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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젊음의 초상 – 아르바트의 아이들
모스크바의 가난한 젊은 영혼들이 모이는 유일한 곳, 화려한 사치들이 흘러 다니는 길 한 모퉁이에 그들만의 언어로 존재 하는 곳, 빅토르 초이( Виктор Цой )가 노래를 불렀다던 벽 한켠에서 술에 노래에 때론 마약에 취해 몽롱해진 눈빛으로 지나 다니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바라다 보는 어린 히피들의 안식처인 곳,
음울과 화려함이 함께 어우러진 곳, 부와 가난함이 공존 하는 곳, 자본주의의 왜곡과 편리함이 뒤 섞인 곳,
모스크바 중심부에 위치한 아주 유명하고 오래된 거리의 하나인 ‘아르바트( Арбат )'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 서울의 대학로와 흡사한 거리인 아르바트엔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거리 화가들을 비롯해 – 초상화 가격은 10~20$ 정도 인데 술에 얼큰해진 화가와 얘기만 잘 맞으면 좀더 싼 가격으로 그릴수 있다. – 청소년 댄스팀 (힙합,브레이크 댄스등을 츄리닝 바지에 골판 박스를 펼친 무대위에서 열심히들 춰댄다.), 연로한 듯한 나이의, 재즈를 멋들어지게 연주 하는 멋장이 젊은 오빠 악단, 손금을 봐주는 짚시 여자들,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최고급 유명 상표의 상점들을 비롯해 허름한 아랍 식당들과 게이들이 주로 찾는다는 바에 이르기 까지 정말 없는게 없는 곳이 바로 아르바트 거리 이다.
물론 개방과 동시에 자본이 거리로 흘러 들어 오면서 예전의 낭만이 많이 사라 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독특함을 잃지 않고 있는 곳으로 여름엔 거리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들을 보기 위해 또 겨울엔 거리 양쪽에 나란히 늘어선 고풍스런 가로등 불빛에 흩날리는 눈꽃의 아스라한 멋을 즐기기 위해 때론 삶에 답답해진 속을 풀려 즐겨 찾는 곳 이기도 하다.
아르바트 거리는 '아르밧스까야 (Арбатская)' 란 지하철 역 에서 시작해 '스말렌스까야 (Смоленская)' 역이 끝나는 곳에 위치한 직선의 긴 거리 이다.
아르바트가 생긴때가 XV세기 경이니 아주 오래된 거리임에 틀림이 없고 걸 반증이 라도 하듯 거리 양편엔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 하게 늘어서 있어서 거리를 걷고 있다보면 현실과 과거가 공존 하는 듯한 묘한 감상에 빠져 들기도 한다.
'아르바트'란 말의 어원은 아랍 말의 '도시 외곽' 이란 뜻의 'Arbad'에서 파생된 말로 15세기 당시엔 크레믈 안쪽에 위치한 곳만을 도시라 여겼기 때문에 크레믈을 벗어난 지역은 도시 외곽이라 불렀다 하는 설이 있는가 하면 당시 이곳에서 장사를 하던 크림 반도의 타타르 인들이 그렇게 거리 이름을 붙였단 설도 있는데 고사하고, XVII세기 엔 거리이름을 '스말렌스까야'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는데 – 이 길이 '스몰렌스크(Смоленск)'로 향하는 길목 이기 때문 이었다고 한다. - 바뀐 거리 이름은 오랫동안 익숙해진 아르바트 란 명칭을 쉽게 고치기 힘들어서 인지 오래동안 불려지지 못했다.
아르바트 거리는 1987년 모스크바 시의 결정으로 역사가 오래된 레스토랑인 '프라하 (Прага)' – 역사가 백년이 넘는 배의 모양을 띈 건물로 당대 유명했던 작가,음악가,화가들이 모이는 장소 이기도 했다. - 가 있는 ' 아르바트 광장(Арбатская площадь)' 에서 부터 차들의 통행을 막아 보행자들 만이 다닐수 있게 했는데 그때부터 아르바트를 모스크바의 '몽마르뜨'라 부르기도 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모스크바의 몽마르뜨 거리를 천천히 걸어 보도록 할까?
'스말렌스까야 '역에서 나와 아르바트 거리로 들어 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맥도날드 햄버거집 이다. – 아르바트 거리에서 아주 편하게 화장실을 이용할수있는(것두 무료로)곳. 맥도날드가 러시아에 진출한게 작년으로 딱 십년이 되었고 간혹 살기힘든 모스크바를 강조할때 tv 에서 자주 보여주던 장면중 하나가 이 햄버거 거게에 늘어선 줄의 행렬이었던 걸 기억 하는데 지금은 모스크바 곳곳에 새로운 매장이 많이 생겨 그정도의 줄을 볼순 없지만 암튼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것은 사실이다.
햄버거의 가격은 달러 가격에 기준하여 변화가 생기는데 – 달러가 오르면 햄버거의 가격도 오른다. 물론 다른 물가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지금은 빅맥 하나가 33루블 (2001년 2월 5일 현재 1$=28.40 루블이다.),치킨 맥너겟 9개 조각이 54루블, 콜라 중간짜리가 17루블 정도의 가격이니 아마도 우리나라보단 조금 싼가격이 아닐까 하는데… 그리고 또 하나 이 곳 맥도날드의 특이한 점은 먹고난 후 먹은것을 그냥 자리에 놓고 나가면 거기 직원들이 알아서 치워준다는 점이다. 글쎄 인권비가 싸서 그런 서비스가 가능한 것 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셀프 서비스에 익숙해진 동방예의지국 사람의 눈으로 보면 재미있는 모습이 아닐수 없다. 나만그런가?!
햄버거로 요기도 했고 급한 용무도 해결 했으니 슬슬 움직여 볼까? 맥도날드를 지나 가로등이 죽 늘어선 거리로 들어 오다 보면 거리 왼쪽에 세워진 남녀 한쌍의 동상이 눈에 들어 온다. 러시아인들의 정신적 지주 이자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 받고 있는 사람인 바로 '뿌쉬낀(А.С.Пушкин)'과 그의 아내 '나딸리야 곤차로바(Наталья Гончарова)'의 동상이다. 뿌수낀 탄생 2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99년 세워진 동상으로 언제나 그 앞엔 꽃송이들과 기념 촬영을 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끊이지 않는곳 이고, 동상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청록빛을 띈 건물이 바로 그가 모스크바에서 얼마간 살았던 집으로 지금은 그의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뿌쉬낀'의 동상을 지나 거리를 걷다보면 길 가운데 천막을 두른 간이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이 눈에 들어 오는데 파란 조끼를 입은 젊은 판매원들이 우리의 삐끼를 연상 시킬 정도로 «…한국 사람 좋아요!! 마�료쉬까 싸요!! 안 비싸요!! 하나에 십불!십불!…» 하는 서툰 한국말로 외쳐 대며 호객행위를 하는데 모스크바의 기념 상품들을 저렴하게 살수있는 곳이자 가격을 흥정 하는 재미 또한 만만찮은 곳 이기도 하다. – 난 주로 그네들이 외치는 가격의 반을 깎고 부터 흥정을 시작 하는데 어느정도 흥정을 하다 '여기 다른 곳도 많아.왜 이래?' 하는 식으로 돌아서서 한 1~2m 가면 어김 없이 다시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살수 있다는뜻이다.
기념품으론 보석 호박을 비롯해 인형속에 인형이 들어있는 목각 인형(마�료쉬까), 줄 달린 시계, 휴대용 술통, 울 스카프, 밍크 모자 등등 여러 가지가 있고 가격도 천차만별 이라 자세한 얘긴 않기로 한다. |
이렇게 재미있는 살거리를 경험하고 덤으로 사진도 그들과 한방찍고 나서 다시 거리 구경에 나서 보자. 거리를 중간정도 걸어 왔을때 쯤 눈에 띄이게 술에 취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눈에 들어 오는데 가죽옷에 한 손엔 담배를 한 손엔 맥주병을 들고서선 서로 웃기도 하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담배불도 빌리고 또 한쪽에선 통기타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거기에 바로 빅토르 최가 노래를 불렀다는 벽이 있다. 벽 하나 가득 빅토르 최를 기리는 문구들과 보드카 한잔,담배,꽃들이 끊이질 않고 그의 생전을 그리는데 물론 그네들에게 빅토르는 러시아인 이겠지만 그 곳을 지날때 마다 드는 뿌듯함은 나만의 오핸 아닐거란 생각이다.
그 곳에서 생전 그가 불렀던 노래를 듣고나서 위로 조금 올라가면 연극 극장이 하나 보이는데 '박탄꼬프' 극장으로 – 이 극장에 대해선 나의 또 다른 칼럼을 통해 소개를 할터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그 칼럼도 즐겨 읽어 주시길…- 지금은 한국에서 없어선 안될(?) 배우가 된 박 신양씨가 공불하던 '슈킨' 연극 학교의 전용극장이다. 그 극장 옆으론 분수대가 하나 있는데 잠시 아픈 다리를 쉬면서 사진도 한컷 찍을수 있는 곳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붐비는 장소 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 거리는 우리와도 많은 관계(?)가 있는 거리 이자 많은 매력을 안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보통 페키지 관광을 오면 시간에 쫓기고 스케쥴에 쫓겨 많은 것을 못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수 없다. 모스크바의 젊은 문화를 직접 피부로 느끼고싶은 분들은 이 거리를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거닐면서 모스크바의 또 다른 맛을 느껴 보길 바란다는 말로 아르바뜨의 짧은 여정을 마친다. <작성자: 황소영>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