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 탈북 청소년(꽃제비)들이 모여 살고있는 안산의 '다리공동체'./조선DB
사재 털어 안산 '다리공동체' 9년째 운영
북한을 이탈해 남한 품으로 들어온 탈북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대홍수와 가뭄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입국 탈북자 수는 지난 3,4년 사이 매월 200∼300명 수준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이들 중 2천명 가량이 청소년이며, 이 청소년들 가운데 500여명은 남한에 의지할 곳이 전혀 없는 무연고자들이다.
몸을 기댈 곳 없는 이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시설은 전무하다. 전국적으로 민간 차원의 시설 5,6곳이 운영되다 이마저도 독지가들의 후원이 끊기면서 하나 둘 문을 닫고 경기도 안산시에 유일하게 '다리공동체'가 남아 있을 뿐이다.
남한과 북한을 잇는 다리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안산 다리공동체에는 무연고 탈북 청소년 17명이 기거하고 있다.
다리공동체는 서른을 훌쩍 넘긴 3명의 노총각에 의해 꾸려지고 있다. 이들 '아름다운 사람'은 이영석(36.운영위원장), 마석훈(37.사무국장), 차승만(35)씨.
이씨와 차씨는 제주도가 고향인 친구 사이로, 1998년 중국을 떠도는 탈북 소년 '꽃제비'의 처참한 실상을 보도를 통해 알고는 가지고 있던 돈을 털어 중국 옌볜(延邊)으로 향했다.
당시 차씨는 기술고시에 합격해 특허청에서 사무관으로 일하고 있었고 이씨는 개인사업을 준비중이었지만 꽃제비들의 참상이 눈에 밟혀 편히 갈 수 있는 행로를 접었다.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서 불끈 치미는 열정에 이끌려 '편안한 삶' 대신 '무모한 길'을 택한 것이다.
곧바로 옌볜 조선족자치주의 한 마을에 꽃제비들을 위한 보호시설 '쉼터'를 여는 것으로 다리공동체의 전신인 '꽃지모(꽃제비들을 지원하는 모임)'의 활동은 시작됐다.
3년여 탈북 소년들을 돕는 일을 하다 2001년부터 본격화된 기획탈북으로 중국 공안당국의 단속이 강화되자 보호하고 있던 무연고 탈북 소년 5명을 데리고 귀국해 안산에 정착하면서 다리공동체가 탄생했다.
마석훈씨는 귀국 탈북자 적응시설인 하나원에서 교사로 활동하면서 이 소년들을 첫 제자로 맞은 것이 인연이 돼 다리공동체에 합류했다.
"다리공동체는 새터민 청소년들을 위한 새로운 가정입니다.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키워주는 보금자리로 만들고 싶습니다."
다리공동체를 이끄는 세 젊은이는 미혼으로 조카같고 동생같은 탈북 청소년들을 돌보느라 스스로의 가정을 이룰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들의 헌신적인 배려 덕분에 다리공동체에서는 3명이 대학과정까지 무사히 마치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리잡았고 올 대학입시에서 2명이 당당히 합격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국내 중.고교 과정을 중도에 포기하는 새터민 청소년 비율이 70%를 넘는 점을 감안할 때 예사롭지 않은 성과로 평가된다.
마 국장은 "사춘기 아이들이라 학교를 빼먹고 배회하거나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공부를 소홀히 하면서 속을 썩이기도 하지만 다행히 큰 말썽없이 잘 자라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순수 민간시설인 만큼 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푸드뱅크를 통해 음식물을 지원받고 주변의 독지가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안정적인 주거공간의 확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4층짜리 다가구주택은 한 종교단체가 빌려준 전세금으로 마련한 것으로, 다음달말 계약기간이 끝나면 전세금을 돌려줘야 할 처지다.
마 국장은 "아이들 앞으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을 쪼개 월세금을 낼 수 있는 거처를 찾고 있으나 쉽지 않다"며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동체의 세 운영자는 새 거처를 마련할 걱정에 밤잠을 설치지만 이를 알 턱 없는 아이들은 돌아오는 설 연휴 때 가기로 한 제주도에서 조랑말을 타고 놀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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