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쉰들러' 굶주린 탈북어린이들의 구세주  

[조-중국경 꽃제비들]

"한핏줄인데" 먹이고 재워.

조-중 국경 마을에 있는 한 '비밀 고아원'. 겉으로는 허름한 가정 집으로 보이는 한 다가구주택 방 3칸에 8∼15살 어린이들 20여명이 살 고 있다. 모두가 굶주림을 참다못해 북한을 탈출한 아이들이다.  2명의 조선족 보모가 아이들을 돌보며 공부를 시킨다. 과목은 한글 과 중국어, 수학, 미술, 음악 등. 아이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중국의 초등학교 1∼2학년 과정을 배운다.


사진설명 :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이 운영하고 있는 한 비밀 고아원의 탈북 아이들. 영양 부족으로 대부분 나이에 바해 3∼4살 정도 키가 작은 아이들이지만 고아원 생활이 만족스러운 듯 표정은 밝았다.

"되는대로 사는 거이디요, 뭐." 작년 7월 중국으로 도망온 수정(15, 여, 가명)이는 "장래 희망이 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함남의 한 도시에서 살던 수정이는 지난해 초 중국으로 달아난 아버지를 찾기 위해 뒤따라 탈북했다. 두만강을 건너서 훈춘∼화룡∼용정을 거쳐 중 국 내지로 들어가는데 성공했지만,이후 한족에게 팔려가기도 하고, 다 방-음식점 등에서 일하면서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인민학교 다닐 때는 학교 선생님이 되는것이 꿈이었다는 수정이는 "이젠 그저 살아남 는 게 다야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중국에는 최근 이 고아원처럼 남몰래 탈북 주민을 돕는 '쉰들러'들 이 부쩍 늘었다. 당국 모르게 활동하는 국제구호단체부터 평범한 조선 족에 이르기까지 층은 다양하다. 탈북 주민을 보호하다 중국 공안당국 에 적발되면 벌금만 5000∼2만위엔(한화 50만∼200만원)을 물어야 하 지만,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탈북자의 정착을 돕는다.

"요즘은 보안이 최우선입니다. 외부 인사 방문도 사절하고, 우리끼 리도 가급적 전화 대신 직접 만나 정보를 교환합니다." 비밀고아원의 한 자원봉사 보모는 "북한이 중국 동북 3성(요령-흑룡강-길림성)에 파 견한 보위부 요원이 전보다 2배 이상 많은 500여명으로 늘고, 중국 공 안들도 일제단속을 빈번히 하고 있다"며 "감시를 피해 2∼3개월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다"고 말했다. 만일을 위해 현관에는 어른 신발 몇개 만 놔두고, 아이들에게는 초인종소리가 나면 곧장 골방에 숨도록 가르 친다고 했다.

언제 공안요원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도 탈북주민을 1∼4 명씩 집에서 보호하는 조선족 가정도 적지 않다. 탈북 어린이 2명을 데리고 있는 조선족 A(45)씨는 "창자가 말라붙는 고통을 못 이겨 사선 을 넘어온 사람들을 돌봐주는 것은 한 겨레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 했다. 조선족 거주 도시의 시장에서 떠도는 탈북 어린이를 돌보는 한 아주머니는 "모두 내 손자같은 아이들인데 모른 척 할 수 없다"며 "오 늘 아침 길가에서 만난 북한 아이 2명에게 아들이 입던 옷을 줬다"고 말했다.

국제구호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인사는 "북한측에서 구호단체에 공 작원을 침투시키거나 위장 탈북 소년을 보내기도 한다"며 "탈북 주민 들은 '안네의 일기'처럼 불안에 떨며 살아가고, 우리는 '레지스탕스' 처럼 비밀스럽게 도와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아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며 "탈북 어린이들이 국 제 난민으로 인정받아 제3국으로 갈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말 했다.

 

'꽃제비'란 먹을것 찾아 떠도는 아이들

국가정보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꽃제비는 먹고 잘 곳이 없어 떼지어 떠돌아 다니며 구걸하거나 소매치기하는 아이들을 지칭한다}고 돼있다. 제비가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는 데 빗대어 만든 말로, [노제비](나이든 거지) [청제비](젊은 거지)란 말도 사용한다. 94년 김일성 사후 극심한 식량난과 함께 확산됐으며, 공식 출판물에는 올라있지 않다. 조선족들은 [꽃]은 중국말로 거지를 뜻하는 [화자]에서 유래됐으며, [제비]는 [잡이, 잽이]의 낚아챈다는 의미라고 한다. 때문에 일부에선 [꽃잽이]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지만, 대다수 귀순자들은 [꽃제비]가 맞다고 전한다.

 

<http://www.durih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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