뿌리치고 계속 도로를 건넜다. 나의 완강한 저항에 굴복한 듯 나를 따라오던 사람은 포기하고 돌아갔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검은색 복장을 한 사람들은 모두 마피아 단원이며 검은 복장은 마피아 유니폼이었다. 트빌리시 거리 모퉁이 어디서나 검은 복장에 검은 선글라스 차림의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무법천지의 상황에서도 나는 트빌리시에 두주 동안 머물렀고 취재해 기사까지 송고할 수 있었다. 앞에서 말했듯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위기의 순간 천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러시아 스킨헤드, "외국인 무차별 살해할 것" 위협

 -재외국민 안전을 위한 재강조사항-

러시아에서 '스킨헤드'(극우민족주의자. 신나치주의자)들의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4.20일 히틀러 생일을 앞두고 이들이 외국인을 무차별 살해하겠다는 섬뜩한 내용을 담은 경고성 메일을 러시아 주재 외국 공관 등으로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년에도 이맘때 쯤이면 스킨헤드 단체가 외국인을 공격하겠다는 경고성 서한을 발송한 적이 있으나, 이번 메일은 협박의 강도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러시아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물론 이곳으로의 여행을 준비하시는 우리 국민들은 각별히 유의하셔야겠습니다. 러시아 스킨헤드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앞서 제가 블로그에 실은 '러시아 스킨헤드 주의보'글을 참고하십시오.


   

**두피가 파랗게 드러날 정도로 머리를 짧게 깍고 다녀 '스킨헤드'라 불리는 러시아의 극우민족주의자들. 이들은 "외국인이 러시아의 국부 (國富)를 훔쳐가고, 마약, 에이즈 등으로 러시아 민족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외국인이 러시아를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투쟁방법으로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각종 흉기를 동원한 살인까지도 서슴치 않는 등 악랄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습니다 ** 

 아래에 주러 한국 대사관이 22일 현지교민과 언론에 보낸 주의문을 그대로 게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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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헤드측은 4.19 Skin Head War라는 제목으로 4.20일 히틀러 생일을
맞이하여 모든 외국인에 대하여 공격하겠다는 협박 메일을 곳곳에 발송한 것이 확인되었으니 우리 재외국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1. 협박 이메일 내용


  0 발신자 : Skin Heads(skinheadwars@0000.ru)

  0 제목 : Skin Head War

  0 내용 :

    모든 외국인은 러시아를 떠나라. 히틀러 생일날부터 우리의 전쟁이 시작된다. 외교관, 그 가족, 외국인, 자녀들을 공격할 것이며 대사관, 학교, 관저, 대학, 호텔등에 대해서도 공격을 할 것이다. 우리는 전쟁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할 것이다. 첫째는 모든 외국인을 이기 시작할 것이다. 둘째는 석유, 가스 부문에서 일하는 외국인 또는 외국인 직장에 대해 공격할 것이다.

    전쟁은 외국인이 모두 러시아를 떠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권총, 수류탄, 폭약을 갖고 있으며 정치인들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친구들 모두에게 널리 알려라.  러시아는 떠나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러시아 스킨헤드.


2. 재외국민 안전을 위한 재강조사항


  0 평소에 심야시간대 외출이나 활동은 자제하고, 특히 위 기간 전후로는 반드시 야간 외출은 삼가.

  0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축구장 등 다중이 모이는 곳은 다른 어느 곳보다 주의를 집중하고, 무리지어 있는 젊은 러시아 청년들을 발견했을 때는 신속히 그 장소를 탈출

  0 동양인이 많이 거주하거나 출입하는 기숙사, 아파트, 상가 주변에서도 특히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

  0 특히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환승역, 플레포홈, 매표소 공간 등에 대하여 특히 주의를 집중하고, 훌리건, 스킨헤드, 짚시들을 발견했을 때는 신속히 그 장소를 탈출.

  0 휴대폰은 반드시 주머니 안에 넣어 노출시키지 않도록 휴대하여 휴대폰을 타켓 또는 미끼로 하는 또 다른 범죄 피해가 없도록 유의 

  0 어린이도 스킨헤드 공격 대상이 되므로 어린이 혼자 외출시키는 일은 절대 삼가.

  0 만약 스킨헤드들로부터 공격을 당했을 때는 최대한 현장에서 탈출하는 것이 최상책이며, 현장 탈출이 불가능할 때에는 고함을 쳐 주변사람의 관심을 촉구.

'모스크바에는 택시가 없다'.

인구 1000만이 넘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택시가 없다는 말이 언뜻 이해가 안 가시죠? 그러나 실제로 모스크바 거리에서 지붕 머리에 택시라고 붙이고 다니는 우리식 영업용 택시를 찾아보기는 아주 힘듭니다. 정말 가뭄에 콩날 정도로 아주 간혹 눈에 띄는 정도죠. 이는 서울크기 만한 모스크바시()에 택시 회사가 1~2개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마저 시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모스크바에서 얼마전까진 택시가 별로 필요없었습니다. 지하철, 버스, 트롤리버스 등의 대중 교통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어 택시 수요가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외국인들이나 돈많은 소수 시민들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발달하고 석유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국민생활 수준이 크게 올라감에 따라 교통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난 겁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발달한게  소위 '나라시' 영업이었습니다. 전문 택시가 아니라 일반 자동차 운전자들이 택시 영업을 하는 것 말입니다. 길에서 아무 차나 손을 들어 세운 뒤 운임을 흥정해 합의가 이루어지면 모스크바 시내는 물론 시 외곽까지 태워다 줍니다. 보통 나라시 운전자가 승객에게 얼마를 줄지를 먼저 묻습니다. 일정 금액을 얘기하면 그보다 좀 더 달라고 올려 부릅니다. 이런 식으로 줄다리기를 계속하다 양편 모두가 합의하는 가격이 정해집니다. 건데 요즘은 일단 탓다하면 기본요금 격으로 100루블(약 3000원) 정도는 줘야 합니다. 우리나라 택시 기본요금보다도 더 비싸죠. 그런데 장거리가 될수록 상대적으로 요금이 싸집니다. 이처럼 만만찮은 요금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시민들의 택시 이용이 늘면서 나라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모스크바에서만 나라시 영업 차량이 3만대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 모스크바 시내 스몰렌스키 광장 주변에 줄지어 서있는 '나라시' 차량과 정식 택시들(사진출처: '굿모닝 러시아') **

보통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이 나라시 영업에 나섭니다. 아예 일자리가 없는 실업자는 물론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반쪽 근무(한나절만 일하거나 일주일중 반만 일하는 경우)를 하는 근로자들이 낡은 러시아제 자가용을 몰고 부업을 하는 겁니다. 건데 말이 부업이지 왠만한 직장의 월급보다 오히려 많이 법니다. 열심히 뛰면 한달 순수입이 600~700달러(약 60~70만원)는 된다고 하니까요. 교수나 의사 월급이 한달에 200~30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벌이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라시 운전자가 '어느 대학 교수다', '어느 연구소 연구원이다', '물리학 박사다', '공학박사다' 하는 식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또 나라시를 하는 여성 운전자들도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젊은 사람도 있지만 주로 나이든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남편의 월급이 적어 생계를 꾸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아들이 장사를 하다 망해 손자들을 돌보기 위해 운전을 한다"는 등의 가슴찡한 얘기들을 들려주곤 합니다. 
 

한편 역전이나 공항 등 손님들이 몰리는 곳에서 고정적으로 영업을 하는 전문 나라시 꾼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수입은 보통 한달에 1000달러를 넘어선다고 합니다. 그러나 원한다고 아무나 이런 곳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막대한 이권이 걸린 이런 상권은 보통 마피아 조직이 장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매달 일정액을 상납하는 조건으로 영업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외지인이 멋모르고 차를 대고 호객을 하다간 반쯤 죽을 정도로 얻어 맞고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지난해는 사람들이 붐비는 모스크바 시내의 키예프역 근처에서 전문 나라시꾼들과 시정부에서 운영하는 정식 택시회사 운전자들 간에 패싸움이 벌어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정식 택시 운전자들이 나라시꾼들의 영업 구역을 침범한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그러나 시정부 마저도 나라시꾼들을 완전히 몰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이들의 뒤를 봐주는 든든한 '주먹'들이 있는데다, 서민들의 밥벌이를 무조건 막을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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