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부터는 미국 홈리스문제에 대한 심리학적 관점 이외 몇 가지 관점을 3회에 나누어 소개한 후, 유럽의 홈리스문제에 대해 2회에 걸쳐 소개하도록 한다.
1) 미국 홈리스문제에 대한 사회구조적 관점 : James D. Wright 2) 미국 홈리스문제에 대한 역사적·인류학적 관점 : Kim Hopper 3) 미국 홈리스문제에 대한 철학적 관점 : G. John M. Abbarno 4) 유럽의 홈리스문제 : Mary Daly 5) 유럽 각국의 홈리스문제 비교연구 : Carl O. Helvie & Welfried Kunstmann
미국 홈리스문제에 대한 사회구조적 관점 - 라이트
인물소개 라이트는 올해 53세의 사회학자로 1988년 이후 현재까지 뉴올리언즈의 튤레인(Tulane)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의 저서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1980년대 중반까지의 홈리스문제를 정리하고 있는「Address Unknown: The Homeless in America(1989)」와 그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의 홈리스문제를 정리하고 있는 「Beside the Golden Door: Policy, Politics, and the Homeless(1998)」을 들 수 있다. 홈리스문제와 관련해서 그가 맡았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1987년 홈리스건강보호 시범프로그램에 대한 평가프로젝트(일명 HCH프로젝트), 1990년 전국 노숙자 실태파악을 위한 S-Night프로젝트(통계청에서 의뢰), 1991년 전국알코올문제연구소(NIAAA)에서 연구의뢰한 뉴올리언즈 홈리스 약물남용자프로젝트(NOHSAP) 등이 있다.
☞ 라이트 교수에 대해 알고 싶으면? 홈페이지: http://www.tulane.edu/~sociol/wright/ E-mail : ssr@mailhost.tcs.tulane.edu 주소 : Department of Sociology, Tulane University, New Orleans, LA 70118
홈리스 실태파악의 난점
1990년 라이트는 통계청으로부터 전국 홈리스 실태 조사연구를 의뢰받았다. 이 연구프로젝트가 바로 "S-Night"이다. 거리(street)와 쉼터(shelter)에서 실제 잠을 자는 인구를 하룻밤 동안 일제히 조사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사일자는 1990년 3월 20일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였고, 집계된 홈리스인구는 226,372명이다. 1980년 이후 미국 홈리스인구는 통상 50만명에서 100만명 사이로 추정되고 있었는데, 1990년 대대적인 실태조사결과는 추정치의 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 S-Night조사와 결과를 알고 싶으면? http://www.lib.auburn.edu/madd/docs/s-night.html http://www.lib.auburn.edu/madd/docs/snight-tables.html(→지역별 집계결과 도표정리) 그렇다면 왜 실제 실태조사에서는 그간 추정되어 오던 수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을까? 조사원들이 조사장소에서 세지 못하고 지나친 홈리스들도 있었겠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셀 수 없는 홈리스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쉼터(shelter)에서 잠을 잔 사람이야 거의 정확하게 그 수를 셀 수 있었지만, 거리는 상황이 다르다. 어제 노숙했던 사람이 오늘도 같은 장소에서 노숙하란 보장이 없다. 따라서 하룻밤 집계가 평균 노숙인구를 반영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특히 라이트는 홈리스들이 정형화하기엔 너무나도 다양하며 유동적인 집단이라고 본다. 홈리스라 하더라도 어느 날 밤엔 쪽방이나 값싼 여인숙을 이용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파출소나 감옥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으며, 싼 술집이나 포장마차에서 동료와 술을 마실 수도 있다. 노숙장소를 치밀하게 조사한다고 해도 조사당일 포착할 수 없는, 그러나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홈리스에는 이제 막 노숙을 시작한 사람, 만성적으로 노숙하는 사람, 어쩌다 한번씩 노숙하는 사람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어느 밤 조사를 해도 그 집계나 실태가 동일할 순 없다. 이는 하룻밤 실태조사가 아무리 전국단위로 이루어졌다 해도 노숙자수를 정확히 파악해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이것은 조사방법과도 관련이 있는데, 한 시점에서의 분포(point-preval!ence)와 일정 기간동안의 분포(period-preval!ence)간 차이일 수 있다. 참고로 미국과 유럽의 홈리스 추정치는 그 기준시점에 차이가 있다. 유럽의 경우 홈리스 추정치는 일반적으로 "1년안에 노숙하는 총인구수"의 개념인 반면, 미국은 "하룻밤 노숙인구"를 말한다. 라이트는 1년 총 노숙인구는 하룻밤 노숙인구의 3∼5배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홈리스에 대한 몇 가지 입장
일반적으로 노숙자문제의 원인을 논할 때 그 원인이 주로 개인문제에 있는지 아니면 보다 구조적인 차원에 있는지를 따지게 된다. 물론 홈리스문제를 순전히 그의 탓이라고 하거나 반대로 전적으로 외부환경 탓이라고 하기엔 워낙 많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어느 한편 원인에 비중을 두어 말하는 게 무리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혹은 어디서부터 개입할 것인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를 보다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면, 아무래도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그에 대한 어떤 입장을 가지게 되기 마련이다. 라이트에 의하면 홈리스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3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첫째, 홈리스는 자기선택에 의해 홈리스가 되었다는 입장이다("homeless by choice"이론). 이는 가해자가 아닌 희생자를 비난하는 대표적인 보수파 입장으로서 홈리스문제에 대한 책임은 바로 당사자들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는 알코올문제, 정신질환, 약물중독 등에 빠진 사람들은 그러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 홈리스생활을 선택한다고 본다. 물론, 대다수 연구자나 옹호자들은 이러한 입장에 반대하지만, 대다수 홈리스들이 그러한 생활을 원해서 선택하진 않는다 하더라도 홈리스로 전락하고 그 생활이 지속되는 데에는 그들의 선택 또한 한몫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이러한 입장을 견지했던 대표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레이건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레이건 대통령은 홈리스문제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는 지난 호에 실렸던 맥킨니법 입법과정에서도 간단히 소개한 바 있다. 이런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홈리스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물으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술 깨고 목욕한 후에 일 좀 하라고 해!" 둘째, 부적절한 서비스 때문에 홈리스가 되었다는 입장(서비스지향론, 중도파이론)이다. 이 입장은 희생자를 비난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지만, 어쨌거나 그들을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탈시설화를 홈리스문제의 주요원인으로 보는 시각은 이 입장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형수용시설이 문을 닫을 때의 명분은 대형시설이 치료에 최적조건이 아니며 지역사회 정신건강프로그램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으나, 탈시설화 이후 지역사회는 그들에 대한 적절한 서비스들을 마련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대다수의 정신질환자들이 홈리스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바꿔 말하면, 적절한 서비스가 주어지지 않는 한 그대로 홈리스로 눌러앉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바움과 번즈는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홈리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노력의 초점은 개인을 재활시키는 데 머무른다. 세 번째로 사회구조적 혹은 정치경제적 입장을 들 수 있다(사회구조론). 정치경제가 말 그대로 노숙하게 만드는 구조적 조건을 양산했다고 본다. 도시빈민이 증가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은 오히려 감소하는 구조 속에서 홈리스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구조이론에서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요인을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둔다. 라이트는 홈리스문제가 사회구조적 원인(빈곤률의 증가와 저소득주택의 감소) 때문에 출현한다는 입장을 펼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택문제와 연관시켜 이를 해석한다. 특히 그의 책 「Beside the Golden Door」에서는 1993년 「A Nation in Denial: The Truth about Homelessness」의 바움과 번즈(Baum & Burnes) 입장에 대해 크게 논박하고 있다. 이 책에서 바움과 번즈는 홈리스문제는 당사자들의 개인적 장애로부터 생겨난다고 본다. 특히 정신질환과 알코올 및 약물남용문제가 그 온상으로 부각된다. 「Beside the Golden Door」에서 라이트는 바움과 번즈가 강조하는 소위 ADM장애(술, 약물, 정신질환의 이니셜을 따서 붙인 명칭)의 다양한 측면들을 사회구조적 관점에 입각해 철저히 분석하고 그들의 입장을 비판하고 있다. 물론 홈리스들 중에 정신질환이나 약물 및 알코올중독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라이트도 익히 잘 아는 바이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해결되어야 할 홈리스문제의 근본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사람들을 노숙의 위기로 몰아가는 사회구조적 요인이 있고, 정신질환이나 중독문제 등 개인의 특수한 장애들이 이러한 위기에 특히 취약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A Nation in Denial」에 나타난 바움과 번즈의 입장 "1980년대 초 홈리스문제가 급격히 증가하였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홈리스들이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그리고 정신질환 등으로 심하게 고생하거나 장애를 입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매체, 정책입안자, 그리고 미국내 여론은 홈리스 옹호자들에게 영향을 받아 홈리스는 단순히 빈곤문제와 저소득주택의 부족으로 희생양이 되었다고 믿게 되었다. 경제불황과 정부의 무대책으로 더욱 가속화된 빈곤과 주택문제로 말이다. 응급쉼터, 무료급식, 직업훈련, 그리고 교량주택 등이 홈리스로 하여금 다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하에 정책이 진행되었다." 바움과 번즈는 이러한 개념들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 책을 통해 필자들은 미국 전체 성인홈리스들 중 약 85%가 약물남용과 정신질환으로 고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초래되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도시재개발(gentrification)을 위한 약물남용치료센터의 철거, 탈시설화 후 지역사회서비스의 부재 등을 비난하면서 바움과 번즈는 현 정책이 대책없이 장애를 입은 홈리스들을 거리와 쉼터로 내몰았다고 비판하며, 진정으로 그들을 돕기 위해 보다 정직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제안한다.
☞바움과 번즈 : 바움(Alice S. Baum)은 홈리스 알코올 및 약물상담가로 활동중이며, 번즈(Donald W. Burnes)는 빈민과 홈리스를 위한 직접서비스 프로그램의 행정관으로 재직하면서 워싱턴DC 시장의 홈리스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이트의 입장
홈리스를 정신이상자나 술고래, 약물중독자로 보는 것은 왜곡된 미신일 뿐이다. 1980년대 홈리스문제는 AIDS와 더불어 언론매체를 장식했던 두드러진 사회문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1987년 드디어 홈리스에 대한 최초의 법(McKinney Act)이 통과된 이후 홈리스문제에 대한 연방정부의 개입의 폭이 커졌지만, 반대로 홈리스문제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나 일반인의 관심은 오히려 더 시들기 시작했고 오히려 그들을 문제시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라이트는 사회의 관심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던 1980년대조차도 홈리스에 대해서 온갖 잘못된 미신이나 왜곡된 이미지들이 존재했다고 본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홈리스들은 정신이상자에, 술고래에, 약물중독자"라는 것이다. 물론 실제 그런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홈리스들이 그렇진 않은 데도 말이다. 라이트는 홈리스집단이 매우 다양한 집단임을 강조하며 특정이미지로 정형화되는 것을 크게 경계한다. 그는 이러한 정형화가 결국 홈리스에 대한 낙인과 범죄화 현상을 만들게 된다고 본다. 라이트는 홈리스문제를 정형화된 특수집단로 국한시키기보다 사람이 사회의 한계상황으로 몰리는 과정(process of social marginalization)이라고 본다.
개인의 장애가 과연 급증한 홈리스문제의 원인인가? 바움과 번즈는 개인의 장애나 정신질환 등이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단절시키고 이로 인해 노숙으로 전락한다고 말하지만 라이트는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이를 비판한다. 예를 들어 홈리스문제가 증가한 데 대해 개인의 정신질환 등이 근본적 원인이었다면 홈리스가 증가한 만큼 정신질환율이 증가했거나 홈리스인구내에 정신질환자 비율이 높아야 하는데, 연구결과는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버트(Burt)의 연구에 의하면 정신질환이나 중독문제는 홈리스문제가 급증했던 전후에도 발생률에 크게 차이가 없다. 라이트 역시 일반집단에 비해 홈리스들내에서 정신장애율이 더 높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홈리스내에서 정신질환자률은 문서마다 편차가 심하여 최소 10%에서 최대 90%까지이다. 근 10년간의 경험을 통해 신뢰할 만한 비율은 3명에 1명꼴이라고 보고 있다.) 라이트는 홈리스들 중 1/3이 정신질환이라면 나머지 2/3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며, 다수가 정신질환자가 아니라면 정신질환 자체가 홈리스문제의 주요인이라는 것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논박한다. 빈곤률의 증가, 부실한 사회안정망, 미숙련자의 고용기회감소, 저소득주택의 감소 등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시스템의 붕괴가 홈리스 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증폭시켰다. 물론, 개인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이 위기에 훨씬 더 취약하게 된다. 이러한 라이트의 입장을 좀더 정리하자면 이렇다.
첫째, 도시빈민의 증가와 저소득주택의 감소는 1980년대 저소득주택에 대한 도시빈민들 사이의 경쟁을 유발하게 된다. 그 결과, 자기 소득의 상당부분을 주택에 쏟아 붓지 않으면 집없이 노숙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증가하게 된다. 둘째, 도심부양책 이후 도시의 집값은 빈민이 살 수 없는 정도로 폭등하였다.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은 재개발과정에서 상당부분 철거되었고 집세만 높아져 더 이상 주택을 소유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들이 바로 홈리스로 전락하게 된다. 셋째, 라이트는 주택시장을 "지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인 게임"으로 본다. 확률논리나 게임규칙에서 어떤 사람들은 꼭 지게 되어 있다. 누가 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든 꼭 지게 되어있는 게임 자체의 규칙이다. 홈리스문제도 마찬가지다. 정신질환,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등을 가진 사람들이 홈리스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은 그들이 보다 불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타당하다. 그러나 정신질환이나 중독문제를 개선한다고 해도 열악한 그 누군가는 여전히 홈리스로 남게 된다. 그들이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누군가 만들었다면 바로 이 게임의 법칙을 시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도심부양책(revitalization) : 대도시에 몰려있던 부자들이 점차 한가로운 도시외곽으로 빠져나가자 도시의 세입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부자들은 곧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1980년대 도심부양책은 바로 세금을 많이 낼 수 있는 부자들을 도시로 유입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도심부양책의 핵심은 고소득자를 위한 주택을 대량 확충하는 주택개량사업(gentilization)에 있었는데, 이 명칭은 바로 "신사들(gentlemen)을 위한 주택개량"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이때 염가의 불량주택은 대거 철거되게 된다. 당시 도시의 주택정책은 빈민이 아닌 부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http://www.homelesskr.org/data/dasiseoki_contents_view.asp?num=8&idx=11&pag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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