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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랄프 윈터 박사는 “서구 선교의 실수를 따르지 말고 ‘전방개척선교’에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준호 기자
“서구 선교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고 남은 선교 과업인 ‘전방개척선교’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앞장서 주길 바랍니다.”
세계적인 선교 지도자인 랄프 윈터(Ralph D. Winter) 박사가 9일 오후 서울 북가좌동 충신(안재은 목사)에서 열린 ‘랄프 윈터 박사 초청 선교 지도자 토론회’에서 “한국교회 선교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는 ‘미국식 선교’”라며 “서구 선교의 실수를 따라가지 말아야 하며 전방개척선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전방개척선교는 성경적인 내부자 선교 운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모든 족속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완성되는 비전을 가지고 이를 실현하는 데에 장애가 되는 것은 극복하는 등 비전 실현을 가속화 하는 모든 노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윈터 박사는 이날 오전 강연시간에 작년 11월 방콕에서 열린 ASM(Asian Society of Missiology, 아시아선교협회) 국제컨퍼런스에서 발표했던 ‘서구 선교의 12가지 실수’를 전했다. 그는 “우리는 현지의 헌신된 신자들이 그들의 문화 속에서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 불리는 것보다 그들의 문화를 떠나 서구교회와 같은 ‘기독교인’으로 불리도록 했다”며 “이로 인해 현지 문화와 동떨어진 신자를 양산하는 잘못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오늘날 이슬람 국가들과 아프리카, 인도 등 지역에는 그들의 문화를 떠나 ‘기독교인’으로 불리는 이들보다,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부르지 않지만 자신의 문화 속에서 예수를 따르는 자들이 더 많다”며 “성경을 따르기 원하지만 ‘선교사의 종교’는 거부하는 현지 신자들에게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강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윈터 박사는 “원래 부활절 새벽예배는 튜튼족의 여신의 축제를 성경 중심으로 상황화하여 새로운 문화로 창출한 것”이라며 “이는 혼합주의가 아니라 깨지기 쉽고 변화되기 쉬운 문화라는 그릇 속에 변치 않는 복음을 담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돈만 보내거나 단기선교사만 보내는 것도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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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참석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인 김명혁 목사, 전방개척선교협회(FMF, Frontier Mission Fellowship) 총재 랄프 윈터 박사, 그리고 이번에 윈터 박사와 함께 방한한 FMF 전략부 담당 및 밴드 바나바스(Band Barnabas) 대표 김종헌 선교사(왼쪽부터 순서대로). |
또 그는 미국의 수많은 교회들이 선교사를 보내지 않고 선교사나 현지 사역자에게 돈만 지원하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수백 개의 미국 선교단체들이 교회를 찾아가서 선교사는 보내지 않아도 되니 인근 기독교인이나 현지 사역자를 훈련시킬 돈만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인근 백인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미국 나바오 인디언 부족과 같이 현지 사정에 따라 가까운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많은 경우 선교사를 지원만 하는 교회는 성장하지 못하고 선교사를 보내는 교회는 성장하는 것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장기선교사 대신 단기선교사만 보내는 것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매년 170만 명 정도가 단기선교를 떠나며 단기선교에 드는 비용은 장기선교의 3배”라면서 “단기선교가 선교팀에게는 좋은 교육 기회지만 현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고 했다.
이 외에 △대학교가 아닌 성경학교 △지상에서의 천국이 아닌 하늘에서의 구원 강조 △교단이 선교기관을 거치지 않고 선교사 파송 △전문 선교보다 일반 선교에 치중 △선교의 비즈니스와 비즈니스 선교에 대한 이해 부족 △질병 근절이 아닌 치료에 그침 △선교를 할 때 전쟁이 아닌 평화만 생각 △과학을 친구가 아닌 적대시 한 것 △복음선포로 사회변혁을 입증하지 못한 것 등을 지적했다.
한국교회 역량 높이려면 세상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이날 윈터 박사는 그가 제안해 온 12개 전방개척영역 중 몇 가지 영역으로 △대위임령과 아브라함에게 하신 말씀에 대한 이해 △목회자 교육에 대한 변혁 △기독교 학교나 일반 학교에서 사용하는 책을 보강하고 대조해서 볼 수 있는 보충교재 개발 등을 언급하고 한국교회가 미전도종족을 위해 더욱 다양한 전방개척영역을 개발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그는 “훈련이 반드시 지도자를 만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성숙함과 리더십의 은사가 증명된 이후 목회자로 훈련시켜야 똑똑하지만 리더십의 은사가 없는 목회자 밑에서 교회가 고통 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개교회가 교단선교부나 선교단체를 거치지 않고 선교사를 자체적으로 파송하는 것을 지적하며 선교 현지에 대한 연구 자료와 현지 베이스가 부족한 상태에서 타문화권에 파송된 선교사를 관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했다. 미전도종족 입양 운동을 할 때에도 선교사 개인이나 교회에서 직접 미전도종족을 입양하기 보다 선교기관을 통해 입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교단선교부(modality)가 해외 지부를 소달리티화하고 선교단체(sodality)가 글로벌화되면서 지역 전문성이 줄어들자 상호 경쟁관계가 형성되는 데에는 선교단체가 좀 더 특성화되면서 상호 보완적 역할 분담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회의 역량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윈터 박사는 “비기독교인들이 오히려 세상의 기아, 질병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우리는 교회 안에서의 ‘천국’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수년 전 미국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엄청난 재해를 입었을 때 정부보다도 교회에서 많은 봉사활동을 펼쳤던 것이 교회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랄프 윈터 박사는 에서 1956년부터 10년 간 선교사로 사역했으며 1966년부터 10년 간 풀러신학교에서 교회사와 선교사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1974년 1차 로잔선교대회에서 미전도종족을 선교 개념을 소개하여 선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으며 이후 미전도종족 개척 선교를 촉진시키기 위해 1976년 풀러 교수직을 떠나 미국세계선교센터(U.S. Center for World Mission)를 설립했다. 그는 미션퍼스펙티브 책을 편저하고 퍼스펙티브스 훈련을 창안하여 전세계 수많은 개척 선교사들을 훈련하여 동원하는 데 기여했다. 이 외에도 국제전방개척선교학회(ISFM, International Society for Frontier Missiology)를 설립하고 국제전방개척선교저널’(IJFM, The International Journal for Frontier Missiology)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랄프 윈터 박사가 총재를 맡고 있는 전방개척선교협회(FMF, Frontier Mission Fellowship)에는 USCWM(대표 그렉 파슨), 밴드 바나바스, 윌리엄캐리국제대학, 로버타윈터연구소(Roberta Winter Institute) 등이 있다.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