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소련 해체이후 독립국가연합 한인(고려인)들의 현실과 과제

 

 

 

 

 

1937년 가을 40여일 달하는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의 산물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살게 된 고려인들은 강제 이주 직후 적성민족으로 취급받아 소련에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의 소용돌이와 스탈린의 압제를 지내면서 차별과 핍박의 역사를 묵묵히 지키며 살아 남아야만했다. 1950년대 말 스탈린 사후 흐루시쵸프 시절 고려인에 대한 거주제한 조치의 해제, 복권 조치 등 일환으로 거주이전의 기회와 교육의 기회를 얻게 된 고려인 동포들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그 같은 러시아 지역과 키르기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크라이나, 북카프카즈 등 중앙아시아 전역으로 이주하였고 이에 따라 중앙아시아 전역과 연해주 이외의 러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고려인 사회가 형성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소련 내에서 고려인 사회는 지역별로 분화되기 시작했다. 이 당시 여러 지역으로 흩어졌지만 대부분 고려인들은 농업을 바탕으로 자립정착에 성공하여 이때부터 중간소수민족(middleman minority group)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타 소수민족들에 비교해서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누렸다. 그러다가 1989년 구소련이 해체되고 1991년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한 때 자신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였던 러시아의 힘이 약화되고 대신 자신들이 무시하거나 거리감을 두어왔던 토착민족들이 실권을 잡게 되었다. 중앙아시아 각국의 독립과 함께 찾아온 민족주의 대두와 타지키스탄 내전 및 아랄해 지역의 극심한 가뭄 등은 또다시 고려인의 신 이주를 불러오고 있으며 지역별 고려인 사회의 특성과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타민족들에 대한 음성적 차별과 배척 심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 후 잃었던 민족의 언어와 역사를 되찾고 민족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타민족들에 대한 차별과 배척이 심화되어가고 있다. 아울러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이행되어 가는 과정에서 고실업, 부정부패,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 불평등 등의 사회문제들이 삶의 질과 기회를 낮추고 있다.

다른 민족들은 모국으로 이주하지만 고려인들은 어디로 가나?
경제적 문제의 심화는 사회의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민족들 간의 경쟁과 갈등을 증폭시켰고 러시아인, 독일인, 유태인, 폴란드인, 그리스인등 대부분은 공공연한 차별과 배척을 피해 자국민에게 정착지원금까지 주면서 반겨주는 모국으로 이주하는 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인들은 모국이 둘이 있어도 남한과 북한 어느 곳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어찌됐듯 현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현지정착이냐? 다른 대안으로서의 유랑이냐?
이렇듯 1991년 이후의 중앙아시아 국가의 정치사회적 변화는 민족계층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이러한 변화는 한인과 타민족들과의 민족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한인들이 종전의 중간계층 지위로부터 하위계층으로 신분하락을 경험할 것인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여 토착민족과의 연대를 꾀해 종전의 지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현지사회를 이탈하여 러

 

 



 


극도로 피폐해진 고려인 농촌현실과 비참해지는 강제이주 노인세대

독립 이후의 생활여건에 대한 평가통계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구소련 시대보다 생활여건이 나빠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특별히 1세 응답자들이 현재의 생활여건이 과거에 비교해서 나빠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고려인 강제이주 1세대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대언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리고 최저 생계비도 안 되는 연금과 독립국가 연합 각 국가의 경제 저개발과 낙후된 현실은 실질적으로 이들의 생활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고,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 형태의 상업에 뛰어들며 이농현상과 돈벌이를 위해 국외 이주 및 유량으로 인한 가족해체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도시 거주자들에 비교해서 농촌지역 거주자들이 현재의 생활여건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식은 극도로 피폐해진 농촌경제의 실상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고려인 콜호즈의 전설은 이미 사라지고 일부의 한인들만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활 책을 찾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인 동포 사회 자체 내의 끊임없는 노력과 한민족 공동체의 협력 절실

이러한 역경에도 굽히지 않고 성공한 고려인 동포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구소련 당시 러시아로 이주하여 일찍 정착하였거나 새로운 환경에 능동적으로 잘 대처한 일부 소수의 중산층들이다. 그렇지만 각국과 지역에 흩어져 있는 고려인 사회의 특성상 이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통해 한상네트워크형성이나 고려인 동포들을 이끌 자신들의 조직력으로 고려인 사회를 발전시켜 가는 것은 역부족이다. 우선 신세대 고려인들이 한민족 고유 언어와 전통문화를 대부분 잃어 가고 있는 것이 대세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한민족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시베리야의 광활한 대륙만큼이나 손에 잡히지 않는 고려인 동포와의 연합과 협력 사업은 대륙에의 첨병이요 민족의 자산으로서 고려인동포를 인식하는 시대적 사명 자각과 이들을 활용하고 교류협력할 거족적 차원에서의 참여가 사회 전반에 요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려인동포들 자신들의 노력과 연합을 바탕으로 한 한민족간의 끊임없는 교류와 협력 그리고 현지 자립 정착지원 협력 사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민족 정체성회복과 한인자치주가 가능한가? (인도적 차원의 정착지원과 민족문화 교류 지원의 당위성)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가 중요한 생활의 관심사가 되고 민족의식이 오히려 현지정착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에서 민족적 정체성 회복에 대한 비전은 많은 장애와 장벽을 만날 수밖에 없다. 많은 연구 자료에서도 민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40대 이상에서는 한국 언어 구사능력이나 결혼관 등에서 아직까지 민족적 명맥을 유지하면서 노력하는 성향이 강하지만 강제이주 3세에서 5세에 이르면 거의 현지사회에 동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을 뛰어넘어 고려인 동포들이 현지에서 자립하면서 민족의 정체성 회복을 이루어내고 한민족간의 교류 협력을 통한 국익의 증대를 이루기 위한 노력과 지원은 오히려 한국정부차원과 민간인 및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더욱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700만 해외동포들 중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많은 50만 이상의 인적자원을 가지고 있는 고려인 한민족네트워크 형성은 우리 세대의 역사적 과업이며 대륙의 고려사람 고려인 동포들은 세계로 향하는 한민족의 세계화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첨병이요, 민족의 자산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한인들의 정치경제적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신변의 위협이 커지게 됨에 따라 한인자치주와 같은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 안전과 권익을 보장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인들의 뜻과 의지를 결집하는 노력 없이 한인자치주를 건립하는 방안은 현실성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적다. 한인자치주와 같이 물리적 영토를 확보하는 것 보다는 보다 안전하고 현실성이 높은 민족 문화적 네트워크를 통한 문화적 영토 확보로서의 민족문화자치구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다. 초영토적인 개념인 민족문화자치구를 육성하여 한인들 간에 우선적으로 사회문화적, 정신적으로 교류하고 한인들의 뜻과 역량을 통일하고 결집하는 일이 대륙을 향하는 한민족과 독립국가연합 한인(고려인 동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이며 사명이다.

※ 고려인의 구소련 지역 (CIS)별 분포 현황
 
출처 : 사랑과 용서
글쓴이 : 망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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