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연해주로의 재이주와 방황
고려인의 러시아 이주 140년은 한으로 점철되어 있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 황야로 내팽개쳐졌던 이들의 기구한 삶은 한 때 중앙아시아에서 안정을 되찾은 것도 잠시… 소련대륙이 변화하는 1990년대를 맞이하여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은 이제 내전과 민족주의로 다시 위태로워졌다.

1991년 12월 소련 연방이 해체되고 중앙아시아 C I S 국가들이 독립하고, 독립 국가 고유의 언어를 쓰는 정책과 소수 민족에 대한 회교 민족주의로 인하여 상당수의 고려인이 C I S(독립국가연합)를 떠나고 있으며 대부분 원거주지였던 극동 러시아, 그 중에서도 연해주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연해주의 인구는 230만 명이며 83% 이상이 러시아인이다.)

 
 

 

 

 

 

언어의 경우 중앙아시아의 각 민족 공화국이 독립 이후 자기 민족의 언어를 러시아어 대신 공화국내 공식 언어로 채택함에 따라 여타 소수 민족들은 러시아어와 공화국 민족어, 그리고 자기 민족어를 습득해야 하는 3중 언어의 부담을 안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언어의 차원을 넘어 사회, 경제적인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다. 한인과 같은 소수 민족은 거주국의 민족어를 배우지 않을 경우 모든 면에서 차별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한인이 공식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 특히 한인들은 대부분 공무원, 교사, 의사, 연구 종사자, 집단 농장장 등 사무직 또는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어 사태는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이러한 실직자들이 단기간에 공식 언어를 습득하여 재취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까닭에 상황은 비관적이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자영업 또는 자영농에 종사하거나 단순 노동자 또는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일부 운 좋은 사람들만이 현지 진출 한국 기업에 취업할 기회를 얻고 있을 뿐이다. 민족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는 정책은 한 때 일보 후퇴했었으나 우즈베키스탄에서 다시 2007년부터 자국어만을 공식 언어로 채택하는 법을 시행하는 것을 필두로 구소련시절 말살된 자국민족어를 부활시키는 정책이 다시 시행되고 있으며 이것은 막을 수 없는 대세이다.

또 다른 요인은 회교도 자민족 중심주의의 확산인데, 이는 때때로 폭력의 형태를 띠고 있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옛 고향, 자신의 아버지의 고향, 할아버지의 고향, 조상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했다.
그러나 그 갈망하는 마음의 반면에 60여 년 동안 피 땀 흘려 정착이 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비록 그들의 고향이며 아버지와 조상들의 고향이라고 하지만 아무 것도 마련되지 않은 그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인의 경우 여타 소수 민족과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수가 이 지역을 떠났으며,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농업을 통한 자립을 꿈꾸며 러시아 볼고그라드나 남부 러시아 여러 지역으로 떠나고 있으며 상업을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모스크바나 그 외 러시아 북부나 중부지역으로 향하고 있으며, 그 중 많은 수가 연해주로 재이주하는 것을 희망하며 실제로 많이 이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라별로는 타지키스탄 한인의 경우 내전으로 인해 거의 대부분이 이 지역을 떠난 것으로 추정되며, 우즈베키스탄 한인이 많이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연해주 재이주자 중에도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연해주 정부는 1990년 이후 약 3만 명 정도의 한인 동포가 중앙아시아로부터 연해주로 재이주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식적인 주민 등록을 하지 않은 숫자를 포함한다면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고려인이 연해주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2000년도 이후 연해주로의 고려인 이주는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러시아의 국제사회질서 불안정과 함께 연해주지역경제의 불안정 그리고 연이은 정착촌 고려인 농사실패라는 외적요인이 지속되고 한국정부의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정착지원의 부재는 물론이고 그나마도 민간단체의 정착지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체계적이면서도 유기적인 대표성을 띌 고려인 조직 부재와 오랜 문화적 단절로 인한 상호간의 의사소통 및 이해와 협력의 괴리감이라는 내적요인은 연해주에서의 재이주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왔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입장에서도 연해주 지역에 대한 한국의 지원과 투자에 대한 기대 무산 등으로 인해 오히려 고려인에 대한 권리 회복조치는 실효성을 잃어가고, 지원은 소극적이 되고, 국적취득법과 출입국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고려인들은 외국인 노동자로 취급받아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거나 심지어 무국적자가 되는 경향도 늘어가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지 않거나 취득하지 못하고 중앙아시아로 돌아간 고려인 수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중앙아시아의 민족주의와 경제적 위기, 언어의 문제, 정치 사회적 불평 등의 문제가 계속 존재하는 한 고려인의 러시아 이주에 대한 희망은 계속될 것이지만,
연해주를 포함한 러시아의 입장도 만만치 않아 재이주의 규모나 속도는 중앙아시아의 상황 변화와 러시아 각 지방의 고려인 정착 여건의 변화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하는 빈곤과 유랑생활을 거듭해야하는 고려인의 수도 더욱 증가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의 연속이다.


출처 : 사랑과 용서
글쓴이 : 망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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