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탈북주민 대량입국 대비 서둘러야 한다

   

정부·민간 망라한 참여대책으로 혼란 최소화해야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지원 문제는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민간사회단체의 지원은 물론 온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문제로서 민관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현실적 과제다. 따라서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증가에 따른 국민적 재정부담, 사회문제 등의 우려에 대한 문제인식은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한번 겪어야 할 남북사회 통합의 시험과정에서 오는 진통이라는 큰 의미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의식변화가 요구된다.

尹 良 重 동국대 행정대학원 북한학 석사.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논문

〈탈북귀순자 수용대책에 관한 연구〉 〈북한개방 유도방안〉 외.


최근 들어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이들의 사회적응 및 정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북한주민의 탈북현상이 가시화되고 이들의 국내입국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기존 관계법령의 정비 및 수용시설 설치 등 다각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오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자립 자활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마련해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을 통해 2개월 과정의 사회적응 훈련 및 교육, 재정지원, 직업교육 및 취업알선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들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대북관 변화 및 남북관계 호전 등 남북관계 정상화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전보다 소극적이다. 즉, 현재와 같이 일단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어쩔 수 없이 수용은 하되 북한주민의 탈북을 조장하거나 유인하지 않을 뿐더러 중국 등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도 적극적으로 주선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으로의 입국을 위해 해외공관 등에 진입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는 인도적인 측면에서 입국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매월 100여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으며, 북한의 계속된 식량난과 경제난을 고려할 때 탈북 증가는 물론 이들의 국내입국 또한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이 현재보다 대량화될 경우 완전한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북한이탈주민의 현황
1) 국내 입국자 규모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은 분단 이후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이탈주민 숫자가 연 10여명에 불과했으나 1990년대 이후부터 그 숫자가 점차 증가, 급기야 2002년부터는 연 1000명 이상에 이르고 있다. 최근 5년간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추이를 보면 1999년 148명, 2000년 312명, 2001년 583명, 2002년 1139명, 2003년에, 1281명이 입국하였으며, 금년 들어서도 3월말 현재 366명이 들어왔다.
금년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전년 월평균 입국자 107명 대비 14%, 동 기간 입국자 268명 대비 27%가 증가한 규모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 한 해 동안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자 규모는 작년보다 20~30% 증가한 약 1500명 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규모에 대한 예측은 북한체제 현실과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주재국의 태도, 우리 정부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책방향 및 추진의지 등 제반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이 계속되고, 국내외 민간사회단체에서 추정하고 있는 10만여명의 중국 등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이 국내입국을 원하고 있는 한 이들의 국내입국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중국 등 주재국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남북관계 및 주재국과의 외교관계를 우려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입장 등이 변화될 경우 그 규모는 현재보다 훨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 국내 입국자의 특징
최근 연도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경우를 1990년대 이전과 비교해볼 때 탈북 동기, 신분계층, 탈북 경로 등 형태면에서 다른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성별에 있어 남성보다 여성 입국자의 숫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의 경우 63.4%가 여성 입국자로 나타났으며, 금년 3월말까지의 입국자 366명 가운데도 남성이 122명인 데 반해 여성은 244명으로 두 배 정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젊은 남성의 단독입국이 대부분인 반면 여성 입국자는 10% 미만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가족단위 탈북이 많아지면서 여성 입국자가 30~40%대로 증가했고, 급기야 작년부터 남성보다 더 늘어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둘째,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신분계층에 있어 무연고 청소년층과 무연고 노인층 입국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전후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20~40대의 젊은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도 입국자를 보면 20~40대는 과거와 비슷한 수준인 반면 미취학 연령층과 취학 연령대의 청소년층, 노인층이 30% 정도 늘어났다. 이와 같이 젊은 층보다 상대적으로 생계능력이 약한 청소년층과 노약자층의 국내입국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북한의 어려운 경제현실이 일차적 원인이다. 또 우리 정부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정책이 중국 국경 인접지역의 북한주민과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그만큼 많이 알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셋째, 북한 탈출 후 중국 등 국외에서 평균 2~3년 정도 체류한 후 국내에 입국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대부분이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제3국을 경유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남북 군사분계선의 통제강화로 남한으로의 직접 월경이 불가능함에 따라 탈북이 용이하고 탈북 감시체계가 허술한 중국 등 제3국으로의 탈출경로를 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대부분이 탈북한 후 곧바로 국내입국을 선택하지 않고 상당기간 동안 국외에서 체류한 다음 국내로 입국하고 있는 것은 탈북동기가 과거의 경우처럼 북한체제 비판, 남한사회 동경 등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먹고살기 힘든 현실에서 탈피하기 위한 생계형 탈북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북한으로의 자진 복귀기회 상실, 재북 가족과의 연락체계 유지 가능 및 재북 가족의 동반탈북을 유인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 한국으로의 입국에 필요한 알선비 등 소요경비 확보, 어느 정도의 현지생활 적응 등이 주된 요인이라 하겠다.

북한이탈주민의 대량입국 대처방안
1) 국내입국 증가 원인
최근 연도 들어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은 현재도 북한주민의 탈북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중국 등 국외에 체류 중인 북한이탈주민 숫자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북한주민이 왜 탈북을 할 수밖에 없으며, 탈북 후에도 북한으로의 복귀 또는 현지국 체류를 원하지 않고 굳이 국내입국을 원하는 걸까.
그 이유는 첫째, 북한체제 문제로,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가운데 ‘먹는 문제’조차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현 상황은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탈북동기 및 신분 등 직업형태 변화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탈북동기를 보면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이 심각했던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처벌우려, 사상과 이념의 차이, 북한체제에 대한 염증, 남한사회에 대한 동경 등 이데올로기에 의한 것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주로 먹고살기 힘든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최근 연도에 국내에 입국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신분 등 직업 형태를 보면 북한 사회에서 이른바 특권계층으로 분류되는 외교관, 유학생, 고위인사, 군인 등은 줄어들고 여성, 농장원, 노동자, 청소년, 노인, 가족동반 등 주로 일반 계층의 입국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둘째, 국외 체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북한 및 주재국 공안들의 지속적인 단속강화에 따른 신변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10만여명의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이 북한으로의 복귀 대신 한국으로의 입국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제3국으로의 탈출을 위해 중국 내 재외공관 등 시설에 진입한 북한이탈주민의 대부분이 강제로 북송되기보다는 인도·인권적 차원에서 한국으로의 입국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촉진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우리 정부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정책이 중국 등 국외에 체류 중인 북한이탈주민과 중국 국경 인접지역의 북한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지원은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시 신분보장은 물론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실시, 주택제공, 교육지원, 의료보호, 직업훈련, 취업알선, 정착지원금 지급 등 다양한 정착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지원정책은 북한주민의 탈북 유인은 물론 기존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으로 하여금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알선을 가능케 함과 동시에 재북 가족의 연쇄탈북과 릴레이식 입국을 가능케 하고 있다.
넷째, 중국으로의 탈출이 용이한 지형적 여건 및 북한의 탈북 감시체계 소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중국과 국경을 이루는 강(두만강에서 압록강까지)의 폭이 겨우 10~20m 이내인 데다 수심도 1m 이내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북한군의 감시도 중국과 연결되어 있는 압록강 철교(中朝友誼橋), 두만강 콘크리트 다리, 기타 10개 이내의 통상구(通常口)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은 감시상태가 전무할 정도로 허술하다(필자가 2001년 7월 직접 목격). 따라서 1990년 중반 이후 북한의 계속된 식량난과 경제난 등으로 인해 일시 중국으로의 월경을 경험한 북한주민의 경우 탈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재탈북은 물론 가족동반 탈북도 가능한 상태다.

2) 대량입국시 대처방안
북한주민의 탈북과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증가현상은 북한 경제의 단기적 회복,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북한 복귀시 처벌 무마 또는 현지국 체류 보장,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체포단속 완화, 우리 정부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정책 변화 등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제반 사항들이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대량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현행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북한이탈주민의 소수 입국에 대비한 것으로서 대량입국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시설 및 전문인력 부족, 북한이탈주민 관리에 따른 업무조정기능 약화, 민간사회단체의 역할 제한,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의 비효율성 등이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증가추세에 적절히 대처하고 북한이탈주민을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① 정착지원시설 확충 및 전문인력 확보
향후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대량화에 대비하고 이들의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교육과정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지원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인 하나원 시설을 확충하고 조직과 기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계층이 성별, 연령별, 직업별로 다양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교육과정이 현재보다 세분화되고 강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원은 1999년 7월 동시수용 인원 100명 규모로 개소하였으나, 개소한 이후에도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2003년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일부 시설을 증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탈주민의 지속적인 증가로 또다시 수용인원을 소화해낼 수 없는 시설부족 상태에 있는 실정이다. 부족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지원시설 해결방안의 하나로 2002년 10월부터 성남시 소재 하나원 분원도 운용하고 있으나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나원의 조직을 보면 3개과 42명의 직원과 자원봉사 형태인 일용직 10명 등 소수 인원이 매월 100여명에 이르는 국내입국자에 대한 행정처리, 현장 인솔, 상담, 방호 및 시설관리 등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서순화, 심리안정, 문화적 이질감 해소, 진로지도, 기초직업 훈련 등 하나원의 사회적응 훈련 및 교육 프로그램 교육과정이 2001년 8월 이후부터 기존 3개월 과정(총 520시간)에서 2개월 과정(총 301시간)으로 단축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 전용시설인 하나원 시설을 증축하거나 제2의 하나원을 시급히 신축해야 할 것이다.
다만 제2의 하나원 신축 문제는 재정확보라는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정부기관의 시설 및 공공시설, 사회복지관, 민간연수원 등의 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나원의 조직과 관련해선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등 교육과정에 필수적인 심리상담, 법률, 사회복지, 의료, 교육, 취업, 재정관리, 남한사회, 남북 및 국제관계 등 각 부문별 전문가를 충원하는 방향으로 확대개편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② 업무조정기능 강화
현재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지원과 관련된 조직체계는 정부부처간 업무특성에 따라 담당업무 영역이 각각 구분되어 있는 반면, 총괄기구와 집행기구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가운데 통일부가 전담하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즉 사회적응 훈련 및 교육, 정착지원 업무는 통일부, 직업훈련 및 취업지원 업무는 노동부, 교육지원업무는 교육인적자원부, 생활보호 업무는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지원 업무는 보건복지부, 신변보호 업무는 경찰청에서 각각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총괄조정하는 담당부처가 명확히 지정되지 않음에 따라 부처간 이기주의는 물론 이해관계 등 분쟁발생시 정책조정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총괄조정 기능을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시설을 관장하고 있는 통일부(정착지원과)에 부여하는 방안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겠다. 또는 북한이탈주민을 관리한다는 특수성과 시설 및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여 현재 조직보다 격상된 가칭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 기획단’이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 관리청’ 형태의 독립기관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③ 민간사회단체의 참여 및 민관협의체 운영의 활성화
민간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및 민간사회단체와 정부기관 간의 유기적인 연계망을 강화하기 위한 조정기구 신설도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의 체계적인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안전한 사회정착 등 효율적인 지원과 보호를 위해서는 민간사회단체의 참여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문제발생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경우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민간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욱 절실하다.
또한 하나원 교육과정을 마친 이후부터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후관리는 정부보다는 민간사회단체가 맡아야 할 사안들이 더 많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사회단체가 담당하게 될 업무 및 역할 등 제반사항을 협의조정하는 민관협의체 구성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와 민간사회단체의 업무 및 역할 분담에 있어 기획조정 등 총괄업무는 정부가 맡되 인력지원, 재정분담지원, 시설지원 등 일정부분은 민간사회단체가 담당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1999년 11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에 따른 민간사회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을 유도하기 위해 결성된 ‘북한이탈주민 민간단체협의회’를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2001년 결성된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지원단체로 구성된 ‘북한이탈주민지원 지역협의회’를 전국으로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의 주요업무에 대한 협의조정과 유관단체간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현행 정부 내 설치되어 있는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를 민간사회단체 대표와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민관협의체 형태의 가칭 ‘북한이탈주민대책민관합동협의회’로 확대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④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등 교육과정 체계화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과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조사과정의 신속한 처리와 사회적응 훈련 및 교육 프로그램 등 교육과정이 보다 실용 가능한 방향으로 체계화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의 입국이 대량화될 경우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특수계층을 제외한 청소년, 여성, 노약자층 등 일반주민에 대한 정보기관의 조사는 그 기간을 단축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하나원에서 2개월 과정으로 실시하고 있는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은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사회에 정착하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을 지도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이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북한이탈주민의 신분, 연령, 성별 등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공통과정과 전문과정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통과정은 현행 교육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남한사회 소개,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 및 지식, 현장견학, 기초법률 등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합동교육 형식으로 가급적 짧게 시키되, 전문과정에 있어서는 신분, 연령, 성별, 희망직업 등을 고려하여 그룹단위로 세밀하게 시켜야 할 것이다. 예컨대 취업이 가능한 연령층에 대해서는 교육과정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희망직종에 따라 직장생활에 필요한 기초지식과 관련 전문지식 위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착지원금의 조기 탕진에 따른 문제가 또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정착금 관리능력 및 활용방법을 제고시키는 교육을 철저히 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일탈현상 원인 가운데 남한사회 및 직장생활에서의 부적응이 대표적이나 그보다는 창업실패, 사기, 유흥, 관리소홀 등으로 정착지원금을 조기 탕진한 경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데 따른 제안이다.

⑤ 기타 ‘국외 탈북자 임시보호소’ 설치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대부분은 북한 및 주재국의 체포단속 강화에 따른 불안과 생계유지를 위해 ‘직업여성’으로 뛰어드는 등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북한으로의 복귀, 현지국 정착, 한국 입국 등 세 가지가 있으나 국내입국 이외의 방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 때문에 ‘죽기살기식’으로 국내입국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성사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나 주재국의 적극적인 협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국제인권단체, 한국의 인권 및 종교단체, 중국주재 한국 사업가 등의 주선과 협조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이들의 국내입국 주선을 돕다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구금되거나 추방되는 사태가 빈번해짐에 따라 이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은 북한과 동맹관계에 있는 주재국의 비협조, 남북관계 영향 및 주재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난민(難民) 적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또한 이들의 임시적인 현지정착과 최소한의 인도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가칭 ‘국외 북한이탈주민 임시보호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대량화를 적절히 조절하는 역할은 물론 향후 북한의 급변사태 대비 차원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단속강화로 인해 북송 또는 현지국 공안에 억류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남북관계 및 주재국과의 외교적인 관계를 감안하여 정부보다는 민간사회단체, 인권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재정지원 문제와 국제사회 동참 등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결 론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지원 문제는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민간사회단체의 지원은 물론 온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문제로서 민관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현실적 과제다.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남한 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 있을 뿐 경제적 여력은 물론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입국하게 된다.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이탈주민 자신의 적극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과거 냉전적 시각에서 따뜻한 동포애적 시각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도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국내입국을 인권보호 및 인도적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주선하고, 국내입국이 어려울 경우 현지국 체류 보장 등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 및 주재국 공안에 체포되어 강제로 북송되거나 구금되는 인권유린 사태를 막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증가에 따른 국민적 재정부담, 사회문제 등의 우려에 대한 문제인식은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한번 겪어야 할 남북사회 통합의 시험과정에서 오는 진통이라는 큰 의미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의식변화가 요구된다. 최근 북한의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에 따른 복구지원사업에서 보여준 우리 정부와 사회민간단체 및 국민들의 따뜻한 동포애와 인도애적 관심과 성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과 탈북 후 국외에서 숨어 지내고 있는 10만여 북한이탈주민에게도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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