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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어린이들. 대기근과 의료체계가 붕괴되면서 어린이들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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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삼육국제개발구호기구(ADR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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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뼈를 먹이면 살릴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아 묘까지 팠는데 간이 나빠 3년 넘도록 앓던 남편은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만약 제 때 치료를 햇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는데…. 남한에 와서 폐렴을 앓은 뒤 후유증으로 결핵까지 왔는데 보건소에서 6개월 동안 약을 타먹고 영양섭취를 충분히 했더니 말끔히 다 나았습니다. 만약 북한에서 이 병을 앓았다면 꼼짝없이 죽었을 겁니다"지난 2002년 남한에 정착한 정미현(여·53·가명)씨는 29일 북한의 참혹한 실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치료만 하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수많은 생명들이 의료체계의 붕괴로 눈뜨고 죽어가고 있는 비참한 실정이다.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는 90년 초반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붕괴되고 의약품과 각종 의료장비 도입이 중단되면서 마비되기 시작됐고 95·96년 대홍수가 닥치면서 거의 붕괴된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당시 대홍수로 298개의 병원과 진료소 등이 심하게 파손됐으며 각종 의료장비도 함께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바로 어린이들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지난 2002년 북한당국과 함께 북한지역 6천 가구를 대상으로 어린이 영양상태를 조사한 결과 5세 미만 어린이 250만명 중 120만명이 영양결핍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세 미만 어린이 80여만명은 만성 영양실조이며 급성 중증 영양상태인 7만명의 어린이는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면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미현씨는 "의사들이 진찰은 해주지만 의약품이나 의료기구가 거의 없어 치료받을 수가 없다. 결국 병나면 죽는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여기(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의 심각한 상황을 이야기해주면 믿지 않는다. 병든 아이들이 파리와 구더기에 휩싸여 죽어가는 모습을 남한 사람들이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라고 안타까워 했다.
정씨는 또한 "링거병이 없어 맥주병을 소독해 거꾸로 달아서 쓰는 실정이며 치료를 받으려면 장마당(중국에서 들어온 물건을 파는 시장)에서 약을 사와야 한다"며 "우리 애가 아파 사탕가루(설탕)를 장마당에서 구해와 의사에게 줬더니 이를 정제해 링거를 놔주기도 했다. 하지만 먹고사는 사정 때문에 사탕가루를 쉽게 살 수 없는 형편"이라고 북한주민들의 고통스런 실정을 들려주었다.
"에티오피아의 대기근보다 더 혹독한 재앙이 북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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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어린이가 링거를 맞고 있다. 링거가 없어 대용병이 대신 링거 역할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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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ADR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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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북한 여성과 아동은 1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유니세프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임산부의 사망률은 10만 명당 70명으로 남한의 20명보다 3·5배 높으며, 유아의 사망률은 1천 명당 55명으로 남한의 5명 보다 무려 11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와 여성뿐 아니라 성인들의 수명도 급속도로 단축되고 잇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3년 북한 남성 평균수명이 63·6세에서 97년에는 59·8세로, 여성은 69·3세에서 64·7세로 4년만에 3·8세∼4·6세 줄었다고 통계청이 밝혔다. 지난 1980년 중반 에티오피아에 닥친 대기근보다 더 혹독한 상황이 한반도의 북녘을 휩쓸고 있지만 이 재앙이 멈출 기미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존 파월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지역 담당국장은 지난 2002년 5월 '재미한국청년연합'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을 계속 방치하면 한 세대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WFP가 2001년에는 북한주민 640만명에게 식량지원을 했으나 국제사회의 지원이 대폭 감소하면서 2002년에는 340만명에게 지원하는 것에 그친 상황을 우려한 말이다.
정미현씨는 "애들의 다리가 휘고, 머리는 큰데 몸은 작은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으며, 항문이 밖으로 튀어나와 죽는 아이들도 많다"며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전봇대 개수만큼 사람이 남을 것이라고 탄식한다. 오십이 넘으면 살만큼 살았다고 하고 아이들이 죽으면 내 자식이 안 되려고 죽었다며 체념한다"고 전하며 한숨을 토했다.
정씨는 "어떤 엄마들은 굶어 죽지 않으려고 장마당에서 아랫도리를 팔고(매춘) 먹을 것을 훔치다 잡힌 꽃제비 아이들은 피가 나도록 맞아도 빵을 삼킬 때까지는 참는다"며 "인간 세상에서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일들이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지난 2001년 남한에 정착한 최형진(38)씨는 29일 "94년 군대생활 당시에도 부대원 260명 중 30명이 영양실조일 정도로 군인들도 배를 곯고 있다"며 "북한정권이 군대를 유지하는 이유는 실업자 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되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체제유지 차원에서 남녀 청춘을 군대로 뽑아가는 것이지 전쟁을 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왕진가방 캠페인 소식을 듣고 마음속으로 감사하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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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거 역할을 하는 맥주병을 소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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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ADRA 제공 |
탈북자들은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북한을 떠나왔지만 북한에 두고 온 부모형제를 생각하면 다리 뻗고 지낼 수가 없다. 체제가 다른 남한에 정착하는 일도 힘겹지만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기아와 병고에 시달리는 부모형제에 대한 걱정이다. 그래서 대다수 탈북자들은 정착금과 수입의 상당 부분을 북녘의 부모형제와 자식을 돕는데 쓴다.
최형진씨는 "나 혼자 먹고살자고 집을 떠난 게 아니다. 부모형제를 먹여 살리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7400달러를 보냈다"며 "노동을 하며 사느라 가정생활이 어렵지만 긴박한 북한 상황을 생각하면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북한 부모형제에 돕는 게 우선이다. 목숨을 걸고라도 부모형제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2002년 월남한 주성일(23·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씨는 "북한에 왕진가방 보내기 캠페인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탈북자들은 마음속으로 감사하며 눈물을 흘렸다"며 "하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식량원조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정작 같은 민족인 북한을 돕는데는 반대하는 모습을 목격할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학생들의 냉담한 태도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정미현씨는 "이북에 두고 온 자식들을 생각하면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며 "당장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내가 가진 것을 이북에 있는 부모형제와 자식들에게 보낼 수 있다면 사는 게 힘이 날텐데…. 배부른 게 더 죄스럽고 가슴 아프다"며 북한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호소했다.
지난 2002년 남한에 온 강희정(여·33·가명)씨는 "남한에 와서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도 하고 시부모님들에게 사랑을 받고 행복하다"며 "남한 남자들 가운데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같은 민족이라는 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남한 경제가 어려워 마음의 여유가 없겠지만 그래도 북한동포를 살리는 일에 정성이 모아졌으면 좋겠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북한에 대한 지원이 민족화해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민족의 미래를 위해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북한 체제에 대한 반감보다는 우선 기근과 병으로 어린이들이 죽어 가는 민족의 비극을 막는 일에 나서줄 것을 부탁했다. 특히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이 평양에 집중되는 폐단이 있다며 지방의 주민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이 미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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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가방 시급...캠페인 기간 10월 30일까지 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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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 지원할 것과 똑같은 왕진가방. |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 북한 주민들은 몸이 아프면 가장 먼저 동네 진료소의 호(戶) 담당의사를 찾아가 치료를 받고 상태가 심하면 구역병원→ 도중앙병원→ 평양의 중앙급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는다.
주민들의 주치의 역할을 하는 호담당의사들은 오전에 동진료소와 구역병원에서 진료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자신이 담당하는 가구(호담당의사 1인당 130∼150가구)를 방문해 1차 진료와 각종 예방 활동을 한다.
북한의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됐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북한 의사들의 의술 수준과 열의가 높다는 것이다. 북한을 방문했던 남한의 의료진들은 의약품과 의료 기구만 지원되면 꺼져가는 북한 어린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남북한 의료진들은 왕진가방 지원을 가장 시급한 의료대책으로 꼽고 있다. 호담당의사들에게 왕진가방은 필수적인 의료장비로, 왕진가방에는 혈압기, 청진기, 펜라이트, 체온계, 설압자, 부항, 가위, 핀셋, 응급약 셋트 등이 구비되어 있다.
왕진가방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사)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호담당의사를 면담한 결과 왕진가방 지원이 매우 절실한 상태이며 북한 어린이와 주민들을 치료하는데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남북함께살기운동(이사장 양병희),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용준)와 함께 9월 6일부터 10월 6일까지 한 달간 '북한에 왕진가방 보내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포함돼 예상 모금액에 미치지 못해 캠페인 기간을 10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북한 어린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통일의 꿈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기대한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212309
<캠페인 참여 계좌번호>
- 외환은행 : 068-22-01072-3 - 조흥은행 : 306-01-236880 - 국민은행 : 815601-04-027521 - 농협 : 1082-01-002585
( 예금주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 이 캠페인과 관련한 문의는 010-7737-6824(남북함께살기운동 캠페인본부)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