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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촨 민간전통공예인 죽편(竹編)으로 제작한 등 조형물. 죽편을 이용하여 올해 처음 제작했다. |
ⓒ 모종혁 |
가까이는 청뚜, 충칭에서 멀리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지까지 머나먼 여정을 마다않고 길을 나선 관광객들이 이 작은 도시를 찾는 것은 특별한 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쯔공시 야경을 화려하게 장식한 이른바 등축제(燈會, 덩후이)의 등 조형물.
쯔공시에 들어서자마자 도로 양쪽에 줄지어 걸려 있는 홍등(紅燈), 도시를 가로지르는 하천 변과 다리를 장식한 수십 개의 등 조형물, 축구장 10배 크기의 등축제공원의 등 전시물이 쯔공의 밤을 수놓아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쯔공 등축제에 '대장금'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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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축제공원에서 각종 등 조형물을 제작하고 있는 등축제 전문 장인들. 쯔공 등축제 조형물들은 작년 12월부터 제작되어 1월 16일 모두 완료되었다. | |
ⓒ 모종혁 |
등축제장의 등 조형물은 비단, 섬유유리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다양한 주제의 상징물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불교, 도교 등 종교적인 소재에서 신화, 민간풍습, 고전명작, 이국풍경 등 기발한 내용을 주제로 한 등 조형물을 해마다 선보여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족과 함께 베이징에서 온 진하이슝(金海雄·32)은 "등축제를 보기 위해서 일부러 쯔공을 찾았다"면서 "베이징이나 다른 지방에서도 등축제가 열리지만 쯔공의 등축제가 가장 규모가 크고 등 조형물도 섬세하고 기발하다"고 말했다.
청뚜에서 친구와 함께 온 리자(李佳·23·여)는 "재작년에도 왔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소재의 등 조형물을 선보여 신선하고 놀랍다"며 "특히 올해에는 한국드라마 <대장금>과 쓰촨 민간기예인 변검, 차기예 등의 등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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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밤 중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축제공원. 쯔공 등축제는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
ⓒ 모종혁 |
등축제는 기원전 2세기에 시작되어 8세기 당대에 이르러 매년 춘제(春節)마다 치르게 된 중국의 민속축제이다. 춘제를 앞두고 중국 도시와 농촌 곳곳을 등의 물결로 수놓던 등축제는 공산당 집권이후 귀족 취향의 전통놀이로 몰려 명맥이 끊겼다. 이를 1962년 쓰촨성의 작은 도시인 쯔공이 시 차원에서 대규모 행사로 복원하면서, 오늘날 쯔공은 중국 등축제의 메카로 성장했다.
1990년대 초 중국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국제 행사로 확대되어 올해로 12회를 맞이했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유구한 염전 역사', '태고의 흔적', '전원풍광', '생태가원' 등 4개의 큰 테마로 된 60개 등 조형물을 도시 전체에 장식하여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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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쯔공 등축제는 쓰촨성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찬으로 지역 특색이 물씬 드러나는 등 조형물을 집중적으로 제작되었다. '차기예'는 쓰촨에서 시작되어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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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춘제 연휴기간에는 41만 명의 관광객이 쯔공 등축제를 관람하여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2% 증가했다"면서 "이에 입장료 수입이 1억 8천만 위안(한화 230억 안팎)으로 전년보다 21.4%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쯔공시내 다른 명승고적을 찾는 관람객도 늘어나는 연쇄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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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쯔공은 세계에서 최초로 소금염을 채취하여 소금산업을 발전시킨 곳이다. 지상과 지하에서 소금염을 채취하여 소금으로 정제한 뒤 다른 지역으로 판매하는 역사를 보여주는 등 조형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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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공 등축제는 이제 산업화하여 관련 기술과 인력을 수출까지 하면서 지역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발전하고 있다.
린통(林?·48) 동팡 등제작회사 사장은 "등제작 디자이너와 기술자는 모두 한 사람의 사부가 한 제자를 받아 교육시키는 도제 방식으로 배출된다"면서 "쯔공에서 최소한 3년 이상의 교육과 실습을 통해서 양성된 기술자는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중국 전역에 있는 지사에 파견되어 현지 등축제의 디자이너와 기술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축제 디자이너와 기술자들이 쯔공에서 갈고 닦은 등 제작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각 지역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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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전등의 전구 반사 부분으로 제작한 사자 등 조형물. 이번 쯔공 등축제에서 처음 시도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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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쯔공시 정부도 등제작회사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면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수십 개 등 제작회사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등제작의 노하우와 기술을 쌓아왔기 때문에 외국에서의 어떤 행사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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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쯔공 등축제는 축구장 10배 크기의 공원에서 등 조형물 외에 먹을거리 장터와 각종 민속전통 행사가 벌어진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결혼식 모습을 형상화한 등 조형물 주변에서 벌어지는 결혼식 퍼포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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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쯔리우징 전통거리를 장식한 각양각색의 공예등 아래에서 쯔공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밤거리를 거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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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이리: 쯔공 등축제와 대장금의 만남
* 사진 설명: 올해 쯔공(自貢) 국제공룡등축제(恐龍燈會)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등 조형물인 '대장금'. 이 조형물의 한복 의상을 제작한 허이리가 중국 어린이들을 겨냥하여 자신의 큰딸이 기획-편집한 <대장금> 동화책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중국 고대 의상에서부터 최신 유행하는 치파오(旗袍), 탕좡(唐裝)까지 모두 만들어봤지만 한국의 전통의상을 만드는 건 제게 또 다른 도전이었죠." 등축제 의상 제작자 허이리(賀伊利·60)는 중국 쓰촨성(四川省) 쯔궁(自貢)에서 열린 2006년 쯔궁 국제공룡등축제에 낸 자신의 작품 '대장금' 조형물 앞에서 떠날 줄 몰랐다. 그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넘쳤다.
"중국 고대 의상에서부터 최신 유행하는 치파오(旗袍), 탕좡(唐裝)까지 모두 만들어봤지만 한국의 전통의상을 만드는 건 제게 또 다른 도전이었죠." 등축제 의상 제작자 허이리(賀伊利·60)는 중국 쓰촨성(四川省) 쯔궁(自貢)에서 열린 2006년 쯔궁 국제공룡등축제에 낸 자신의 작품 '대장금' 조형물 앞에서 떠날 줄 몰랐다. 그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넘쳤다.
"지난해 12월 말 쑹량시(宋良曦) 등축제 총설계사가 한국 전통의상을 10일 안에 제작해야 한다고 말을 처음 꺼냈을 때는 눈앞이 깜깜했어요. 28년 동안 중국, 일본, 서양의 전통의상을 만들어 왔지만 한국의 의상은 처음인데다가 쯔궁에는 관련 자료가 전무했거든요." 드라마 <대장금>을 세 번이나 봤다는 허씨는 "드라마에서 받은 감동을 이번 한복 제작에 나타내고자 혼신을 다했다"며 활짝 웃었다.
1월21일부터 2월21일까지 벌어지는 쯔궁 국제공룡등축제는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등축제 행사다. 기원전 2세기에 시작된 등축제는 중국의 민속축제로 8세기에 이르러 매년 춘절마다 치러졌다. 도시와 농촌 곳곳을 등의 물결로 수놓던 등축제는 공산당 집권 이후 고상한 전통놀이로 몰려 명맥이 끊겼다.
이를 1962년 작은 도시 쯔궁이 시 차원에서 행사를 대규모로 복원하면서, 오늘날 쯔궁은 중국 등축제의 메카로 성장했다. 1990년대 초 국제 행사로 확대된 쯔궁 등축제는 올해도 16개의 등 제작회사가 만든 106개의 화려한 등 조형물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1979년부터 등축제 의상 제작자로 참여해 수만벌의 의상을 제작한 허씨는 동서양의 신화, 민간설화, 종교를 아우르며 시대와 인물을 소화해낸 축제의 산증인이다. 허씨는 "지금까지 12명의 제자를 길러냈지만 처음 시도하는 의상은 디자인과 옷감 선별부터 마무리 바느질까지 내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란다"고 말한다. 이번에도 한복 제작을 위해 청두의 쓰촨성 도서관에서 한국 의상서적을 뒤적이고 항저우에서 최고의 비단 원단을 주문해 며칠 밤을 새워 만들었다.
13살 때 병든 쌍둥이 동생을 돌보기 위해 잡기(雜技)공연단에 들어가 10여 년 동안 활동한 허씨는 오랫동안 꿈꿔온 의상 디자이너가 되고자 서른 살 경부터 등축제 의상 제작을 배우기 시작했다. "70년대 말, 등축제 행사는 일관된 제작 프로그램이 없이 정부 주문 의상만 제작하는 데 급급했다"고 회고한 허씨는 자신이 "개혁개방 이후 지식인과 전문가를 우대하는 정책 아래에서 배출된 첫 번째 등축제 전문가 세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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