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설에 등장한 `꽃제비  

북한에는 지난 몇 년간 심각한 식량난의 여파로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배회하는 이른바 `꽃제비'라는 어린이들이 많이 늘어났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각지에는 가출하여 장마당과 역전, 다리밑 등에서 기거하며 먹을 것을 찾는 꽃제비들이 무려 2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1999년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북한 꽃제비들의 처참한 모습

일반적으로 꽃제비들이 처음 등장한 것은 식량난이 심화되었던 지난 90년대 중반부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 보다 훨씬 오래전인 1945년 광복 직후부터 생겨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북한에서 `꽃제비'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전후사정을 밝힌 장편소설이 출간됨으로써 뒷받침되고 있다.

장편소설 `열병광장'이 바로 그 작품인데 이 소설은 지난 70년대초부터 발표된 김일성 주석의 일대기를 다룬 총서「불멸의 력사」시리즈의 하나로 지난 3월 중순 나왔다.

「4.15문학창작단」소속의 작가 정기종이 쓴 이 소설은 광복 직후 김 주석이 최현, 김책, 김일, 안길, 강건, 오진우 등 그의 측근인물들과 함께 `정규 혁명무력'의 결성과 북한정권 수립을 위해 투쟁하는 과정을 竪?줄거리로 삼고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 한종삼이 광복 직후 그의 약혼녀를 잡아간 서울에서 파견된 첩자 암파라는 곡마단(서커스단) 단원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꽃제비라는 말을 여러차례 등장시키고 있다.

그 실례를 들어보면 '한종삼은 벌써 해주바닥을 사흘째 헤매고 있었다. 넝마같은 옷차림에 장마당에서 사람들이 짓밟고 다니던 헐어 빠진 맥고모를 얻어 쓰고 ....창이 떨어져 너덜거리는 지하족을 발에 꿰고 있는 그를 보고 조무래기들이 좇아 다니면서 `야, 꽃제비다!'하고 소리치기까지 했다....`꽃제비를 못 봤수?' '곡마단 꽃제비가 오지 않았수?...' 등의 대목에서 보듯이 광복 직후 꽃제비의 행색을 소상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작가는 이 소설에서 꽃제비의 어원이 소련 말에서 변형된 것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작가는 꽃제비라는 말의 뉘앙스에 대해 '꽃제비라는 전혀 가당치 않은 서정적이고 앙증스러운 이름으로 소리쳐 부르는 것이야 말로 얼마나 천진한 야유였으랴'라고 소설속에서 묘사했다.

또한 꽃제비의 어원과 관련한 대목에서는 '사실 그 애녀석들은 소련사람들이 유랑자, 혹은 유랑자들이 거처하는 곳을 가리켜 말하는 '꼬체브니크', `꼬제보이', `꼬제비예'라는 말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옮긴 것인데 한종삼은 그러건 말건 종일 정처없이 ....'라며 줄거리를 이어갔다.

작가는 북한에서 꽃제비라는 말이 가난과 굶주림의 세월이 지속되었던 광복을 전후한 어려운 시기에 소련말을 빌려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임을 시사해 주고 있었다.

한편 소설 `열병광장'은 주인공 한종삼이 6.25 전쟁시에 낙동강 도하전에서 전사한 후 `영웅전사'로 추대되는 한편 종장에서는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군창건 60주년을 맞아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 행진대오를 향해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이 있으라!'는 우렁찬 외침으로 답례하는 장면을 끝으로 소설을 맺고 있다.

두리하나선교회 /  http://www.durihana.com/mai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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