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한겨레중·고서 '어울림 축제' 열려
첫 눈에 느낌 통해 영원한 우정 약속도
"우린 7시40분까지 학교 가. 너는?"
"우리는 8시10분에 조회하고 9시 50분부터 수업."
이유진(가명·17·한겨레고 1년)양과 장유희(17·안성여고 1년)양은 둘 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학교를 다니고, 인기가수와 등교시간에 민감한 고1 여학생이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유희는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고 유진이는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이다. 북한을 탈출한 유진이는 올 3월 한국에 들어왔다. 그런 두 사람이 평생 친구가 되기로 약속했다.
10일 오후 경기도 안성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는 85쌍의 '평생 친구'가 탄생했다. 한겨레중·고등학교와 안성 삼죽초등학교에 다니는 탈북 청소년 85명과 안성 지역 청소년 85명이 평생 친구가 되기로 서약한 것. 이날 처음 만났지만 청소년들은 '이제 우리 함께 해요'라고 쓰인 하늘색 티셔츠까지 맞춰 입었다.
- ▲ 10일 경기도 안성시 한겨레중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2008 남북 어울림 통일축 제’행사에서 안성여고 1학년 장유희(오른쪽)양이 평생 친구가 된 한겨레고 1학년 이유진(가명)양과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진양은 북한을 탈출해 올해 3월 한 국에 입국했다. 박수찬 기자
"우리는 평생 친구가 되어 일생을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우정을 나누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항상 아끼고 사랑하며 도와줄 것을 진심으로 서약합니다."
학생 대표가 서약서를 읽을 때 동갑내기 유진이와 유희는 이미 친구가 돼 있었다. "필(feel)이 통했어요." 단체장 인사말과 축사가 길게 이어지자 둘은 "진짜 오래 말씀 하시는 것 같다"며 키득거렸다.
이날 안성교육청 주최로 열린 '남북어울림 통일축제'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 등 1000여 명이 참가했다. 행사가 열린 한겨레중학교와 고등학교는 2006년 개교한 탈북 청소년 학교다. 한겨레중·고등학교 윤도화 교감은 "일반 교육, 직업 교육과 함께 한국 적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한겨레학교를 다니다가 일반 학교로 전학가기도 하고 여기서 졸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학교에 87명, 고등학교에 100명이 재학 중이다. 어린 탈북 청소년들은 안성 삼죽초등학교에서 한국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다. 경기도교육청은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이 있는 안성을 '통일교육 지역'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손을 잡고 다니는 여학생들과 달리 얼굴에 여드름이 난 남학생들의 분위기는 처음엔 서먹했다. 앉아 있기가 어색했던지 올해 초 한국에 온 손태훈(가명·18·한겨레고 1년)군이 홍현기(18·안성고 2년)군을 데리고 북한 교과서와 우표가 전시된 전시장을 찾았다. 현기가 "북한돈 50원이면 뭘 살 수 있냐"고 묻자 태훈이는 "요즘은 사탕 같은 간식거리밖에 못 사먹는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함께 비보이 공연, 악기 연주를 보고 밥도 같이 먹었다. 한겨레고등학교 학생들은 북한 민요와 검도 시범을 선보이기도 했다.
남과 북이라는 특수 상황이 낳은 제한도 엿보였다. 교육청과 학교측은 "북한에 가족이 남아 있는 탈북 학생들은 인터뷰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고 사진기자들에게는 탈북 학생들의 얼굴 사진도 비공개를 요청했다. 최근 위장 탈북 간첩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꺼렸다. 행사가 치러진 체육관 단상 위에는 중국 주재 외국 대사관의 담을 넘는 탈북자들의 사진이 슬라이드로 지나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긴장감은 찾을 수 없었다. "꺄악!" 젊은 남성 연주자들로 이뤄진 브라스 밴드 공연이 시작되자 유진이와 유희는 거의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두 사람에게 "어떻게 평생 친구로 지낼 거냐"고 묻자, 유희는 "유진이한테 자주 문자도 보낼 거예요"라고 했고, 유진이는 "유희가 학교 축제에 초대했는데 가서 함께 놀고 싶다"고 말했다.
안성교육청 김선일 교육장은 "청소년 시기 큰 어려움을 극복한 새터민(탈북자) 학생들은 잠재력이 많다"며 "한국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고 다같이 통일을 염원하도록 하자는 뜻에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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