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오행과 증후학
1.오행과 증후학이란?
동양(東洋)의 위대한 정신적(精神的) 유산(有産),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 이것은 동양(東洋)의 철학(哲學)과 의학(醫學)의 시작이자 핵심(核心)이다. "자연(自然)과 인간(人間)이 하나다."란 말은 바로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에서 나온 것이다. 밝은 것(陽)과 어두운 것(陰),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오행(五行)은 단순하게 독립된 요소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목(木)의 기운(氣)은 봄을 상징하고 신맛, 푸른색, 오장육부 중 간(肝) 그리고 분노(忿怒)의 감정(感情)을 상징한다.
또한 나무(木)는 칼(金)에 약하지만 칼(金)을 이기는 불(火)을 살린다. 각 요소들은 상호보완(相互補完)의 관계를 가지고 돌고 도는 것이다. 이처럼 각 요소를 몸 속의 장기, 감정(感情), 계절(季節), 맛, 소리 등 온갖 것에 배속(配屬)해서 우주만물(宇宙萬物)을 통일(統一)된 유기체(有機體), 즉 "자연(自然)과 인간(人間), 우주만물(宇宙萬物)이 하나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인체(人體)는 거대한 자연 안에 존재(存在)하는 또 하나의 완벽한 자연(自然)이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원리(原理)에 따라 경락(經絡)과 오장육부(五臟六腑)의 기(氣)가 움직인다는 원리(原理)를 알면 질병(疾病)의 원인(原因)과 치료원리도 이해할 수 있다.
동양의학(東洋醫學)의 기본이 되는 음양오행(陰陽五行)과 진단법(診斷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동양의학(東洋醫學)의 기본(基本)이 되는 경락(經絡)과 경혈(經穴)도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먼저 알고 배운다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우주(宇宙)의 질서(秩序)를 알고 태양계(太陽系)와 지구(地球)의 질서(秩序)는 인체(人體)의 작용(作用)과 밀접(密接)하게 작용하므로 인간(人間)은 소우주(小宇宙)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주일(一週日) 일(日), 월(月),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을 나누듯 태양계(太陽系)에는 음(陰)(달), 양(陽)(태양), 수성(水星), 금성(金星), 화성(火星), 목성(木星), 토성(土星)이 있습니다.
열두달로 나누듯 육장육부(六臟六腑)의 12장으로 나뉘고 지구(地球)의 오대양 육대주라 하듯 오장육부라 합니다.
모든 자연(自然)의 질서(秩序)와 인체(人體)의 관계(關係)는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을 이루며 정교한 질서 속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인체의 질서 또한 자연의 순리대로 돌아야하는데 그 질서를 잃으면 신체(身體)의 균형(均衡)을 잃어 질병(疾病)이 발생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음양오행(陰陽五行), 천지인(天地人)을 알면 인체의 질병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으므로 질병의 진단법(診斷法)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치료법(治療法)에도 활용한다.
증후학(症候學)이란?
한의학(韓醫學)은 전체(全體)가 증후학(症候學)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증후학이라는 것을 따로 내세울 필요가 없으나 처음 한의학(韓醫學)에 접하는 사람들에게 학습의 편의를 제공
하고 증세를 대할 때 참고하게 하기 위해서, 맥학(脈學)과 경락학(經絡學) 이외의 것을 대략 통일하여 이 증후학(症候學) 편을 만든 것이다.
2-1. 오행의 기본 개념
서론(序論)
장(藏)이란 인체(人體)의 체강내(體腔內)에 있는 생명활동(生明活動)의 주체(主體)가 되는 각종장기(各種臟器)를 뜻하는 것이다.
상(象)이란 각종장기(各種臟器)등이 밖으로 나타내는 여러가지 현상(現象)을 말하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몸속에 있는 내장(內臟)들이 어떻게 생겼으며. 무슨 일을 하고 또 그것들이 몸밖으로 나타내는 여러가지 현상(現象)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의학(韓醫學)에서 일반적로 말하고 있는 장기(臟器)는 어느 면으로는 근대의학(近代醫學)에서 말하는 장기(臟器)의 뜻도 포함되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장기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체강내(體腔內)의 장기가 체외로 나타나는 각종현상(各種現象)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체표면(人體表面)에 나타내는 생리병리적현상(生理炳理的現象)을 보고 그 특징에 따라 어느 장기에서 생겼는가를 분석(分析)할 수도 있고 또 역으로 귀납(歸納)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오행(五行)이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를 가리킨다. 이것은 고인(古人)이 오행(五行)의 속성(屬性)인 추상개념(抽象槪念)을
기본으로 오행(五行)의 상생(相生), 상극(相剋) 관계를 가지고 사물간의 상호(相互) 관련과 그 운동의 변화(變化) 규율(規律)을 해석(解釋)하기 위한 이론적(理論的) 수단으로 마련했던 것이다. 동양의학(東洋醫學)에 있어서는 오행(五行)의 상극(相剋)에 관한 이치(理致)를 운용해서 인체(人體) 내장(內臟)의 상호(相互) 자생(子生), 상호제약관계(相互制約關係)를 설명(說明)한다.
그리고 오행(五行)의 귀납법(歸納法)으로 인체(人體) 각 부분 사이와, 인간과 외부(外部) 환경간의 상호(相互) 연계(連繫)를 설명한다. 이 양자에 대해 나누어서 설명하기로 한다.
가. 오행의 상생 상극
생(生)에는 자생(子生) 조장(助長)이란 뜻이 포함되어 있다.
오행 사이에는 모두 상호자생(相互子生), 상호조장관계(相互助長官係)가 있는데 이 관계를 오행(五行)의 상생(相生)이라 약칭하고 있다.
오행(五行)의 상생(相生) 순서(順序)는 목(木)은 화(火)를낳고, 화(火)는 토(土)를 낳고, 토(土)는 금(金)을 낳고, 금(金)은 수(水)를 낳고, 수(水)는 목(木)을 낳는다.
오행(五行)의 상생관계(相生關係)에 있어서는 어느 일행일지라도 모두 "나를 낳고"와 "내가 낳고"라는 두 측면의 관계가 있는데, 이것을 모자(母子)의 관계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나를 낳는 것은 모친(母親)이며 내가 낳는 것은 자(子)이기 때문이다.
수(水)를 예(例)로 들면 나를 낳는 것은 금(金)이다. 따라서 금(金)은 수(水)의 모(母)가 된다. 내가 낳는 것은 목(木)이다. 따라서 목(木)은 수(水)의 자(子)이다. 나머지 사행(四行)도 이것으로 미루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극(克)에는 제약(制約), 저지(沮止)의 뜻이 포함되어 있다.
오행(五行) 사이에는 모두 상호제약(相互制約), 상호저지(相互抵止) 관계가 있는데 이것을 오행(五行)의 상극(相剋)이라 약칭한다.
오행(五行)의 상극(相剋) 순서는, 목(木)은 토(土)를 이기고, 토(土)는 수(水)를 이기고, 수(水)는 화(火)를 이기고, 화(火)는 금(金)을 이기고, 금(金)은 목(木)을 이긴다.
오행(五行)의 상극관계(相克關係)에 있어서는 어느 일행이든 모두 "나를 이긴다"와 "내가 이긴다"의 두 가지 측면의 관계가 있다.
그것은 이길 수 있다와, 이길 수 없다의 관계이다. 나에게 이긴다는 이길 수 없다 이며, 내가 이긴다는 이길 수 있다 이다.
목(木)을 예(例)로 들면, "나를 이기는 것은 금(金)이다". 따라서 "금(金)은 목(木)을 이길 수 있다"는 것, "내가 이기는 것은 토이다" 따라서 "토(土)는 목(木)이 이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 밖의 것은 이를 추리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오행의 상생(相生) 중에는 동시에 상극(相剋)이 포함되어 있고, 상극(相剋) 중에는 상생(相生)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자연계(自然界)의 운동변화의 일반적인 규율이다.
만약 상생만이 있고 상극이 없다면 정상적인 평형은 유지되지 않으며, 상극이 있고 상생이 없다면 만물은 회생하는 일이 없다. 그래서 상생 상극은 일체의 사물이 상대 조화를 유지하는데 불가결한 두 가지 조건이다.
상호작용(相互作用), 상호협조(相互協助)의 기초 위에서만 사물의 화생은 부단히 촉진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목(木)은 토(土)를 이긴다. 그러나 토(土)는 금(金)을 낳으며, 금(金)은 또한 목(木)을 이긴다.
이 일련의 관계에서 목(木)은 원래 토(土)를 이기나 토(土)는 금(金)을 낳을 수 있으며, 그로써 목(木)을 제약(制約)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아래 토(土)는 지고 있지만 노상 지고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 밖의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사행(四行) 역시 모두 이와 같은 이치(理致)이다.
오행(五行)의 생극(生剋)은 생(生) 안에 동시에 극(克)이 있고 극(克) 안에 동시에 생(生)이 있어 협조(協調) 자조(自助), 상호제약(相互制約)에 따라 조화(調和)를 유지하는 것이라 말 수 있다.
나. 오행의 귀류
동양의학(東洋醫學)의 이론(理論)은 인체(人體)의 각 부분을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 여길 뿐 아니라, 인체와 외재의 자연환경과의 사이에도 상응관계(相應關係)가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체(人體)의 각 부분이란?
오장(五臟) :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 심포(心包)),
육부(六腑) : (담(膽), 소장(小腸), 위장(胃腸), 대장(大腸), 방광(膀胱), 삼초(三焦)),
오체(五體) : (근육(筋肉), 혈맥(血脈), 기육(肌肉), 피모(皮毛), 골수(骨髓)),
오관(五官) : (눈(目), 혀(舌), 입(口), 코(鼻), 귀(耳))을 가리키며 칠공이라고도 한다. 등이다.
외재의 자연 환경이란?
계절(季節) : 춘(春), 하(夏), 장하(長夏), 추(秋), 동(冬)),
육기(六氣) : 풍(風), 열(熱), 습(濕), 조(燥), 한(寒)),
오색(五色) :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
오미(五味) : 산(酸), 고(苦), 감(甘), 신(莘), 함(鹹)) 등을 가리켜 말한다.
체내(體內), 체외(體外)의 전체성과 그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동양의학(東洋醫學)에서는 오행(五行)을 중심으로 해서 그 고유한 특성에 맞추어 유별 한다는 방법에 따라 자연계(自然界)와 인체(人體)의 관계 사물을 그 속성(屬性), 형태(形態) 현상이 같은 것을 각각 귀납(歸納)해서 5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그 주된 목적은 각종 사물간의 연계를 이해하고 동시에 사물의 변화에 관한 진전 법칙을 관찰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이다.
산(酸)(신맛), 고(苦)(쓴맛), 감(甘)(단맛), 신(辛)(매운맛), 함(鹹)(짠맛)을 오미(五味)라고 한다. 오미(五味)는 각각 오장(五臟)에 들어가 보양(保養)한다.
신맛은 간(肝)에 들어가 간(肝)의 쇠약(衰弱)을 보양(保養)한다.
쓴맛은 심(心)에 들어가 심(心)의 쇠약(衰弱)을 보양(保養)한다.
단맛은 비(脾)에 들어가 비(脾)의 쇠약(衰弱)을 보양(保養)한다.
매운맛은 폐(肺)에 들어가 폐(肺)의 쇠약(衰弱)을 보양(保養)한다.
짠맛은 신(辛)에 들어가 신(腎)의 쇠약(衰弱)을 보양(保養)한다.
일상의 음식생활에서는 오미(五味)의 조화(調和)가 중요한데 이는 다음과 같다.
간(肝)이 약한 사람은 신맛을 찾는다.
심(心)이 약한 사람은 쓴맛을,
비(脾)가 약한 사람은 단맛을,
폐(肺)가 약한 사람은 매운맛을,
신(腎)이 약한 사람은 짠맛을 즐기게 된다. 물론 오미(五味)가 지나치면 도리어 병이 된다.
즉, 신맛을 지나치게 즐기면 간(肝)이 상(傷)하고, 간(肝)이 주관하는 근육(筋肉)이 위축(萎縮)되고 혀가 변형된다. 따라서 근(筋)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신맛을 과도하게 섭취(攝取)하면 안된다.
쓴맛을 과도(過度)하게 섭취(攝取)하면 심장(心臟)과 골(骨)이 상(傷)하고 피부(皮膚)가 건조(乾燥)해지며 몸의 털이 빠진다. 따라서 골(骨)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쓴맛을 과다(過多)하게 섭취(攝取)하면 안된다.
단맛을 과도(過度)하게 섭취(攝取)하면 비(脾)·위(胃)가 상(傷)하고 육(肉)에 악영향을 미친다.
매운맛을 과도(過度)하게 섭취(攝取)하면 폐(肺)가 상(傷)하고 근육(筋肉)이 굳어지며 손톱이 상한다. 따라서 호흡기(呼吸器)가 약(弱)한 사람은 매운맛을 과다(過多)하게 섭취(攝取)하면 안된다.
짠맛을 지나치게 섭취(攝取)하면 신(腎)을 상(傷)하고 혈(血)을 상(傷)하게 되며 맥(脈)이 정체(停滯)되고 안색(顔色)이 나빠진다. 따라서 혈관(血管)에 이상이 있고 순환기(循環期) 질병(疾病)이 있는 사람은 짠맛을 과도하게 섭취(攝取)하면 안된다.
맛은 한의학상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약성학의 기초가 맛과 기(氣)인데 증후학(症候學)에서도 이 맛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각의 변화와 좋아하는 음식물의 맛과 특성으로써 그 사람의 체질(體質)과 증후(症候)를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이 다른 것과 같이 식성도 다 저마다 다른 것은 사람의 체질이다 다르기 때문이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 짜게 먹는 사람, 담백하게 먹는 사람, 쓴 것, 신 것을 즐기는 사람이 모두 다르며,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도 고추, 후추, 마늘,겨자 등 선택하는 것이 다 다르다. 그러므로 갑(甲)이 좋아하는 것을 을(乙)에게도 좋아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인체(人體)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대개 두 가지 방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미각 신경에 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학적작용(化學的作用)에 의한 것이다.
먼저 미각(味覺) 신경에 대해서 살펴보면, 우리가 맛을 알 수 있는 것은 혀에 분포되어 있는 미각 신경의 보고에 따른 것이다.
맛의 종류에 따라서 느끼는 부위가 따로 정해져 있는데, 매운 맛(辛)은 혀끝에, 단맛(甘)은 가운데, 쓴맛(苦)은 목구멍 쪽에서 잘 느낄 수 있다.
사탕 덩어리를 아주 안 쪽에 집어넣고 혀를 누르면 별로 단맛을 느끼지 못하고, 백설기 덩어리를 집어넣은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그리고 매운 것을 지나치게 먹으면 혀끝이 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온몸에 불기가 확 돌고 땀이 버쩍 난다. 이것은 어떤 특정한 미각(味覺)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특정한 기관과 조직이 있다는 증거다.
매운 맛을 예로 들면, 매운 맛은 다음과 같은 작용을 한다.
첫째, 폐(肺)의 호흡(呼吸)을 깊고 두텁게 한다.
둘째, 심장(心臟)의 자율신경(自律神經)을 자극(刺戟)하여 열(熱)이 나는 것을 돕는다.
셋째, 땀의 분비(分泌)를 조장한다.
넷째, 입과 코 및 피부(皮膚) 전체의 공기 구멍을 열어 놓는다.
맛과 화학적작용(化學的作用)을 살펴보면, 다음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맛의 자극(刺戟)에 의해 혀 조직에서 어떤 화학물질(化學物質)(호르몬)이 생성되어서 그것이 혈액(血液)에 흡수(吸收)되고, 특정한 기관을 자극(刺戟)해서 일정한 생리적(生理的) 변화(變化)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운 맛을 지닌 음식물이나 단맛을 지닌 음식물을 섭취(攝取)하면 혀에 저마다 독특한 점막이 생기는 것으로 보아 이런 화학적작용(化學的作用)이 일어남을 추측할 수 있다.
둘째, 음식물 자체가 소화흡수(消化吸收)된 뒤에 혈액순환(血液循環)하는 동안에 저마다 특유한 맛 성분에 따라서 특정한 기관에 작용하는 호르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체(人體)의 기관(器官) 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혀처럼 여러 가지로 중요하고 복잡한 책임을 진 기관이 따로 없다. 혀의 기능을 간단히 살펴보면, 먼저 혀는 언어(言語)에 의해 우리의 생각과 감정(感情)을 표시한다. 또한 임맥(任脈)의 말단(末端)을 이루고 있어서 생식기(生殖器)와도 밀접(密接)한 관계가 있다. 동물이 교미할 때 코와 혀가 중요한 역학을 하고 사람도 정욕이 발동하거나 성행위를 할 때 혀가 작용하는 일이 많다.
코는 독맥(督脈)이 말단(末端)이라 음경(陰經)과 상응(相應)하고 입은 임맥(任脈)의 말단(末端)이라 음호(陰戶)와 상응(相應)하고 혀는 음핵(陰核)에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혀는 소화와 영양에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다. 먼저 음식물을 씹어서 고루 석고, 위(胃)로 음식물을 밀어 넣으며, 맛에 의해 음식물을 검사 선택하고, 받아들인 음식물의 종류를 중추에 보고하고, 각 기관에도 통지한다.
이와 같이 입은 모든 물건을 수입하는 문호(門戶)이고, 혀는 모든 물건을 취급하는 관리소이기 때문에, 혀에 각 장기의 출장원이 와있는 것처럼 되어 있다. 이를테면 몸 안의 어떤 장
기가 단맛을 지닌 물질을 요구할 때는 그 출장원에게 단맛을 지닌 음식물을 섭취할 것을 명령할 것이고, 그 때문에 단맛이 들어오면 맛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요구하는 분량대로 다 섭취를 하고 난 뒤에는 그 음식이 더 들어 와도 맛을 잃게 된다.
사람마다 식성과 요구하는 음식물이 다르고 한 사람의 경우에도 나이나 생리 상태에 따라서 식성이 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음식물은 소화기를 지나서 심장에 가서 각 기관에 배달된다. 그러므로 소화기의 상황이 혀에 나타나고 심장의 상황이 혀에 나타나고, 이어서 각 기관의 상황도 혀에 나타난다. 혀를 심의 싹이라고 하는 것은 심은 다른 장기의 으뜸 되는 장기라 온몸의 건강을 다스리고, 혀는 전체의 건강 상태를 표현하는 기관이므로 생긴 말이다.
사람이 건강 상태에 따라서 어떤 특정한 맛을 가진 음식물을 요구하게 되고, 그 맛에 대해서 좋고 싫음을 느낀다는 것은 이미 말했거니와, 그뿐만 아니라 건강 상태에 따라서 입안에 아무 음식이 들어 있지 않아도 저절로 입맛을 느끼는 일이 있으니, 이것은 모두 혀에 머물고 있는 각 장기의 출장원 때문이다. 음식이 들어 있지 않을 때도 입안에서 느끼는 맛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몇 가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쓴맛 : 입맛이 쓰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누구든지 지나치게 피로하거나 지나치게 심려할 때 경험하는 일이다.
② 매운 맛 : 입안이 알알하고 맵싸할 때가 있다.
③ 단 맛 : 입안이 달짝지근할 때가 있다.
④ 신 맛 : 입안이 시금털털할 때가 있다.
⑤ 짠 맛 : 입안이 짜서 못 견딜 때가 있다.
⑥ 싱거운 맛 : 입이 싱거워서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⑦ 비린 맛 : 입안이 비릿비릿할 때가 있다.
⑧ 섞는 맛 : 입안에서 섞는 맛을 느낄 때가 있다.
⑨ 고소한 맛 : 입안이 고소할 때가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맛이 장기의 기능의 변조와 밀접(密接)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가. 신맛과 간
나. 쓴맛과 심
다. 단맛과 비
라. 매운 맛과 폐
마. 짠맛과 신
몸 안의 산(酸)은 모두 간(肝)에 소속된다. 이제 몇 가지 실례를 들면,
첫째로 담즙(膽汁)은 산성 소화액이다.
둘째로 산 과다증은 간장(肝臟)의 병적 변화로 말미암아 생기는 현상이니, 이것이 산(酸)과 간(肝)의 관계를 입증해 준다.
셋째로 아이를 밴 여자는 정신에 변화가 일어나 신경질이 되고 감정(感情)이 극렬하여 신맛을 지닌 음식물을 많이 찾는데, 노(怒)하기 쉬운 것은 간에 연관(筵官)된 감정(感情)이며, 신맛을 즐기는 것은 간(肝)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 밴 여자가 간장(肝臟)의 왕성(旺盛)한 활동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 대해서 명확한 학술적 논거를 대기는 어렵고, 다만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이유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① 간(肝)과 담(膽)은 투쟁(鬪爭)의 동력(動力)을 만들어 내는 기관인데, 몸안에 귀중한 태아를 가졌으니까 그것을 잘 보호하기 위해서 간(肝)과 담(膽)의 활동이 왕성(旺盛)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격이 날카로워지는 것이 그 증거이다.
② 간장혈(肝臟血) : 간(肝)은 심(心)과 상생(相生) 관계(關係)에 있으며 혈해(血海)라고 한다. 남자(男子)에 있어서는 기(氣)를 다스리고 여자(女子)에 있어서는 월경(月經)과 태아(胎兒)의 영양(營養) 같은 것을 맡는데, 대체로 젊은 여자(女子)가 남자(男子)보다 신맛을 지닌 음식물을 더 좋아하고 아이밴 여자의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이것은 아이를 가졌을 때는 간장(肝臟)의 활동이 왕성(旺盛)하면 그로 인해서 신맛을 지닌 물질을 다량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간장(肝臟)에서는 적혈구(赤血球)를 파괴하고 만들어 낸다.
④ 간장(肝臟)은 해독(害毒) 작용을 하는데 태아(胎兒)에게 독(毒)이 있는 물질이 침범 못하게 하기 위해서 그 작용이 더 왕성한 것으로 추측된다.
⑤ 혈액(血液) 중에 산(酸)을 다량으로 흘러 보내 췌장(膵臟)으로 하여금 다량(多量)의 당분을 혈액(血液) 중에 내보내게 해서 간접적으로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⑥ 췌장(膵臟)을 견제(牽制)하여 함수 탄소와의 물질 대사를 왕성하게 하고 특히 신(腎)의 작용을 촉진하여 석회 물질 대사를 왕성하게 해서 태아의 뼈를 생성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
⑦ 신맛은 수렴성(收斂性)을 지녀서 에너지의 손실을 막는 힘이 있다고 본다.
쓴맛은 심장(心臟)에 작용하는 호르몬의 성질을 가졌는데, 그 증거로서 먼저 양약(洋藥)이나 한약(韓藥)이나 하리제는 대개 쓴맛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쓴맛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열(熱)을 내리게 한다.
우리는 매운 것을 먹었을 때는 입을 벌려서 위로 발산(發散)시키려고 하지만 쓴 것을 먹으면 자꾸 침을 삼키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쓴맛은 심장(心臟)의 억압 신경과 심장(心臟)에 작용하여 심장(心臟)의 일을 덜어 주어 심장(心臟)을 안정시키고 회복시켜 준다.
담혈증(膽血症)에서 쓴맛을 지닌 담즙(膽汁)이 피 속에 다량으로 흘러들 때 맥박이 느려지는 것은 심장(心臟)의 일을 덜어 주는 정도가 지나쳐서 생긴 병적 현상이라는 것은 앞에서 말한바가 있다.
그리고 심장이 과로하면 입맛이 쓴 것을 느낄 수 있고, 심장의 활동이 부족한 사람은 씀바귀나 개두릅 같은 것을 잘 먹지만, 몸에 열(熱)이 부족한 사람은 씀바귀 같은 것을 한 입만 먹어도 곧 토해 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맥주는 다른 술보다 시원한 맛이 한결 더하고 취하고 난 뒤에 회복이 빠른데, 그 까닭은 맥주가 쓴맛을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속이 찬 사람이 맥주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고, 누구든지 맥주를 먹는 동안에는 소변(小便)은 자주 많이 보게 되는데, 이것은 알코올에 의해서 심장(心臟)이 흥분되는 동시에 쓴맛을 지닌 물질에 의해 그 흥분을 한편으로 진정시키기 때문에 회복이 빠른 것이다.
비(脾)는 소화(消化)와 영양(營養)을 맡은 기관인데 당분은 영양 가치가 많다. 대체로 소모 병자(病者)가 당분을 많이 요구한다. 췌액(膵液)은 전분을 맥아당(麥芽糖)으로 분해하고, 맥아당을 포도당(葡萄糖)으로 분해하니 이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당뇨병(糖尿病)은 췌장(膵臟)의 병적 변화에 의해서 함수 탄소 물질 대사에 변화가 생겨서 피 속에 당분이 지나치게 많아진 것을 본다.
단것은 보(補)해 주고 부드럽게 해준다. 어린아이에게 단것을 먹이고 표정을 보면 여간 부드럽고 환하지 않다. 어른도 마찬가지로 당분이 입에 들어가면 입맛을 부드럽게 다셔서 맛을 즐기게 되며 안면 근육이 누그러져서 만족한 표정과 비슷한 표정이 된다.
매운 맛을 지닌 음식물이 폐(肺)에 작용한다는 것은 다음 몇 가지 예로써 짐작할 수 있다.
첫째, 매운 맛을 지닌 음식물을 먹었을 때는 호흡(呼吸)을 깊게 하며 입을 벌이고 혀끝을 들고 밖으로 내보낸다.
둘째, 호흡(呼吸)이 느린 사람은 대체로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셋째, 감기에 걸리고 기침이 날 때 땀을 내는 약에는 대체로 맵고 쓰다.
넷째, 폐병(肺病)에서 생기는 기침약에는 매운 것을 피한다. 그렇기 때문에 폐병(肺病)에 걸린 사람은 식성도 매운 음식은 싫어하고 담백한 음식, 신 음식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짠맛과 신(腎)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설명을 덧붙이면 쉽사리 이해될 수 있다.
① 몸 안의 염분(染粉)이 땀을 통해서 조금 배출되는 외에는 대부분은 소변(小便)으로 배설된다.
② 염분(染粉)은 여러 가지 물질을 부드럽게 하고 녹인다. 싱싱한 야채에 소금을 치면 쪼글쪼글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인체 내에서도 혈구(血球)와 조직(組織)의 세포에 대해서 이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피를 토(吐)할때 소금물을 먹으면 진정되며 질이 발작할 낌새가 보일 때 소금물을 먹으면 무사히 넘어가는 수가 있다. 이것으로 염분이 혈액의 활발한 순환력을 부드럽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혈액(血液)이 순환하는 힘을 견제하는 것은 불을 이기는 물(수극화(水克火)), 곧 신(腎)의 작용이요 근육(筋肉)이 뻣뻣해지는 것을 부드럽게 하는 것을 간(肝)이 근육(筋肉)을 맡고 있으므로 간(肝)을 돕는 것이 신(腎)의 작용인 것으로 보아(수생목(水生木)) 역시 염분(染粉)의 작용이 신(腎)에 속함이 틀림없다.
③ 음식물에 염분이 많은 것을 요구하는 사람, 곧 짜게 먹는 사람은 대개 정력(精力)이 왕성하지 못하고 성적 활동이 부진하고 체질이 정적이다. 짠맛을 지닌 물질이 삶의 힘을 억제하는 것은 사실이다. 삶의 힘을 억제하는 힘은 음(陰)이요, 음(陰)은 물이요, 물은 신(腎)에 속하니, 짠맛을 지닌 물질의 작용이 신(腎)에 지배를 받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④ 염분을 많이 섭취하면 그에 따라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물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신(腎)이다. 서양의학(西陽醫學)의 간이요법에 화상(火傷)을 입었을 때 기름(유기물에서 추출된)에 소금을 개어 바르면 잘 듣고 밥이 탈 때 불 위에다 소금을 뿌리면 탄내가 안 나는 것도 거짓말과 같은 사실이다. 이것은 물은 불을 이기는(수극화(水克火)) 원리 또는 물과 소금의 관계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⑤ 어떤 여자가 아이를 낳은 뒤에 몇 개월 동안 소금기라고는 전혀 입에 대지 않고 맨 밥만 먹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이것은 아이를 낳을 때 피를 많이 쏟아서 그것을 보충하려고 염분의 섭취(攝取)를 거부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곧 소금이 피를 굳게 하는 작용을 하는데, 피가 모자라니까 굳어지는 것을 피하고 삶의 힘이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염분을 거부한 것이다.
⑥ 부종(浮腫), 수종(水腫))은 신장병(腎臟病)이 원인으로, 수분과 염분이 지나치게 몸 안에 많이 쌓여서 수혈증과 과염혈증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싱거운 맛은 특징이 없는 맛이지만 맛이 전혀 없는 것과는 다르다. 그 까닭은 싱거운 맛을 지닌 것도 맛의 느낌으로 그 종류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복령이 싱거운 맛을 지니고 있고, 토마토는 싱거운 단맛이 섞여 있다. 이렇게 담백한 맛을 가리켜 싱거운 맛이라고 한다. 싱거운 맛을 지닌 것은 배설을 잘 되게 한다. 싱거운 맛도 역시 신(腎)에 관계된 맛이다. 백복령은 소변에 좋고 수박도 훌륭한 이뇨제이자 열을 식히는 약이다. 토마토도 서양에서 식이 요법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어서 소모병과 특히 뼈의 질병에 좋다고 하는데, 뼈는 신(腎)에 속하는 것이다.
가. 푸른색과 간
나. 붉은 색과 심
다. 노란 색과 비
라. 흰색과 폐
마. 검은 색과 신
바. 건강 색과 불 건강 색
2). 배합 색의 상생과 상극
오색(五色)이란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다섯 가지 색을 말한다.
오장(五臟)의 병변(病變)은 이 오색(五色)의 변화(變化)로 이어져 피부(皮膚)에 나타난다.
간(肝)의 병(病)은 청색(靑色)으로, 심(心)의 병(病)은 적색(赤色)으로, 비(脾)의 병(病)은 황색(황색)으로, 폐(肺)의 병(病)은 백색(白色)으로, 신(腎)의 병(病)은 흑색(黑色)으로 나타난다.
이 오색(五色)은 원색(原色)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의 상대적인 색조(色調)를 말한다. 얼굴이
푸르면 간(肝)의 병(病)을, 붉으면 심(心)의 병(病)을, 누런색이면 비(脾)의 병(病)을, 창백하게 백색이면 폐(肺)의 병(病)을, 거무스레하면 신(腎)의 병(病)을 의심(疑心)한다.
사람의 안색(顔色)이 다 다른 것은 그 체질(體質)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감정(感情)의 변화(變化)나 건강 상태의 차이에 따라서 얼굴빛이 늘 바뀐다.
성이 몹시 나면 안색이 새파래지고, 기쁘면 붉어지고, 겁나면 검어지고, 애를 쓰면 하얘지고, 몹시 생각하면 노래진다.
우리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다.", "얼굴빛이 먹장 같다." 같은 표현들을 생각하면 된다.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은 대개 소화 불량증이 있고 소화 불량증이 있는 사람은 얼굴이 노랗다.
웃기를 잘 하는 사람은 심장(心臟)의 활동(活動)이 왕성(旺盛)하고 얼굴이 붉으며 애를 많이 쓰는 사람은 늘 한숨 쉬고 얼굴이 희다. 그래서 이 표면에 나타나는 색으로써 내부 장기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색은 얼굴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대변(大便), 소변(小便), 월경(月經), 대하(帶下)의 색깔, 혀에 낀 설태(舌苔)의 색깔, 입술, 눈알의 색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나서 장기의 상태를 보여준다.
푸른색은 간(肝)에, 붉은 색은 심장(心臟)에 관계되고, 노란 색은 비(脾)에, 흰색은 폐(肺)에, 검은 색은 신(腎)에 관계된다.
장 기 |
간(肝) |
심(心) |
비(脾) |
폐(肺) |
신(腎) |
색 |
푸른 색(靑) |
붉은 색(赤) |
노란 색(黃) |
흰 색(白) |
검은 색(黑) |
붉은 색은 동맥성 충혈(充血) 때문이므로, 심장(心臟)의 활동(活動)이 맹렬(猛烈)하여 동맥(動脈)의 피가 다량으로 신속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조직에 접촉할 시간이 적다. 따라서 조직에 산소를 나누어주는 양이 적고 혈액 중에 산소가 많이 남아 있어서 밝은 붉은 색을 들어내는 것이다.
청색(靑色)은 정맥성 충혈(充血)에 의해서 조직이 청색(靑色)(또는 짖은 보라색이나 검은 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 정맥성 충혈은 심장(心臟)의 활동이 약할 때 보이는 현상인데 심장(心臟)의 활동을 절제시키는 것은 간장(肝臟)이다. 그리고 어쩌면 간장(肝臟)에서 청색(靑色) 물질을 분비하는지도 모른다.
청색(靑色)은 파장(波長)이 짧은 광선(光線)으로서 가라앉히는 빛이다. 붉은 색을 보면 흥분이 되나 푸른색을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푸른 산을 바라보거나 숲속에 들어가면 까닭 모르게 세상을 벗어난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색깔의 영향이 크다. 사나운 소나 말에게 파란 보자기를 흔들면 사나운 기세가 덜해진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간장(肝臟)은 푸른색을 들어낼까? 청색(靑色)은 가라앉히는 빛이며 활동(活動)을 억제(抑制)하는 빛이다. 그런데 앞에서 여러 번 말한 바와 같이 간장(肝臟)은 투쟁(鬪爭)을 맡은 기관이다. 투쟁(鬪爭)의 동기는 분노(忿怒)이므로 분노(忿怒)의 감정은 간(肝)에 속하고 분노할 때는 푸른색을 띄게 된다. 청색(靑色)은 두 가지 투쟁에 필요한 작용을 하는데, 하나는 대내적으로 심장의 활동을 절제하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에너지를 절약해서 축적했다가 한순간에 폭발시켜서 맹렬한 투쟁을 하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외적으로 적에게 청색을 들어내어 상대방의 활동을 가라앉히고 억제하는 동시에 공포심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보통 때 얼굴이 푸른 사람은 신경질이 되어서 화내기 쉽고, 소화 불량에 걸리는 일이 많다. 이 소화 불량은 간(肝)과 비(脾), 곧 나무와 흙의 대립 관계에서 말미암는 현상이다.
붉은 것은 불의 색깔이니, 붉은 빛은 심(心)에 관계된 빛이다. 심장(心臟)의 활동이 왕성(旺盛)하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니, 기쁨의 감정이 작용해도 붉어지고 신열(身熱)이 날 때도 붉어지고, 술을 먹어도 붉어진다.
모두가 심장(心臟)의 왕성(旺盛)한 활동(活動)에 기인함이 틀림없다. 그러나 붉은 색이 드러난다고 해서 심장(心臟)이 건강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같은 붉은 색이라도 건강 색이 있고 불 건강 색이 있다. 적색(赤色)은 파장(波長)이 가장 긴 색으로서 양색(陽色)이다. 수증(水症) 중에 심장성(心臟性) 부종(浮腫)은 안색(顔色)이 적자색 또는 갈색으로 본다.
노랑은 흙색이니 비위(脾胃)는 흙과 같다. 비(脾)는 피를 만들고 위(胃)는 양분(養分)을 섭취(攝取)하여 우리 몸의 살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마치 만물(萬物)을 길러 내는 흙과 같다는 것이다.
소화기(消化器)가 튼튼한 사람은 얼굴에 황색(黃色)을 띠고 윤택(潤澤)하며, 소화기(消化器)에 병(病)이 있는 사람은 얼굴에 황색(黃色)이 돌며 수척(瘦瘠)하거나 피로하거나 무어라고 꼬집어 말하기가 어려운 병색(病色)을 띤다.
흰색은 폐(肺)에 관계된 색이니, 근심이 많은 사람은 늘 한숨을 쉬고 안색(顔色)이 희다. 그리고 선천적(先天的)으로 폐(肺)가 약한 사람은 대개 얼굴이 희다. 이런 사람은 홍조만 띠지 않으면 그냥 얼굴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홍조를 띄어서 도화 색이 되면 폐병(肺病)이 진행(進行)되는 징조(徵兆)다. 얼굴빛이 희고 윤택(潤澤)한 사람은 도량(度量)이 크고 생각이 깊어서 큰 정치(政治)를 할 소질을 지닌 사람, 이른바 귀인(貴人)이 많다고 한다.
검은 색은 물의 색이고 그늘과 추위의 색이다. 밤이 오면 깜깜하다. 추우면 안색(顔色)이 검어지고 크게 공포(恐怖)를 느껴도 검어진다. 평상시에 얼굴이 겁에 질린 사람처럼 검은 사람은 성적으로 대단히 쇠약(衰弱)하고 용기(勇氣)가 부족(不足)하고, 건강하면서 검은 빛을 띤 사람은 성적으로 대단히 강하고 정력이 무진장이다.
임신(姙娠)하면 피부색(皮膚色)이 변한다. 앞이마, 콧날, 눈자위, 입 둘레에 주근깨, 검버섯 등 검은 색이 돌고 배의 정중선(正中線), 곧 임맥(任脈)의 선에 색소(色素)가 늘어붙어서 검은 색 나타나며 외음부와 질(膣)에 암갈색의 색소가 가라앉는다. 또 갑상선(甲狀腺) 기능 항진(亢進)의 결과로 보는 바세도우씨 병에도 검정색을 관찰할 수 있다.
건강 색과 불 건강을 말로 설명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많은 사람의 혈색을 주의 깊게 살펴서 관찰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은행에서 돈을 만지는 사람이 위조지폐를 식별해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짜 돈과 진짜 돈의 차이는 느낌으로 알지만 구별(區別)하는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줄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의 혈색(血色)도 마찬가지이다.
건강과 불 건강을 색으로 판단하는 것이 한의학(韓醫學)에 아주 중요하니, "모습을 보고 색깔을 살핀다(관형찰색(觀形察色))"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실상 모습과 색깔을 관찰하는 것이 한의학(韓醫學)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고 서양의학(西陽醫學)에도 필요하고 우리가 나날이 생활해 가는 데에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의 안색(顔色)을 관찰하는 데는 "기(氣)"라든가 "신(神)"이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주의해서 보아야 한다. 우리는 보통 말하는 중에도 "기색(氣色)이 안 좋다.", "신수(身受)가 훤하다." 같은 말을 자주 쓴다. 이 "기(氣)"와 "신(神)"이라는 것은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형태가 없는 생명의 약동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것을 다시 구분하면 기(氣)는 감정(感情)의 무형적(無形的) 표현(表現)이고 신(神)은 생명력, 곧 건강 상태의 무형적 표현이다. 기색이 좋지 않다는 것은 감정이 상했다는 것이요, 신 색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병이 있어 보인다는 말이다.
안색(顔色)은 색(色)의 종류(種類)를 가리지 않고 생기(生氣)가 있어야 한다. 수척(瘦瘠)해도 생기가 돌면 신 색이 좋고 비대해도 생기가 없으면 신 색이 안된 것이다.
사람마다 그 특질에 따라서 고유한 혈색(血色)이 있고 생활 환경에 따라서 혈색(血色)이 다소 변한다. 늘 햇볕을 쬐는 농부는 피부가 검고 늘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학자는 피부가 희다. 그러나 같은 정도의 햇볕을 받더라도 얼굴 색이 다 다르며 같은 정도로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어도 얼굴 색이 저마다 다른 것은 모두 각자의 특질에 기인한다. 특히 생기만 돌면 건강 색이다. 붉은빛에 생기가 돌면 심장이 튼튼하고 생기가 없으면 심장이 무리한 활동을 해서 과로한 것이다.
푸른색 |
생기가 있음 - 간기(간기) 왕성 |
생기가 없음 - 간기 쇠약 |
붉은 색 |
생기가 있음(유신) - 심기(심기) 왕성 |
생기가 없음(무신) - 심기 쇠약 |
누른 색 |
생기가 있음 - 비기(비기) 왕성 |
생기가 없음 - 비기 쇠약 |
흰 색 |
생기가 있음 - 폐기(폐기) 왕성 |
생기가 없음 - 폐기 쇠약 |
검은 색 |
생기가 있음 - 신기(신기) 왕성 |
생기가 없음 - 신기 쇠약
|
사람의 혈색(血色)은 다섯 가지 색 중에서 어느 한 가지 색만 단순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다섯 가지색이 조금씩은 다 표현되는데, 적(赤)이니 청(靑)이니 하는 것은 그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 색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실제로 색깔을 살피려면 아주 복잡하지만 통틀어서 기가 있냐 없느냐에 따라 건강함과 건강하지 않음을 판단하면 된다.
그런데 강한 색이 하나만 있을 때도 있고 두 가지, 세 가지, 네 가지, 어떤 때는 다섯 가지가 다 경락에 따라 뚜렷하게 드러나는 때가 있다. 다섯 가지색이 다 도드라지게 나타나면 죽을 때가 가까워진 징조다.
병자를 살필 때 얼굴에 낙엽색이 돌면 불길하다는 것이 이 뜻이다. 낙엽에는 홍색(紅色), 황색(黃色), 청색(靑色), 백색(白色), 흑색(黑色)이 모두 있다. 여러 색이 섞여 있을 때는 대체로 다음 두 가지 기준에서 관찰하는 것이 좋다.
첫째로 상생관계(相生關係)의 장(臟)의 색은 좋다.
예를 들면 황색과 백색(土生金), 백색과 흙색(金生水), 흑색과 청색(水生木), 청색과 적색(木生火), 적색과 황색(火生土)이 섞여 있는 것은 대개 탈이 적다.
둘째로 상극관계(相克關係)의 장(臟)의 색이 배합된 때는 대개 불건강하다.
① 적색과 백색(火克金) : 이 색은 도화 색이니 가장 화려한 색이지만 건강과 수명으로 보아서는 대단히 좋지 못한 색이다.
② 백색과 청색(金克木) : 안색이 창백하다고 하는 것이 이 색을 가리키는 말이니, 일찌기 과부가 되어 수절한 늙은 부인에게 많이 볼 수 있는 색이다. 가슴에 원한을 품고(肝), 시름에 겨워 탄식하기를(肺) 계속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쇠약해진 사람의 혈색인데, 음성 폐병 환자가 대개 이 색의 소유자이다.
③ 청색과 황색(木克土) : 이 색이 섞이면 녹색인데 황달이 여기에 속할 것 같다. 담즙 색소에는 녹색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밖에 분명히 이 색이라고 부를 만한 예를 찾아보기가 힘들지만, 병자를 많이 접해 보면 이런 색깔의 안색을 가진 사람도 있다.
④ 황색과 흑색(土克水) : 만성 위장병에 걸린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색이다.
⑤ 흑색과 적색(水克火) : 검은빛에 홍조를 띄어서 약간 흥분된 것처럼 보이는 혈색으로서 골격과 근육이 튼튼하던 폐병 환자는 대개 이런 혈색을 지니고 있다. 다만 여기에서 주의할 것은 여기에 든 보기를 가지고 확대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폐병 환자 가운데 도화 색을 띤 환자가 있다고 해서 얼굴에 도화 색이 있으면 무조건 폐병 환자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몸이 약한 사람은 병리학이나 증후학(症候學)의 어느 페이지를 뒤져보거나 모두 자기에게 있는 증세와 같이 생각되기 쉽다. 이것을 읽고 나서 곧 거울을 들여다보고 아 흑색(黑色)과 적색(赤色)이구나, 이런 청색(靑色)과 황색(黃色)이구나, 아이쿠 이거 큰일났네, 해서는 못쓴다.
거울 자체가 노랗게 보이는 것도 있고 파랗게 보이는 것도 있고, 희게 보이는 것도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의 광선 관계로도 색이 달리 보이고, 시신경에도 다소 결함이 있는 사람이 있다. 또한 그때그때 감정 작용에도 관계가 있으므로, 언뜻 보고 그렇게 보인다고 해서 겁을 집어먹을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이 색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체질과 질병을 판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진맥(診脈), 경락(經絡), 식성(食性), 허실(虛實), 표리(表裏), 상하(上下) 등 음양(陰陽)의 증세를 여러 방법으로 살펴서 진단을 내려야 한다.
생물계(生物界)의 현상을 실로 신비롭고 미묘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오래 살아야겠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죽지 않아야겠다는 것이 생물계(生物界)의 모든 생명체(生命體)의 노력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그 노력 중에서 의식적인 부분보다는 무의식적인 부분이 훨씬 더 크다. 거의 본능적이요. 자연적이라 할 수 있다.
봄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 꿀을 분비하는 것은 벌과 나비를 초청하여 꽃가루를 날라다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모든 과일이 익으면 갖가지 아름다운 색깔로 자기가 있는 곳을 선명하게 들어내는 것은 종자의 전파를 동물에게 맡기기 위해서다.
사람이 청춘기(靑春期)에 웃음이 많고 특히 십칠팔세의 처녀가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은 봄에 꽃이 피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치다. 그런 현상은 동물계(動物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청개구리는 주변의 색깔을 따라서 청색으로도 변하고 갈색이나 등색으로도 변한다. 문어나 오징어는 위급하면 먹물을 내뿜어서 자기가 있는 곳을 감추고 족제비나 스컹크는 급할 때 악취가 심한 가스를 방출(放出)하여 적의 추격을 막는다. 이런 것은 모두 의식적인 것이 아니고 자연적인 것이다. 이러한 생명계의 현상은 대자연의 뜻에 따르는 것인데 요새 흔히 이야기되는 적응성(適應性)이니 본능(本能)이니 자연(自然)치유력(治癒力)이니 하는 것도 모두 대자연의 뜻에 따른다는 말이다.
인류는 생물 중에도 가장 발달된 고등 동물이다. 따라서 생명(生命)을 지키는 수단도 가장 뛰어날 것임에 틀림없다.
다음에 피부색(皮膚色)의 변화(變化)의 필요성(必要性)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해 보자.
얼굴에 적색(赤色)이 나타나는 것은 기쁨, 수치, 정욕, 열 때문에 생기는 네 가지의 홍조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기뻐서 띠는 홍조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상대방에게도 기분이 좋게 하여 자기를 위해서 활동하도록 한다.
호의와 우려를 나타내는 수치성 홍조는 조그만 실수가 있을 때나 가벼운 잘못이 있을 때, 상대방에게 온순한 느낌을 주어 쉽사리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또 호의와 분개를 동시에 표시하는 수치성 홍조는 대개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힘이 있는 사람이 잘못이 있을 때 손아래 사람이나 부하가 잘못을 지적했을 때 잘못 했으니 용서하라는 호의를 표시하는 동시에 나에게 그런 말을 감히 하다니 괘씸한 놈이로군 하는 일종의 위협의 표시이기도 하다.
그리고 호의와 공포를 나타내는 수치성 홍조는 중대한 잘못을 자백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때의 표정이다. "낮이 벌개진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른다."같은 말은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다.
정욕에 불타오를 때 띠는 홍조는 상대방에게 호의를 표시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느낌을 줌으로써 상대방의 흥분을 유도하는 동시에 능동적인 행위를 촉진하는 의사표시이다.
열이 있어서 띠는 홍조는 생리적 활동에 의해서 부수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어떤 필요가 있는지 알기 힘드나 그 색소가 외부의 광선에 대해서 생리적으로 이로운 어떤 화학작용(化學作用)을 일으키는 지도 모른다.
병으로 인한 안색의 변화는 모두 같은 이유에서 일어날 것이다.
얼굴이 하 해지는 것은 백색의 순결 무구한 색이므로 다른 사람의 의혹을 풀고 상대방의 동정을 사서 현재 또는 장래의 어려움을 면하려는 것이다. 근심 걱정의 색은 희다.
황색은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색이고 청색은 가라앉히는 색으로서 격분했을 때 푸른색을 보임으로써 상대방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바 있다.
검정색은 시체의 색이므로 무저항을 표시하는 동시에 흉측(凶測)하고 무서워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접근하기를 싫어하게 한다.
안색 외에도 색을 살펴서 체질과 증세를 알아내는 곳이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눈동자, 입술, 혀, 월경, 대하, 소변, 대변 같은 것이 그것이다. 특히 어린아이는 대변에 주의해서 체질을 판단해야 한다.
어린아이의 설사(泄瀉)가 악화(惡化)되는 순서를 보면, 푸른색을 띤 노랑(목극토(木克土)), 흰색을 띤 파랑(금극목(金克木)), 하얀색 순서로 변해 간다.
2-5. 5장과 5지 (5장의 기능은 5가지 감정과 관련이 있다.)
가. 감정 작용
나. 장의 허실과 감정의 양면성
다. 감정과 진단
사람의 심정(心情)이 발하는 노(怒)(성냄), 희(喜)(기뻐함), 사(思)(생각함), 비(悲)(슬펴함), 공(恐)(놀람)의 오가지 감정 변화를 오지(五志)라고 한다.
오장(五臟)은 오지(五志)와 밀접(密接)한 관련(關聯)을 맺고 있는데, 간(肝)은 성냄을, 심(心)은 기뻐함을, 비(脾)는 깊이 생각하는 것을, 폐(肺)는 슬펴함을, 신(腎)은 놀람을 발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이러한 감정(感情)이 지나쳐 격(擊)하게 되면, 지나치게 성을 내면 간(肝)이 상(傷)하게 되고, 지나치게 기뻐함은 심(心)을 상(傷)하게 하고, 지나치게 생각함은 비(脾)를 상(傷)하게 하고, 지나치게 슬퍼함은 폐(肺)를 상(傷)하게 하고, 지나치게 놀람은 신(腎)을 상(傷)하게 한다.
또한 역(逆)으로 간(肝)이 쇠약(衰弱)하면 짜증을 잘 내고 화를 잘 낸다.
심장(心臟)이 약(弱)한 사람은 실없이 웃는 일이 많다.
비(脾)가 약(弱)한 사람은 생각이 너무 많아 병이다.
폐(肺)가 약(弱)하면 늘 우울해져 조그만 일에도 슬퍼하게 된다.
신(腎)이 약(弱)하면 무서움이 많아 놀라기를 잘한다.
어느 감정(感情) 작용(作用)이나 심장(心臟)에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특히 기쁜 감정(感情)이 심(心)에 속한다. 이는 다른 감정을 다른 장기에 많이 작용하지만 기쁨만은 직접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쁘면 혈액순환(血液循環)이 왕성(旺盛)하고 얼굴이 붉어지며 추운 줄을 모른다. 불과 붉은 색이 심(心)에 속하니, 그것에 따르는 기쁨의 감정(感情)도 심(心)에 속한다. 웃음은 기쁨의 표현인데 혈액순환(血液循環)이 왕성(旺盛)한 사람은 웃음이 많다. 술을 먹어서 적당히 취하면 까닭 없이 허허 웃는 것도 혈액순환(血液循環)이 빨리 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웃음이 헤픈 때가 청춘기(靑春期)요, 그 중에도 특히 처녀 때 웃음이 많다. 사춘기 소녀는 말똥이 굴러가는 것만 보아도 웃음을 터뜨린다는 말이 있듯이 17, 18세 된 처녀들이 모이기만 하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생리적(生理的) 이유를 따지면, 청춘기(靑春期)에는 성장발육(成長發育)을 위해서 남녀(男女)를 막론하고 심장(心臟)의 활동이 왕성(旺盛)해진다.
특히 여자(女子)는 월경(月經)이 시작되고 어린애를 낳고 기를 준비를 하기 위해 한층 더 왕성한 심장(心臟)의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 웃고는 못 배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생명(生命) 현상(現象)으로 볼 때는 봄에 꽃이 피는 것처럼 이성을 유인하여 수태를 하려는 방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처녀는 얼굴이 못생긴 것에 상관없이 성질이 사납거나 온순하거나 이성에게 혐오감을 주는 법이 없다.
또 정신병자 가운데 자꾸 히죽히죽 웃고 춤추고 자기의 고귀한 지위와 행복한 처지를 뽐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대개 심장(心臟)에 이상이 생겨서 정신이상(精神異常)이 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근심 걱정은 폐(肺)에 속하는 감정(感情)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이 애를 쓸 때는 누구든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쉰다는 말은 마음속에 큰 걱정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근심걱정이 심해지면 얼굴이 하얘진다. 하얀색과 큰 한숨이 모두 폐(肺)에 속한다는 것은 앞에서도 이야기한 바가 있다.
폐(肺)가 약한 사람은 까닭 없이 걱정이 많다. 생각은 비(脾)에 속한다. 사람이 무엇이든지 너무 생각하면 소화력(消化力)이 감퇴(減退)하고 얼굴이 노래진다. 사색(思索)을 깊이 하는 사람은 대개 소화불량증이 있고 얼굴이 누렇다.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 식욕(食慾)이 감퇴(減退)하는 병으로 상사병(相思病)이 있다.
몇 날 몇 달 동안 식음을 전폐(全閉)해서 얼굴이 노랗게 되어 있다가도 사랑하는 사람만 만나면 그 날부터 보통 사람 이상의 소화력(消化力)을 되찾게 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분노(忿怒)의 감정(感情)의 간(肝)에 속한다. 사람이 화를 몹시 내면 얼굴이 청색(靑色)이 되는데 얼굴이 파래지는 것은 심장(心臟)의 활동이 늦어지기 때문이고, 심장(心臟)의 박동을 느리게 만드는 것은 간(肝)의 작용이다. 노(怒)하면 눈자위의 간담(肝膽) 경락(經絡)의 말단(末端)이 긴축된다.
그래서 우리는 화난 사람의 표정을 이야기할 때 "눈자위가 꼿꼿해진다."고 한다. 또 화를 내면 그 자리에서 옆구리가 결리는 일이 있는데 그 부위는 간담(肝膽) 경락(經絡)이 있는 곳이다.
공포(恐怖)의 감정(感情)은 신(腎)에 속한다고 했다. 공포(恐怖)를 느끼면 얼굴이 먹빛으로 변하는데, 흑색(黑色)은 신(腎)에 관계되는 색이다. 공포(恐怖)를 느끼면 행동과 모든 기관의 작용이 무저항적이고 소극적(消極的)이 된다. 이것은 곧 음(陰)의 작용이요, 음(陰)은 신(腎)에 속한다. 매우 위급한 경우를 당할 때 허리를 못 쓰는 일이 있는데, 이곳은 신경락(腎經絡)이 있는 부위다. 또 공포심(恐怖心)이 아주 심할 때는 오줌과 똥을 배설하는 때가 있는데 대소변(大小便)을 억제하는 괄약근(括約筋)이 모두 신(腎)에 속한다. 이 밖에도 많은 실례를 들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도 감정(感情)과 장기(臟器)의 관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줄 안다.
같은 장(臟)에 소속(所屬)된 감정(感情)이라도 그 장이 허(虛)하냐 실(實)하냐에 따라 다르다. 심장(心臟)이 튼튼하면 기쁨의 감정(感情)이 많고 심장(心臟)이 약(弱)하면 비애(悲哀)의 느낌이 많다.
다른 감정(感情)도 모두 이와 마찬가지다.
간(肝)이 실(實)한 사람은 분노(忿怒)하기 쉽고 간(肝)이 허(虛)한 사람은 원한이 많다.
신(腎)이 실(實)한 사람은 용감(勇敢)하고 신(腎)이 약(弱)한 사람은 비겁(卑怯)하다.
폐(肺)가 튼튼한 사람은 성미가 가파르지 않고 도량(度量)이 넓으니, 일을 신중히 처리하는 사람, 물욕이 적고 고상한 사람, 우국지사(憂國之士), 이타적(利他的) 감정(感情)이 풍부한 사람은 대개 여기에 속한다. 폐(肺)가 약(弱)한 사람은 대단치도 않은 일에 까닭 없이 애달아하고 초조해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성격(性格)과 감정(感情)이 복합되어 있으므로 관찰(觀察)을 할 때는 어느 것이 강(强)하고 약(弱)한지 잘 분석해야 한다. 마치 우리가 삼원색(三原色)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색깔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처럼 다섯 가지 감정으로 무한한 성격과 차별성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감정(感情)은 생리적(生理的) 변동(變動)이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다. 아무리 화를 돋구더라도 분노(忿怒)를 불러일으킬 만한 생리적(生理的) 변동(變動)이 생기지 않으면 분노(忿怒)의 감정(感情)은 표출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감정(感情)의 변화(變化)는 곧 생리적(生理的) 변화(變化)이며, 생리적(生理的) 변화(變化)는 곧 감정(感情)의 변화(變化)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感情)이 드러나는 것을 보아 몸의 상태를 살피는 것은 중요한 진찰 방법 중의 하나이다. 무슨 병이든지 감정의 변화가 따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정신병(精神病)이다. 특히 각종 망상증(妄想症)은 장기(臟器)와 밀접(密接)한 연관(筵官)이 있다.
공포(恐怖) 망상증(妄想症)은 '귀신이 나를 잡으러 온다', '아무개가 나를 자꾸 때린다' 같은 근거 없는 소리를 자꾸 하는 정신 이상인데, 대체로 신(腎)과 간(肝)이 허(虛)한 데서 생긴다.
중독(中毒) 망상증(妄想症)은 '내 밥에 누가 독(毒)을 넣었다', '이 물에 독약(毒藥)이 들었다'고 하면서 목에 손가락을 넣어 왝왝 토(吐)하는 등의 정신이상(精神異常)인데 이것은 대체로 폐(肺)와 비(脾)가 허(虛)한 데서 온다.
'아무개가 우리 재산을 다 빼앗아 갔다', '누구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되었다', '우리가 못사는 것은 아무개 탓이다' 같이 늘 억울해 하고 원통한 감정을 표시하는 피해 망상증(妄想症)은 대체로 간(肝)과 폐(肺)가 허(虛)한 데서 오는 것이다.
'우리 집이 못살게 된다', '지금부터 나는 가여운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집안 사람들이나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해치려고 해서 나는 이제 살수가 없다'같은 비관적(悲觀的)인 일만 망상하는 비관 망상증(妄想症)은 심(心)과 비(脾)와 폐(肺)가 허(虛)해서 생기는 일이 많다.
질투(嫉妬) 망상증(妄想症)은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의처증(疑妻症)인데 이것은 대개 간(肝)이 실(實)해서(한의학(韓醫學)에서 실(實)하다는 말은 튼튼한 경우도 가끔 가리키지만 기능(技能)이 항진(亢進)된 상태(狀態)를 가리키는 일이 더 많다) 생기는 정신병(精神病)이다.
'이놈은 내가 꼭 혼내 주어야겠다', '아무 날 내가 그놈을 없애 버리겠다', '내가 아무 나라를 쳐들어가서 꼭 우리 나라 원수를 갚겠다'같은 투쟁적(鬪爭的)인 기분이 농후(濃厚)한 과대(過大) 망상증(妄想症)은 간(肝)과 신(腎)이 실(實)해서 생기는 것이다.
과대(過大) 망상증(妄想症) 가운데 '나는 천재다', '나는 왕이다', '나는 옥황상제의 딸이다', '나는 무슨 산 산신령이다', 같은 교만(驕慢) 망상증(妄想症)은 대개 신(腎)이 실(實)해서 생기는 것이고, '나는 큰부자가 되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같은 행복(幸福) 망상증(妄想症)은 대체로 심(心)이 실(實)해서 생기는 것이다.
또한, '나는 곧 큰부자가 된다', '이번에는 이 물건을 사면 큰 수가 난다' 같은 투기(投寄) 망상증(妄想症)을 일으켜서 대규모의 투기(投寄)에 손을 대 큰 손해를 보는 것은 대개 비(脾)가 실(實)해서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쾌활(快活)하고 수다스럽고 쉴 새 없이 몸을 놀리고, 고성방가(高聲放歌)를 하거나 춤을 덩실덩실 추는 정신병자(精神病者)는 심(心)이 실(實)한 것으로 결혼(結婚)을 하고 얼마 안 되어서나 첫 임신(姙娠)을 했을 때나 첫 아이를 낳고 난 뒤에 흔히 이런 정신병(精神病)이 생긴다.
그리고 늘 울적해 있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자살을 기도하는 정신병은 대개 폐(肺)와 비(脾)가 허(虛)한 것이다. 자꾸 한숨을 쉬고 근심 걱정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폐(肺)가 허(虛)한 것이요, 늘 생각에 골똘히 잠겨서 '누구를 만나 봐야 한다'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들먹이거나, '어떤 선생이 나에게 유달리 친절했다', '어머니가 나를 끔찍이 위해 주셨다' 같은 말을 입에 담고 있는 사람은 비(脾)에 탈이 있는 것이다.
그밖에 폭행(暴行)을 하거나 악을 쓰거나 통곡(痛哭)을 하는 것은 간(肝)에 관계된 정신이상(精神異常)이고, 겁이 많아서 자꾸 몸을 감추고 무섭다고 하며 보호자(保護者)를 찾는 것은 신(腎)이 허(虛)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