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장금예복을 문의하는 젊은이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는 진푸런 야외판촉숍.

중국 지도자들 "바빠서 다 못 보는 게 유감"

구이저우성 동족마을 리핑현의 한 가게.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3명의 여성들이 한 한국드라마에 정신이 팔려 손님이 오는지도 몰라 한다. 점원인 우는 "날마다 <따장진>(大長今) 보는 재미에 밤마다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면서 "퇴근 뒤 바로 집에 가도 드라마가 절반이나 지나버려 아예 <따장진>을 다 보고 귀가한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지도자들이 <대장금>을 시청하는가 하면 구이저우 수도인 구이양에서도 차로 10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산골 오지의 소수민족들도 매일 밤 <대장금> 방영을 기다린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바빠서 전부 볼 수 없는 게 정말 애석하다"고 말했는가 하면, 쩡칭훙 국가 부주석도 "바쁘지만 (대장금을) 몇 편 봤다"면서 "한국 드라마의 창작성은 중국의 문예가들이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중국 고위층의 대화에서도 대장금과 한류는 빠지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기존에 소개된 한국드라마가 젊은이들의 호응이 높았던 트렌디 드라마였던 것과 달리 대장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역사, 음식, 복식 등 전통문화와 민족정신에까지 큰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충칭시내의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는 대장금 주제곡인 '오나라'가 연이어 터져 나온다. 대장금 열혈팬이 자신 핸드폰의 벨소리를 아예 한국말 노래로 삼았기 때문이다. 부동산회사에 다닌다는 한리리는 "어느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의지를 꺾지 않은 장금의 정신에 매료되었다"면서 "인터넷에서 찾아 한국어 주제곡을 내려받아 노래 앞부분은 한국말로도 노래할 줄 안다"고 자랑했다. 그는 "가족이 모두 한국 제품을 쓰는 마니아인데 기회가 되면 한국요리도 배우고 한국어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대장금' 선풍적 열기 불구…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중국인이"

이처럼 중국에 또다시 한류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대장금>이 15일 종영됐다. <대장금> 인기는 중국인들에게 다시 한번 한국문화와 상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대장금>을 활용한 한류 비즈니스는 중국인들 차지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중국인이 번다는 옛말 그대로다. 중국인들은 <대장금>이 방영되기도 전에 음식, 의류, 화장품, 보석, 미용 등 사업분야에서 장금, 상궁 등 대장금 관련 상표권 등록을 이미 끝냈다.

충칭의 대만계 혼례촬영전문회사인 '진푸런'은 전통한복을 이용해 결혼사진을 찍어주는 '장금예복 사진촬영' 상품 10여가지 출시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 세트에 6988위안(약 95만원)으로 노동자 평균 월급의 7배나 되지만 9월초 판매 개시한 이래 한달여 동안에 4백여명이 촬영을 했거나 예약을 마쳤다. 진푸런 사핑빠점 판촉원 위민(23)은 "매일 밤 9시 넘어서까지 장금예복에 대해서 문의해 오는 손님으로 줄을 잇는다"면서 "보통 결혼전 여성이 주고객이 다른 상품과 달리 한국 문화와 한복에 관심이 많은 나이든 남녀들도 적지 않게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진푸런은 <대장금>이 대만과 홍콩에서 절찬리에 방영되자 중국에서 성공을 예감하고 지난 4월 <대장금> 출연 인물 모두의 이름에 대해 의류와 결혼예복, 사진촬영 등 항목에서 상표권을 등록하고 상품 준비를 마쳤다. 진푸런 시장기획부의 위엔칭광(36) 경리는 "방영 후에는 광범위한 소비자 설문조사를 통해 90% 이상의 응답자가 장금예복에 큰 관심을 나타내서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다"며 "장금예복을 활용해서 아시아권의 한복시장을 석권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발빠른 중국회사 방영전 '상표권' 등록 끝내… '대박'

충칭 최대의 훠궈요리체인점인 '샤오톈허'도 <대장금> 열풍을 마케팅에 잘 활용한 사례다. 충칭 전통요리인 훠궈에 김치를 넣어 만드는 '김치 훠궈'는 빅히트를 치고 있다. 샤오텐허 장베이점 장잉(41) 매니저는 "888위안(한화 11만원) 이상 지출한 손님에게는 <대장금> 디브이디(DVD) 전집을 선물하고 있다"면서 "앞으론 한국에서 김치전문가를 모셔와 김치 만들기 행사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장금>의 중국 방영으로 인한 수익도 방영사인 <후난티브이(TV)>가 독식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방송>은 대만 <지티브이(GTV)>에 중화권 전 지역의 방송 판권을 편당 1만달러에 모두 넘겼고, <지티브이>는 <후난티브이>에 중국 방영권을 1만2천달러에 재판매했다. 56편을 70편으로 늘려 국경절만 빼고 매일 2회씩 방영한 <후난TV>는 엄청난 '대장금 광고특수'를 누렸다.

방영초 15초당 2만6천위안(350만원)이었던 대장금 시간대 광고료는 가파른 시청률 상승에 따라 단가를 5만위안(670만원)으로 올렸는데도 몰려드는 광고로 즐거운 비명을 지렸다. <후난티브이>에는 재방영권을 사려는 지역 방송국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고 DVD타이틀 등 관련 상품 판매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TV 방영수익 후난TV가 독식… MBC는 편당 1만달러에 넘겨

충칭시 바이나상표사무소 탕원후(39) 변호사는 "<대장금> 방영후 수백명이 상표권 문의를 해오고 있지만, 우선출원주의 원칙에 따라 뒤늦게 관련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이 자국내에서 사용했던 상표를 등록하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충칭대학교 공상관리학원 천완즈 교수는 "중국은 지역마다 규정과 법규가 다르고 소비자 성향이 천차만별이라서 제품 판매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이런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면서 중국 내수시장에서 한류 비즈니스를 이용하려는 기업의 보다 철저한 준비와 전략을 주문했다. 충칭/<한겨레> 모종혁 통신원
jhmo71@chinawestinfo.com

한류를 대하는 중국의 이중적 태도
“한국의 힘, 따라 배우자” “한국의 문화침략 막아야”

 

한편 <대장금>의 선풍적 인기를 두고 중국 문화계와 언론계에는 엇갈리는 시각이 존재한다.

중국 방송가에선 최근 CCTV, 후난(湖南)위성TV 등 전국에서 시청이 가능한 방송매체가 한국 드라마를 잇따라 방영해 자국의 드라마 제작시장에 타격이 크다면서 우려와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 가운데는 중앙정부가 개입해 ‘한류의 중국점령을 막아내야 한다’는 ‘반(反) 한류’성 발언도 섞여 있다.

중국 봉황(鳳凰)위성TV는 지난 6일 ‘한류 억제 여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는데, 이날 토론에서 중국 유력 언론인은 한류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중국언론이 자국 문화와 연예인을 지원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 TV평론계는 최근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 속에 날마다 방영되자, 한국드라마가 중국 시청자들의 입맛을 바꾸고 있다고 비난하며 당국에 한국드라마 방영과 음반 발행을 축소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런 요구에는 역사드라마에 강한 애착을 갖고, 스스로 강점을 지녔다고 여겨온 중국과 홍콩·대만에서 한국 역사드라마 <대장금>이 중국 전역에 걸친 인기를 형성한 데 대한 반감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홍콩 언론 “한류 공격은 단견…중국의 조급한 심리 드러내”

그런가 하면, 중국의 일부 언론은 <대장금> 열풍과 관련해, “한류 인기의 본질은 한국 드라마와 문화의 우수성”이라며 중국의 국수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는 보도를 싣고 있다.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16일 ‘신(新)한류 대 반(反)한류’ 기사를 표지에 실어 “한국이 내건 문화입국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중국은 반 한류를 초월,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장성 청년연구회 주임 왕후이도 “일부 드라마 제작자들이 한류를 공격하고 있지만 이는 단견이고 중국의 조급한 심리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랴오닝 문학원 작가 장훙제도 “젊은이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난 뒤에는 지금은 힘들고 어려워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동양의 문화전통, 건강과 자연을 밑바탕으로 깔고 남녀, 가족, 친구간의 사랑을 주제로 과장하지 않고, 억지부리지 않고, 크게 소리지르지 않는 표현방식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중국 <해방일보>는 ‘언제 중국의 <대장금>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기사를 실어, 중국의 풍부한 역사와 인물을 주제로 한 작품 생산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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