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인체의 축소판

국내에서 손을 통한 전신치료에 도전한 사람은 1970년대초 고려수지침을 개발한 유태우 박사다. 귀 뒤쪽의 심한 통증이 손가락 특정 부위의 통증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연구의 발단이었다. 그는 이를 상응점이라 하고 인체와 손의 상응 관계를 체계화했다. 예컨대 왼손의 경우 가운뎃손가락 맨 윗마디는 머리, 좌우 손가락은 팔, 또 엄지와 새끼손가락은 다리로 해석해 위치에 따라 신체 각 부위를 도해화했다. 그는 또 손에는 내장의 기능을 조절하는 14개의 기맥이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침구학에서 손은 기혈(氣血)이 흐르는 인체의 한 부분이다. 기는 맥이라고 하는 길(경맥:經脈)을 따라 흐르는데 전체 12개의 길 중 6개가 손에 분포돼 있다는 것.

서구에서 손과 인체의 관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상응점을 반사구역(reflex area)으로 부른다. 동양의학의 기를 에너지로 보고, 최소한 손의 자극이 긴장과 스트레스.통증을 완화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 원리를 알면 배우기 쉽다

손을 이용한 가정요법은 배우기 쉽고 큰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상응점이나 반사구역을 찾는 것이 우선. 고려수지침의 경우 몸이 불편한 데가 있으면 관련 부위를 이곳저곳 꾹꾹 눌러보라는 것. 끝이 뾰족한 볼펜이나 성냥개비로 누를 때 유난히 아픈 곳이 상응점이다. 지속적인 통증이나 만성적인 질환 뿐 아니라 인체 기능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도 활용된다.

정혈을 따 한 방울 정도의 피를 내는 것은 누르기보다 좀 더 자극적이다. 손가락 끝은 동맥과 정맥이 직접 연결된 문합구조. 이곳의 정혈을 찌르면 기혈의 순환이 촉진되면서 동.정맥의 혈행도 자극을 받는다는 원리다.

손마사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사구역을 지속적으로 자극함으로써 정체된 에너지의 소통을 돕는다는 것. 미국 반사학회 설립자인 빌 플로코 팀이 월경전증후군 여성에게 손마사지를 시행한 결과 대상자의 62%에서 증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폐암과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암성 통증과 불안감을 개선했고, 임산부의 경우에는 분만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 가정에서 유용한 요법들

손가락 따주기는 가정에서 한번쯤 체험한 방법이다. 손등을 위로 한 상태에서 손톱 아래쪽 좌우가 따주기 포인트다. 예컨대 갑자기 열이 나거나 딸꾹질을 할 때는 엄지 손톱 외측(손톱 눈에서 2 ~ 5㎜ 떨어진 곳으로 왼손은 좌측, 오른손은 우측)을, 멀미를 할 때는 가운뎃손가락 내측, 소화불량일 땐 약손가락 안쪽을 따준다. 따주기 전 도구의 소독을 잊지 말고, 양손을 따주되 손끝을 충분히 비벼 마사지해 주는 것이 요령이다. 깊이는 성인의 경우 1 ~ 2㎜, 소아는 절반 정도가 적당하다.

수지침은 비만을 줄이는 보조요법으로도 유용하다. 체중감량을 하면서 나타나는 식욕.빈혈.변비 등 부작용이 있을 때 상응점을 찾아 뾰족한 것 또는 서암뜸(일종의 미니뜸)으로 자극하면 해소된다. 식욕 억제시에는 왼손바닥 새끼손가락 첫마디 중간지점이, 빈혈이 생겼을 때는 가운뎃손가락 끝이 침자리다.

손마사지는 눌렀을 때 아픈 반사지점을 찾는 것이 요령이다. 우선 손목과 손가락 돌리기.손바닥 젖히기.주먹 쥐기 등 워밍업(5분 정도)을 통해 긴장을 풀어준다. 여섯 가지 동작이 응용되는데 주로 엄지손가락이 사용된다. 각 동작마다 천천히 눌러주고 떼는 동작을 1분여 반복한다. 동작 뒤에는 다시 손가락 돌리기.주먹굴리기.손목마사지 등으로 마무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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