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회의 예고된 종교법규
중국 교회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 세계 기독선교계가 오는 3월1일부터 중국 정부가 시행하는 새로운 ?종교사무조례?(국무원령 426호)를 '중국판 트로이의 목마'라면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선교 전문가들은 이번 조례가 공산당의 종교 통치라는 중국형 종교 자유 관리권의 확대, 내부 체제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노림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정부에 비협조적인 가정교회(비등록교회)와 복음주의권 삼자교회(등록교회) 및 해외 교계간의 교류 내지 연대를 끊어버리면서 법치국가로의 전환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다목적 카드라는 지적이다.
예고된 새로운 종교법규
새로운 종교사무조례는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한중 기독교 교류회'에 참석한 중국 국가종교국 왕쭤안(王作安) 부국장은 기자회견 및 질의응답을 통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전임 장쩌민(江澤民) 시대의 종교 정책을 계승하면서도 인권 및 종교자유 확대, 법제화 및 해외 교계와의 교류 강화 등을 통해 보다 독립자주적인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즉 △전면적으로 정확하게 당의 종교정책을 관철, 집행하고 △법에 따라 종교업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며 △적극적으로 종교와 사회주의 사회와의 상호 적응을 이끈다는 것.
왕 부국장은 또한 “도교, 불교를 비롯하여, 기독교(신도 1600만 명), 가톨릭(500만 명) 이슬람교(2000만 명) 등 총 신자 수가 약 1억 명에 달하나 전체 인구 13억 명에 비하면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며 “종교 발전을 위해 인권 강화 및 종교자유 등을 담고 있는 종교 관련 법 제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왕 부국장이 말한 종교 자유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종교 활동의 자유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왕 부국장은 “1949년 100여만 명에 불과했던 기독교인이 현재 1600만 명 등록교인(성전과 처소 5만 곳)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며 “중국 기독교는 더 이상 서양종교가 아니라 자치(自治) 자양(自養) 자전(自傳)의 삼자원칙과 중국의 문화와 역사적 상황을 수용, 중국에 토착화된 종교로 거듭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기독교인권단체인 중국지원협회(CAA)가 11월 18일 공개한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펴낸 2004년 13호 내부 문건은 중국 정부의 속내를 잘 알려주고 있다. 이 문건의 제목은 ‘마르크스주의 무신론 연구와 선전공작을 진일보 강화하는 것에 대한 통지’다. 중국 공산당 중앙 조직부 중국공산당중앙선전부 중앙문명 판공실 중국공산당중앙당교 교육부 중국사회과학원 명의로 750부만 인쇄됐다. 각 성 자치주 직할시 당위조직부, 선전부, 문명판, 당교(黨校), 교육청(교육위), 중앙과 국가기관 각부위당조(당위), 해방군총정치부에 전달됐다.
이 통지는 서방 적대세력이 종교를 이용, 중국을 ‘서구화’, ‘분화’시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변증유물주의와 역사유물주의 세계관의 중요 부분인 마르크스 무신론의 선전 공작을 더욱 강화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마르크스 무신론은 각급 당교와 행정학원, 당정간부 및 국가공무원에게 적용될 뿐 아니라 모든 인민의 정신문명 건설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는 논리다.
이 통지는 1982년 중국공산당이 개혁개방 이후 종교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첫 발표한 ‘중국사회주의 시기 종교문제의 기본관점과 기본정책’ 이른바 ‘19호문서’의 정신을 잇고 있다. 19호문서는 생산력 수준의 낙후와 종교 관계성을 언급하며 종교가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지도부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종교는 장기적으로 존재하며 행정적인 힘만으로는 소멸시킬 수 없다고 믿고 있다. 이 때문에 종교를 적극적으로 당과 국가사업에 동참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복음이 불완전한 형태로 선포되지 않도록 한국 교회가 중국 교회를 적극 도와야한다. 중국에 선교의 문이 열렸던 1920년대, 많은 지성인이 기독교를 거부했다. 이유는 전인적인 구원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들에게 전해진 복음이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영혼의 구원만을 강조하거나 근대주의자들에 의해 사회적인 구원만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뱀같이 지혜롭게, 비둘기같이 순결하게’ 복음을 전할 참된 ‘예수꾼’이 필요하다.
한편 7장 48조항으로 구성된 새로운 종교사무조례는 총 10조항에 불과했던 종전의 ‘종교 활동장소 관리조례’(국무원령 145호)를 대체하는 것으로 정부의 종교관리 능력 강화와 사전 허가에 따른 대만 홍콩 마카오 등 해외 종교계와의 교류 등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특히 국가기관에 개인 또는 단체 이름으로 정식 등록하지 않으면 종교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종교시설에 대한 몰수, 불법 소득에 대한 벌금 등 각종 처벌조항도 담고 있다.
화교권 교회 지도자들은 “이번 조례는 종교단체, 종교 활동 장소 및 종교인들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제정된 종합 행정법규지만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건전한 교회의 축소와 해외선교계의 중국 내 활동 제약을 노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1994년 ‘중화인민공화국 국내 외국인 종교 활동 관리 규정’(국무원령 144호)과 ‘종교 활동장소 관리조례’가 공포된 이후 외국선교사와 가정교회 지도자에 대한 체포와 처벌, 가정교회 활동에 대한 조사가 강화됐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선교사들은 “한국인 선교사들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단속의 손길을 미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선교사들의 추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례는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가정교회는 물론 가정교회와 교류하던 복음주의권 삼자교회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다. 그동안 전도자가 부족한 많은 삼자교회가 가정교회 목회자들을 초청, 각종 수련회를 인도해왔다. 공안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단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종교사무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행정처분과 형사책임까지 져야 한다. 또 ‘종교 활동장소 등기증’이 없는 종교시설에 대한 재정 지원, 출판물 제작과 공급 등도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가정교회와 복음주의권 삼자교회 흔들기
이번 조례 시행에 앞서 지난해 중반 이후 중국 교회 내에 이상 징후가 곳곳에 감지됐다. 조직적인 박해로 가정교회의 모판이 뿌리째 흔들렸다. 즉, 가정교회를 이단 사이비 집단으로 몰아붙이며 제도권 교회로의 편입을 강요하거나 이에 불응할 경우 온갖 구실로 탄압했다. 현재까지 안후이성, 허난성, 저장성, 후베이성 일대가 주 타겟 지역이었지만 대상지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종교사무국은 미등록 종교 모임을 근절하기 위해 4억5000만 위안(한화 675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위궈잉(玉國營), 장톈윈(張天雲), 장완순(張萬順) 등 11명의 가정교회 지도자들이 ‘사교활동 종사’라는 죄명으로 1~3년의 노동 교화형에 처해진데 이어 가장 영향력 있는 가정교회 지도자인 장룽량(張榮亮)이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의 한 주택에서 긴급 체포됐다. 공안은 장룽량의 가택수색을 통해 공안은 해외에서 출판된 십자가 DVD를 포함, 모든 가정 물품을 몰수해갔다. 십자가는 중국 교회의 실상을 여과 없이 잘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공안은 이밖에도 최소 허난성 내 3개 지역 가정교회 집회 장소를 급습했으며 해외 크리스천들에게 잘 알려진 ‘가나안시가’(迦南詩歌)의 작가 사오민의 부모를 체포, 사오민의 행방을 추궁했다.
특히 장룽량은 중국팡청교회본부(方城敎會母會)와 중국귀주교회(中國歸主敎會)를 이끌며 신도 1000만 명의 정신적 지주로 활동하고 있다. 공산당원 출신인 그는 1969년 가정교회를 통해 비밀리에 세례를 받고 입교한 뒤 중국 정부의 공인교회인 삼자교회에 가입하지 않고 가정교회를 이끈 지도자라는 죄명으로 다섯 차례나 체포돼 12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그는 중화복음회 션이핑(申義平) 대표, 중국푸양교회 정셴치(鄭獻起) 대표, 중국 기타가정교회 대표 중 한 사람인 왕쥔뤼(王君呂) 등과 함께 1998년 11월26일 ‘가정교회 신앙고백서’를 발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중국 정부의 종교 박해에 대해 ‘우리는 사이비가 아니다.’ ‘우리는 신앙의 자유를 원한다.’ 등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같은 공개서신을 통해 삼자교회의 규정이 성경과 위배된다고 적시했다.
삼자교회 규정에 따르면 성경은 온 천하에 다니며 복음을 전파할 것을 명령하지만 거주하는 성(省)을 벗어나 전도할 수 없다. 전도자는 반드시 종교사무국에서 설교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18세 이하의 청소년에 대한 복음 전파를 금지하고 가정교회는 해외 교회 및 단체와 교류할 수 없다.
특히 중국 정부의 온갖 박해에도 불구하고 순전한 신앙을 포기하지 않은 가정교회 지도자브라더 윈(劉陣英)의 수기 ‘하늘에 속한 사람’(브라더 윈?폴 하터웨이 지음,고석만 옮김,홍성사 펴냄)은 가정교회의 어제는 물론 미래의 모습을 가늠하게 해준다. 이 책은 한국어판이 나오기 전부터 세계 선교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 책은 수난과 고통, 기적 등 지난한 삶의 궤적과 고난 받는 가정교회의 실상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중국 공산당은 왜 그토록 가정교회를 탄압해야 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교회는 급성장해 세계 선교의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지를 잔잔한 필체로 묘사하고 있다. 저자 브라더 윈은 정부가 공인한 삼자교회에 소속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세 차례나 투옥됐다. 1984년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 88년까지 감옥에서 지내며 인간을 한계를 뛰어넘는 74일 금식기도를 드렸다. 91~93년 2차 투옥기를 거쳐 96년 10월 기독교사역공동체 ‘시님 연합’을 결성했다.
그가 감옥에서도 하나님 말씀을 담대히 전하자 죄수들은 무릎을 꿇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시끄럽다고 고함을 치던 간수들도 복음을 전하는 그 앞에서 고꾸라져서 순한 양처럼 유순해졌다. 심지어 97년 3월 재투옥된 그가 2개월 뒤 유유히 감옥 밖으로 걸어 나와 탈옥할 수 있도록 간수들의 눈이 어두워지는 사도행전적 기적이 일어났다. 97년 9월부터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는 브라더 윈은 중국 교회의 세계선교비전인 ‘백 투 예루살렘 운동’의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활동하고 있다.
브라더 윈은 “중국에서 폭발적인 교회 성장이 가능케 된 것은 현장 곳곳에서 나타난 사도행전적 치유사역이나 기적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신앙인들의 순전한 믿음과 순종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브라더 윈의 아내 더링과 중국 가정교회 지도자들의 글도 이 책 곳곳에서 대할 수 있다. 팡청 가정교회 지도자 장룽량은 “모진 핍박 속에서도 한탄하고 불평하기보다 하나님께 무릎 꿇어 기도하며 역경을 극복한 중국 교회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종교 자유와 종교 활동의 자유는 다르다
새로운 종교사무조례는 중국 정부의 종합적인 행정법규로서 향후 교회에 대한 박해와 핍박의 일종의 예고편이다. 종교인들과 종교단체 및 종교 활동 장소에 대해 합법적 권익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책임과 의무 조항을 어기면 언제든지 족쇄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종교의 자유는 분명히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종교 활동의 자유와는 궤를 달리한다.
10~20년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중국인들은 종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종교를 독초로 보았고 유물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반동이라고 여겼다.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경시했다. 그들의 사상은 뒤떨어졌으며 당과 한마음이 아닌 사람들이라고 몰아붙였다. 또 종교는 봉건 미신이고 신도들은 우매하고 뒤떨어진 자들이자 미신신봉자들로 치부했다.
그러나 현재 종교에 대한 여론이 완전히 역전됐다. 대부분 중국인이 종교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많은 사람이 비록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종교에 대해 이전처럼 적대적이거나 배타적이지 않다. 둘째, 신도를 이색분자나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셋째, 많은 당원과 간부가 ‘종교는 오늘날 중국 사회에 실제적으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세월은 중국공산당과 종교간 관계 변화를 견인했다. 공산당은 종교와 사회주의 사회의 상호 적응과 융합을 강조한다. 종교도 사회주의 사회의 변화와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불같이 일어나고 있는 가정교회는 눈엣가시다. 가정교회는 정부의 종교정책에 순응한 적이 없다. 게다가 도처에서 복음주의권 삼자교회가 등장, 가정교회와 교류의 폭을 넓혀가는 것도 문제다. 가정교회와 복음주의권 삼자교회, 해외 교회 간 교류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 중국 역사는 종교 세력이 권력과 통치를 비난하는 행위의 주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이 때문에 통제받지 않는 종교 세력은 서방 적대세력에 의해 중국을 서구화, 분열시키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중국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이제 한국 교회는 종교에 대한 지배 능력 강화와 포괄적인 법제화를 서두르는 중국 정부의 속뜻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수많은 가정교회 지도자들이 남몰래 흘리고 있는 눈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삼자교회 및 가정교회에 건강한 복음의 열매가 맺히도록 힘써 도와야 한다. 중국인 모두 우리의 형제자매들이기 때문이다.
가정교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중국 정부가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 선교활동중인 적지 않은 한국인 선교사들이 한국 교회에 대해 이같이 우려 섞인 넋두리를 털어놓곤 한다. "중국 목회자들의 설교는 복음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설교에서 시국적인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설교 본문이 당국에 보고 되기 때문이지요.? “절음발이 복음이에요. 그들의 설교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천국의 소망 등이 빠져 있어요.” 한국의 목회자들이 중국 정부의 공인교회(삼자교회)와 접촉하면서 중국 목회자들의 복음주의적인 설교 등에 감탄, 실체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삼자교회 내에는 ‘불변과 변화’의 원칙이 있다. 중국 교회는 공산당과 국가의 정치노선,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사회주의 현실과 통치를 비난하는 행위나 사회주의 건설과 현대화 사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저해하는 것은 모두 하나님의 긴 창조 역사를 역행, 거부하는 것으로 취급한다. 기독교와 기독교신학에 부여한 통일전선(統一戰線)적 사명과 임무의 변화에 따라 변화할 수도,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새장속의 신학’이다. 독립 자주적이고 자립하는 교회 원칙에 따라 중국 문화와 성경 진리가 융합된 고유의 사회주의시장경제에 맞는 신학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중국 교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 필요
현재 많은 가정교회 지도자들이 해외교회와 선교사들, 특히 한국 교계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이는 한국 선교사들이 가정교회를 대상으로 사역하다가 도중하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정교회 지도자들은 한국 선교사들이 일을 할 때 적극적으로 동참 또는 협력하기보다는 언제까지 지속하는지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따라서 가정교회 지도자들은 동역하려면 내부자적인 시각을 가져주도록 충고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교회들의 맹목적인 삼자교회 지원, 이단인 중생파 지지, 해외 교단 교파 심기, 극단적 오순절파의 발흥, 해외 이단들의 득세 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해외 기독인들은 중국 정부가 공인한 교회인 삼자교회에 많은 금액을 후원하지만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가정교회는 삼자교회를 ‘삼자회’라고 부르며 종교를 지배하기 위한 정치조직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중국 기독인들은 삼자교회와 가정교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해외 교회들은 삼자교회가 기독인들을 미혹하는 제1의 이단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는 관광객이 마치 중국을 유람하며 표면만 알고 그 속의 의미는 제대로 모르는 것과 같다.
삼자교회의 조직은 ‘무신론자로 구성된 당중앙(기독인을 표방하지만 신앙을 의심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음)’, ‘현대자유주의 신학을 퍼뜨리는 신학원’, ‘공산당과 타협한 복음주의 지도자’, ‘무지한 일반기독인’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삼자교회가 해외 기독인들을 미혹하는 것은 크게 네 가지 때문이다. 첫째, 삼자회는 중국에서 합법적인 교회로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둘째, 삼자회는 대량의 성경과 찬송가, 복음주의 서적을 출판한다. 셋째, 삼자회 내에 신앙이 순전한 목회자들이 적지 않다. 넷째, 해외교회와 유명 목회자들이 삼자회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종교 내부문건인 제19호 문서를 보면 종교정책의 실상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종교정책의 기본 목적은 각 종교인들을 연합, 종교정치연맹을 조직해서 신자들에게 애국주의 사상을 교육하고 당의 영도 아래 사회주의 대국을 건립하는 것이다.”
중국 내 신학원에 대한 방침도 분명하다. 정치적으로 당의 영도를 옹호하고 사회주의 조국을 열렬히 사랑하는 것이다. 신도들을 단결시켜 새로운 시대의 목회자들을 배출하는데 있다. 전국 신학원의 운영 방침도 동일하다. 하나님 앞에 손색이 없는 사역자를 양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애국적인 삼자회 계승자들을 육성하는데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극단적 오순절주의와 이단이 중국 교회의 순수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오순절주의는 중국 교회를 분열시키는 세력이다. 이들은 기적 방언 예언 환상 꿈 계시 등을 성경의 가르침보다 앞세운다. 해외 서적의 50%가 오순절 계통이다. 데렉 프린스는 ‘신앙의 근거’라는 책을 통해 성령 충만을 위해 방언은 필수적이라고 오도한다. 개인적 환상과 꿈의 극대화를 기록한 ‘천당과 지옥의 계시’도 성경의 권위를 폄하했지만 가정교회에 무비판적으로 살포되고 있다.
해외 이단들도 중국 교회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있다. 성경 지식과 가르침이 부족한 탓으로 거짓 그리스도와 거짓 선지자들에게 쉽게 미혹된다. 미국의 호함파, 대만의 신약교회, 한국의 구원파, 통일교 등이 시골구석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중국내 중생파는 둥팡산디엔(東方閃電,동방번개)과 더불어 최대의 이단 진영을 구축한 단체다. 하지만 해외교회들은 중생파에 대해 무지하다. 중생파는 ‘이신칭의’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 울어야 정신병에서 벗어나고 구원받을 수 있다고 단언하는 등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가정이 파괴된 기독인들이 적지 않다.
해외교회들은 선교비 지원을 통해 종파 확장에 힘쓰고 있다. 이들은 ‘하나가 되자’는 기치를 내걸지만 실제로는 가정교회 지도자들을 배제, 또 다른 세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주님을 사랑하던 중국 기독인들에게 순수 신앙을 잃게 한다. 물질 지원과 선교학 훈련이라는 달콤한 약속에 넘어가서 ‘죽으면 죽으리라’는 믿음의 역동성을 상실시켰다.
사심 없는 헌신으로 중국 교회와 진정으로 동역 할 교회, 선교사들이 절실한 실정이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이래 중국 선교에 대한 한국 교회의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중국 교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시각을 갖지 못한 채 물량 위주 선교, 중국 동북부 쏠림 선교로 인해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특히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삼자교회 외에 중국 교회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가정교회에 대한 인식 또한 정확하지 못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교회는 중국의 어떤 단체 및 교회들과 사역할 것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 영적 주류인 가정교회와 복음주의권 삼자교회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좀더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함태경 (국민일보 종교부, 중국정치학박사, 한세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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