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의 국가두마 선거는 1993년, 1995년 그리고 1999년 3차례에 걸쳐
실시되었다. 1993년 선거는 의회해산 이후 신헌법 채책과 더불어 실시되었으며, 초기에 한해 의원임기를 2년으로 규정해 1995년에 2차선거가
치러졌고, 이어 4년 뒤인 1999년에 3차선거가 실시되었다. 각 두마선거의 의의 및 선거 결과를 살펴보고, 정당정치의 특징 또한 파악해
본다.
1. 1993년,
1995년 국가두마 선거와 정당
1993년에 실시된 국가두마 선거는 러시아연방 출범 이후 최초로 다수정당이 자유경쟁의
원칙하에 치러졌으며, 향후 경쟁적 다당체제 구도 형성의 모태가 된 선거였다. 총 투표율은 53%로 저조한 편이었으며, 모두 13개 정당이 참여한
가운데 8개 정당이 정당의석 배분 하한선인 5% 이상을 기록하였다. 이중 지리놉스끼의 자유민주당이 22.92%를 얻어 59석을 차지해 1위를
기록하였고, 가이다르의 러시아선택이 15.51%, 러시아공산당 12.40%, 야블로코가 7.86% 등을 얻었다.
이 선거를 계기로
시민동맹이 주도한 중도세력이 쇠퇴하고 러시아선택과 야블로코 등 개혁세력, 러시아연방공산당과 농업당 등 보수공산세력, 자유민주당으로 대별되는
극우민족세력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당구도가 형성되었다. 구체적으로 전체의석 450석 가운데 개혁세력은 116석을 보수공산세력은 81석, 극우민족
세력은 64석, 중도세력은 42석을 그리고 무소속이 141석으로 무려 31.3%를 차지하였다.
아직까지 각 정당들은 정치지도자의
충원에 있어서 약간의 기능을 수행하였을 뿐, 정당지지 기반 미비, 선거전략 및 정강정책 제시면에 있어서 미숙함을 드러내었으며, 공산당을
제외하고는 조직 구조면에 있어서도 취약성을 나타냈다. 이러한 경향들은 각 정당들의 주요 정당지도자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 정당정치 경험 부족과
운영부족 등과 더불어 정당정치 발전의 제약요인으로 상존하고 있었다.
한편 1995년 선거는 1993년과는 달리 헌법적 테두리 내에서
특정 정치세력이 배제되지 않은채 헌법적 테두리 내에서 모두 43개의 정당과 선거블럭이 참여하였고, 정해진 시점에 치러지는 등 국가두마 선거에
있어서 일정한 법적, 제도적 절차를 공고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총 투표율은 1993년 보다 높은 64.4%를 기록하였으며, 선거결과는
공산당이 총 157석을 차지하는 등 공산세력의 득세와 민주세력 및 중도세력의 저조, 민족주의세력의 현상유지로 나타나 여소야대 구도를 띠었다.
또한 체르노미르딘의 우리집-러시아가 과거 러시아선택을 대체해 유사여당 내지 권력당으로 등장하였으며, 정당득표율 5% 하한선을 넘은 정당은
공산당, 자유민주당, 우리집-러시아, 야블로코 4개 정당 그쳤다.
이 선거를 통해 각 정당들은 이전에 비해 어느정도 선거전략을 갖춘
선거정당의 모습을 띠었으며, 정강정책면에서 더욱 세련되고 진전된 양상을 보였으며, 지지기반에 있어서도 사회적 기반을 토대로 한 대중정당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1995년 선거결과는 어느정도 러시아의 정당구도가 정립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다른 한편으로 공산당
등은 보수세력들은 정당 조직과 구조, 인적구성 면에서 체계화를 이루고 있는 반면 권력당은 정치지도자의 권력유착관계 변화에 따라 부침하는 등
정당존재기반의 취약성과 러시아적 정당정치의 특성을 잘 나타내 주었다.
2. 1999년
국가두마 선거와 정당
1999년 12월에 치러진 국가두마 선거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전초전의 성격을 띠었으며,
모두 28개의 선거연합 블록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크게 보아 親옐찐계 개혁세력, 反옐찐 중도세력, 공산세력, 非옐찐 개혁세력, 극우 민족세력 등
5개 진영으로 구분된다. 선거결과 '러시아연방공산당', '단결/곰', '조국-전러시아', '우익세력연합', '지리놉스끼 블록', '야블로코' 등
6개 정당만이 정당비례대표 하한선인 5% 이상의 지지를 획득하였으며, 비록 러시아연방공산당이 113석을 획득해 원내 제1당 위치를 차지하였지만
1995년의 159석에 비해 저조한 결과를 낳았다.
반면에 체첸전쟁의 전과에 따른 뿌찐 총리의 인기 급상승 여파로 유사여당 내지
권력당으로 급조된 '단결/곰'이 총 73석을 얻어 일거에 제2당으로 부상하게 되었으며, 끼리옌코, 츄바이스가 주도한 '우파세력연합'도 당초의
예상을 뛰어너머 선전하였다. 한편 쁘리마꼬프가 참여해 중도좌파 우파의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떠올랐던 릐즈꼬프의(현 모스크바 시장)
'조국-전러시아'당은 정당지지 3위에 그치는 등 의외로 부진한 결과를 낳았다.
<1999년 12월 국가두마 선거결과> (2석 이상 정당 기준)
구분
|
정당 비례대표제 |
지역선거구
|
총계
|
% |
인원 |
러시아연방공산당 단결/곰 조국-전러시아 야블로코 우파세력연합 지리놉스끼블록 우리집-러시아 전러시아정치운동-군지지 러시아전인민동맹 무소속 |
24.3 23.3 13.3 8.5 5.9 6.0 1.2 0.6 0.4 - |
67 64 37 24 16 17 - - - - |
47 9 29 5 4 - 8 2 2 105 |
114 73 66 29 20 17 8 8 9 105 |
출처: 중앙선관위 발표문(1999.12.29)
N.65/764-3.; www.rg.ru/oficial/doc/vybor_99/;
www.
fci.ru/gd99/spiski/deputat_fz/ *
8개 지역은 재투표 실시(2000.3.26), 체첸지역은 2000.8.20 실시
1999년도 국가두마 선거를 통해 러시아 정당정치는 1993년, 1995년에 이어 정해진
법적 절차에 의거 예정대로 제3기 의회를 구성하므로써 선거의 규칙성 확보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한 단계 높여 정치발전을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되며, 전체적으로 공산세력이 다소 쇠퇴됨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친옐찐진영의 개혁세력이 약진하게 됨에 따라 그간 여소야대 구도속에서 전개되었던
'대통령 對 의회'간 첨예한 권력갈등을 벗어나 앞으로 범여권이 주도하는 구도속에서 새로운 의회정당정치를 전개시켜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3. 정당정치의
특징
지금까지 전개되어온 러시아 정당 및 정당정치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당독재에서
다당체제로 전환되어 왔으나, 일천한 정당운영 경험속에 정당의 조직구조 등의 취약성을 나타내면서 수많은 정당들이 부침하고 있으며, 정당 본연의
기능과 역할 수행은 미흡한 단계에 놓여 있다.
둘째, 정당 형성에 있어서 유력한 정계 지도자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권력당의 경우 가이다르의 '러시아의 선택', 체르노미르딘의 '우리집-러시아' 나아가 쇼이구 비상대책부 장관이 이끄는 '단결/곰'에
나타나듯 권력의 유착관계에 따라 흥쇠가 결정되고 있다.
셋째, 1993, 95, 99년 선거과정을 통해 5% 이상의 비례대표
득표율을 얻은 정당, 즉 공산당공산당, 야블로코, 자유민주당 등은 지역별, 사회계층별로 지지기반이 보다 뚜렷해 지고 있으며, 나아가
정강정책이 보다 체계화되고 선거전략 면에 있어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넷째, 1993년 이후 세 번에 걸쳐 이미
정해진 선거일정을 법적 테두리하에서 예정대로 소화해 냄으로써 선거의 규칙성 내지 정례성을 확보하였고, 정당과 선거관련 법적, 제도적 정비 또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다섯째, 국가수반인 대통령이 특정정당에 소속되지 않고 정당을 초월한 입장속에서 정국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향후 추이를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옐찐은 물론 뿌찐 역시 특정 정당에 속해 있지 않다.
여섯째, 향후 의회선거에 따라 다소 달라질
가능성 있지만, 대체적으로 공산당의 보수세력, 야블로코와 권력당의 개혁추진 세력, 지리놉스끼와 같은 민족 우익세력, 중도세력 등 정당에 기반한
정치세력이 공산, 개혁, 민족, 중도의 4각구도 틀로 정형화되어 가고 있는 점이다.
일곱째, 의회선거를 앞두고 기존 정당과 주요
정치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정당 분화, 연합 등 각 정치세력간 상호 전략적 제휴를 통한 정당구도의 재편과정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뿌찐정부는 정당의 설립 요건을 당원수 최소 1만명 이상, 전국적으로 법정 지구당수 45개 등으로
강화시킴과(기존의 정당등록 요건 당원수는 500명 이상에 불과, 현재 새로운 요건에 충족되는 정당은 공산당과 단합/곰 2개에 불과) 동시에
대선과 총선 전국구에는 반드시 정당후보만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뿌찐의 국가체제 강화 및 정치적 안정
도모 차원에서 정당제도 개혁을 시도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채택될 시 현재 난립하고 있는 군소정당들이 새롭게 정비됨은 물론 소수정당제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여, 향후 제정파들의 이합집산, 정당연합 등 러시아 정당구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치과정에서
정당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되는 등 정당의 중요성이 보다 커지게 될 가능성도 높아, 앞으로 러시아의 정당정치 발전 향배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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