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담 내용 공개 목사 ‘피소’
 
 
이동희 기자, 김연옥 기자  
 
 

 

▲ 우리나라에서 목회상담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비밀보장으로 성도들에게 신뢰감부터 심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사진은 굿윌헌팅의 한 장면) 


최근 미국의 한 교회에서는 상담 자격증을 가진 목회자가 상담 내용을 교회에 알려, 성도인 내담자가 교회를 떠나고 목회자를 고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의 이러한 사례는 목회상담 붐이 일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목회윤리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의견이다.

 

목회자면 ‘무죄’, 상담가면 ‘유죄’

 

27일자 <크리스천포스트>에 의하면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크로스랜드 공동체 성경 교회’의 웨스트브룩 목사는 지난 2000년 페기 펜리와 그녀의 남편을 상담했다. ‘남편과 이혼을 진행 중’이라는 그녀의 말에 웨스트브룩 목사는 변호사까지 추천해 주었다.

 

교회의 창립 멤버인 펜리는 교회에 성도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치리 규정’을 알기 때문에 교회에도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웨스트브룩 목사는 장로들을 만나 펜리의 이혼 결정을 알리는 편지를 배포했다. 웨스트브룩 목사는 편지에 ‘펜리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교회 성도들은 이 편지를 받은 후 펜리가 잘못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 그녀를 피했고, 그녀는 텍사스주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전문 상담법’에 의거 웨스트브룩 목사의 행동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트브룩 목사의 변호사들은 “그는 교회 교리 안에서 행동했다”며 “법정은 이 일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반면, 소송을 낸 펜리는 “나는 웨스트브룩 목사가 종교와는 상관없는 전문적인 상담가라고 생각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웨스트브룩 목사를 변호하고 있는 켈리 쉐클포드는 “이것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 문제”라며 “누가 교회의 치리를 결정하겠는가, 판사냐 교회냐”고 반문했다. 변호사는 계속해서 “소송을 계속하게 허락하는 것은 판사가 교회의 교리를 벌하게 허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펜리의 변호사 다렐 케이스는 “이 사건은 교회의 교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웨스트브룩 목사가 ‘자격증을 가진 상담가’로서 져야 하는 직업적 책임에 대한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펜리는 전문적인 상담을 위해 웨스트브룩 목사를 만났는데, 목사는 상담가로서 듣게 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그녀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이다.

 

아직은 먼나라 얘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목회자의 상담이 미국처럼 보편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목회상담은 상담윤리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목회상담분야가 불모지와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 회장 고병인 교수(한세대)는 “목회자들이 상담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일부 목회자들은 상담무용론을 제기한다”며 “우리나라는 말만 ‘상담’이지 교회에서 상담을 할만큼 상담문화가 영글어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동섭가족관계연구소 정동섭 소장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목회자들은 상담을 잘 안하고 있다”면서 “훈련 받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성도들이 목사를 찾아가서 상담하는 분위기가 아직은 형성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목회상담 현장에서 목회자가 상담을 해주면 비밀이 노출됐다는 생각에 수치심을 느껴서 떠나고, 상담을 안 해주면 상담해주는 목사에게로 떠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말은 ‘상담의 시대’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상담학 수업을 한두 과목 정도 수강하고 졸업하기 때문에 목회자 스스로 상담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담을 하더라도 비전문적으로 할 수 밖에 없고, 성도들은 상담 후 오히려 수치감을 느끼고 떠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목회상담 발전 위해 윤리성부터 갖춰야

 

이렇듯 우리나라는 목회상담이 활발하게 진행중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목회상담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목회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의견이다.

 

고병인 교수는 “교회에는 영적으로 여러 가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오는 것이 사실이고 목회자들은 이들의 영혼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어 줘야 한다”면서 “목회상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가정상담, 복지 등 목회자에게 상담가로서의 자질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목회상담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윤리적 측면에서도 전문성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유영권 교수는 “목회상담은 전문적인 기본 지식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것은 비밀보장”이라며 “비밀보장은 상담자로서의 목숨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목회자로서든 상담가로서든 어떤 경우에서도 상담한 내용이 공개됐다는 것은 ‘비밀보장’의 원칙을 파기한 것”이라며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도 믿고 얘기한 것이 해가 되어 돌아온다면 상식적으로도 잘못된 일인데, 목회자나 상담가라면 더더욱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목회상담이 전문성을 가지고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다른 자질에 앞서 상담윤리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미국의 이번 사건은 타산지석이 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구굿닷컴.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출처 :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
글쓴이 : 이동희 기자 원글보기
메모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