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저 심부름하는 것 뿐"


수퍼마켓 문을 새벽 2시에 닫고 나니, 기대에 들떠 잠을 잘 수가 있어야죠. 친구들한테 자랑했더니 같이 기뻐해 주더라구요. “좋은 경험하고 오라면서” 결혼한 지 15년만에 처음으로 남편과 함께 갖는 여름휴가예요. 봉사휴가, 그러니 제가 얼마나 설레겠어요. 밤새 청소한 곳을 또 쓸고, 닦고….

일행 12명 중 잠을 제대로 청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목회자, 수퍼마켓 주인, 직업 군인, 학생, 디자이너, 주부, 사업가, 회사원 등 지역과 연령도 천차만별인 이들은 1년 이상 국내외 어려운 이웃을 월드비전을 통해 도와왔다.

새벽 6시 30분, 서울 종합운동장 앞 광장에 모여 출발! 첫 방문지는 정선 ‘사랑의 도시락 나눔의 집’이었다. 이곳은 진폐병을 앓는 독거 어르신, 장애가정, 소년소녀가장 등 270 명에게 매일 저녁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고 있었다.

도시락 사업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마자 일행은 밥을 푸는 조, 반찬 담는 조, 도시락을 가방에 담는 조, 숫자를 세어 배분하는 조로 나뉘어 일사천리로 즐겁게 봉사했다.

“정해진 양을 알맞게 신속하게 담아야 해요. 모자라도 남아서도 안되 거든요”라는 엄선영 복지사(강원지부)의 말에 임재춘(38)씨와 황미영(32)씨는 진땀을 흘렸다. “경원이, 정신이. 할머니 할아버지들 잡수시는 데 더 예쁘게 못 담냐?”라는 잔소리는 윤석순(41)씨의 몫이다. 핀잔에도 아랑곳 않고 싱글벙글인 강경원(12), 박정신(13)양은 이제야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오성국(42) 씨는 도시락 배달에 나서기 전, 쌀 한 가마니를 사야 한다며 급히 사라졌다. 배달하게 될 곳 가운데 본인이 후원하고 있는 할머니 집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백발인 김신옥(81) 할머니를 뵙자마자 오씨는 할머니의 손을 꼬옥 잡아드렸다. 할머니는 “지는 아무 것도 해드릴 게 없어서 어떡해요. 감사한 마음은 이루 말할 데 없는 데, 난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라며 연신 고개를 숙이셨다.

오씨는 “제가 한 게 아녜요. 전 그저 하나님이 보내서 심부름하는 거예요”라며 “꼭 건강하세요. 네?”하고 할머니 귓가에 외쳤다. 할머니는 보청기를 해도 소용이 없을 만큼 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냄비 가득 쪄놓은 찰 옥수수를 일일이 싸주시며 할머니는 “자식들도 찾지 않는 곳에 이렇게 많은 손님이 오긴 처음”이라면서 또 오라고 했다.

일행은 이튿날 동해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교실에 참여했다. 지역 내에서 형편상 학원에 가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과공부와 예체능 특별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아동들과 1대 1로 짝을 이뤄 종이 접기와 레크레이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며 동심으로 돌아간 후원자들. 이번 체험을 통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과 ‘꿈’이 더 구체화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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