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당국, 주민통제 수단 총동원
서울-박성우, 문성휘 xallsl@rfa.org
2011-02-28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중앙기관 일꾼들이 평양시 삼석구역에 있는 대동강과수종합농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최근 북한내부의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에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중동민주화혁명소식이 북한전역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당국이 가능한 통제수단을 모두 동원해 정보 유입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 북한 장마당들에서 길주장사꾼 할아버지의 기막힌 성공담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1. 주민통제 수단 총동원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동민주화혁명소식이 주민들 속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들려오고 있는데요. 주민들의 소요에 대비해 북한당국도 단속의 끈을 단단히 조이고 있다고 하던데요?
문성휘 : 네, 한편으로는 가능한 모든 통제수단들을 동원하고 있는 상태이고요. 그러면서도 주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몸을 바짝 낮추고 있는 실정입니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조취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는데요.
애초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 이후 대대적인 주민단속을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양강도의 경우 2월 초부터 보위사령부 검열대가 들어와 자료작업에 착수했고 2월 16일이 지나서부터 집중적인 검거와 단속이 예견되어 긴장감이 높았는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검열대가 슬그머니 철수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이후로 예견되었던 ‘마약청산을 위한 교방검열’(상호 교환검열)도 전격 취소됐습니다.
지난 20일에는 인민보안부 명의로 된 지시문이 각 지방 보안서들에 내려왔다고 하는데요. 그 내용이 생계형 범죄에 대한 처벌의 수위를 낮추고 교양사업을 강화하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생계형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아무런 고려도 없이 부녀자들을 마구 잡아넣어 가정이 해체되는 현상에 대해 강하게 지적하면서 교양사업으로 개조될 사람들과 처벌이 불가피한 대상들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노동단련대’와 교화소(교도소)들을 비롯한 구금시설들도 어디까지나 주민들을 교양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 진 만큼 교양사업을 기본으로 내세우면서 충분한 휴식과 따뜻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해 보안원들 조차 별안간 달라진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무자비한 독재를 실시하던 북한당국이 갑자기 주민들의 인권문제에 약간의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 말인가요?
문성휘 : 네, 워낙 ‘인권’이라는 말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북한인만큼 특별히 ‘인권’이라는 문구는 넣지 않았지만 내용적으로는 그렇다는 거죠. 북한 당국이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태연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중동민주화 혁명에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가 있는 대목인데요.
소식통들에 따르면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공공연히 주민들을 구타하는 보안원, 또 공공장소에서 싸우거나 주민들을 폭행하는 군인들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현장에서 체포하고 직위해제, 강등의 처벌까지 내린다고 공포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이런 얘기군요?
문성휘 : 네, 이런 지시에 따라 2월 23일에는 혜산시 노동단련대에서 마약복용 혐의와 절도혐의로 처벌중인 11명의 여성들을 석방하는 조취가 취해졌는가 하면 이미 교화소들에 수감된 여성들과 생계형 범죄자들의 형량을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한다는 소문들이 무성하게 돌고 있습니다.
이런 조취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배로 강화되었는데요.
2월 24일,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서 보도된바와 같이 각 대학들마다 담당보위원과 보안원들을 4명씩 추가로 배치해 대학생들의 기숙사생활까지 주야로 감시한다든지 ‘기동타격대’, ‘순찰대’, ‘노동자규찰대’ 인원을 대폭 늘려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고난의 행군’시기 각 인민반들마다 경비초소라는 걸 만들어 놨는데 지난 2002년 이후로는 거의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지금 같은 겨울철에는 땔감문제로 운영할 수도 없는 형편이고요.
그런데 이러한 인민반 초소들을 다시 보수하고 매일 저녁 한개 인민반에서 3명씩 경비조를 구성해 야간경비를 서도록 감시활동을 강화했습니다.
이밖에도 학교건물이나 큰 공장건물 주변에 대한 순찰인원들을 크게 늘였는데 이 같은 원인은 최근 건물 외벽이나 공장 울타리에 개별적 간부들을 비난하는 낙서가 끊이질 않는 사정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주민들의 불만을 어떻게든지 해소화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소요에 대처하는 강온 양면전술을 구사한다는 말인데 암흑 천지인 북한에도 중동인민들이 투쟁으로 찾은 민주화의 따뜻한 봄이 전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2. 북한 주민들도 자본주의적 경쟁에 사할
박성우 :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 장마당에서 성공신화를 쓴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어떤 건가요?
문성휘 : 네, 그 이야기는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장사꾼들 속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이야기입니다.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살고 있는 할아버지라고 하는데요. 이 분이 돈 한 푼 없는 상태에서 맨 주먹으로 성공신화를 일구어 냈다는 겁니다.
박성우 : 맨주먹으로 대체 어떻게 성공했을까요?
문성휘 : 지금도 길주군 사람들은 이 할아버지를 ‘안테나 박사’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요.
박성우 : 안테나 박사요? 그 사람이 특별한 기술자 인가요?
문성휘 : 아니요, 한평생 농사일이나 해오던 분이고 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른대요. 그런데 이분이 텔레비전 안테나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렸다는 겁니다.
박성우 : 텔레비전 안테나로 대박을 터뜨려요?
문성휘 : 네, 북한은 텔레비전 파장이 약해 텔레비전을 시청하려면 안테나를 높이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안테나는 대부분 알루미늄 관이나 판때기로 만들지 않습니까? 그런데 알루미늄이 주요 밀수 품목에 오르면서 밤이면 도적들이 모두 훔쳐갑니다. 안테나뿐 아니라 안테나선도 비싸니깐 모두 훔쳐가거든요.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짬짬이 장마당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공공장소들을 찾아다니며 담배꽁초를 주어 생계를 유지했대요.
그게 담배꽁초에 달린 여과봉(필터)을 모아서 비누로 씻어 말리면 아주 고급 솜이 됩니다. 600그램만 모으면 좋은 고급 솜 동복을 만들 수 있고요. 7kg 정도 모으면 수만 원짜리 고급 솜이불이 된다고 합니다.
박성우 : 아, 그렇게 솜을 만들어 생계를 이었다는 얘기군요.
문성휘 : 네, 그런데 안테나 도둑들이 하도 많아 주민들에 비상이 걸렸을 때였다는데요. 지나가다가 우연히 담배은박지로 만든 안테나를 봤다는 겁니다.
박성우 : 담배은박지로 안테나를 만들어요?
문성휘 : 네, 그게 금속성분이 있어서 전파를 잘 잡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 담배꽁초를 주으면서 버려진 담배곽(갑)을 수거해 종이 곽은 난방용으로 보태고 은박지는 따로 모았다는 거예요.
그리고 산에서 곧은 나무를 해와 거기에 은박지를 씌워 가벼운 안테나를 만들어 팔았는데 한 개에 500원씩 하는 안테나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는 거예요. 거기에다 안테나선도 은박지를 길게 꼬아 거기에 비닐박막을 감아 만들었는데 그런 안테나선은 도적들이 가져가라고 해도 안 가져간다는 거죠.
그렇게 돈을 벌어서 나중에는 목수들을 모아 가구를 전문 만드는 일을 했는데 지금은 길주군에서도 소문난 부자가 되었다는 겁니다.
박성우 : 네, 모든 물자가 부족한 세상이다 보니 이런 식의 대박도 다 있군요. 식량난과 물자부족을 헤쳐 나가가기 위한 주민들의 뛰어난 지혜가 정말 감동적입니다. 문성휘 기자, 오늘 이야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에 또 만나보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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