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교 정교회 견제등 ‘위기’… 현지 선교사가 말하는 사역 현황과 문제점


“한국 교회의 선교는 유행을 너무 타는 것 같고 선교사를 무조건 많이 파송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나 봐요.”

6월 한달간 전국 15개 도시에서 진행중인 세계선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처럼 고국을 찾은 러시아 선교사들의 말이다. 이들은 1990년대 한국 교회 북방선교의 중심축이었던 러시아를 강조하는 목회자들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서글픈 마음까지 든다고 말했다.

공산당 통치 70여년간 목회자 35만명을 비롯,2000여만명의 기독교 순교자가 나왔던 러시아권에서 한인선교사들이 활동해온 것은 올해로 16년째이다. 소련선교회가 1991년 4월 김봉석 선교사 등 8가정,같은 해 9월 허충강 선교사 등 6가정을 파송한 이래 러시아는 한국 교회의 5번째 선교대상국이기도 했다.

한때 각 교단 및 선교단체들이 파송한 한인선교사들이 500가정(1000여명)을 넘어섰지만 현재 300여 가정으로 줄어들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고물가에 허덕이던 선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철수한 것도 이유였지만 더 이상 주요 선교지로 간주하지 않는 한국 교회의 선교정책 변화와 무관심이 더 큰 원인이었다. 박형서 선교사는 “현지 상황을 잘 알지 못한 채 한국식으로 사역을 펼치다가 부작용을 낳기도 했지만 테러 등 많은 핍박 속에서도 열심히 사역한 선교사들이 더 많았다”면서 러시아선교에 대한 한국 교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현재 러시아선교는 장기적인 사역 장소 확보의 어려움,일부 잘못된 선교사들이 주도했던 물량공세식 선교에 따른 부작용,러시아정교회의 견제 등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1991년 12월25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제도를 추구하는 러시아연방이 탄생하면서 정교회가 민족종교로 재부상했다. 러시아인들은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서도 종교를 물으면 정교회 신도라고 한다. 그만큼 명목상 신자가 많다는 것. 정교회는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기독교를 이단으로 몰아붙이면서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공격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선교전문가들은 “정교회 신자들이 개신교 신자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정교회가 협력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정교회 신부들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며 이제는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다양한 사역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선교사는 “가능한 한 현지 종교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만약 정교회가 선교사들을 박해한다면 고난을 받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교는 핍박과 눈물을 통해 이뤄지고 도덕성이나 영적 우위가 나타나면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선교의 미래는 정교회와의 건강한 관계 설정 외에도 현지 기독교 교단과 협력 네트워크 구축 및 확대,현지인 리더십 양성의 다극화 등에 달려 있다고 선교사들은 지적했다. 조동석 선교사는 “러시아내 기독교 교단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거의 무시해온 선교사들의 활동에 불만이 많다”면서 “현지 기독교단을 활용하면 법적 보호를 통해 사역을 한층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교회 개척과 신학교 사역으로 미래의 교회 지도자들을 더 많이 육성하고 스포츠 선교,장애인 및 미전도종족 선교,가정회복 운동 등 사역 내용과 대상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러시아 선교사는 “러시아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점차 복음 전도에 유리하게 변화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영어·컴퓨터교실 운영,유치원 사립학교 설립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사역 장소를 빌려서 해결하고 있다. 주로 영화관 문화회관 강당 체육관 등을 사용하는데 임차료가 폭등할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 따라서 한국 교회가 선교사들이 마음껏 사역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인색해서는 안된다고 선교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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