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치유’

수술-방사선-약물치료 ‘공중전’ 뒤 ‘잔당 소탕’

“마음을 풀면 암을 이기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경주 길교회 김종성 목사는 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 마음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이름은 암을 이길 수 있다는 뜻을 담은 캔(CAN)입니다. 치유를 일깨우는 네트워크(Cure Awaken Network)의 줄임말이지요.

 김 목사는 한 달에 한 번꼴로 경주시의 한 호텔에서 ‘캔’을 진행합니다. 이달로 17회째를 맞습니다. 병원, 단체, 교회 등의 초청을 받아 외부에서 진행한 프로그램까지 따지면 2005년부터 지금까지 40차례가 넘는다고 합니다.

‘캔’은 정통의학적인 치료가 아닙니다. 그가 하버드 의대에서 공부한 심신의학을 바탕으로 만든 심리치유 프로그램입니다. 호흡을 활용한 불안 없애기, 긍정적 사고 형성, 몸의 감각을 깨우는 바디스캔, 털어 놓기, 용서법, 초월자를 만나는 관상기도 등이 ‘캔’의 핵심 프로그램입니다. 모두 상처받은 마음과 지친 몸을 돌보는 내용들입니다.

  

상처받은 마음과 지친 몸 돌봐…하바드의대 과정 이수

  

그는 ‘캔’이 암 환자에게 크게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심신의학은 그의 그런 믿음에 과학적인 증거를 제공했습니다. 김 목사는 가방끈이 깁니다. 두 차례 학부에 다니며 신학과 철학을 전공한 그는 국내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에서 성경상담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김 목사가 심신의학을 알게 된 것은 10년 전쯤입니다. 그는 심리학을 공부하다 마음과 몸의 관계를 다루는 심신의학을 알게 됐고, 자료를 구해다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본고장에서 이를 배우고 싶어 2004년에는 하버드 의대에서 운영하는 3개월 과정의 심신의학 교실을 다녔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서양의학적 치료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 목사는 ‘마음’을 관리하는 심신의학을 정통의학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보완의학이라고 정의합니다.

  

김 목사는 암 치료를 암세포와 면역세포 사이의 전쟁에 비유합니다. 전략을 잘 짜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암이 발견됐을 때는 우리 몸이라는 고지는 암세포가 점령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적의 주력군을 없애기 위해서 먼저, 함대의 포와 비행기의 미사일을 동원해야 합니다.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약물치료 등 3대 암치료법이 그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는 적군뿐 아니라 면역세포라는 아군에도 피해를 줍니다. 따라서 ‘공중전’으로 없애지 못했거나 게릴라전을 펴며 재발을 기다리는 암세포의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보병이 필요합니다. 우리 몸에서 보병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면역세포이며 면역세포의 전투력은 마음 상태에 따라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전자의 염기 서열에 문제가 생겨 암 같은 병에 걸리게 됩니다. 마음을 치유해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몸 안에 면역력을 높여주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나와 암을 이기는 데 크게 도움을 줍니다.”

  

고난기에 만나는 신적 체험인 ‘브레이크 아웃’ 중요

  

그런 믿음과 심신의학 분야에서 이를 입증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알고 있는 김 목사는 ‘캔’에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방법을 담았습니다. 참가자들은 ‘캔’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고, 집에 돌아가 일기를 쓰면서 이를 3개월 동안 실행하게 됩니다.

  

김 목사는 근본적으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브레이크 아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브레이크 아웃’은 질병 치료에 명상과 기도를 처음 도입한 하버드 대학 허버트 벤슨 박사가 쓴 용어로 김 목사는 이를 인생의 고난기에 만나게 되는 신적 체험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자신도 혈우병을 앓다가 죽음 직전 ‘브레이크 아웃’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은 물론 죽음까지도 하나님께 믿고 맡길 때 ‘브레이크 아웃’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캔’ 프로그램의 효과는 꽤 높다고 합니다. 기적적으로 병을 고친 이들도 있습니다. 한 의사는 폐에서 시작된 암세포가 뇌까지 번져 병원에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달에 열린 워크숍이 끝난 뒤에 찾아왔기에 호흡법과 마음을 바꿔 먹는 방법을 간단히 알려주고 돌려보냈습니다. 두 달 뒤 그로부터 뇌 안의 종양이 없어지고 폐의 암세포도 크게 줄었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그는 종합병원 과장으로 건강하게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온몸에 암세포가 다 퍼진 환자였습니다. 2차례 ‘캔’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돌아가서 배운 대로 열심히 생활한 결과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그는 김 목사와 기독교방송의 프로그램 ‘새롭게 하소서’에 함께 출연해 ‘간증’을 하기도 했습니다.

  

설교에도 원리 적용…스트레스 해소, 주요 사목활동의 하나

 김 목사는 교회에서의 설교에도 심신의학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신도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일은 그의 주요한 사목 활동의 하나입니다. 그래서인지 12년 동안 그가 이끄는 교회에는 암, 고혈압, 당뇨 등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믿음과 영성을 바탕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김 목사의 활동은 의료계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는 가톨릭대 통합의학교실 외래 교수를 지냈고, 한국통합의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으며, 심신의학에 관심이 많은 의사가 참여하고 있는 길르앗치유문화원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희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암센터소장은 김 목사가 심신의학의 원리에 바탕해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담은 <암~마음을 풀어야지>(전나무숲 펴냄)에 “의학적 치료는 현상적 상황 제거, 즉 몸 치료가 목적이기에 항상 한계가 있다”며 “마음과 영혼을 돌보는 심신의학의 치료법은 병의 본질을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추천사를 썼습니다.

“심신의학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면 우리 몸 안에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 몸이 치유되는지를 과학적으로 알게 해줬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성이야말로 최고의 치유 에너지입니다.” (054)741-0001 www.canmission.com


 
◈ 암 이기는 마음가짐 ‘5계명’

김종성 목사는 자신이 공부한 심신의학과 경험을 통해 암 환자들에게 암을 이기는 마음가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김 목사는 암 회복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마음의 힘을 기르라고 제안합니다.

  

1. 희망을 가져라

희망은 면역계와 연관돼 있어 희망을 가지면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통증을 차단하고, 스트레스 생리 반응을 조종해 암 회복에 도움을 준다. 암은 회복된다, 나는 암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적 통념을 가져라.

 

2. 건강개발5개년 계획을 세워라

 자신의 힘으로 건강을 회복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장단기 목표를 세워라. 처음 100일 동안이 가장 중요하다. 100일 동안 우리 몸의 세포의 95%가 바뀐다. 이때 건강을 위한 생각과 행동습관을 들이면 암을 이겨낼 가능성이 크다.

 

3. 털어 놓아라

 털어놓는다는 것은 억제된 감정을 배출해 정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숨기지 말라. 암 환자 가운데 충격을 받으면 마음을 열지 않고 누구와도 의논하려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의식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털어놓기는 마음을 청소해주고, 심리적 외상을 풀어준다. 손이나 컴퓨터로 글을 쓰거나 녹음을 하라. 편하게 말할 상대방이 있으면 대화를 통해 털어놓아도 된다.

 

4. 용서하라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상대방을 풀어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분노의 감옥에서 해방하는 것이다. 용서하면 마음속의 앙금이 풀어지고 몸 안의 모든 유전자들이 풀려난다. 고통스런 마음이 평안하게 바뀌고 몸이 좋아진다. 뉘우치지 않는 가해자는 용서하려고 굳이 애쓰지 말라. 용서하지 말고 그대로 놔두는 게 좋을 수도 있다.

 

5. 기도나 명상을 하라

 기도나 명상은 부교감 신경계의 활동을 높여 심리적 안정감과 평화감을 준다. 자신감 회복에 도움이 되는 명상법으로 미국 존 카밧진 박사가 불교의 명상을 의료에 적용해 만든 마음챙김 명상법과 허버트 벤슨 박사가 기독교 영성을 의료에 적용한 프로그램, ‘난관돌파(브레이크 아웃)의 원리’가 있다. 브레이크 아웃은 가끔씩 인생에서 큰 어려움을 만났을 때 겪게 되는 신적 체험을 뜻한다. 이는 자신이 겪고 있는 무거운 짐을 하나님께 내려놓는 순간 일어난다.

  

권복기 기자(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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