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발견의 기쁨, 그리고 그 유혹
야생버섯의 신비(6)
 
번데기동충하초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동충하초 모음)

버섯 발견은 예기치 않는 행운이기에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버섯 발견의 기쁨은 보석 발견의 기쁨 바로 그것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꿈에 횡재하는 꿈을 꾸어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버섯 발견은 바로 그 횡재하는 꿈이 실현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책에서만 보던 버섯을 20년 만에 숲 속에서 실제로 발견하였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친한 분 가운데 골동품을 찾아 벼룩시장을 거의 주말마다 뒤지는 분이 있다. 만일 희귀한 진품명품을 만났을 경우 그 기쁨이 얼마나 클 것인가! 버섯 발견의 기쁨도 바로 그 진품 발견의 기쁨과 같은 것이다.

동충하초가 돋아난 모습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이 번데기동충하초가 돋아난 모습. 나비목의 번데기에서 오렌지색 곤봉처럼 생긴 버섯이 한 개 혹은 많이는 대여섯 개씩 돋는다. 번데기는 땅속에 들어 있다.)

특별히 2004년은 그 발견의 기쁨이 각별한 해였다. 버섯 연구 시작한지 19년 만에 처음으로 동충하초(冬蟲夏草 Cordyceps militaris 번데기동충하초)를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한두 개(마리)도 아니고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이 온 산에 덮여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캐어 낸 것만도 천 개(마리)가 넘는다. 암으로 고생하던 분들이나 친구들을 오라고 하여 대 여섯 차례에 걸쳐 한 사람이 약 300여개씩 캐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가는 곳마다 동충하초가 많이 돋아난 것일까? 마침 2004년은 내가 사는 지역의 17년 주기매미가 나오는 해였다. 6월 초 그 매미가 어찌 많은지 우는 소리가 시끄러운 정도이고 구름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동충하초가 그 매미 번데기에서 돋아난 것인 줄 알았다. 허지만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2004년도에 동충하초가 많이 돋을 수 있는 기후 조건이 잘 갖추어져진 때문이었고 매미번데기에서 돋은 것이 아니라 나비목의 유충이나 번데기에서 돋아난 것이다. 그 때가 7월 하순 8월 초 무더운 때였다. 비가 참 많이 내렸다. 동충하초 뿐만 아니라 노란 꾀꼬리버섯도 온 산에 덮여 있었다. 동충하초는 그 길이가 약 3cm에서 5cm 반 정도 되는 곤봉모양의 오렌지 색깔을 띤 버섯이 땅위에 돋아있을 때 그 버섯 주변을 조심스럽게 파 보면 버섯이 새까만 번데기에서 돋아 난 것을 캐어낼 수가 있다.

꾀꼬리버섯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꾀꼬리버섯 Cantharellus cibarius. 색깔이 노랗고 갓 가장자리가 물결치듯 하며 깔때기 모양에 주름은 내리주름인데 주름이 날카롭지 않고 무딘 것이 특징이다. 맛 좋은 식용버섯이다. 미 동북부지역에서는 7, 8월에 비 많이 온 뒤 해마다 같은 땅위에 돋는 지상생이다. )

큰갓버섯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큰갓버섯 Macrolepiota procera, 그 모양이 우산 같다 하여 영어속명은 Parasol. 견과류 맛을 가진 맛좋은 식용버섯이지만 생식하면 안 되고 반드시 익혀먹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찾아 낸 버섯이 식용이나 약용일 경우 그 발견의 기쁨이 곧 유혹으로 현혹당하게 된다. 발견 기쁨에 빠져서 그 기쁨에 취한 나머지 곧 바로 커다란 욕심에 빠져버리는 자신을 본다. 발견의 기쁨이 가져다 준 결과, 곧 욕심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버섯 발견에 따른 욕심과 그 욕심이 가져오는 생태계의 파괴는 외면하게 된다. 실제로 많이 먹지도 않으면서 채취하고 계속 또 채취하고 싶은 욕심을 억제하기 어렵다. 결국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 끊임없는 자기 욕심과의 싸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저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인간의 욕심과 버섯을 발견한 바로 거기 버섯의 존재 자체의 신비스러움을 감탄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경이로움 사이의 끊임없는 싸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버섯 발견의 기쁨이 욕심에 대한 자기 성찰을 못하게 마비시킬 정도라면 그것은 치명적인 맹독버섯의 독성보다 더 강한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개암버섯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개암버섯, 학명은 Naematoloma sublateritium, 영어 속명은 그 갓 색깔이 벽돌 색이라 하여 Brick Top 이라고 부른다. 늦가을에 죽은 나무 위에나 그루터기 주변에 다량 돋는 식용버섯이다. 그래서 야생버섯 애호가들은 이 버섯이 돋기 시작하면, "아, 금년도 벌써 다 가서 이제 버섯 철이 다 지나갔구나!" 하고 말한다. 포자색깔이 보라색인 것이 특징이다. 이 버섯을 늘 많이 만나지만 식용한 적이 없는데 버섯모임에 갔다가 만난 후미꼬라는 일본계 여성이 자기는 "미소 쑵"(된장국)에 넣어 먹는다 하여 나도 채취하여 된장찌개나 된장국에 넣어 먹어보니 맛이 그런대로 괜찮고 씹는 감촉도 좋아 즐겨 식용하게 되었다.)

가을 어느 날 뽕나무버섯을 한 소쿠리 채취하여 산을 빠져 나오는데 어느 미국인 청년 한 사람이 두 여성과 함께 오는 것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여성 가운데 한 분이 손에 버섯 책을 들고 있다. 책이 새것인 것을 보아 방금 그 책을 사가지고 오는 것이 분명하였다. 자연히 내가 채취한 버섯이 담겨 있는 소쿠리 안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래서 버섯 책을 들고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산으로 조금 들어가면 죽은 나무들이 몇 그루 서 있는데 어제 거기에 빨간 버섯이 많이 돋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버섯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이렇게 버섯 책을 사들고 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러하냐고 하면서 함께 가 보자 하여 그 분들을 따라가게 되었다. 가서 보니 그 버섯은 팽나무버섯(또는 팽이버섯 Flammulina velutipes)이었다. 그래서 학명이 생각나기에 그 분의 책을 받아 즉시 찾아주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서서 그 버섯을 구경하였다. 물론 그 버섯은 식용이다. 색깔이 주황색인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재미있는 것은 그 버섯 줄기가 밑으로 내려갈수록 짙은 갈색을 띄다가 차츰 검은 비로드처럼 보이기 때문에 영어 속명으로 "Velvet foot" 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그 비로드처럼 생긴 줄기 밑동을 가진 것이 그 버섯을 식별해 내는 열쇠인 것이다. 늦가을 버섯으로 서리가 내려도 돋는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콩나물처럼 생긴 줄기가 긴 노란버섯은 바로 이 팽나무버섯을 인공 재배한 것이다. 마침 그 날은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그 다음날 가지고 가 이모저모 사진을 찍었다. 그 버섯은 색깔이 너무 곱고 탐스럽게 다발로 돋은 것이 너무나 아름다워 차마 칼로 벨 수가 없어서 한 참을 서서 다시 감상만하고 돌아왔다. 채취하면 한 소쿠리는 되겠지만 욕심을 제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팽나무버섯의 아름다운 모습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늦가을 서리가 와도 돋는다는 팽나무버섯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시중에 파는 노랗고 콩나물처럼 생긴 팽나무버섯이 바로 이 버섯을 인공 재배한 것이다.)

팽나무버섯의 줄기 밑 보기
www.naturei.net 2007-11-18 [ 최종수 ]

(줄기 끝으로 내려 갈수록 색깔이 점점 검어지는데 그 검은 모습이 마치 비로드처럼 생겼기 때문에 영어 속명으로 Velvet Foot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특징은 이 버섯을 식별해 내는 열쇠가 된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7-11-18 04:08:39]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버섯의 치유력
야생버섯의 신비(7)
 
어린 쓰가불로초
www.naturei.net 2007-11-24 [ 최종수 ]

아직 어린 쓰가불로초
www.naturei.net 2007-11-24 [ 최종수 ]

(아직 어린 쓰가 불로초의 아름다운 모습)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버섯에는 우리 몸의 질병을 치료하는 많은 종류의 약성분이 들어 있다. 북한에서 발행한 “약초의 성분과 이용”이라는 책에 보면 버섯에 대한 성분분석표가 있다. 거기 보면 어느 버섯이나 함량의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을 뿐 대체로 항암성분(抗癌成分)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지버섯(靈芝 또는 不老草 Ganoderma lucidum)은 물론 상황버섯(또는 목질진흙버섯, Phellinus linteus, 본래 상황이란 생약명이다), 그리고 식용하는 표고버섯이나 잎새버섯에 많이 들어 있다. 구름버섯(운지 雲芝)에도 항암성분이 높다고 한다.

구름버섯
www.naturei.net 2007-11-24 [ 최종수 ]

(구름버섯)

근간에는 주름버섯의 일종인 아가리쿠스 블라제이(Agaricus blazei)라는 버섯이 브라질에서 발견되어, 일본사람들이 인공 재배하던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재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있는데, 그 버섯이 특별히 암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신의 버섯”(God's Mushroom)이라고 불릴 만큼 항암효과가 있다고 한다. 신문지상에 신비한 “아가리쿠스” 버섯이라고만 말하는데, 아가리쿠스라는 이름은 버섯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버섯 속(屬)의 이름이기 때문에 반드시 아가리쿠스라는 이름 다음에 “블라제이(blazei)”라는 이름을 꼭 붙여서 불러야 어느 버섯인지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가령 시중에서 흔히 사다 먹을 수 있는 양송이버섯(Agaricus bisporus)도 아가리쿠스 버섯 속(屬)에 속하기 때문이다.

주름버섯
www.naturei.net 2007-11-24 [ 최종수 ]

(주름버섯, 학명 Agaricus campestris, 영어 속명 Meadow Mushroom)

그리고 무슨 신비의 명약인양 "아가리쿠스, 아가리쿠스" 하면서 이 버섯에 대한 돌풍이 불던 것도 여러 해 되었다. 브라질 밀림 속에서 발견되어 오랜 고심 끝에 인공재배에 성공한 항암작용이 매우 높다고 선전되고 있고, 약재상에 가면 높은 값에 팔리고 있다. 조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금산에 갔을 때 인삼 약재단지에서도 점포마다 팔고 있었다. 물론 어느 버섯에나 항암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고 현혹되지 마시기 바란다. 그 "아가리쿠스 버섯"이란 것이 현재 우리가 미국 시중에서 즐겨 사다 먹는 양송이(학명 Agaricus bisporus)가 등장하기 직전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에 미국 대서양 연안 여러 주(Atlantic states)에서 널리 재배되어 즐겨 먹던 영어 속명으로 "Almond Mushroom"(버섯에서 알몬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학명은 Agaricus subrufescens)이라는 것이 아가리쿠스 버섯종류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리처드 케리간 박사(Dr. Richard Kerrigan. 이 분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아가리쿠스 버섯 상업 재배용 종균배양 공급처인 실반연구소 Sylvan Research에 근무 중)의 DNA 분석에서 밝혀졌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아가리쿠스, 아가리쿠스"하는 버섯을 가리켜 브리질에서 발견된 희귀종이라하여 "Agaricus blazei" 또는 "Agaricus brasilienis"라는 학명을 붙여 부르지만, 실은 미국에서 지난 세기 초까지 인공 재배하여 식용하던 "Agaricus subrufescens"이라는 버섯과 똑같은 것이라고 한다(자료출처: Mycologia via The Mycophile, North American Mycological Association, July/August 2005). 그리고 현재도 미국 동북부 지역과 서부 지역 산야에서도 흔히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독될까 보아 버섯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버섯의 약효를 지나치게 믿는 나머지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 다량 먹어치우는 습관과 이를 돈벌이에 악용하는 상술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눈꽃동충하초
www.naturei.net 2007-11-24 [ 최종수 ]

(버섯공부 21년 만에 2006년 여름에 처음으로 딱 한 개 발견한 눈꽃동충하초다. 학명은 Isaria 또는 Paecilomyces japonica. 왼편에 번데기가 보인다.)

그리고 1996년 미국 뉴욕 주에 있는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 주변에서 코넬대학교 학생들이 채취해 온 딱정벌레 유충에서 돋은 동충하초(冬蟲夏草, Cordyceps subsessilis)에서 싸이클로스포린(Cyclosporin)이라고 부르는 장기이식(臟器移植) 수술 뒤, 이식된 장기의 거부반응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아주 값비싼 약성분을 발견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해 준다(The New York Times, 1996년 11월 5일, 화요일 자, "The Environment."). 동충하초라는 버섯은 송충이나 딱정벌레와 같은 곤충의 몸에서 돋아난 버섯이다. 겨울에는 벌레상태로 있다가 여름이 되면 버섯(풀 또는 식물)이 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밤 나방이, 매미, 벌, 딱정벌레, 메뚜기 같은 곤충이나 그 번데기 또는 그 유충, 거미는 물론 송충이처럼 털이 나 있는 벌레에서 기생하는 약용버섯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1800년경부터 약으로 사용하여 신장이나 폐질환에 효과가 좋으며 허약체질이나 면역력을 높이는 데 복용해 왔다고 한다. 우리 한국에서 지난 1995년에 누에를 이용하여 동충하초 네 종류를 대량증식 시키는데 성공했고, 항암 등 약리효과를 실험 중에 있다고 한다.

성숙한 쓰가불로초
www.naturei.net 2007-11-24 [ 최종수 ]

(성숙한 쓰가불로초의 모습)

메주를 띄울 때 곰팡이의 도움을 받는 일이나, 맥주를 빚을 때, 그리고 기적적인 항생제 페니실린을 곰팡이에서 얻어 이용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사실이다. 버섯도 곰팡이류에 속하기 때문에, 버섯에 함유된 약효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은 그 때문이다. 버섯으로 모든 암을 치료하고, 심지어 AIDS까지 치료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버섯뿐만 아니라 산야에 흔히 나는 약초를 공부해 보면, 조물주가 창조한 풀이나 식물 가운데 약이 아닌 것이 없고, 심지어 우리가 잡초라고 하여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풀조차도 약용으로 쓸 수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치유효과를 생각해 보면, 조물주의 창조의 신비함을 더 깊이 느끼게 되며,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한 자연보호나 환경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특별히 버섯은 생존하기 위하여 까다로운 생태학적 환경 인자를 갖춘 적당한 장소에서만 돋기 때문에 환경파괴로 말미암아 다시는 버섯이 돋지 않는 것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7-11-24 07:14:43]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버섯의 다양한 용도(用途)
야생버섯의 신비(8)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쓰가불로초가 돋아있는 나무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쓰가불로초가 주-욱 돋아 있는 나무)

버섯의 용도도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물론 식용으로 사용해 온 역사는 멀리 이집트나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버섯은 맛으로 먹는 것도 있고, 그 향기 때문에 음식에 넣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그 혀에 닿는 감촉 때문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주로 잡채에 넣는 목이버섯은 그 씹는 감촉이 식욕을 자극한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표고의 경우 생 표고도 맛이 좋고 용도가 많지만 일단 말려두었다가 물에 잘 불려서 조리하면 향과 맛과 씹는 감촉이 고기 같아서 더욱 인기가 있다. 마늘냄새가 나는 버섯과 매운 맛이 있는 것은 식용버섯은 아니지만 양념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항간에 알려진 전설 같은 이야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싼 버섯 요리도 있다. 예를 들자면 땅 속에서 돋는 거친 감자처럼 생긴 트러플(Truffle)이라는 버섯은 암퇘지가 발정할 때 풍기는 냄새를 내기 때문에 돼지들이 찾아서 캐 먹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돼지나 또는 냄새훈련을 시킨 개를 이용하여 캐서 시중에 공급하게 되는데, 그 값이 엄청나게 비싸서 미국 돈으로 하면 한 파운드(450g)에 500불-1000불이나 간다고 하니 그야말로 금값이다. 이른바 그 버섯요리는 정력에 좋다는 것이다!

1995년 이 정력에 좋다는 버섯을 찾아내는 탐지기가 발명되어 950불에 팔린다고 한다. 이 탐지기는 마치 금속 탐지기처럼 트러플 버섯 냄새를 탐지하면 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 농부들은 이 희한한 버섯 탐지기를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탐지기를 사용하여 버섯을 찾는다는 것은 마치 인생에서 시(詩)를 제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느 농부는 그 실용성문제에 관하여 이렇게 논평하였다고 한다. “저는 농장에서 돼지를 키운답니다. 한 마리당 90불씩 지불하죠. 그러면 돼지는 40-50kg의 트러플 버섯을 찾아냅니다. 일 년 뒤에 저는 그 돼지를 잡아먹습니다. 버섯 탐지기는 그렇게 할 수 없지요. 제 말이 틀렸나요?”

영지 같이 보이는 쓰가불로초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영지와 똑같이 생긴 쓰가불로초. 전에 남부뉴져지 체리힐에 살 때나 동북펜실바니아 스크랜톤에 살 때는 진짜 영지버섯 Ganoderma lucidum을 제법 많이 채취할 수 있었는데, 메리랜드로 이사 와서는 지난 4년 동안 근방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

우리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버섯을 약용으로 사용하였다. 그 가운데 영지버섯(불로초)이야 말로 옛날 중국 진시황이 사람들을 전 세계로 보내서 구해 오도록 하였다는 전설이 있는 버섯이다. 그 약효가 좋아서 항암작용, 간을 깨끗하게 하는 청간작용(淸肝作用), 피를 깨끗하게 하고 어혈(瘀血)을 풀어주며 혈중에 콜레스톨을 낮추어주는 청혈작용(淸血作用), 그 밖에도 몸의 면역성을 높여주고 원기를 돋아주는 강장작용(强壯作用) 등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있다. 그 영지버섯이 미국 동북부지역에 종종 야생하기 때문에 해마다 7월, 8월 건조하고 무더운 때에 채취하여 말려두고 일 년 내내 달여 먹고 있다. 처남은 삼 개월 가량 장복한 결과 당뇨병을 고쳤고(피 검사해 보니 혈당이 평균치 보다 조금 낮게 나왔음), 집사람은 콜레스톨이 낮아졌으며, 친구 한 분은 얼굴에 심하게 돋은 알레르기 증상을 치료하였다.

Eastern Hemlock나무 잎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쓰가불로초가 많이 돋는 펜실바니아 주 나무인 Eastern Hemlock은 사진에서 보시는 대로 침엽수다. 학명이 Tsuga canadensis이기 때문에 그 나무에 돋는 영지를 쓰가불로초라 한다. 전에 미국에서는 해마다 5월이면 이 나무의 껍질을 벗겨 모피의 털과 기름을 뽑고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무두질[tanning] 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또 이 나무의 잎은 향기가 좋아 음료수 Root Beer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 발견한 사실은 단풍나무나 참나무 같은 활엽수(闊葉樹, 넓은잎나무)에 돋은 영지버섯(Ganoderma lucidum)은 그 맛이 몹시 쓴 데 비하여, 침엽수(針葉樹, 바늘잎나무)에 돋은 영지버섯(Ganoderma tsugae, 쓰가 불로초)은 그 크기도 훨씬 더 크고 색깔도 더 짙은 검붉은 색에다가 그 맛이 쓰지 않다는 사실이다. 책에 보면 이 “쓰가 불로초”도 일반 영지와 약효가 대동소이할 것이라고 한다. 본래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에는 송진이 있기 때문에 좀처럼 버섯이 잘 붙지 않는데,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州)나무인 이스턴 햄락(Eastern Hemlock)이라는 전나무처럼 생긴 침엽수에는 영지가 많이 돋는다. 어느 공원에 가니까 오륙백 년 이상 된 이 나무가 여기 저기 많이 쓰러져 죽어 있었는데, 그 나무 위에 수십 송이씩 무수히 달려 있었다.

자작나무버섯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자작나무버섯. 이 버섯을 말려서 바늘을 꽂아두는 것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어린 것은 식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체로 질겨서 먹을 수 없다.)

말굽버섯의 일종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말굽버섯의 일종)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1991년 이탈리아 쪽 알프스 산꼭대기에서 5,300년 전 빙하 석기시대의 인간으로 추측되는 냉동인간의 미이라가 발견되었는데, 그 사람의 손 주머니에서 말린 버섯 쪼가리들이 나왔다고 한다. 그 버섯은 말굽버섯(Fomes fomentarius)인데 차로 달여 마시거나, 부싯돌 밥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가루를 내어 지혈제로 사용해 오고 있는 버섯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냉동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불을 만들기 위하여 그 버섯을 부싯돌 밥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이 버섯은 성냥이 발명되기 전까지 부싯돌 밥으로 사용해 온 것은 물론 한 번 불이 붙으면 꺼지지 않기 때문에 옛날 불을 보관하거나 불을 이동할 때 또는 불쏘시개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용도는 잘 알 수 없지만 그 냉동인간도 아마 그 버섯을 약으로 사용한 것 같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쨌든 이 냉동 인간이 발견됨으로써 인간은 적어도 주전 5000여 년 전 석기시대 때부터 버섯을 사용해 왔다는 증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해면버섯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해면버섯, 학명은 Phaeolus schweinitzii, 이 버섯을 물감으로 사용한다하여 영어속명은 Dyer's Polypore라고 한다. 털실에 노란색, 주황색, 황금색, 갈색 물을 들일 수 있다. )

먹물버섯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맛좋은 먹물버섯이다. 갓 표면에 거스러미 같은 인편이 많이 붙어있는 모습이 마치 옛날 영국 남자귀족들이 쓰던 가발모습과 비슷하여 영어속명은 Shaggy Mane이다. 갓이 핀 것은 이미 시꺼먼 먹물로 액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버섯은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옷감이나 털실에 물을 들이기 위해서 염료(染料)로 쓰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먹물버섯은 물론 그 밖의 다른 버섯으로부터 글 쓸 때 사용하는 잉크를 만들어 사용할 것을 권유한 일이 이미 100여 년 전 일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죠지 워싱턴 시대 때 먹물버섯의 먹물을 잉크로 사용하였다고 전한다.

Artist's Conk(잔나비걸상)
www.naturei.net 2007-12-04 [ 최종수 ]

(Artist's Conk. 범사에 감사하라.)

그리고 말린 버섯으로 집장식이나 꽃꽂이에 이용하기도 하고, 영지버섯의 일종인 잔나비걸상버섯(Ganoderma applanatum, 영어 속명 Artist's Conk)에 그림을 그려 두기도하여 영어 속명이 일러주는 대로 화가의 버섯이다. 또 위에 사진에서 보시는 자작나무(말굽)버섯은 말려서 바늘을 꽂아두는 데 이용하기도 하고, 그 조직이 가죽모양 질겨서 이발사가 면도날을 날카롭게 하는 데에도 사용하였다고 한다. 요새 젊은이들 사이에 마약 사용이 성행하는데, 소나 말의 분뇨 위에 돋는 말똥버섯은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독버섯이지만 본드대신 악용하기도 한다. 물론 위험한 일인데, 버섯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구 채취하여 말려서 팔기 때문에, 그 가운데 치명적인 독버섯이 섞여있는 것을 모르고 먹다가 중독되었다는 보고들이 있다.

요즈음은 화학 독극물로 말미암아 공해가 심하다. 그런데 버섯은 이러한 독극물을 흡수하여 집약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사람 몸에 해로운 독극물을 제거하는 데 버섯을 이용할 수 있다. 쓰레기 처리장이나 오염된 하수에 어떤 종류의 버섯을 증식시키면 독극물을 흡수시켜서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영지버섯은 주변 환경에서 방사선 물질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영지버섯으로 주변 환경의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버섯의 이러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오염된 환경에서 돋아난 버섯은 그것이 비록 식용이라 할지라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어느 분이 늘 채취하여 먹던 버섯이 묘지 잔디밭 위에 많이 돋아 있기에 채취하여 식용하였는데, 그 날 저녁 중독증상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튿날 묘지에 가서 알아 본 결과 며칠 전에 화학 비료와 잡초와 벌레를 제거하는 제초제와 살충제를 살포하였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독버섯인지 아닌지 어떤(what) 종류의 버섯이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버섯을 어디에서(where)에서 채취하였느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늘 식용하는 야생버섯이 함유하고 있는 중금속을 분석해 본 결과 카드뮴이나 수은 또는 납 성분 같은 중금속 함유량이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고 어느 경우에는 세계보건기구의 허용량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버섯의 용도는 그 범위가 상당히 넓어서 앞으로 불치의 병을 고치고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하며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등 광범위하게 그 용도가 개발 연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7-12-04 06:48:07]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버섯: 그 천(千)의 얼굴"
야생버섯의 신비(9)
 

고깔먹물버섯
www.naturei.net 2007-12-10 [ 최종수 ]

(고깔먹물버섯이 무리지어 돋아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학명은 Coprinus disseminatus. 영어속명은 Non-inky Coprinus 또는 작은 투구라는 뜻의 "Little Helmet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식용버섯이지만 너무 작아서 식용가치가 별로 없다.)

버섯은 엽록소가 없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서 직간접으로 녹색식물이나 그 밖의 기존유기물의 양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디든 유기질 양분이 있는 곳에서 돋아날 수 있기 때문에 그 종류도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생활 방식도 다양하다. 동충하초와 같이 곤충이나 벌레에 기생하는 것은 물론 아프리카의 흰개미는 스스로 자기들 배설물 더미에 버섯을 재배하여, 그 균사를 유충의 먹이로 사용하다가, 유충이 성충이 되면 버섯이 돋아나게 함으로써 공생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이 버섯은 반드시 흰개미가 사는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버섯을 흰개미버섯(Termitomyces, Termite Mushroom)이라고 부른다. 그 흰개미는 특별한 종류의 개미인데 나무를 소화할 수 없어서 나무를 자기들 둥지로 끌고 들어가 쏠아 씹어서 버섯에게 주어 버섯이 자라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돕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버섯의 균사는 그들의 유일한 먹이이기 때문이다. 버섯은 자라면서 흰개미들이 나무를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이렇게 흰개미와 버섯이 공생관계를 이루어 서로 돕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버섯이 자라는 아프리카에서는 희고 커다란 흰개미버섯을 사람들이 채취하여 즐겨 먹는다고 한다. 커다란 버섯 한 송이만 채취하여도 한 가족이 모두 먹을 수 있다. 사실상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발견된 가장 큰 버섯으로 기록될 정도인데, 그 버섯 갓의 크기가 55cm나 되고 그 무게가 2.5kg(약 6파운드 반)이라고 한다. 그리고 보면 버섯 재배는 인간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흰개미들이 먼저 재배해 왔던 것이다.

버클리구멍장이버섯(필자명명)
www.naturei.net 2007-12-10 [ 최종수 ]

(영어속명 Berkeley's Polypore. 버클리구멍장이버섯이라고 한국이름을 붙여보았다. 학명은 Bondarzewia berkeleyi.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서 가로 약 60cm, 세로 45cm나 된다. 한국 미기록종인 듯하다.)

한국에 있는 버섯들 가운데 기록된 종류만 약 885종이나 되며(1990년 이태수, 한국 기록종 버섯 총목록에 따름. 그동안 신기록종이 많이 늘어났을 것이다), 그 가운데 식용할 수 있는 것이 약 100종류 쯤 된다고 한다. 외국의 경우도 가령 북미주에서 기록된 것은 약 1000종류 정도이고, 계속 새로운 종류가 발견되고 있어서 실제로는 이 보다 얼마나 더 많은 종류가 있는지 다 알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색깔도 다양해서 꽃처럼 모든 색갈이 다 있으며, 색깔도 몹시 고와서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 크기와 모양도 다양해서 점균으로 된 것에서부터 제일 큰 것으로 한 송이가 함지박만한 것을 발견하고 놀란 때가 있다. 버섯의 종류만 다양한 것이 아니라, 독버섯의 경우에는 별의 별 희한한 독이 다 있다. 그 화학성분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노란털느타리버섯
www.naturei.net 2007-12-10 [ 최종수 ]

(노란털느타리의 아름다운 모습은 환상적이다. 발견의 기쁨은 식용버섯을 발견하였을 때의 기쁨만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 맛과 냄새도 다양하다. 버섯을 감별할 때 조금 씹어보아 맛을 보는데(물론 치명적인 독버섯을 감히 맛볼 사람은 없다!) 쓴맛, 단맛, 신맛, 호두 맛 등 다양한 맛이 있다. 냄새도 향긋한 버섯 특유의 향기 말고도, 무 냄새, 마늘 냄새, 생선비린내, 구수한 간장 냄새, 날 콩나물 냄새, 맛있는 냄새, 역한 냄새, 구린내 등등 여러 가지 냄새로 버섯을 식별한다. 특별히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은 파리와 같은 곤충을 불러서 포자를 퍼뜨리기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버섯 가운데 이미 잠간 살펴보았지만 말뚝버섯(Phallus impudicus)이라는 재미있는 버섯이 있다.

화분에 옮겨심은 말뚝버섯 알
www.naturei.net 2007-12-10 [ 최종수 ]

(화분에 옮겨 심은 말뚝버섯 유균)

화분에서 돋아나기 시작하는 말뚝버섯
www.naturei.net 2007-12-10 [ 최종수 ]

(화분에서 돋아나기 시작한다. 옮겨 심고 물을 조금씩 뿌려주기 시작한지 하루 반 만인 오전 8시 반의 모습).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 보면 "욕설의 리얼리즘"을 말하면서 버섯에 비교하여 언급하고 있다.  "버섯이 아무리 곱다한들 화분에 떠서 기르지 않듯이 욕설이 그 속에 아무리 뛰어난 예능을 담고 있다한들 그것은 기실 응달의 산물이다."  물론 버섯은 화분에 옮겨 기를 수 없고, 응달의 산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바로 그 말뚝버섯의 메추리알 같은 유균(幼菌)을 떼어내어 집에 가지고 와서 화분에 심어두고 물을 주면 이 삼일 안에 희한하게도 그 말뚝버섯이 돋아나서 자란다.  이 말뚝버섯은 메추리알 보다 조금 더 큰 알에서 돋아나 갓에 해당되는 곳에 냄새나는 짙은 초록색 점액질이 있어서 파리들이 그 냄새를 맡고 몰려들어 거의 반나절이면 깨끗이 빨아 먹고 포자가 파리 다리나 몸에 묻어서 파리가 날아다닐 때 날아가는 곳마다 포자를 퍼뜨리게 된다.  길게 뻗어 오른 그 버섯모양이 꼭 사춘기 소년의 "귀한 물건"만 하게 크고, 그 생긴 것도 영락없이 그 귀한 물건  형상이다. 그래서 이 버섯의 학명 Phallus 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그 뜻은 남근(男根)을 의미한다.   꼭 귀두처럼 생긴 갓 표면에 암록색 점액이 잔뜩 붙어 있는데 그 냄새가 고약하여 파리를 부르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역한 냄새라고 하여 이 버섯을 영어 속명으로 “Stinkhorns”라고 부르는데, 우리 한국 사람들 코에는 날 콩나물 냄새가 나서 역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중국 사람들은 피어나기 전 메추리알 같이 생긴 유균(幼菌)을 국에 넣어 먹는다고 한다.  나는 먹어보지는 않고 그 버섯 알 한두 개를 채취하여 화분에 올려두고 물을 조금 주면 하룻밤 사이에 한 뼘이나 되는 말뚝버섯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감상하는 재미를 즐기고 있다.   

막 돋아 난 말뚝버섯
www.naturei.net 2007-12-10 [ 최종수 ]

(화분에서 많이 돋아났다. 오전 10시 반의 모습)

화분에서 다 자란 말뚝버섯
www.naturei.net 2007-12-10 [ 최종수 ]

(화분에서 다 자라났다. 오후 3시 반의 모습)

그리고 미국 동부지역에는 그 향기 좋기로 유명한 송이버섯이 돋지 않는다. 서부지역 콜로라도 주 덴버 시에서 열린 버섯모임에 갔다가 그 귀한 송이버섯을 구경하고 그 냄새를 기억하느라 몇 번씩, 오랫동안 코에 대고 있었다. 그 냄새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나 그 냄새를 머리에 기억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어디서든지 송이버섯을 발견하게 되면 냄새로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버섯의 다양함을 접할 때마다 다양하게 서로 다름을 용납하고, 서로 다르지만 함께 받아주면서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한국 SBS-TV에서 제작한 한국의 버섯 다큐멘터리, “버섯-그 천의 얼굴”이라는 제목이 그 다양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 다양함 가운데 버섯들을 식별하고 구분할 수 있는 숨어있는 비밀들을 읽어낼 때 맛보는 희열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갓 위에서 본 붉은점박이광대버섯
www.naturei.net 2007-12-10 [ 최종수 ]

(위에서 내려다 본 붉은점박이광대버섯의 모습이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7-12-10 01:15:24]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버섯이 보여주는 천가지 얼굴-그 첫째
야생버섯의 신비(10)
 
버섯이 보여주는 천(千)가지 얼굴, 그 첫째

개덕다리벌집버섯 또는 개덕다리겨울우산버섯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개덕다리벌집버섯 또는 개덕다리겨울우산버섯. Polyporus squamosus. Dryad's Saddle.
미 동부지역에서는 아주 이른 봄 4월 중순부터 죽은 넓은잎나무나 살아있는 나무에 돋는데 어린 것은 식용할 수 있지만 먹어보니 맛은 별로다. 크게 자란 것은 지름이 30-40cm나 되는 것도 여럿 보았다.)

버섯이 돋기 시작하는 4월이 되자 즉시 산야로 다니며 버섯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봄에는 그런대로 비가 내렸지만, 2007년 여름 7, 8월은 많이 가물었고 또 무더웠다.  9, 10월 가을에 들어서서도 별로 비가 많이 내리지 않고 역시 몹시 더웠다. 그래도 계속 산행을 멈추지 않았는데 버섯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두 개라도 만나면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버섯을 만나는 대로 사진을 찍다보니 금년에만 1,160장을 찍었다. 컴퓨터를 통하여 다시 보니 본인이 전에는 무심코 지나쳐버리던 것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들이 많고 또 그 모습과 색깔이 참 희한하게 생긴 것은 물론 그 종류가 이렇게 다양함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그야말로 버섯의 모습은 형형색색이다.  여기 그 사진들 가운데 몇 개를 추려 올려서 여러 독자들과 함께 감상해 보고자 한다. 확실하게 그 이름이 확인된 것은 한국이름, 학명, 영어속명 순서로 그 이름을 명시하였고, 한국의 미기록종 가운데 한국이름이 없는 것은 이 글을 쓰는 사람이 명명(命名)한 것임을 밝혀 놓았다. 혹시 잘못 식별한 것을 발견하시거든 즉시 댓글에 그것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


곰보버섯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곰보버섯. Morchella esculenta. Morel. 서양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맛좋은 식용버섯으로 이른 봄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죽은 느릅나무 밑이나 튤립포플러나무 숲 땅 위에 돋는다. 버터에 볶아 먹어보니 그 맛이 질 좋은 소고기 볶은 것처럼 그 맛이 달고 썩 좋았다. 반드시 익혀 먹어야하고 생식하면 안 된다.)

쓰가불로초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쓰가불로초. Ganoderma tsugae. Hemlock Varnish Shelf. 이미 사진에서 여러번 보신 바와 같이 영지버섯의 일종으로 미 동부지역에서는 5, 6월에 죽은 침엽수인 Eastern Hemlock 나무 위에 많이 돋는데, 그 맛이 쓰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영지버섯과 그 약효가 거의 동일한 약용버섯이다.)

고려주발버섯(이지열)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고려주발버섯[이지열]. Peziza badio-confusa. 컵 같이 생겼다하여 영어속명 Common Brown Cup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봄 5월경에 숲속 개울가 땅 위에 돋는 작은 종지같이 생겼고 얼핏 보면 목이버섯 같다.  그러나 잘 부서지며 진한 갈색이다. 식용할 수 있지만 반드시 익혀먹어야 한다. 아직 식용해 보지는 않았다.)

달걀스크램블점균(필자명명)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달걀스크램블점균(필자 명명)
(학명은 Fuligo septica, 영어속명 Scrambled-egg Slime이라는 이름이 보여주는 것 같이  꼭 달걀을 스크램블 한 것 같다.  얼른 보기에도 달걀을 풀어 요리한 것처럼 먹음직스럽다.  그러나 식용불명이다.  5월에서 10월에 걸쳐 서늘한 날씨에 죽은 나무에 돋는 부착성 점균버섯인데 곧바로 색이 변하면서 산 나무나 땅으로 번져간다고 한다.)

붉은목이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붉은목이. Dacrymyces palmatus. Orange Jelly. 봄부터 가을에 걸쳐 죽은 침엽수 고목에 돋는데 식용불명이다.)

아교뿔버섯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아교뿔버섯. Calocera cornea. Clublike Tuning Fork. 봄부터 여름에 걸쳐 죽은 활엽수 고목에 돋는다. 가물면 말랐다가 비가 오면 다시 살아난다. 식용불명.)

코커광대버섯(필자명명)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코커광대버섯(필자 명명). (Amanita cokeri. Coker's Amanita. 미 동부지역에는 많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미기록종이다. 해마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참나무와 소나무 혼합림에서 많이 만난다. 버섯 전체가 희고 갓 위에 피라미드형의 인편이 많고 줄기 꼭대기에 치마 같은 고리가 있고 줄기는 밑으로 갈수록 굵어지며 다시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약간 긴 뿌리를 땅속에 박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식용해서는 안 된다.)

털고무버섯(필자명명)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털고무버섯(필자명명). (Galiella rufa. Hairy Rubber Cup. 어쩌면 한국 미기록종인 듯하다.
처음에는 오므리고 있다가 피어나면서 종지처럼 보이는 버섯인데, 종지 겉 표면은 흑갈색이고 털이 버섯 가장이에 돋아 있다. 땅에 떨어져 있는 죽은 나뭇가지 위에 돋고 종지 안은 엷은 적갈색이나 차차 시간이 갈수록 갈색으로 변하며 고무 같은 느낌을 준다. 식용불명이다.)

산딸기점균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산딸기점균. Tubifera ferruginosa. Red Raspberry Slime.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주로 썩은 나무 그루터기에 돋는데 약간 길쭉하게 동글동글한 장난형 버섯이 한데 모여 마치 산딸기모습을 갖게 된다. 처음에는 희게 돋아나 성균이 되면 빨간색을 띄우다가 차차 자주색을 걸쳐 흑갈색으로 변한다. 식용불명이다.)

황갈색그물버섯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황갈색그물버섯. Boletus bicolor. Two-colored Bolete. 영어속명처럼 갓과 줄기의 빨간색과 그물부분의 노란색 두 색으로 된 맛좋은 식용 그물버섯이다. 주로 참나무 숲속 땅위에 돋는 지상생 버섯이다. 그런데 한국이름 황갈색그물버섯이라는 이름이 어디서 온 것인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 색깔의 특징으로 보아 적황색 또는 황적색그물버섯이라고 해야 옳기 때문이다. 상처를 내면 천천히 청변靑變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느 그물버섯이든지 그물부분이 붉거나 건드려서 청변이 빠르면 조심해야 한다.)

잔나비걸상 여러송이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잔나비걸상. Ganoderma applanatum. Artist's Conk. 여러 개가 함께 돋은 모습이 희한하다. 약용으로 사용하는 영지버섯의 일종으로 그 맛이 쓰기는 쓴데 영지보다는 좀 덜 쓰다. 죽은 활엽수에 돋는데 여기 저기 영지 보다 더 많이 돋고 다년생이라 큰 것은 지름이 50cm 이상 되는 것도 있다.)

쇠뜨기버섯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쇠뜨기버섯이라고 부르는 싸리버섯과에 속하는 버섯이다.  학명은 Ramariopsis kunzei.영어속명은 White Coral,   7월에서 10월에 걸쳐 땅 위나 죽은 나무 위에 돋는다.  어느 책은 식용부적당하다 하였고, 어느 책은 식용이라고 하였으나, 실제 먹어보니 먹을 수 없을 만큼 맛이 없었다.) 

꽃송이버섯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꽃송이버섯. 이 버섯이야말로 아주 희한하게 생긴 버섯이다.  본인도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와서 이것이 네 번째 만난 버섯이다. 학명은 Sparassis crispa이다. 영어속명은 Eastern Caulifllower Mushroom이라고 부른다. 자실체는 얼핏 보면 영어속명처럼 컬리플라워처럼 생겼다.  색깔은 백색에서 갈색으로 물결치는 꽃잎이 모인 것 같고 하얀 꽃 배추를 닮았다.  이 버섯은 시기를 좀 놓친 것인데 하얗고 어린 것은 식용할 수 있는 맛좋은 버섯이다.  네 번 다 시기가 좀 늦은 것만 발견하여 아직 시식해 보지 못했다.  이런 버섯은 그 생김새가 두드러지는 것이어서 금방 식별할 수 있고 식용일 경우 안심하고 시식해 볼 수 있다. 참나무 즉 도토리나무가 많은 숲 속 죽은 참나무 그루터기 주변 땅 위에 돋았다.)


참버섯
www.naturei.net 2007-12-15 [ 최종수 ]

(참버섯. 학명은 Lentinus strigosus 혹은 Panus rudis. Ruddy Panus. 느타리과에 속한 버섯으로  각종 활엽수의 죽은 나무 그루터기에 돋는다.  색깔이 아주 곱다. 어린 것은 식용한다고 하지만 곧 질겨서 식용으로 적당하지 않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
[2007-12-15 02:38:26]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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