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이상 명절이 아닌 중국의 추석
지난 12일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명절인 추석이었다. 올해도 예년과 다를 바 없이 수많은 한국인들은 차례를 지내기 위해 혹은 떨어져 있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십여시간의 짜증나는 귀성·귀경길도 마다 않고 고향에 다녀왔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나흘 간의 연휴를 집에서 느긋하게 보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추석의 원조 국가라 할 수 있는 중국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날 중국에는 우리와 같은 추석의 개념은 이미 사라졌다. 우리의 설날 격인 춘지에(春節)가 중국 최대의 명절로 공식 공휴일 사흘에, 보통 1주일이 넘는 '비공식' 연휴를 갖지만, 추석 격인 '중치우제(中秋節)'에는 여느 때나 다름없이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거나 한 해의 풍성한 수확을 나누는 정겨움은 더더욱 없다. 그저 중치우제 한 달 전부터 팔기 시작하는 '유에빙(月餠)'을 구입해 가족끼리 나눠 먹거나 청사초롱을 사서 집 안에 장식하는 게 고작이다. 물론 유교문화의 전통을 보존하는데 힘쓴 타이완(臺灣)의 경우, 중치우제를 휴일로 정해서 온 국민이 흥겨운 분위기를 내긴 하지만 대륙의 중국인에게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언제부터 이처럼 중치우제를 무덤덤하게 보내게 되었을까? 오늘은 한국의 네티즌에게 중국의 중치우제와 유에빙에 대해 소개하겠다.
의견이 분분한 중치우제의 기원
중치우제는 우리의 추석처럼 음력 8월 15일에 지내는 표면상 중국에서 춘지에 다음의 두 번째 가는 전통명절이다. 중치우제의 명칭 유래는 의외로 간단해서 고대 역법에서 8월 15일이 가을의 중간에 끼여 있다고 하여 정해졌다. 다만 중치우제에 뜨는 달이 한 해 중 가장 둥글다고 해서, '투안유엔제(團圓節)'라고도 불린다. 중치우제의 밝고 둥근 달을 보며, 중국의 역대 문인들은 좋은 시상을 떠올리곤 했었다. 당대 시인인 두보가 대표적으로, 그는 안사의 난 이후 오른 유배길에서 지은 「중치우제 밤 동생을 생각하며(月夜億舍弟)」라는 시에서 중치우제의 달을 보며 느끼는 애절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露從今夜白, 月是故鄕明)
이처럼 고대 중국에 있어서 한 축을 차지한 중치우제이지만, 그 기원에 대해서는 설이 여러 가지이다. 그 중에서 널리 유명한 것은 세 가지로, 항아의 고사와 주원장(明太祖)의 유에빙 봉기설, 당대 명황(明皇)의 월궁(달) 유람기 등이다. 항아의 고사는 중국 고대의 전설로, 힘만 자랑하고 포악한 후예(后 )의 아내인 항아가 영생을 꿈꾸는 남편을 저지하기 위해 먼저 서왕모의 불사약을 훔쳐먹어 선녀가 된다는 이야기다. 주원장의 유에빙 봉기설은 역사적 근거를 두고 있는데, 원대 몽골족의 지배를 받던 한족들이 봉기를 일으키면서 비밀리에 사용했던 통신 수단이 유에빙이었다는 설화이다. 명황의 월궁 유람기는 평소 항아를 사모한 명황이, 어느 날 월궁에 올라가 한 마리 토끼 및 여러 선녀들과 함께 도원경을 노니었다는 고사이다.
종류만 수십 가지인 유에빙
관련 설화가 다양한 중치우제만큼이나 유에빙 또한 그 유래가 분분하다. 이미 송대 초기에 유에빙을 처음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정확한 기원은 아직 고증이 되질 않고 있다. 유에빙은 종류도 다양하여, 산지에 따라서 혹은 맛에 따라서, 내용물에 따라서, 겉의 피에 따라서, 모양에 따라서 등 분류하는 방법도 가지가지이다. 지방에 따라서 나누면, 베이징식(北京式), 광동식(廣東式), 수저우식(蘇州式), 닝뽀식(寧波式), 차오저우식(潮州式) 등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기름끼가 적고 당도가 높은 광동식이 중국에서 주류를 이룰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맛 또한 리포터가 거주하는 충칭·쓰촨지역에는 주민들의 입맛에 맞추어 생산되는 맵고 짠 유에빙이 있는가 하면, 너무 달아 먹기 힘든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내용물도 다양하여 팥에 잣, 호두, 대추는 기본이고 과일에 쇠고기, 계란 노른자까지 넣기도 한다. 모양은 과거 둥근 달 모양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세모, 네모, 별 등 형이상학적인 제품까지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여기에 건강식 유에빙도 등장하여 약제나 차 성분을 조제하여 넣은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다양해진 제품만큼이나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하나에 우리 돈 3천원까지 하는 유에빙이 선보이기도 했다.
정치적 격변에 의해 사라진 중치우제
한국의 제사상에 우리 농산물이 오르지 않고 직접 만든 음식이 날로 적어지듯, 중국인들도 더 이상 유에빙을 직접 만들어 먹지 않는다. 허나 한국인이 전통명절의 형식과 의의를 결코 잊지 않고 보존한데 비해서, 중국인에게 중치우제는 이제 한낱 유에빙만을 먹는 날로 전락했다. 오죽 했으면 중국인들이 자조적으로 '중치우제는 유에빙판매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날'이라 일컫을까? 이와 같이 중국에서 중치우제가 명절로서의 의미를 잃은 가장 큰 이유는 역사적 연유에서 출발한다. 1949년 공산중국 건국 이후 50년대 반우파운동과 60년대 문화대혁명, 70년대 비림비공(批林批孔)을 거치면서 자행된 전통문화·풍습 파괴를 거친 중국의 아픔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충칭시민인 쉬지광(許志光, 78세) 할아버지는 리포터에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중치우제면 2~3일 동안 연휴로 쉬면서 온 가족들이 모여 앉자, 유에빙도 먹고 이야기꽃도 피우면서 놀았다"며, "헌데 언제부터인지 중치우제다운 맛이 사라졌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는 "최근 사라진 명절 분위기를 다시 되살리기 위해 노력을 시도되고 있지만, 그게 어디 가능하겠느냐"며 회의를 드러냈다. 명절의 분위기가 사라진 중국의 중치우제를 바라보며, 리포터는 중국보다 더 심한 도시화와 핵가족화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가 더욱더 명절의 의미를 새롭게 재조명하여 계승 발전시켜야 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 중국의 중추절과 유에빙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여기를 => 臺灣行政院新聞局 '대만의 명절'(http://www.gio.gov.tw), 月亮網站(http://www.moon.com.cn), 月餠資訊網(http://www.yuebing.net.cn), 中秋民俗風情網上月餠展銷會(http://815.stinfo.net).
중국 중경=하니리포터 모종혁 기자 mojonghyeok@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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