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의 독(毒) | ||||||||||||||||||||||||||||||||||||||||||||||||||||||||||||||||||||||||
야생버섯의 신비(15) | ||||||||||||||||||||||||||||||||||||||||||||||||||||||||||||||||||||||||
(광대버섯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줄기에 고리가 있고 줄기 밑에 굵은 대주머니 컵받침이 있다. 이렇게 생긴 광대버섯 가운데 치명적인 맹독버섯들이 있다.) 그러면 왜 독버섯이 있을까? 조물주가 왜 독버섯을 창조하였을까? 참으로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물버섯 가운데 그물부분이 빨간색인 마귀그물버섯(Boletus satanas)이라는 버섯이 있다. 버섯의 독을 사탄 즉 마귀의 작란으로 여긴 탓인가? 어쨌든 독이 들어있다는 것과 악하다는 것을 동일시한 탓에 독버섯의 이름에 사탄 또는 마귀라는 말이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버섯의 독은 조물주의 창조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사탄(마귀)으로 말미암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곰보버섯 가운데 머리 부분이 뇌처럼 일그러진 독버섯의 이름도 마귀곰보버섯이며, 광대버섯 가운데 갈색 갓 위에 흰 인편이 붙어 있는 독버섯의 이름도 마귀광대버섯이다. 우리 인간사에서도 악이 급속하게 자라서 무성한 것을 보면 흔히 “독버섯처럼 무성하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독버섯의 독성도 그 개성자체이며 자기의 존재 표현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그 독성 자체로 말한다면 악하다 선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 가운데 너무나도 모든 것을 선과 악 둘로 갈라놓고 하나는 취하고 하나는 버리는 일에 익숙하다. 그러나 어느 존재라도 그 개성은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공동체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버섯의 독성도 배제하지 않은 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존재나 그 개성은 그 존재 이유와 목적과 역할이 분명하여 취사선택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포자 색이 붉은 그물버섯의 일종. 갓 위나 그물부분에 글자를 써도 곧 푸른 색깔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그물부분이 붉고 건드리면 재빨리 청변[靑變]하는 그물버섯은 모두 피하는 것이 좋다. 아직 이 그물버섯은 그 정확한 이름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광대버섯 종류 가운데 몇 가지 치명적인 독버섯은 한 송이만 먹어도 어른의 간이나 콩팥이 그 기능을 완전 상실하여 일주일 안에 사망하고 마는 무서운 버섯들이다. 중독증상이 나타나는 시간도 서로 다르다. 독버섯을 잘못 먹고 얼마 안 되어, 예를 들자면 식용한 뒤 30분에서 두 시간 안에 구토 설사 배알이가 시작되었다면 치명적인 것이 아님으로 일단 안심해도 된다. 왜냐하면 치명적인 독버섯의 중독증상은 적어도 8시간에서 10시간 뒤에야, 또는 일주일 뒤에 늦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녁에 버섯을 먹고 그 밤으로 아무 증상이 없다고 안심할 수 없다. 그러나 이튿날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독이 온 몸에 번진 뒤라서 손쓰기 어렵다.
(치명적 독성을 가진 독우산광대버섯이다. Amanita virosa. 영어속명은 Destroying Angel. Amanitin이라는 독성을 가진 맹독버섯인데 한 송이만 먹어도 간을 손상시켜 어른이 죽는다. 미 동부 지방에 가장 많은 치명적 광대버섯이다.) 이런 말을 하면 모두 겁을 먹고 버섯이라고 하면 독버섯을 먼저 생각하고 두려워하는데, 사실은 천 여 종 가운데 치명적인 독버섯은 대 여섯 종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치명적인 독버섯 가려내는 법만 먼저 잘 익히면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 동안 본인은 50여종의 버섯들을 먹어 보았는데(초보자들은 언감생심 시식해 보려 하지 말 것!!!), 본래 버섯의 식용여부를 가려낼 때에 건강손상을 걸고 먹어 봄으로써 가려낸다고 하면 모두 놀랠 줄 안다. 물론 전문가가 가려낸 버섯이 아니면 야생버섯은 절대로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모르는 버섯은 아예 입에 댈 생각을 안 하는 것이 상책이다.
(갓버섯의 모습이다. 이 갓버섯은 식용이지만 갓의 색깔과 모양이 이렇게 생긴 것 가운데 집 근처에서 여름에 소나기 온 뒤에 돋아나고 줄기의 모습이 이 사진의 것 보다 약간 더 굵고 짧으며 주름 있는 곳의 색깔이 엷은 초록색이면 그것은 독성을 가진 초록색포자갓버섯이다. 모양이 이렇게 생긴 갓버섯은 일단 주름부분이 초록색인지 살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처음 버섯 공부를 시작한지 몇 달 안 되었을 때, 말하자면 선무당 시절 어느 7월에 뉴져지 체리힐 집 근처 소나무 밑에 돋아나고 있는 갓버섯 너 댓 송이를 따서 먹고 중독되어 30분간 서너 번 심한 구토 끝에 입원하지 않고도 살아난 적이 있다. 이렇게 위험한 짓을 하고도 살아남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버섯은 초록색포자갓버섯(Chlorophyllum molypdites, 영어속명은 그 포자가 초록색이기 때문에Green-spored Lepiota라고 부른다. 한국 미기록종.)이라는 독버섯이었는데, 미 동부 지역에서는 해마다 7월 8월 경 무더울 때 소나기 온 뒤 잔디 위에 심심치 않게 돋아나고 있다. 먹으면 두 세 시간 안에 심한 구토와 배알이 설사가 나며 대 여섯 시간 고생 끝에 살아나기는 하지만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실 그 버섯은 아주 식별하기 쉬운 버섯이다. 버섯을 뒤집어보면 주름 부분이 엷은 초록색을 띄고 있다. 그래서 영어 속명이 “Green-spored Lepiota 초록색포자갓버섯”이다. 포자색이 초록색인 것이다. 이 버섯은 더운 기후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장 더운 7월경에 돋는다. 1995년 8월에는 콜로라도 주 덴버 시에 갔을 때 친구네 집 뒤뜰에 돋은 것을 본적도 있다. 우리 옛 말은 진리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 모르는 버섯을 입에 대다가는 그야말로 사람을 잡는다. 그러므로 아주 조심해야 한다. 초보자들 눈에는 그 버섯이 그 버섯같이(look-alikes)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아래 세 종류의 버섯이 어떻게 비슷하게 생겼는지 사진 3장을 자세히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할로윈호박색야광버섯(필자명명). (Jack-O-Lantern.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독버섯이다. 버섯 전체의 색깔이 주황색이고 주름이 내리 주름이다. 초보자들은 역시 내리주름을 가진 꾀꼬리버섯과 혼동하기 쉽고, 같은 환경조건에서 돋는 뽕나무버섯과 혼동하기 쉽다.)
뽕나무버섯부치. (Armillariella tabescens. 영어속명은 뽕나무버섯과 똑같이 생겨서 갓 위에 무수한 작은 바늘 침이 돋아 있으나 다만 줄기에 고리가 없기 때문에 Ringless Honey Mushroom이라고 한다. 잘 익혀 먹어야 하는 식용버섯이다. 해마다 뽕나무버섯이 돋는 시기보다 약간 더 빠르게 여기 저기 많이 돋고 있지만 삶아서 먹어보면 뒷맛이 약간 써서 식용하지 않고 있다.)
갈색 뽕나무버섯. (뽕나무버섯 갓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시 잘 익혀 식용할 수 있는 맛 좋은 식용버섯이다. 위의 세 종류버섯 모두 죽은 나무 그루터기 주변에 돋아나는 습성 때문에 혼동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세간에 나도는 버섯에 관한 말들이 있는데, 그 말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그렇기 때문에 항간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색깔이 고운 것은 독이 있다던가, 나무에 돋은 것은 먹을 수 있다는 말이나, 동물이나 곤충이 먹는 것이면 사람도 먹을 수 있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색깔 고운 것에도 먹을 수 있는 것이 여럿 있으며, 나무에 돋는 것 가운데도 치명적 독버섯이 있고, 동물(사슴)이나 곤충 또는 벌레가 먹는다고 사람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일 난다.
가을갈레리나버섯(필자명명). (Galerina autumnalis. 영어속명은 치명적 독성을 가졌다 하여 Deadly Galerina. 이 버섯은 많이 썩은 죽은 나무에 돋지만 치명적 독버섯이다. 한국미기록종.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가을에 많이 썩은 나무 위에 심심치 않게 돋아난다.)
붉은덕다리버섯. (Laetiporus sulphureus. 그 맛이 닭고기 맛이라 하여 영어속명은 Chicken Mushroom 또는 주황색버섯이 중중첩첩 돋기 때문에 Sulfur Shelf라고 부른다. 색깔 고운 버섯이지만 식용버섯이다. 5월에서 11월에 걸쳐 죽은 나무 위나 그루터기에 많이 돋고 썩은 지 오래된 나무에도 돋는다. 어리고 연할 때 식용하고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하며, 그 돋는 임자나무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아열대 지방에 많이 있는 유칼립터스Eucalyptus 나무에 돋은 것은 위장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중독 작용도 신비하다. 희한한 증상이 다 있다. 미친 사람처럼 비이성적으로 희죽 희죽 웃게 만드는 독도 있고, 땀이나 분비물을 과다하게 분비시키는 것, 이상한 것을 보거나 듣는 환청환시(幻聽幻視)작용 등등 이상한 중독증상도 있다. 날아다니는 파리에게 독성이 강하여 파리를 잡는 파리버섯이 있고, 술과 함께 먹으면 중독되는 것도 있다. 먹물버섯은 버섯 먹고 사흘 뒤에 술을 먹어도 중독된다. 반대로 그 버섯 먹기 사흘 전에 술을 마신 적이 있어도 중독된다. 그렇기 때문에 버섯 요리를 먹을 때는 술을 곁 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뽕나무버섯이나 붉은덕다리버섯처럼 생식하면 중독되어도 잘 끓이면 독이 없어지는 것도 있다. 그래서 본래 버섯은 날로 먹는 것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어떤 사람은 식용버섯을 먹었는데도 왜 배탈이 날까 하는 점이다. 모든 버섯의 세포구조는 키틴(chitin)이라고 하는 물질로 이루어져있는데, 이 키틴이라는 물질은 게의 겉껍데기를 구성하는 물질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분비하는 소화효소 가운데 이 키틴을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없기 때문에 특히 버섯을 날로 먹거나 많이 먹었을 경우 배탈이 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양송이를 샐러드에 섞어서 날로 먹는다. 그런데 간혹 중독 증상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개가 독버섯을 먹고 중독되는 때가 많은데, 개의 생리가 우리 사람과 가장 흡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앞으로 게제 될 “개와 독버섯 중독 이야기” 참고).
(개암버섯의 색깔 고운 모습. 이렇게 색깔고운 식용버섯도 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서부지방에 돋는 것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한다.) 그건 그렇고 왜 독버섯이 있을까? 물론 동물이나 인간이 버섯을 먹어 없애면 포자를 퍼뜨리는 데 지장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우선 느끼는 것은 독버섯이 우리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제어해준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일 독버섯이 없었다면 아마도 욕심 많은 인간들이 마구잡이로 모두 먹어치웠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야성(野性 wildness)과 강력한 폭력성(powerful violence)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이 역시 자연과 더불어 공존해야지 어느 한 쪽이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자연세계에는 언제나 밝은 면이 있는가 하면 반드시 어두운 면도 있어서 두 가지 면을 다 함께 직시해야 한다. 독버섯은 자연 세계의 만물이 지닌 부정적이며 파괴적인 어두운 측면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러준다. 이처럼 독버섯은 또한 파괴의 무서움을 경고해 준다. 버섯이 있음으로 하여 생태계의 순환이 잘 이루어진다는 버섯의 창의성(creativeness)도 깨닫지만, 그 파괴성(destructiveness)도 깨닫게 한다. 기생균 버섯은 때로 산 나무를 죽인다. 이를테면 뽕나무버섯은 산 나무의 뿌리에 기생하여 뿌리 썩음 병을 일으키는 버섯이다. 동충하초는 곤충의 번데기나 유츙에 기생하는 기생균으로 그 곤충을 죽인다. 미국에 와서 살면서 이상하게 느낀 것은 밤나무가 드물다는 사실이었다. 알고 보니 미국에도 밤나무가 무척 많았다고 한다. 롱펠로우의 유명한 “마을의 대장간”이라는 시의 첫마디가 “뻗어가는 밤나무 밑에 마을의 대장간이 서 있네”(Under a spreading chestnut tree, the village blacksmith stands) 라는 구절만 보아도 밤나무가 많았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900년대 초 버섯의 일종인 곰팡이류가 퍼져서 미국 전역의 밤나무를 거의 전멸시켰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한국의 밤나무는 미국사람들이 중국밤나무(Chinese chestnut)이라 하여 그 곰팡이류에 내성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그 동양의 밤나무 묘목을 많이 공급하여 미국 전역에 동양 밤나무 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자세히 살펴보시면 어느 나무도 버섯이 침범하여 성한 나무가 없다는 것을 아실 수 있다. 자연이 지닌 파괴의 무서움도 인식해야 한다. 거기 따라서 자연에 대한 두려움도 느낄 줄 아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무성하게 돋아있는 할로윈호박색야광버섯[Jack-O-Lantern]의 아름다운 모습.) 한 번은 숲에 들어갔다가 어른의 아름으로 두어 아름드리 참나무 등걸을 삥 둘러서 크기도 엄청나게 큰 시뻘건 주황색 Jack-O-Lantern 독버섯이 무성하게 돋아 있었다. 그 버섯을 보는 순간 느낀 감정은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그 버섯이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독버섯이기 때문에 섬뜩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두려움과 아름다움을 함께 느낀다는 것은 일종의 종교적 경외감이었다고나 할까, 독버섯이 이런 역할도 하는구나 거듭 놀라는 자신을 보게 된다. | ||||||||||||||||||||||||||||||||||||||||||||||||||||||||||||||||||||||||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7-12-24 02:52:51] |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 영농 자료모음 > 버섯재배>식용버섯과 독버섯해독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야생버섯의 신비(13) 버섯이 보여주는 천가지 얼굴-그 셋째 (0) | 2009.03.15 |
---|---|
[스크랩] 야생버섯의 신비(14) 버섯이 보여주는 천가지 얼굴-그 넷째 (0) | 2009.03.15 |
[스크랩] 야생버섯의 신비(16) 경고: 야생버섯 중독! (0) | 2009.03.15 |
[스크랩] 야생버섯의 신비(17) 버섯과 문화 (0) | 2009.03.15 |
[스크랩] 야생버섯의 신비(18) 버섯이 그린 미술작품들-그 첫째 (0) | 2009.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