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좌우명


부자들의 좌우명은 무엇일까. 좌우명은 부자에게 물어본 설문지 가운데 유일한 주관식 문항으로, 수거된 116개의 설문지 가운데 답을 적어낸 것은 총 47개였다. 주관식으로 답하는 문항이었던 만큼 조사 대상자의 절반을 밑도는 사람만 답변했지만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상당 부분 객관식 설문조사와 프라이빗 뱅커(pb)가 전해준 사례들을 통해 살펴봤던 부자들의 성향과 코드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많았다.


1, 인내와 끈기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부자들은 일확천금을 바라기보다 치밀한 준비를 앞세우며 신중한 행보를 할 줄 알고, 또 엄청난 끈기를 보여 주면서 기다릴 줄도 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많은 부자들은 인내나 끈기와 관련한 좌우명을 갖고 있었다.

한 부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 좌우명이라고 밝혔다.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 나이가 90이 다 된 우공(愚公)이 큰 산에 가로막혀 먼 길을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덜기 위해 자식과 의논해 산을 옮기기로 했다. 흙을 발해만까지 운반하는데 왕복 1년이 걸렸지만 자자손손 이 일을 하겠다고 하자 산신령이 옥황상제에게 이를 알렸고 감동을 받은 옥황상제는 두 산을 옮겨줬다고 한다. 실제 부자가 되는 길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당장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며 투자를 결정한 후 수익이 날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릴 줄 아는 자세는 평생 함께 할 주식을 골라 왔던 워런 버핏의 지혜와도 맞닿아 있다.

또 다른 부자는 천천히 하더라도 늘 쉬지 않고 꾸준히 일하라는 뜻의 ‘불식지공(不息之工)’을 좌우명으로 삼아 끈기 있는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나 ‘최선을 다하자’는 말도 상식적으로 많이 통용되고 있지만 이런 맥락에서 부자들의 좌우명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고통 없이 성공 없다(no pains, no gains)’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 ‘인생을 길게 보라’는 좌우명도 있었다. 인생에서 단기적 이해와 장기적 이해관계는 상충하는 때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길게 보면서 내리는 결정이 훨씬 더 큰 성과를 가져온다. 부자들은 이를 감각적으로 알고 있었으며 끈기를 갖고 실천해 왔다.


2, 신중한 판단
부자들은 대단히 신중하다.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는다. 푼돈도 아껴 쓸 만큼 합리적이고 신중한 소비 행태도 보인다. 이런 성향을 나타내는 좌우명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한 부자는 ‘삼사 삼인(三思 三忍)’이란 좌우명을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오래 생각하고 많이 참는다는 뜻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가 좌우명인 사람도 있었고 ‘합리적인 것이 최선’이라는 인생관을 가진 부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객관적으로 다시 검증하는 일을 되풀이하는 부자들의 신중함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부자들은 신중한 고민 끝에 한번 결정하면 부화뇌동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릴 줄 알며 성실하게 행동한다. 옳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3, 성실과 도전정신
성실함과 관련한 좌우명도 많았다. 성실, 정직, 신의 같은 덕목을 의사 결정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성실하다고 해서 도전적 과제를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많은 부자들은 적극적인 도전 정신도 갖고 있었다. 한 부자는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지금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최적의 타이밍이란 의미다. 이보다 훨씬 더 도전적인 부자도 있었다.

‘불가능은 없다. 내가 무엇인가를 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게 필요하지 않아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란 좌우명을 썼다. 담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통상 자수성가형 부자들은 남의 탓을 잘 하지 않는다. 시대 상황이, 정부가, 정권이 문제여서 자신이 피해를 봤다고 말하면 속은 후련할지 모르지만 인생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전적인 부자들은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믿는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이런 자신감 덕분에 성공을 했는지, 성공을 하다 보니 이런 자신감이 생긴 것인지 정확한 인과 관계는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과감한 자신감을 갖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만큼은 본받을 필요가 있다.

목표를 원대하게 가져야 한다는 좌우명도 있었고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고 말한 부자도 있었다. 또 긍정의 힘을 믿는다는 사람도 있었으며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자도 있었다. 모두 성실함과 도전 정신을 무기로 부자가 됐고 자산을 지켜내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4, 감사하는 삶
인생에 감사하며 긍정적 사고를 갖춘 부자도 많았다. 소위 ‘아름다운 부자’라고 이름 붙여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 부자는 ‘향기 있는 사람이 되자’는 좌우명을 적었다. ‘작은 것을 소중히 하자’는 좌우명도 있었고 ‘범사에 감사하자’는 생활 태도를 실천하는 사람도 있었다. 베풀며 살아야 한다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부자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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