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과 지속가능성
야생버섯의 신비(39)
 
버섯과 지속가능성(Mushrooms and Sustainability)

 

애참버섯
www.naturei.net 2008-06-27 [ 최종수 ]


(애참버섯. Panus rudis. 영어속명 Hairy Panus 또는 Ruddy Panus. 보라색 털이 많이 돋아 있어서 부드럽고 귀엽게 보인다. 죽은 활엽수에 제일 처음 돋는 버섯 가운데 한 종류이다. 이 버섯은 쓰러져 죽은 튤립 포플러나무 위에 많이 돋았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조국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참 현실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마음이 착잡하다. 이러한 때에 꿈같은 버섯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나 자신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무슨 등 따뜻하고 배부른 헛소리냐? 집어 치워라"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어쩌랴! 현실이 암담하고 어두울수록 꿈을 잃지 않으려 꿈같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이 글은 Fungi, Vol.1, No. 1, Spring 2008, pp. 38-43에 실려 있는 Ron Spinosa, "Fungi and Sustainability" 라는 글을 발췌 초역하여 만든 것이다.)

최근에 와서 부쩍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말이 개인 가정으로부터 지구라는 별 자체에 이르기까지 인간사 모든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별히 유엔의 지구정상회의가 지구자원에 대한 무분별한 착취와 인구증가로 인한 지구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하여 자원과 환경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추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이 "지속가능성"이라는 명사형 용어는 최근에 와서 각광을 받고 등장한 것이다. 본래 이 말은 여러 명사에 붙어서 많이 사용되던 "지속가능한"(sustainable)이라는 형용사형 용어였다.

 

이를테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은 비교적 오래 친숙하게 들어오던 말이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든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라는 말을 비롯하여 심지어 "지속가능한 경영", "지속가능한 관광"이라는 말은 물론 광범위하게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말에 이르기까지 거의 날마다 접할 수 있는 말이 되었다.

 

이렇게 "지속가능한"이라는 말 배후에 함축된 개념과 사상에 점 점 더 익숙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이 지구와 그 안에 사는 모든 동식물은 물론 모든 생물, 무생물과 맺는 관계에 대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모든 녹색운동의 기초원리가 되고 있다.

겨울우산벌집버섯
www.naturei.net 2008-06-27 [ 최종수 ]


(겨울우산벌집버섯. 미 동부지역에서는 봄에 제일 먼저 돋는 버섯 가운데 하나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말밑에 깔려있는 기본윤리는 바로 1987년 유엔 보고서, "우리의 공통된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천명한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킨다"(meeting the needs of the present generation without compromising the ability of future generations to meet their needs)는 말 가운데 아주 간명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이 보고서는 노르웨이의 수상 Gro Harlem Brundtland가 주도하였던 유엔의 환경과 발전 세계위원회에서 내놓은 것으로 이른바 "Brundtland 보고서"라고 부르는데, 지역사회 공동체로부터 전 지구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지속가능성"을 적용하는 것이 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지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심각한 지구 환경문제는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남쪽 발전도상국의 저 끔찍한 가난과 북쪽 선진국의 비지속성 생산과 소비생활 패턴의 결과로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원자재 자원과 생명유지에 필요한 생태계에 대한 미래 세대의 권리를 고려하여 모든 의사결정과 발전을 이룩해야 함을 뜻한다.

갈색먹물버섯
www.naturei.net 2008-06-27 [ 최종수 ]


(갈색먹물버섯. 이 버섯도 봄과 가을에 날씨 선선할 때 돋는다.)

유엔의 환경과 발전 세계위원회와 그 보고서는 1992년에 열린 유엔 지구정상회의의 근간을 이루었고, 이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 세계적 계획이 제시되었다. 그 계획은 이른바 "아젠다 21"(Agenda 21)이었는데, 여기 21이란 숫자는 21세기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 다음 2002년 요하네스부르크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아젠다 21"을 전면 실천할 것을 촉구하면서 "밀레니엄 발전목표"를 2015년까지 달성하기로 하였다. 그 목표란

1) 가난과 기아 근절, 2)전 세계 초등교육 달성, 3) 남녀 양성평등화 증진과 여성 강화, 4)어린이 사망률 감소, 5) 산모건강 개선, 6) HIV/AIDS, 말라리아 등 질병퇴치, 7) 환경 지속가능성 보장, 8) 발전을 위한 전 세계적 파트너십 개발 등이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지속가능성 개념과 밀레니엄 목표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유엔은 2005년 1월부터 실시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10년간의 교육실시를 선언하였다.

 

이러한 유엔의 보고서와 솔선 제안은 압도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경제, 윤리, 사회, 기술공학, 환경 등 인간 활동 전 분야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많은 활동과 사업이 대두되게 되었다.

큰눈물버섯
www.naturei.net 2008-06-27 [ 최종수 ]


(큰눈물버섯. 가을에만 돋는 줄 알았더니 봄에도 돋았다. 건조한 땅에서도 잘 돋는 버섯이다.)

여기서 잠간 현재 한국에서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말과 그 기본개념에 기초하여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생활방식"(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즉 로하스(LOHAS)라고 그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 무슨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한 때 월빙 웰빙 하던 말이 주로 개인의 건강 차원에 머무르던 경향이 있었다면, 로하스라는 말은 개인적 웰빙을 넘어 전 사회와 이웃과 함께 하자는 말하자면 "사회적 웰빙"을 말한다.

그래서 개인과 가족의 건강은 물론 지구와 사회의 미래에 대하여 걱정하는 사람들을 총칭하여 로하스족이라고 한다.

 

이 들의 삶의 스타일을 보면 재활용 천연세제 사용하기,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프린터나 배터리 재활용하기 등 자원과 환경에 관련된 여러 운동들을 벌인다.

 

다른 한편 재빨리 상술에 적용하여 홈쇼핑을 비롯하여 화장품이나 과자 이름은 물론 심지어 연속극에 나오는 회사이름으로도 등장하는가 하면 본래의 개념이나 정신과는 관계없이 인상 좋은 상표이름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지속가능성의 원칙과 윤리가 모든 생활 속에서 실천된다면 크게 바람직한 일이다.

봄볏짚버섯(필자 임시 명명)
www.naturei.net 2008-06-27 [ 최종수 ]


(우선 "봄볏집버섯" 이라고 이름을 붙여 부르기로 한다. 갓이 갈라지는 것이 특징. 그래서 영어속명이 Cracked-cap Agrocybe이다. 학명은 Agrocybe molesta. 봄에 주로 멀칭한 곳에 많이 돋는다.)

그런데 도대체 버섯이 지속가능성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2008년 봄 한국에서 조류독감의 확산을 막기 위하여 수많은 닭과 오리를 땅에 매몰하는 뉴스를 접하고 안타까워하였다.

 

그런데 6년 전 홍콩에서는 닭 수백만 마리를 폐기처분 한 다음 아예 닭 사육을 금지하였다.

그 결과 닭 사육에 종사하던 농민들의 피해와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러나 홍콩 농림부에서는 닭 사육 대신 버섯재배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농민들에게 버섯 재배기술과 판매에 관한 대대적인 교육을 실시하였다고 한다(2006년).

느타리버섯
www.naturei.net 2008-06-27 [ 최종수 ]


(느타리버섯. 봄에 돋은 것이다. 2008년 5월에 어디나 참 많이 돋았다.)

버섯재배를 권장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버섯은 성장이 빠르고 수익도 높다.

느타리버섯은 한 달이면 수확할 수 있다.

버섯을 재배하는 건물은 별 기술 없이도 저렴한 비용으로 작은 공간에 건립할 수 있다.

 

버섯재배 사업은 농가 개인이나 소규모 작목반의 힘으로 운영할 수 있다.

버섯의 가격도 다른 채소에 비교하여 훨씬 높고 전 세계적으로 미식가의 고급버섯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버섯은 영양가도 높아서 조류독감으로 크게 피해를 입은 지역의 식량자원이 될 뿐만 아니라 시장성도 좋은 품목이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버섯에는 의약성분도 좋아서 건강식품으로 선호하게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표고버섯의 Lentinan 성분은 항암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여기저기서 돋는 구름버섯(雲芝 Trametes versicolor, 영어속명 Turkey Tail)은 또 다른 항암성분인 “PSK"가 들어 있다.

건강식품을 취급하는 곳이면 버섯으로 만든 의약품들(mycomedicinals)을 팔고 있다.

구름버섯(운지)
www.naturei.net 2008-06-27 [ 최종수 ]


(구름버섯. 雲芝)

다른 무엇보다도 버섯재배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버섯이 농업폐기물이나 그 밖의 유기질 폐기물들을 영양가 높고 시장성 있는 작물로 바꿀 수 있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느타리버섯은 톱밥이나 목화껍질, 코코아껍질, 바나나 잎, 커피껍질, 짚은 물론 신문지나 빈 상자를 가지고도 재배할 수 있다.

표고버섯은 여러 다른 종류의 나무나 산림 폐기물에서도 잘 자란다.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일단 버섯 수확이 끝나고 난 뒤 버섯을 재배하기 위해 사용된 밀짚이나 톱밥 같은 기본물질(基質 substrate)에는 버섯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의약성분과 단백질 같은 많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버섯재배에 사용한 기본물질은 동물의 사료로 사용하면 영양가도 높고 의약성분마저 지니고 있어서 썩 좋은 사료가 된다.

나아가서 다른 작물이나 채소를 위한 퇴비로 사용할 수도 있어서 폐기물을 값있는 자원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동남단 필라델피아 근교에는 이른바 “세계의 버섯 중심지”(mushroom center of the world)라고 부르는 광범위한 지역의 양송이버섯 재배 단지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필라델피아에서는 "mushroom soil"을 판매한다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양송이를 재배하고 난 뒤 버릴 수밖에 없는 흙을 퇴비로 재활용하기 위해 판매 하는 것이다.

그 흙을 한 차 실어다 텃밭에 뿌려주면 채소재배가 그야말로 “기적적인 자람”(Miracle-Gro, 원래 이 말은 미국 내 유명한 화학비료회사 상품이름임)을 볼 수 있다.

느타리버섯
www.naturei.net 2008-06-27 [ 최종수 ]


(느타리버섯)

ZERI와 버섯재배: ZERI란 Zero Emission Research Initiatives(www.zeri.org)의 첫 글자를 딴 약자로 Gunter Pauli라는 꿈 많은 생태설계가(ecodesigner)가 설립한 국제적인 기관이다.

이 분은 지속가능성의 개척자였다.

 

그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이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일의 세계지도자 100인" 가운데 한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현재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그의 혁명적 생태설계 원리를 실천할 사람들을 훈련하여 면허증을 주고 있다.

ZERI의 철학은 "배출가스 제로라는 것은 폐기물 제로를 뜻한다"(Zero emission means zero waste.)는 말 속에 요약되어 있다.

 

이 기관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모든 인간의 필요와 요구, 즉 음식, 주거지, 생계, 자존감, 공동체 형성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설계하기 위하여 개별적이 아닌 총체적 상호연관관계를 중요시하는 "체계이론적 사고방식" (systems thinking)을 적용하고 있다.

 

ZERI의 설계 원칙은 자연계, 다시 말하면 박테리아, 이끼류, 식물, 동물, 그리고 곰팡이 균류(버섯)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5 생명계(5 Kingdoms)의 상호관계를 본 딴 것이다.

우리는 자연계에서 한 생물계의 폐기물, 심지어 독극물 까지도 다른 생물계를 위한 영양소와 에너지의 자원이 되는 것을 흔히 보고 있다.

 

그 가장 좋은 예를 버섯과 나무 사이의 공생관계에서 볼 수 있다.

버섯이 없었다면 어디나 죽은 나무가 산적하여 그 속에 묻혀버렸을 것이다.

모든 유기물질을 처리함으로써 생산성과 생물의 다양성, 생명계 자체의 회복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기후와 환경이 안정되어 있는 한 생태계는 한 없이 지속된다.

자원은 고갈되지 않으며 생태계는 그 자체를 오염시키지도 않는다.

다시 말하면 생태계는 지속가능한 것이다.

난버섯
www.naturei.net 2008-06-27 [ 최종수 ]


(난버섯. Pluteus atricapillus 또는 cervinus. 영어속명은 Deer Mushroom. 봄에 죽은 나무 많이 썩은 곳에서 산생한다. 2008년 6월에 다른 버섯은 없고 산에 이 버섯만 여기 저기 참 많이 돋았다. 식용버섯이라고 하는데 한 번도 시식해 보지는 않았다.)

그러면 ZERI의 설계원칙을 잘 설명해주는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ZERI는 아프리카에 있는 나미비아(Namibia)의 쭈멥(Tsumeb)이라고 하는 맥주 양조업이 발달한 한 작은 마을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전통적인 맥주 양조방식에 따라 맥주를 양조하면 양조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유기질 폐기물을 낳고 또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맥주 양조과정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보리의 양분은 아주 적은 양에 지나지 않고 보리 속의 양분은 거의 손대지 않고 남아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 때 사용한 곡물은 많은 양의 영양소가 남아있는데도 그냥 땅에 묻어버림으로써 폐기 처분하고 있었다.

 

땅에 묻지 않고 그 폐기 곡물을 처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그 곡물을 가축사료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동물이 그 양조 찌꺼기를 소화하기 힘들어 많은 가스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그 결과 상당량의 메탄가스를 대기 중에 방출하여 온실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콩나물애주름버섯
www.naturei.net 2008-06-27 [ 최종수 ]


(콩나물애주름버섯)

ZERI원칙에 따르면 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시켜 가치창출을 도모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버섯재배가 등장하게 된다.

맥주양조에 사용된 곡물을 느타리버섯 재배에 재활용하는 것이다.

 

비교적 적은 투자로 영양분 많고 시장성 좋은 느타리버섯을 수확하게 되고, 따라서 지역 농부들의 고용기회도 늘어난다.

느타리버섯을 수확하고 난 곡물에는 느타리버섯 균사로 꽉 차서 증가된 단백질을 함유하게 되고, 이 영양분 많은 폐기물이 맛좋은 가축사료로 사용된다.

 

그것을 먹고 가축이 잘 자라 좀 더 좋은 양질의 고기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또 맥주양조에 사용하였던 곡물은 제빵에 재활용하여 많은 빵을 만들어 냄으로써 더 큰 가치창출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맥주양조 과정에서 나오는 물은 가축의 분뇨와 가축우리에서 나오는 다른 유기물질을 세척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가축우리에서 나오는 액체는 유기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병원성 박테리아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그 액체를 밀봉한 침지기(浸漬器 digester)에 투입하면 혐기성(嫌氣性 anaerobic) 박테리아의 도움으로 메탄가스를 발생시켜 그것을 연료로 태운 열을 가지고 양조하고 남은 곡물을 살균하여 버섯재배용 기본물질을 삼게 해준다.

 

박테리아가 그 일을 마친 뒤 병원성은 없으나 여전히 영양분을 많이 품고 있는 유수(流水)는 산화 못(oxidation pond) 안에서 처리하여 이끼류를 증식시킨 다음, 이 이끼를 수확하여 산화 못 옆에 붙어있는 양어장에서 물고기의 먹이로 삼는다.

 

끝으로 이끼 양식 못에서 나오는 물은 아직도 영양분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학비료 대신 밭에 뿌려주어 질 높은 유기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이렇게 ZERI 프로젝트에서 5 생물계가 모두 상호관계된 것을 볼 수 있다.

느타리버섯 위에 민달팽이
www.naturei.net 2008-06-27 [ 최종수 ]


(느타리버섯 위에 있는 민달팽이)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는 ZERI에서 훈련을 받은 Mary Appelhot라는 여성이 시작한 것이다. 이 여성은 ZERI가 뉴멕시코 산타 페 근처에서 시작한 처음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였던SCZ-NM(Sustainable Communities/ZERI-New Mexico)에 관여한 분이다.

 

이 여성은 지렁이의 능력을 믿었다. 이 분은 ZERI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지렁이의 가능성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실천에 옮겼다. 버섯을 재배할 때 사용한 폐기물을 지렁이에게 먹였다. 버섯의 균사를 지렁이를 위한 생물자원(biomass)으로 바꾼 것이다.

 

그런 다음 지렁이를 물고기나 닭의 사료로 사용하고 그 나머지는 영양소가 풍부한 자연비료와 토양조정제인 지렁이 퇴비(vermicompost)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보잘것없어 보이는 지렁이는 아주 훌륭한 효소(enzymes)의 재료로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버섯의 균사를 먹은 지렁이로부터 추출한 럼브로키나세(Lumbrokinase)라는 효소는 엉긴 핏덩이를 용해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뇌졸중이나 혈전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폐기물로부터 값진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렁이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www.wormwoman.com 참고)

뉴멕시코의 버섯프로젝트는 미국 산림청의 후원으로 뉴멕시코의 삼림 복원 프로그램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선 지나치게 무성한 산림은 산불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산불방지 차원에서 솎아내고 베어낸 큰 나무들과 자잘한 관목들을 느타리버섯이나 표고버섯 재배용 재료로 사용한다.

 

버섯재배로 부드럽게 된 목재 부산물들은 소나 양 등 가축은 물론 지렁이를 기르는 재료로 재활용한다. 이러한 뉴멕시코의 산림프로젝트는 이른바 “mycoforestry" 즉 버섯을 이용한 산림관리의 좋은 예이다.

 

 Linda Taylor라는 여성은 토종버섯의 균사배양 은행을 설립하고 여러 다양한 토종버섯들을 채집하여 그 종균을 배양하고 여러 종류의 나무들, 그러니까 토종나무나 외래종 나무들은 물론 베어낸 나무 찌꺼기에 접종 실험 한 뒤 그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산림을 관리하도록 돕고 있다. (Paul Stamets, Mycelium Running을 참고할 것)

느타리버섯
www.naturei.net 2008-06-27 [ 최종수 ]


(역시 느타리버섯)

SCZ-NM의 버섯 자문위원인 Carmenza J. Lopez라는 분은 원두커피를 많이 생산하는 남미 콜롬비아 친치나(Chinchina)에서 커피 열매 껍질 등 산적한 커피 폐기물을 표고버섯 재배에 재활용함으로써 그 지역 가난한 농민들의 수입을 높여주고 또 영양가 높은 버섯을 공급하고 있다. 이 또한 버섯재배가 가난퇴치에 한 몫 하는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이 ZERI 프로젝트들은 “zero emission"을 여러 인간 활동 분야에서 실천함으로써 유기 폐기물들을 한 생물계에서 다른 생물계로 돌려가며 재활용하고 있다.

ZERI 프로젝트들이야 말로 지속가능성의 모델이 되고 있다.

 

버섯재배가 어떻게 농업 폐기물들을 맛좋고 영양가 높으며 시장성 좋은 먹을거리로 전환시키면서 산림을 보전 지속시킬 수 있는지 살펴 보았다.

생태계의 관점에서 볼 때 생태계 지속을 위하여 버섯을 포함한 균류의 생명다양성이 보여주는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모든 식물의 90%가 버섯의 균사와 공생관계에 있다. Paul Stamets 가 말한 대로 버섯은 땅과 생태계를 치유하는 중요한 것이다.

버섯의 균사는 우리 지구의 좋은 토양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버섯은 ”오일 중독“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인재(人災), 즉 지구 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

버섯은 지속가능한 지구, 다시 말하면 생태계의 지속성과 회복성을 높여주어 결국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8-06-27 23:27:43]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버섯의 맛과 냄새에 대하여

야생버섯의 신비(40)
 

 

냄새무당버섯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냄새무당버섯 Russula emetica. 영어속명 Emetic Russula.)

버섯의 맛과 냄새는 버섯을 동정(同定 identify)하는 일은 물론 버섯을 먹을 때 느끼는 미각을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다.

버섯을 먹을 때나 다른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음식 맛(flavor)은 그 음식이 가진 맛과 씹는 감촉(texture), 온도, 양념, 냄새 등의 복합현상으로 생기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맛(taste)은 음식 맛의 한 구성 요소로 단맛, 신맛, 짠맛, 쓴맛 외에도 구수한 맛(savory) 등 다섯 가지 맛으로 구분된다.

이 다섯 가지 맛을 느끼게 해주는 감각기관은 입 안의 입천장과 인두 및 혀에 자리 잡고 있다.

 

구수한 맛이나 고기 맛(meaty)은 아미노산 또는 단백질로 대표되는 맛이다. 아미노산이 풍부한 음식은 버섯, 생선, 고기, 치즈와 도마도 같은 채소류이다.

이 구수한 맛은 일반 식품첨가제인 모노 소디움 글루타민(MSG)이라고 부르는 화학 성분이 그 좋은 예이다.

이 MSG는 아미노산, 글루타민, 그리고 짠맛을 내는 소디움으로 구성되어 있다.

냄새무당버섯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냄새무당버섯. 한 조각 떼어내어 씹어보면 혀끝이 아릴정도로 맵다. 독버섯이다)

음식 맛의 둘째 구성요소는 냄새다. 우리가 가진 후각기관은 약 만 가지 다른 냄새를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냄새가 맛과 결합하여 독특한 입맛(oro-sensory experience)을 느끼게 해 준다.

 

음식 맛의 마지막 구성요소는 양념과 온도와 음식이 가진 조직에 대한 일반적인 씹는 감촉인데 이것들은 모두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에 의하여 느끼게 된다.

양념 맛(spiciness)은 박하에서 느끼는 비교적 순한 맛에서부터 청양고추를 씹었을 때나 냄새무당버섯(Russula emetica)을 맛보았을 때 느끼는 타는 것 같은 강한 매운맛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야생버섯도감에서 흔히 버섯의 "맛"에 대하여 설명할 때 이 모든 맛의 요소들을 모두 사용하여 그 맛을 형용하고 있다. 버섯도감들은 대체로 버섯의 냄새나 맛을 버섯동정의 특징으로 잘 설명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책자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팽나무버섯(일명 팽이버섯)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팽나무버섯. Flammulina velutipes. 영어속명 Velvet Foot. 시중에서 파는 콩나물처럼 생긴 팽나무버섯은 이 야생 팽나무버섯을 인공 재배한 것이다.)

버섯의 맛: 양송이(Agaricus bisporus)의 맛은 흔히 순하고(mild) 구수하다(meaty)하다고 하며 고도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향기로운 맛(香味 flavor)의 특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전형으로 친다. 이 버섯의 맛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하여 그 구성 성분을 살펴보자.

 

미국농림성 영양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익히지 않은 양송이 100g에는 수분 92.43g, 단백질(아미노산) 3.09g, 지방 0.34g, 당분 1.65g, 섬유질 1.0g, 광물질 422.39mg, 그리고 비타민 7.83mg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이 버섯에는 우리 몸 안에서 합성할 수 없는 10종류의 기본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하고 있고, 20종류의 아미노산 가운데 식물에 많이 들어있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asparagine)과 글루타민을 제외한 18종류의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

 

거기다가 양송이가 함유하고 있는 아미노산 가운데 채식주의적 식사에서 섭취하기 가장 어려운 아미노산인 리신(lysine)이 다섯 번째로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양송이 100g에는 하루 2000칼로리 식사에서 일일 필요 정량 가운데 단백질 6.18%, 지방질 0.52%, 섬유질 4%가 함유되어 있다.

 

이처럼 양송이는 지방질이 적으면서도 풍부한 양의 단백질을 공급해 주고 있어서 특별히 대체적 기본 필수 아미노산이 필요한 채식주의 식사를 할 수 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익과 혜택이 크다.

흰곰보버섯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흰 곰보버섯 Morchella deliciosa, 영어속명 White Morel. 흰 곰보버섯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실제는 노란 곰보버섯인데 그 유균이거나 돋는 환경 탓에 색깔이 다르게 보이는 것 뿐이라고 한다.)

그 밖에도 시중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인공 재배한 팽나무버섯(Flammulina velutipes), 표고(Lentinula 또는 Lentinus edodes), 곰보버섯(Morchella delisiosa), 새송이(Pleurotus eryngii), 느타리버섯(Pleurotus ostreatus), 옥수수깜부기(Ustilago maydis)도 양송이 비슷한 고도의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자연산 꾀꼬리버섯(Cantharellus cibarius)에는 10%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위에 말한 버섯들 가운데 고도로 농축된 글루타민산이 들어 있다.

표고버섯에는 생선 가운데 연어에 들어 있는 단백질 양과 거의 맞먹는 양이 들어 있고 닭고기에 들어있는 단백질 가운데 거의 3분의 2 가까이 들어 있다.

 

모노 소디움 글루타민(MSG)과 다른 아미노산은 음식의 맛을 증가시켜 주는 중요한 것이다.

MSG를 음식에 첨가하면 그 맛을 증가시켜준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연구 결과를 보면 어떤 음식은 그 맛을 증가시켜 주지만 어떤 음식은 오히려 그 맛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미노산이 풍부한 음식에 MSG를 첨가하면 그 맛이 훨씬 더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아미노산이 풍부한 음식에 버섯을 넣으면 전체적으로 그 맛이 증가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대로 시어리얼(cereal)이나 우유제품 또는 단맛을 낸 음식에 MSG를 첨가하면 그 맛이 나빠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음식에 버섯을 넣으면 그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점은 각자 시험해 볼 수밖에 없다.

꾀꼬리버섯(유균)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꾀꼬리버섯 Cantharellus cibarius의 유균이다.)

1998년에 Mau 등 여러 사람이 행한 한 연구는 인공 재배한 여러 종류의 버섯들이 가지고 있는 아미노산에 대한 연구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새송이를 대상으로 많이 피어난 부분(large fruiting body)과 적게 피어난 부분(small fruiting body), 줄기(대)의 밑동아리 부분(base) 등 셋으로 나누어 아미노산 함유율을 조사해 본 결과 많이 피어난 부분과 적게 피어난 부분의 아미노산 함유율은 거의 비슷하지만 밑동아리 부분은 아미노산이 56% 적게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버섯의 밑동아리 부분에는 당분이 65%나 더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처럼 버섯의 각 부분에는 영양소가 각 각 다르게 포함되어 있지만 모두 다 식용할 수 있기 때문에 조리할 때 버섯의 모든 부분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검은곰보버섯(키다리곰보버섯)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검은 곰보버섯 Black Morel, 한국에서는 키다리곰보버섯이라고 한다. Morchella elata)

2006년 Rotzoll 등은 곰보버섯의 화학성분을 분석 연구하고 어느 화학성분이 곰보버섯의 자연스러운 맛을 내는 데 결정적인 요소인지를 살펴보았다.

이들은 곰보버섯에서 33종류의 맛을 내는 성분을 추출해 낸 다음 맛의 특징에 따라 분류하였다.

 

구수한 맛을 내는 물질 5가지, 신맛을 내는 것 7가지, 단맛을 내는 것 10가지, 쓴맛을 내는 것 6가지, 짠맛을 내는 것 5가지 성분들이 그것이다.

그 다음 그 각각의 맛을 내는 물질을 시험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주어 맛을 보게 한 다음 그 맛을 감지해 낼 수 있는 지 그 여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33가지 맛 성분 가운데 오직 한 가지 구수한 맛을 내는 성분, 5가지 신맛을 내는 성분, 한 가지 단맛을 내는 성분을 감지해 낼 수 있었고 나머지 26가지 맛 자극성분은 감지해 내지 못하였다고 한다.

노란곰보버섯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노란곰보버섯 Morchella esculenta, 영어속명 Yellow Morel.)

그 결론은 곰보버섯의 특이한 맛은 7가지 감지해 낼 수 있는 화학성분에서 생기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 제 2부에서는 자연산 곰보버섯처럼 맛을 내도록 자극하는 33가지 화학성분을 한 농축기 안에서 섞어 합성물을 만들어 내었다.

 

이 합성물을 가리켜 인공 맛모조품(artificial taste imitate)이라고 불렀다.

그런 다음 이 합성물에서 조직적으로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 맛 성분을 빼고 참가자들에게 맛을 보게 하였다.

 

실험 결과 곰보버섯의 독특한 맛은 여러 맛을 내는 화학성분이 서로 복합적인 작용을 통하여 이루어내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결과를 토대로 머지않아 식품점 선반에서 곰보버섯 맛을 내는 조미료를 팔게 될지도 모른다.

소혀버섯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소혀버섯. 신맛이 있어서 익히지 않고 저며서 샐러드에 넣어 먹으면 좋다.)

일반적으로 많은 식용버섯이 구수한 맛을 내지만, 신맛을 내는 나팔버섯(Gomphus floccosus)이나 소혀버섯(Fistulina hepatica)에는 산(酸)이 들어 있다.

흔히 신맛을 내는 것은 상한 음식이기 때문에 쉽게 버리게 된다.

 

보라쓴맛그물버섯(Tylopilus felleus)과 갈황색미치광이버섯(Gymnopilus spectabilis)은 쓴맛을 내는 대표적인 버섯들이다.

쓴맛은 대체로 독성분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쓴맛을 내는 버섯은 쉽게 피할 수 있다.

 

왜 버섯이 쓴맛을 내는지, 다른 식물이 가진 쓴맛과 같은 성분인지는 더 연구해 보아야할 과제이다. 버섯에는 당분이 아주 적게 포함되어 있어서 일반적으로 버섯이 달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꾀꼬리버섯(Cantharellus cibarius)과 굵은방망이싸리버섯(Clavariadelphus trunicatus, 영어속명 Truncate Club Coral)은 단맛이 있는 대표적인 것이다.

 

짠맛을 내는 것은 오직 하나 뿐이며 유럽(이탈리아)에서 돋는 그물버섯의 일종인 Aureoboletus gentilis의 갓 표면을 핥아 보면 짠맛이 난다고 하는데 예외적인 존재이다.

보라쓴맛그물버섯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보라쓴맛그물버섯)

그 밖에도 음식 맛을 내는 다른 요소는 맛과 냄새이다.

버섯도감에 타는 것 같이 매운맛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 있는데, 혀 안에 있는 신경을 자극하고 그것을 뇌에 전달함으로써 생기는 맛 느낌이다.

 

그런 맛을 내는 버섯들 가운데 냄새무당버섯(Russula emetica)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맛을 보기 위하여 한 조각 떼어내어 앞니로 조근 조근 씹어보면 금방 혀끝이 타는 것 같아 침을 여러 번 뱉어내어도 한동안 입안이 아릴정도로 맵다.

 

버섯의 냄새도 양념종류가 다양한 것만큼 다양하다.

비누냄새가 나는 할미송이(Tricholoma saponaceum. 그래서 영어속명이 Soapy Tricholoma라고 한다.

 

이지열 한국버섯도감에는 풀잎냄새가 난다 했고 식용버섯이라고 하나, 미국 버섯도감에는 먹을 수 없고 독버섯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명 saponaceum이란 Soapy 라는 뜻이다.)로부터 설명하기 어렵지만 계피 냄새 비슷한 냄새를 가진 미국 송이(Tricholoma matsutake 영어속명 American Matsutake)처럼 맛 좋고 향기로운 버섯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갈황색미치광이버섯
www.naturei.net 2008-07-22 [ David Arora ]


(갈황색미치광이버섯. David Arora의 버섯 책에 나온 사진을 다시 찍었더니 그 질이 좀 떨어진다.)

미각결함(Sensory Deficit): 냄새나 맛을 잘 감지해 내지 못하는 미각결함이나 후각결함은 버섯동정에 장애일 뿐만 아니라 버섯을 먹을 때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실은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각결함을 가진 547명 가운데 48명(8.8%)만이 실제로 미각결함을 가지고 있고, 완전 미각장애를 가진 사람은 오직 두 명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거의 대다수인 366명(70%)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실은 후각결함을 가지고 있었고, 이 후각결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174명이 완전한 후각장애 즉 아노스미아(anosmia 후각상실 또는 무후각증)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후각상실은 결국 미각상실을 가져오는데, 그런데도 이 사람들은 아직 맛을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감기가 들어서 냄새를 잘 맡지 못하지만 여전히 음식을 잘 먹는 것과 같다.

맛을 느끼는 데 큰 결함을 가지고 있지만 맛을 느끼는 체계가 아주 마비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맛을 모르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후각기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후각결함은 아주 흔하며 여러 가지 원인에서 오고 있다.

1987년 15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응답한 1.2%의 사람들이 영구적으로 후각을 상실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62.4%는 일시적으로 후각을 상실했다고 한다.

 

후각상실의 중요 원인은 상기도의 염증 또는 감기, 두부외상, 비강염, 그리고 투약 등이다.

특히 두부외상으로 말미암은 후각상실이 가장 심각하다.

후각상실은 버섯을 동정하는 일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것이다.

보라쓴맛그물버섯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보라쓴맛그물버섯)

미각상실(gustatory loss)은 후각상실보다 발생빈도가 낮지만 역시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주요 원인은 구강수술이나 두부외상으로 신체적 결함이 생겼을 때 일어난다.

 

두 번째 원인은 질병이나 약물투여로 일어난다.

처방약, 방사선 치료, 화학치료 등이 그 주요 원인이다.

 

셋째 원인은 우울증, 게걸병(다식증), 파킨슨씨병 등의 원인으로 정상 미각에 장애를 가져온다.

물론 미각상실도 삶의 모든 면에 지장을 준다.

특별히 쓴맛 미각상실은 버섯을 조리하여 먹는 일(mycophagy)에 특별히 관계되어 있다.

 

약 25%나 되는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쓴맛을 내는 물질을 감지해 내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쓴맛을 내는 버섯 동정에 지장을 준다하며, 특히 버섯 동정에 맛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을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1930년대 초에 병리 실험실에서 일어난 사고를 조사해 본 결과 쓴맛을 감지하지 못하는 직원의 실수였음이 들어 났다.

1931년 Fox는 처음으로 쓴맛을 가려내지 못하는 사람에 대하여 보고하였는데, 10명 가운데 6사람이 그가 조사하려는 물질의 쓴맛을 감지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가장 최근 검사에서는 좀 전에 말한 대로 25%의 사람들이 쓴맛을 가려내지 못했다고 하며, 그래서 Kim 등은 그 유전자(gene)를 밝혀내기도 하였다.

 

어느 사람은 보라쓴그물버섯의 쓴맛을 감지해내지 못하였는데, 그의 아들 역시 그러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어떤 종류의 쓴맛에 대한 미각장애가 유전적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더구나 25%나 되는 사람들이 쓴맛결함을 가지고 있다면 버섯동정에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보라쓴맛그물버섯을 잘못 먹고 병이 났다든지 사망했다는 보고가 없지만 그 쓴맛을 모르고 왕그물버섯(Boletus edulis) 먹듯 보라쓴맛그물버섯을 많이 먹는다면 문제가 다르지 않을까?

노란 뽕나무버섯(유균)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노란 뽕나무버섯 유균)

갈색 뽕나무버섯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갈색 뽕나무버섯)

쓴맛 결함을 가진 사람이 갈황색미치광이버섯(Gymnopilus spectabilis)을 잘못 동정해 내었다면 어떻게 될까? 2003년 Roper라는 사람은 그 친구와 함께 갈황색미치광이버섯을 뽕나무버섯인 줄 알고 잘못 채취하여 식용하였다.

 

두 사람 다 환각작용에 빠져드는 중독증상을 보였다.

갈황색미치광이버섯은 상당히 쓴맛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않은 뽕나무버섯과 아주 다르다.

그러나 두 버섯 다 생긴 모양과 색깔, 돋는 장소, 돋는 시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잘못 혼동하기 아주 쉽다.

한 가지 확실하게 구분하는 방법은 두 가지 버섯 다 조금 떼어내어 맛을 보는 일인데, 하나는 쓰고 다른 하나는 쓰지 않다.

런데 하필이면 두 사람 가운데 쓴맛 결함을 가진 사람이 버섯의 맛을 보았기 때문에 식용버섯을 잘못 가려냄으로써 두 사람 다 중독된 것이다.

느타리버섯
www.naturei.net 2008-07-22 [ 최종수 ]


(느타리버섯)

끝으로 노화에서 오는 미각결함이 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짠맛과 쓴맛에 대한 감지가 퇴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매우 쓴맛을 가진 키니네(금계랍)를 74세 노인과 26세 청년에게 먹여본 결과 노인이 청년보다 훨씬 덜 쓰게 느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령의 노인과 젊은이가 똑같은 버섯을 먹었을 때 그 맛을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짠맛을 내는 버섯은 없기 때문에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쓴맛을 내는 것은 많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나이 많은 사람이 쓴맛을 가진 버섯을 동정할 때에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구수한 맛에 대한 연령별 감지실험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서 잘 알려져 있지 못하다.

그러나 미각결함과 후각결함은 신체적 손상이나 감각기관의 이상 및 유전자적 결함에서 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버섯을 관찰 연구하시는 분들은 버섯의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일에 개인차가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주 쓴맛을 가진 버섯을 맛보았을 때 어느 분은 아주 쓰다고 느끼는 한 편, 연노하신 분들은 조금 쓰다고 느낄 것이며 아예 쓴맛을 감지해 낼 수 없는 분들은 쓰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미각의 차이가 어느 특정 버섯동정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미각이나 후각의 결함을 가진 사람들이 버섯을 맛과 냄새로 동정할 경우 잘못 동정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North American Mycological Association의 기관지 McIlavainea: Journal of American Mycology, Vol. 17, No. 1, Spring 2007, pp. 33-41에 실려 있는 Robert M. Hallock, "The Taste of Mushrooms"를 발췌 초역하여 만든 것임을 밝혀둡니다.)


최종수(미국)
[2008-07-22 01:07:41]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개와 독버섯 중독 이야기
야생버섯의 신비(41)
 

 

독우산광대버섯
www.naturei.net 2008-08-05 [ 최종수 ]

(맹독성을 가진 독우산광대버섯이다.  Amanita virosa.  영어속명 Destroying Angel. 미국 동부지역에는 여름과 가을에 숲속 땅 위에 심심치 않게 많이 돋고 있다. 광대버섯 줄기에 턱받이[고리 ring]와 줄기 밑에 컵받침[대주머니 volva]가 보인다.)

정말 개가 독버섯을 먹을까요?

미국 알래스카에서 생긴 일입니다. 97년 7월 중순부터 개집 주변에 크고 아름다운 붉은 색깔을 가진 광대버섯(Amanita muscaria)이 상당히 많이 돋고 있었습니다. 9개월 된 알래스카 썰매 끄는 개가 버섯을 입에 물고 있어서 야단을 쳤습니다. 많이 경계했는데도 불구하고, 7월 27일 오후 네 시 반경 개가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두 시간 반이나 여기저기 길이나 숲 속을 찾아보았지만 헛일이었습니다. 저녁 일곱 시나 되어서 약 쿼터 마일 떨어진 이웃집 바깥 마루 위에 비트적거리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급히 달려가 보니, 개는 잘 일어설 수도 없고 걷지도 못합니다. 눈이 크게 확장되어 있고, 군침을 질질 흘리면서, 호흡이 빠르고, 심장이 몹시 빠르게 뛰고 있었습니다. 틀림없이 광대버섯을 먹은 것이 분명합니다.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또 먹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광대버섯
www.naturei.net 2008-08-05 [ 최종수 ]

(광대버섯. 3송이  Amanita muscaria.  Fly Agaric.  미국 동부지역에 돋는 것은 이 사진처럼 색깔이 노랗다.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무스카린이라는 독성을 가지고 있고, 많이 먹으면 위험하다.)

개를 트럭에 싣고 75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동물 병원 응급실로 달려갈 때, 개는 안절부절못하고, 달리는 트럭 한 구석에 배를 깔고 웅크리고 누워서, 계속 낑낑거립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반 혼수상태에 빠져서 걸을 수도 없고, 눈동자를 굴릴 수도 없는 상태에다가, 호흡이 몹시 빠릅니다. 체온은 102도(개의 정상체온이랍니다)였고, 맥박은 일분에 220번이나 뛰고 있었습니다. 즉시 아포모르핀(Apomorphine)을 투여하였는데, 토하지는 않았습니다. 오줌내기와 피 속의 독을 제거하기 위하여 링거 주사를 놓으면서, 발작을 방지하고 중추신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발리움(Valium)을 먹였습니다. 튜브를 목안에 넣어 산소가 통하도록 조치하였습니다. 위세척 결과 여러 조각의 버섯과 개밥이 나왔습니다. 튜브를 통해 뱃속에 숯가루를 집어넣어서 아직 흡수되지 않은 독을 빨아내도록 하였습니다. 뇌가 붓는 것을 막기 위해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을 먹이고, 암피실린(Ampicillin)도 먹였습니다. 오줌을 빼내는 관을 방광에 넣어 독이 남아있는 오줌을 뽑아내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응급처치를 행한 뒤에, 밤에 또 한 병의 링거주사를 놓은 뒤, 발리움을 한 번 더 먹였습니다. 밤을 지내고 아침 6시가 되자 개의 정신이 들었습니다. 아침 8시에 응급실로부터 일반 병실로 옮겨 경과를 보기 위해 종일 병실에 있었습니다. 그 사이 숯가루를 한 번 더 먹였고, 비정상적인 증상이 있나 관찰했습니다. 종일 지내는 동안 다행히 경과가 좋아서 저녁 6시에 퇴원했습니다.

이 일로 온 식구들과 개를 발견하여 알려 준 이웃집 식구들도 모두 크게 놀랐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광대버섯이 돋아나는 대로 뽑아버리거나, 쓴 사과 물을 버섯 위에 뿌려서 먹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집에 울타리를 쳐서 개가 숲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혹시 개가 또다시 독버섯을 먹는 경우를 대비하여, 집에 구토제(嘔吐劑) 하이드로겐 페록사이드(Hydrogen peroxide)를 상비약으로 갖추어 두면 좋을 줄 압니다. 개는 잘 지내고 있으나, 여전히 버섯에 유혹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겨울에 쌓인 눈을 헤집고 얼어붙은 묵은 버섯을 파내는 것을 봅니다. 아무래도 이 개를 Truffle(전설적으로 사람 정력에 좋다는 버섯이다. 땅속에 감자모양 돋는 버섯인데, 유럽에서는 이 버섯요리가 무척 인기가 있어서, 1파운드에 500-1000불을 호가(呼價)한다고 한다. 이 버섯에서 암퇘지의 암내를 피우는 까닭에 돼지들이 이 버섯을 파먹는 것을 이용하여 땅 속에서 찾아 캐낸다고 한다. 요사이는 개를 훈련시켜 찾는다고 한다.) 버섯 캐는 사람에게 빌려주어, 땅속에서 그 버섯을 찾게 하여, 최소한 동물의사 비용이라도 뽑아야 될 것 같습니다. (이상 Eagle River, Alaska에 사는 Blanche Tinius 라는 분의 경험담)

광대버섯
www.naturei.net 2008-08-05 [ 최종수 ]

(역시 광대버섯이  소나무 밑에 여기 저기 많이 돋아 있었다.)

이 알래스카 개가 먹은 광대버섯(Amanita muscaria)은 영어속명으로 Fly Agaric이라고도 부르는 버섯입니다. 이 버섯을 밥에 섞거나, 서양에서는 우유에 섞어 두면, 파리가 와서 빨아먹고 죽기 때문에 붙인 이름입니다. 이 버섯은 뉴저지 주와 펜실베이니아 주를 포함한 동북부 지방에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심심치 않게 발견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 서부지방에서 돋는 것은 갓 색깔이 아주 예쁜 빨간색 바탕에 흰 사마귀점이 붙어있지만, 동부지역에서 돋는 것은 오렌지 색 섞인 노란색을 띄운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많이 먹으면 위험합니다만,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독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버섯을 환각제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사람을 독살하기 위하여 이 버섯을 악용한다는 민간설화에 많이 나오는 버섯입니다. 또 무당들이 종교의식(宗敎儀式)을 행할 때, 신내림(降神) 현상을 일으키기 위하여 옛날부터 사용해 온 버섯입니다. 전쟁 마당에 나가는 병사들에게 이 버섯을 먹였다는 설화가 있기도 한 재미있는 독버섯입니다.

그러면 왜 개가 버섯을 먹을까요?

곰보버섯
www.naturei.net 2008-08-05 [ 최종수 ]

(곰보버섯은  맛 좋은 식용버섯이지만 절대로 생식하면 안 된다.)

가축들 가운데 개의 버섯중독 이야기가 제일 흔합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 애견가들이 들으시면 놀랄 일인데, 버섯중독 현상을 연구하기 위하여 과학자들이 주로 개를 실험대상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다른 작은 동물들도 실험대상에 오르지만, 독버섯에 대한 생리적 중독반응과 그 치료효과를 심도 있게 연구하자면, 개가 제일 좋다는 것입니다. 쥐나 그 밖의 동물보다 개의 중독반응이 생리적으로 사람의 중독반응과 가장 흡사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토끼나 쥐는 중독 현상으로 토하는 것이 드물지만, 개는 사람과 비슷해서 버섯중독 현상 가운데 가장 전형적인 증상인 구토현상(嘔吐現狀)을 보이기 때문에, 자연히 개를 실험대상으로 삼게 됩니다. 아마 개를 길러 보신 분들은 가끔씩 개가 토하는 것을 보아서 아실 것입니다.

개는 풀을 뜯어먹는 기호(嗜好)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일 집 주변에서 보지 못하던 커다란 버섯들이 많이 돋아 있다면 그것을 뜯어먹는 것이 당연합니다. 더구나 다 아시는 사실이지만, 개의 본성 가운데 무엇이든 냄새를 맡는다든가 무조건 입에 무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든 관심을 끄는 물체를 만나면 일단 입에 뭅니다. 개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것은 말씀 드릴 필요도 없이 먹을거리 아닙니까? 한 참 자라느라고 기운이 넘치는 활동적인 강아지이면 더 더욱 무엇이든 입에 물고 그냥 놓아두는 것이 없습니다. 사람도 아기 시절에는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 입에 갖다 넣지 않습니까? 개도 마찬가지입니다.

붉은덕다리버섯
www.naturei.net 2008-08-05 [ 최종수 ]

(붉은덕다리버섯이 죽은 지 상당히 오래된 나무 등걸에 돋아있다. 이 버섯도 날로 먹으면 안 된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개는 특별히 풀을 잘 뜯어 입에 넣습니다. 자연히 잔디나 풀밭에 돋아있는 눈에 뜨이는 버섯을 지나칠 이유가 있습니까? 어제만 해도 눈에 보이지 않던 버섯들이 하룻밤 사이에 잔디나 풀밭 위에 여기저기 돋아있다면, 개가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기어 다니는 어린 아기가 무엇이든지 손에 닥치는 대로 입에 집어넣듯, 개도 마찬가지여서 자연히 버섯을 뜯어먹을 확률이 많고, 그 버섯이 독버섯이라면 당연히 중독됩니다. 특별히 개가 뜯어먹는 버섯은 날것입니다. 버섯을 날것으로 먹는 경우 중독 될 확률이 더 많다는 것은 버섯에 대하여 좀 아는 사람이라면 상식에 속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식용버섯 가운데도, 예를 들자면 뽕나무버섯(Armillariella mellea, Honey Mushroom) 같은 것은, 이 글을 쓰는 사람도 가을이면 많이 채취해서 먹습니다만, 날로 먹으면 중독됩니다. 곰보버섯(Morchella)이나 붉은덕다리버섯(Laetiporus sulphureus, Chicken Mushroom), 그리고 주름버섯(Agaricus) 종류 가운데도 날로 먹으면 중독되는 것이 있습니다. 중독증상으로 가장 쉽게 나타나는 것이 토하는 것입니다. 강아지나 어린 아기는 다 자란 성견(成犬)이나 어른이 중독되는 것 보다 그 증상이 더욱 심한 것은, 몸의 크기와 버섯 섭취량 사이에 상관 비례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같은 양의 버섯을 강아지와 큰 개가 먹었다면, 강아지의 중독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말씀입니다. 자연히 강아지의 치명적 중독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뽕나무버섯
www.naturei.net 2008-08-05 [ 최종수 ]

(뽕나무버섯도 날로 먹으면 중독된다. 잘 익혀 먹어야 한다.)

버섯중독에 대한 동물의사들의 인식은 어떠한가요?

2008년 봄 최근 소식입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귀여운 강아지 세 마리가 개집 주변에서 돋는 광대버섯 종류를 먹고 죽었답니다. 개 주인은 즉시 수의사를 찾아 응급치료를 받도록 하였으나, 독버섯에 대하여 거의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물론 개의 죽음에서 받은 충격 때문이었겠지만 흥분상태에서 개주인은 온 라인 여기저기 개의 죽음에 대한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자기 사는 지역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여 강아지들이 먹은 버섯은 알광대버섯(Amanita phalloides)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북미버섯학회 독버섯중독에 관한 전문가인 마이클(Michael Beug)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이클은 즉시 개 주인에게 답하기를 온 라인에 그 사실을 알리려면 올바른 정보를 올리라고 하면서, 그 버섯은 알광대버섯이 아니라 마귀광대버섯(Amanita pantherina)이렀다고 고쳐 알려 주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 강아지들을 치료한 수의사는 치료 교과서에 적힌 대로 치료절차에 따라 치료하였으나, 불행하게도 그 교과서가 잘못된 것이었기 때문에 강아지들을 살릴 수도 있었는데 잘못해서 모두 죽였다는 것입니다. 아트로핀(atropine) 치료는 자칫 증상을 격화할 수도 있는데 그 치료를 행하였고, 수의사와 개 주인은 광대버섯 중독증상에 뒤 따라 오는 콤마상태의 깊은 잠을 오인하여 개들이 죽어가고 있는 줄 알고 안락사 시켰다는 것입니다. 아트로핀 치료를 하지 않고 콤마상태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렸다면 그 강아지들을 살릴 수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독버섯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일반대중들에게는 물론 의학 전문가들에게도 널리 알릴 필요가 있음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Jack-O-Lantern
www.naturei.net 2008-08-05 [ 최종수 ]

(독버섯인 Jack-O-Lantern [필자 임시 명명: 할로윈호박색야광버섯}이 어느 한인교회 주변 잔디밭에 여기저기 돋아 있다.)

개가 독버섯에 중독되어 생명을 잃거나, 심한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은 사람의 독버섯 중독 경우와 아주 흡사합니다. 사람의 독버섯 중독 케이스는 자주 보고 되기도 하고, 어떤 종류의 버섯이며, 어떤 증상을 일으켜서 어떻게 치료했는지, 그 기록도 잘 보존되지만, 개의 경우는 그렇지 못합니다. 보고된 예도 드물고, 그 심각성이 많이 인식되고 있지도 못합니다. 사람의 독버섯 중독에 대해서는 연구도 많이 하고, 각 병원의 응급실에는 응급치료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독극물통제소(Poison Control Center)는 병원 응급실의 문의에 제공할 수 있는 독버섯에 관한 많은 정보를 늘 대기하고 있습니다.

역시 Jack-O-Lantern
www.naturei.net 2008-08-05 [ 최종수 ]

(역시 무성하게 피어난 할로윈호박색야광버섯, Jack-O-Lantern.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킨다.)

그러나 개의 독버섯 중독에 관해서는 이러한 정보들이 거의 마련되어 있지 못하답니다. 미국의 동물의사 교육과정을 보면, 4년 대학과정과 4년 수련의 과정 가운데, 동물의 버섯중독에 관해서는 고작 30분 강의시간이 할당된다고 합니다. 그것도 대부분 버섯에 관하여 전문가도 아닌 선생이, 그저 수박 겉핥기식의 강의로 끝난다고 합니다. 그것도 독풀이나 독 있는 식물에 관한 강의에 곁들여서 언급될 정도랍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가축들이 유독성 식물로 말미암아 중독되는 예는 허다하지만, 독버섯에 중독되는 예는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개의 버섯중독에 대하여 소홀해서야 되겠습니까?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드문 한 케이스라도 제대로 처치하기 위해서 준비는 해두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 동물의사들도 계실 터인데, 참고삼아 독버섯의 종류와 사진, 독의 종류와 중독증상, 그리고 독 종류에 따른 치료법 등을 아주 자세히 설명하면서, 특별히 의사들이 속히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따로 책면의 색깔을 구분해서 편집해 넣은 부분(quick reference)이 있는 좋은 책이 있어서 여기 소개해 드립니다. 저자 자신이 병리학 의사(Pathologist)이십니다.

Denis R. Benjamin, Mushrooms: Poison and Panaceas, New York:
W. H. Freeman and Co., 1995.

개가 먹고 중독 될 가능성이 있는 독버섯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이미 말씀드린 대로 개는 코앞에 있는 흥미를 끄는 물건에 대하여 본능적으로 다가가서, 냄새를 맡아보고, 입에 덥석 뭅니다. 특별히 집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별나게 생긴 커다란 대상물을 만난다면 지나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풀밭에 하룻밤 사이에 크게 돋아나는 버섯을 보고 개가 가만두지 못합니다. 이러한 집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섯들 가운데, 주름버섯(Agaricus) 종류와 이미 말씀드린 바 있는 광대버섯(Amanita) 종류, 그리고 갓버섯 가운데 초록색포자를 가지고 있는 흰갈대버섯(Chlorophyllum molybdites)이 있습니다. 특별히 이 세 종류의 버섯은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어디나 흔하게 돋습니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지난 20여 년간 관찰해 본 결과,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 등 동북부 지역에 광범위하게 돋고 있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흰갈대버섯
www.naturei.net 2008-08-05 [ Denis R. Benjamin ]

(흰갈대버섯. 독성을 가지고 있는 갓버섯의 한 종류이다. 인가 근처나 학교 주변 또는 공원주변에도 많이 돋는다.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독버섯이다.)

주름버섯(Agaricus)속(屬) 가운데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시장에서 늘 사다먹는 양송이(Agaricus bisporus)나, 커다란 Portobella(이것 역시 학명은 양송이 Agaricus bisporus와 같음)와 같은 종류입니다. 이 두 종류야 인공 재배하는 것이고 또 날로 먹어도 괜찮은 식용버섯이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버섯 종류 가운데 이른 봄에 돋는 것도 있으나, 대부분 여름에 잔디 풀밭 위에 여기 저기 많이 돋습니다. 필라델피아 근교에서는 여름에 워싱턴 메모리얼 파크 묘지에 갔더니 잔디 위에 수없이 많이 돋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갓(cap)이 대체로 희고, 대(stalk 줄기)에 턱받이(ring)이가 있으며, 대 밑동에 대주머니(volva 컵받침)는 없습니다. 늙어감에 따라 차츰 갈색으로 변하고, 갓 밑의 주름(gill)색깔이 초콜릿 색깔입니다. 동부지역 보다 미국 서부지역에 갈색주름 버섯 가운데 독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독우산광대버섯
www.naturei.net 2008-08-05 [ 최종수 ]

(숲속 등산로에 맹독버섯인 독우산광대버섯이 여기 저기 돋아 있다.  개를 데리고 걷다 보면 개가 이 버섯들을 뜯어 먹을 염려가 있다. )

주름버섯은 덜 걱정되지만, 주름버섯과 모양이 아주 흡사한 초록색포자 갓버섯인 흰갈대버섯(Chlorophyllum molybdites, 영어속명 Green-Spored Lepiota)은 중독되면 치명적인 것은 아니나, 심한 구토와 배앓이를 겪게 됩니다. 뉴저지 체리힐 지역에서는 매년 7월이나 8월 더운 여름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진 다음 집 주변 풀밭 위에 여기저기 많이 돋습니다. 8월 하순 콜로라도 덴버에 사는 친구 집에 갔더니, 바로 집 뒤뜰 울타리 안 잔디밭에도 돋아 있어서 경고를 주었습니다. 갓이 큰 것은 어른 손바닥 편 것만큼 크고 탐스럽습니다. 역시 갓은 희지만 갓 표면에 갈색 사마귀점이 붙어있는 것과, 주름색깔이 엷은 초록색을 띄고 있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대에 턱받이(ring)가 있고 주름버섯과 똑같이 대 밑동에 대주머니는 없습니다. 이 독버섯은 쉽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버섯 갓을 뒤집어 보면 주름 있는 곳의 포자색깔이 엷은 초록색(연두색)입니다. 아주 흔한 탐스러운 독버섯입니다.

가장 위험한 독버섯은 역시 광대버섯(Amanita)종류입니다. 이 글 첫머리에 말씀드린 파리를 잡는 광대버섯 외에도 여러 종류가 미국 어디서나 돋는데, 그 가운데 알광대버섯(Amanita phalloides)은 한 송이만 먹어도 어른이 일주일 안에 간과 콩팥의 기능이 완전 정지되어 사망하게 되는 치명적인 맹독버섯입니다. 개가 중독되어 죽는 경우도 이 버섯 때문입니다. 미국 서부지방에서 종종 신문에 보도되는 아시아계 사람들의 버섯 중독사(死) 소식의 주인공이 바로 이 독버섯입니다.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지역에서도, 그렇게 흔하지는 않지만, 버섯 돋기에 알 맞는 시기와 기후 조건에 따라서 가끔 만나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본인은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대신 독우산광대버섯(Amanita virosa) 은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어디서나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면 광대버섯의 생김새는 줄기(대)에 턱받이(ring)가 있고, 대 밑동에 대주머니(컵받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버섯을 조사하거나 채취할 때, 갓만 칼로 벤다든지, 손으로 뜯어 오면 안 됩니다. 대 밑뿌리가 묻힌 땅 속 까지 잘 파내야 합니다. 특히 대 밑뿌리 근처에 대주머니가 있는 것이 큰 특징이기 때문에 반드시 대 밑을 관찰하여야 합니다. 치명적인 맹독을 가지고 있는 알광대버섯은 갓 표면이 엷은 올리브 초록색을 띄우고 있습니다.

알광대버섯
www.naturei.net 2008-08-05 [ David Arora ]

(알광대버섯)

위의 알광대버섯과 똑같이 치명적인 맹독을 가지고 있는 독우산광대버섯(Amanita virosa)은 전체 색깔이 아주 희고 깨끗한 먹음직스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 지역에서 해마다 만납니다. 인가근처에서는 많이 만나지 못했지만, 숲 속에는 잘 돋습니다. 무더기로 돋지는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산생(散生)합니다. 마귀광대버섯(Amanita pantheria)은 해마다 7월경 아주 흔하게 집 주변에 돋습니다. 특히 봄에 비가 많이 왔던 98년 여름과 가을에 걸쳐 인가근처나 공원에서 어른 손바닥만 하게 큰 것을 수도 없이 많이 돋았다고 합니다. 이 버섯도 맹독 버섯인데, 생김새는 일반 광대버섯의 모양을 다 갖추고 있고, 특징은 버섯전체 색깔이 진한 갈색이며, 갈색 바탕 갓 표면 위에 흰 사마귀점이 붙어 있습니다.

흰마귀광대버섯(필자 임시 명명)
www.naturei.net 2008-08-05 [ 최종수 ]

(흰마귀광대버섯[필자 임시 명명] Amanita cothurunata. 영어속명 Booted Amanita. 미 동부지역에 참나무와 소나무가 섞여 있는 혼합림 숲속 땅위에 주로 많이 돋는다. 마귀광대버섯의 일종으로 같은 독성을 지녔을 것이라고 한다. )

광대버섯은 특별히 바늘잎나무(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 針葉樹) 밑 땅 위에 돋는 것이 특징입니다. 처음에 돋아날 때 우리가 사다먹는 양송이버섯과 흡사하게 생겼기 때문에 사람도 매우 조심하여야 합니다. 돋는 시기는 대체로 여름과 가을에 걸쳐 돋지만, 뉴저지나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 지역에서는 특별히 가을 10월경에 제일 많이 돋습니다. 그 밖에도 노란비늘광대버섯도 참 많이 돋습니다. 노란색 바탕 갓 표면에 역시 노란색 사마귀점이 붙어 있습니다. 광대버섯은 종류도 많고 또 대부분 독버섯이고 거기다가 치명적인 맹독버섯이 많기 때문에, 개들이 아예 근접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물론 사람도 매우 주의해야 하며, 함부로 야생버섯을 따서 잡수실 엄두도 내지 마셔야 합니다.

노란비늘광대버섯(필자 임시 명명)
www.naturei.net 2008-08-05 [ 최종수 ]

(노란비늘광대버섯[필자 임시 명명] Amanita flavoconica. 영어속명 Yellow Patches. 미 동부지역에 많고 여름과 가을 즉 6월부터 9월에 걸쳐 가장 오래 많이 돋는다. 특히 쓰가나무 Eastern Hemlock 밑에 여기 저기 많이 산생한다.)

그 다음으로 집 주변이나 인가 근처 공원 숲 속에서 흔히 돋는 버섯 가운데, 뽕나무버섯(Armillariella mellea, Honey mushroom)과 뽕나무버섯부치(Armillariella tabescens, Ringless Honey Mushroom)가 있습니다. 이 버섯들은 앞서 잠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맛좋은 식용버섯이지만 날로 먹으면 중독되기 때문에 여기 다시 말씀드립니다. 특히 인가근처 숲 속 죽은 나무 등걸이나 집 잔디 위에 무성하게 많이 돋는 뽕나무버섯부치는 동부지역에서 대체로 8-9월 비 온 뒤에 무더기 다발로 돋습니다. 뽕나무버섯이 줄기에 턱받이(ring)있는데 비하여, 모든 생김새는 똑같지만 뽕나무버섯부치는 줄기에 턱받이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뽕나무 버섯은 땅위에서도 돋지만, 특별히 죽은 참나무(Oak)를 가운데 두고 밑동 근처에 뺑 돌아가며 무성하게 돋습니다. 생 표고버섯처럼 생긴 짙은 갈색을 띄우는 것도 있고, 아주 노란색에 갓 중앙부에 무수한 갈색 바늘 침이 돋아 있습니다. 그 색깔이 노란 꿀 색깔 같다 해서 영어 속명으로 Honey Mushroom이라고 부릅니다. 폴란드에서 온 사람들은 뽀삥끼라고 부릅니다. 생장(生長)조건이 좋으면 온 산이 이 버섯으로 덮여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돋습니다. 시기는 뽕나무버섯부치 보다 약간 늦은 9월에서 10월에 돋는 가을버섯입니다.

뽕나무버섯부치
www.naturei.net 2008-08-05 [ 최종수 ]

(뽕나무버섯부치.  이 버섯은 뽕나무버섯과 모든 모습이 똑같지만 영어 속명 Ringless Honey Mushroom이라는 이름이 보여주는 것처럼 줄기에 고리(ring)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주택가 주변 죽은 나무뿌리가 묻혀 있는 땅위에 무성하게 여기 저기 많이 돋는다.  역시 날로 먹으면 중독된다.)

이상 열거한 버섯들은 대체로 집 주변에서 많이 돋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 밖에도 끈적버섯(Cortinarius) 종류에도 맹독버섯이 있고, 지역에 따라서 마귀곰보버섯(Gyromitra)도 맹독버섯인데, 인가근처에는 드물기 때문에 멀리 공원이나 야외에 개를 데리고 나가셨을 때 주의하셔야 합니다. 아무쪼록 우리의 사랑하는 한 식구인 개가 혹시라도 독버섯에 중독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미주진도개사육인협회[Jindo Club of America, Inc.]의 기관지 "우리집 진도개"에 실렸던 글을 다소 수정한 것이다. 이 미주진도개사육인협회는 전 세계에 한국의 진돗개를 국견으로 알리기 위하여 결성된 단체이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8-08-05 06:10:10]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송이(松栮) 맛의 화학성분과 그 비밀
야생버섯의 신비(42)
 

 

미국 송이(White Matsutake)
www.naturei.net 2008-08-18 [ David Arora ]

(미국 송이. Tricholoma magnivelare=Armillaria ponderosa. 영어속명 White Matsutake. 미국 태평양 연안 서북지역, 특히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 주에서 많이 돋는다. 아이다호 주나 콜로라도 주 서북 지역에서도 돋는다는 말을 들었고, 1995년 8월 중순 콜로라도 버섯동호회 연례 야생버섯 축제모임에 갔다가 두 송이 얻어서 내내 냄새를 맡고 다니던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송이는 찾기 어렵다.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아예 송이가 돋지 않고 서부지역에서만 돋는다. 숲속에 쌓인 솔잎더미에 숨어서 갓의 일부만 삐죽하게 내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찾기 어렵다. 그러나 그 맛과 향기가 너무나 좋아 아마추어 버섯애호가들은 물론 높은 값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에 상업적 송이 채취자들까지 합세하여 누구나 송이를 찾고 있다.

그 독특한 맛과 향기 때문에 특히 일본사람들이 송이를 무척 좋아하여 일본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송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송이(Tricholoma matsutake) 수확이 줄어들어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 송이(Tricholoma magnivelare, 영어속명 White Matsutake)까지 수입하고 있다. 오리건 주에 거주하는 친지 한 분이 말하기를 가을 9월경이면 일본사람들이 산 밑에 캠프를 하면서 송이채취자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비싼 값에 송이를 사들여 즉시 일본으로 공수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곧 송이 철이 돌아온다. 여기 송이의 맛과 향기를 내는 화학물질은 무엇이며, 왜 송이는 그러한 화학물질을 내는지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있기에 소개하고 싶다.

코커광대버섯(Amanita cokeri)위에 민달팽이
www.naturei.net 2008-08-18 [ 최종수 ]

(코커광대버섯 유균 왼편 갓 위에 민달팽이[Slug]가 붙어 있다. 이 버섯은 독버섯인데 민달팽이가 먹는다. 이처럼 곤충이나 벌레 또는 동물이 먹는다고 사람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송이의 썩 훌륭한 맛을 내는 화학 물질이 과연 무엇인지 과학적 분석을 통하여 연구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처음에 송이의 향기를 내는 물질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1936년과 1938년에 일본 과학자 마루하시(S. Maruhashi)는 송이 추출물(matsutake extracts)로부터 가장 강한 향내를 내는 두 가지 물질을 알아내었다. 즉 송이의 가장 특징적인 독특한 냄새를 내는 물질은 메틸 씨나메이트(methyl cinnamate)라는 에스테르(ester)라고 한다. 원래 에스테르는 여러 다른 식용 과일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물질이다. 송이의 경우 에스테르는 향신료 가운데 계피향을 내는 물질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씨나메이트"(cinnamate)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마루하시가 발견한 또 다른 향기로운 물질은 알코올의 일종이다. 그래서 “버섯 알코올”(mushroom alcohol)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이 버섯 알코올은 다른 여러 버섯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알코올의 정확한 화학 명칭은 “1-octen-3-ol"이고 전형적인 버섯 냄새를 풍기는 물질이다.

최근에 이루어진 과학적 연구는 어째서 이 두 가지 향기로운 물질이 송이로부터 발견되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2007년 9월호 Biochemical Systematics and Ecology(volume 35, 634-6)에 보면 윌리엄 우드(William Wood)와 찰스 레페버(Charles Lefevre)라고 하는 두 분이 미국 송이에 들어있는 이 두 가지 물질이 어떻게 생성되고 또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하여 연구 보고하고 있다. 맛 좋은 향기를 내는 에스테르, 즉 메틸 씨나메이트는 민달팽이(slug)를 쫓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송이는 포자를 방출하기 전에 민달팽이가 버섯을 먹지 못하도록 이 물질을 방출함으로써 포자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느타리버섯 위에 민달팽이
www.naturei.net 2008-08-18 [ 최종수 ]

(느타리버섯을 먹고 갓 위로 기어가고 있는 민달팽이)

둘째 물질인 “버섯 알코올”은 좀 더 흥미롭다. 윌리엄 우드와 찰스 레페버 두 분이 송이 추출물을 만들려고 할 때 송이를 자르거나 부수지 않으면 버섯 알코올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송이를 분석하기 위하여 분쇄하면 많은 양의 버섯 알코올이 생성되었다. 이것은 민달팽이가 버섯을 먹지 못하도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제 2차 방어체제였던 것이다. 이미 전에 윌리엄 우드는 “버섯 알코올”이 바나나로부터 민달팽이를 쫓기 위한 물질임을 연구 발표한 바 있다(Biochem. Syst. Ecol. 29, 531). 민달팽이가 버섯을 먹으려고 씹기 시작하면 송이는 다량의 “버섯 알코올”을 방출하여 민달팽이를 쫓아내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인간의 입맛에 향기롭고 맛좋다고 여기는 이 두 가지 물질이 사실은 민달팽이가 버섯을 먹지 못하도록 쫓아 버리는 버섯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물질이라는 점이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송이를 만난 적이 없어서 관찰 할 기회가 없었는데, 혹시 한국에 계시는 분들이 송이를 채취할 때 민달팽이가 먹은 흔적이 없이 갓이나 대가 깨끗한지 여쭈어 보고 싶다. 만일 송이가 깨끗한 갓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위에서 말씀 드린 송이가 방출하는 에스테르와 "버섯 알코올" 때문일 것이다. 다른 버섯들은 그 사진을 찍으려고 살펴보면 이미 민달팽이가 여기 저기 먹어서 성하고 깨끗한 버섯을 만나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느타리버섯 주름 위에 딱정벌레
www.naturei.net 2008-08-18 [ 최종수 ]

(느타리버섯 주름 위에 있는 딱정벌레의 일종)

송이 자체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을 조사하는 것 외에도 미국 송이 균사체(mycellium)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도 연구하였다. 우리가 다 잘 아는 대로 송이는 소나무의 잔뿌리와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는 공생 균근이다. 버섯과 나무는 공생관계 가운데 나무는 잎이 탄소동화작용으로 만든 당분을 버섯에게 공급해 주고, 버섯은 균사체가 나무뿌리 근처의 토양으로부터 흡수한 양분을 나무에 공급해 주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교묘하고 독특한 공생관계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송이를 재배할 수 없는 것이다.

찰스 레페버는 그의 박사학위 공부의 일환으로 공생관계에 있는 나무뿌리 없이도 미국 송이의 균사체를 배양해 낼 수 있었다. 이 배양된 균사체는 아주 서서히 성장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크기로 성장하려면 수개월이 걸린다. 화학자인 윌리엄 우드가 이 배양된 균사체를 분석해 본 결과 놀랍게도 그가 발견한 것은 송이 자실체에서 볼 수 있었던 민달팽이를 쫓는 화학물질이 배양된 균사체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송이의 화학적 비밀이 계속 해명되고 있다. 우드가 균사체에서 발견한 주요 화학물질들은 지상 식물이나 동물에게서는 거의 발견할 수 없는 드문 종류의 유기염소(organic chlorine) 성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종류의 유기염소는 DDT와 같은 살충제나 2,4-D와 같은 제초제로 사용해 온 물질이다. 그렇다면 버섯의 균사체가 왜 이러한 물질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일까?

느타리버섯 밑에 딱정벌레들
www.naturei.net 2008-08-18 [ 최종수 ]

(역시 느타리버섯 밑에 딱정벌레가 여러 마리 모여 있다.)

균사체는 땅 속에서 소나무 뿌리와 함께 자라고 있기 때문에 민달팽이의 공격 위협이 없다. 그러나 송이의 생명주기 가운데 이 단계에서는 소나무 뿌리 주변의 공간 확보를 위하여 다른 버섯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송이 균사체에서 발견된 염소성분들(3.5-dichloro-4-methoxybenzaldehyde와 3.5-dichloro-4, methoxybenzyl alcohol)은 버섯의 중요한 물질 대사를 정지시킨다고 알려진 것들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버섯 종류의 세포벽 생성을 막아준다. 또 이 성분들은 세포와 그 주변 사이에 벽(장애)을 형성하여 버섯의 균사를 보호해주는 버섯의 검은 색소 생성을 정지시킨다. 나무뿌리 근처의 공간 확보를 위한 서로 다른 버섯들 사이에 벌어지는 화학적 싸움은 흔히 관찰할 수는 없다 해도 버섯의 생활 가운데 중요한 측면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염소성분이 단지 균사체를 인공배양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이 학자들은 송이의 균사체를 포함한 토양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토양 중에서 풍부한 염소 성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염소 성분들은 인공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균사체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당버섯 위에 지네
www.naturei.net 2008-08-18 [ 최종수 ]

(무당버섯 위에 머리를 박고 버섯을 먹고 있는 지네 Centipede)

이와 같이 송이는 전체 생명주기 가운데 그 스스로를 보호해 주는 화학물질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자실체(버섯)를 피어내기 전 아직 땅 속에서는 특이한 염소물질을 가지고 다른 버섯의 균사체를 물리친다. 자실체(버섯)를 피어낸 다음에는 향기로운 에스테르, 즉 메틸 씨나메이트를 가지고 민달팽이를 쫓아버려 자기 포자를 보호하고 있다. 만일의 경우 송이에서 풍기는 에스테르가 민달팽이를 쫓아내지 못하여 버섯을 먹게 되었다하면 송이는 상당량의 버섯 알코올을 방출하여 민달팽이를 쫓아버리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 글을 마치려하니 문득 머리를 쳐들게 된다. 먼 곳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송이의 생명주기와 생활모습을 보면서 생각나는 말이 있다. 상극상생(相剋相生), 서로 이기기도 하고 서로 살리기도 하는 버섯의 생활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어느 생명체도 살아가자면 상극(相剋)이 없을 수 없다. 허지만 상극뿐이면 모두 자멸하고 만다. 허나 상생(相生) 또한 있기에 모든 생명세계에 조화가 있고 균형이 있게 마련이다. 버섯의 신비에 빠져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니, 저 맛좋고 향기로운 자연의 선물을 식용하면서 그저 버섯을 즐기기만 하는 것으로 그칠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

(이글은 Humboldt State University, Arcata, Ca. 화학과 William F. Wood 교수가 뉴저지버섯학회 New Jersey Mycological Association의 뉴스 레터인 NJMA News, Vol. 37-6, November-December 2007에 기고한 것을 역편하여 만든 것이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2008-08-18 03:47:33]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당신은 과연 버섯광(狂)인지요?
야생버섯의 신비(43)
 

 

 

숲속의 뉴저지버섯동호회 회원들
www.naturei.net 2008-09-05 [ 최종수 ]

(뉴저지버섯동호회 회원들이 숲에서 버섯을 관찰하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 15일부터 17일 까지 펜실베이니아 주 중남단에 있는 Kings Gap Environmental Center에서 뉴저지버섯동호회(New Jersey Mycological Association) 주최로 열린 버섯 모임에 참석하였다. 마침 살고 있는 지역에서 약 70km 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서 모였기 때문에 회원들과 함께 숙식은 하지 아니하고 토요일 낮 모임에만 참석하였다. 토요일 아침 일찍 집을 떠나 오전 오후 두 번 버섯 채집에 참가하였다. 마침 이 뉴저지 모임에는 이 글을 쓰는 사람 말고도 이번 모임을 조직한 한국인 여성 테리라는 분과 생물학 교수로 은퇴한 한국인 박교수님이 회원으로 계셔서 반갑게 만나 함께 버섯 채집에 나섰다.

버섯동호회 모임에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모두들 버섯광(mycoholic)이라고 할 만큼 그 열성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이 모임에는 뉴저지동호회 회원들은 물론 다른 지역 버섯모임의 회원들도 참가하였다. 이번 모임을 조직하고 총 지휘한 한국인 여성테리는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편리한 분으로 뉴스레터가 발행될 때마다 저널리스트를 능가하는 영어 필치로 재치 넘치는 글을 쓰는 놀라운 분인데, 그 열성 또한 대단하여 어디서 모이는 버섯 모임이든 참석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몇 개의 조로 나누어 여러 곳으로 흩어져 버섯 채집에 나섰는데, 이 사람이 따라간 조는 자동차 3대에 나누어 타고 약 30km쯤 떨어진 주립공원으로 향하였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간단히 공원 지형설명을 들은 후 삼삼오오 각자 흩어져 숲으로 들어갔다. 이 사람은 특히 박교수님과 함께 버섯 채집에 나섰는데 이 분은 어찌나 세밀하게 살피시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박교수님은 현미경을 가지고 보아야 보이는 미세한 버섯들(slime mold 粘菌)에 특별 관심을 가지고 전공하시는 분이다. 호루라기처럼 목에 걸고 다니는 확대경을 가지고 가만 가만 걸으면서 죽은 나무껍질이나 가지를 주워들고 일일이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점균들을 관찰 채집하여 성냥갑만한 용기에 담는다.

젤리턱수염버섯(필자임시명명)
www.naturei.net 2008-09-05 [ 최종수 ]

(젤리턱수염버섯[필자 임시명명] Pseudohydnum gelatinosum=Tremellodon gelatinosum. 영어속명 Jelly Tooth, Jelly Tongue 또는 Jelly Hedgehog. 흰색에서 회갈색을 띄우고 갓 위에 미세한 털이 있고 살은 젤리 같으며 투명하다. 갓 밑에는 흰 침이 무수히 돋아 있다. 생식할 수 있는 식용버섯이라고 하는데, 맛은 별로 없다고 한다. 많이 썩은 침엽수 위에 돋는다. 이 버섯을 처음 발견하고 사진을 찍다가 시간 약속을 어길 번 하였다.)

젤리턱수염버섯
www.naturei.net 2008-09-05 [ 최종수 ]

(역시 젤리턱수염버섯. 갓 밑에 돋아 있는 침들을 볼 수 있다.)

나중에 이 글을 쓰는 사람은 혼자서 일행을 떠나 산 속을 뒤지기 시작, 몇 가지 버섯 사진을 찍으면서 마침내 희귀 버섯을 발견하고 좋아라 이모저모 사진을 찍다 보니, 아차 다시 모이는 약속시간이 다 된 것 아닌가! 버섯 바구니를 들고 등산용 지팡이를 휘저어가며 목에 걸린 카메라를 덜렁거리면서 허둥지둥 주차장에 당도하니, 다른 일행들의 차는 막 떠나고 있었다. 그런데 박교수님은 보이지 않고 테리만 기다리고 있었다. 박교수님은 이 글을 쓰는 사람을 찾으러 다시 숲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길이 어긋난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박교수님을 찾으러 소리쳐 부르면서 한참 숲속을 뛰어 들어가서야 이 분을 만나 돌아오게 되었다.

이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모두 서너 시간 운전해 와야 하는 먼 거리에 사는 분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2박 3일 버섯모임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뉴저지 주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 돋는 색다른 버섯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사는 지역 주변은 다 뒤져서 다른 지역에 돋는 색다른 버섯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된 실정이다. 그래서 역시 일 년에 한 번씩 모이는 동북부지역 모임, 미 전국모임은 물론 멀리 다른 나라로 가서 원정 채취까지 벌이고 있다. 가까운 이웃나라 멕시코에도 연례행사처럼 원정을 가고, 이제는 유럽 모임소식이나 동남아 또는 일본, 중국 버섯모임 광고도 심심치 않은 상황이다. 물론 배부른 나라에서나 있을법한 일이긴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분들은 거의 모두 아마추어 버섯애호가들인데 이 분들의 버섯에 대한 관심은 가히 광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좀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중남미 한국 선교사 가족 수련회 모임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폭포가 있는 브라질 이과수에서 모였을 때, 회의 도중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이과수폭포 구경을 갔는데, 이 글을 쓰는 사람은 폭포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고 혹시 버섯이 없나 버섯을 찾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던 적이 있다. 다른 분들이 모두 폭포 구경에 넋을 잃고 있을 즈음 이 사람은 이미 9종의 버섯을 관찰 할 수 있었다. 버섯에 미치면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버섯을 동정 중인 John
www.naturei.net 2008-09-05 [ 최종수 ]

(뉴져지버섯동호회 버섯모임에 참석한 동부펜실베이니아 버섯동호회 회장이 회원들이 채취해 온 버섯들을 일일이 동정하고 있다.)

동정한 버섯들을 관찰하는 회원들
www.naturei.net 2008-09-05 [ 최종수 ]

(이 모임을 조직한 테리의 모습이 보이고, 사진 가장 오른 편에 뒷모습이 보이는 분이 한참 현미경 관찰을 하고 계신 박교수님이시다.)

그래서 버섯에 광적인 관심을 보이는 버섯광증(mycoholism)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증상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한 밤중에 미친 사람처럼 광대(버섯) 춤을 춘다든지, 물고기도 없는 숲속에 그물(버섯)을 던진다든지, 잔치도 없는데 국수(버섯)를 지나치게 많이 삶는다든지, 도심 한복판에 살면서 싸리(버섯)문을 해 단다든지, 늙기도 전에 온통 얼굴이 주름(버섯)으로 덮여 있다든지, 슬프지도 않은데 말똥(버섯) 같은 눈물(버섯)을 흘린다든지, 그래서 대낮에 무당(버섯) 굿판을 벌인다든지, 지나치게 화장을 하여 얼굴에 곰보(버섯) 자국과 온통 연지(버섯) 자국으로 덮여 있다든지, 만원 지하철 안에서 마구 방귀(버섯)를 뀌면서 털어내는 바람에 먼지(버섯)와 냄새를 풍긴다든지, 안장(버섯)도 없는 말을 타고 다닌다든지, 일도 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땀(버섯)을 흘린다든지, 비 오는 날 우산(버섯)도 없이 쏘다닌다든지, 친구도 아닌 사람을 위하여 마구 금전 보증서에 도장(버섯)을 찍어댄다든지, 이유도 없이 나팔(버섯)을 불어댄다든지, 어린아이처럼 젖(버섯)을 달라고 운다든지, 눈알이 몽롱하게 환각(버섯)에 빠져 있다든지...........이렇게 버섯광의 광적 증상은 그 끝이 없을 정도다.

동정한 당근뿌리광대버섯(필자임시명명)
www.naturei.net 2008-09-05 [ 최종수 ]

(당근뿌리광대버섯[필자 임시명명], Amanita daucipes. 영어속명 Carrot-foot Amanita 또는 Turnip-foot Amanita. 종이 접시 위에 놓인 버섯을 동정하여 그 학명과 채취한 장소와 그 환경, 채취한 회원의 이름 등을 적어 둔다. 나중에 일 년 동안 채취한 모든 버섯의 종류들을 분류 하고 컴퓨터에 입력한다. 이번 모임에서 총 160여종의 버섯을 채집하였다고 한다.)

역시 당근뿌리광대버섯
www.naturei.net 2008-09-05 [ 최종수 ]

(역시 당근뿌리광대버섯이다. 갓 표면과 몸 전체에 건조하고 무수한 엷은 분홍색 가루 같은 인편이 있고 기부가 굵어지면서 무 뿌리처럼 긴 뿌리가 있다. 얼핏 위에서 보면 마치 당근 뿌리처럼 보인다. 2008년에는 이 광대버섯이 어디를 가나 참 많이 돋았다.)

자, 그렇다면 내가 버섯광인지 아닌지를 검사해 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진단이 필요한 법이다. 아래 물음에 먼저 답해 보시기 바란다. 만일 각 물음에 대한 답이 "그렇다"이면 1점을 주시기 바란다.

___날마다 비가 오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가?
___죽은 나무 그루터기를 보면 맥박이 더 빨라지는가?
___"송이"라는 말을 들으면 손에 땀이 나는가?
___버섯을 채취하러 가기 위해 귀한 손님도 가족도 사업도 모두 내 팽개치는가?
___나만 알고 있는 송이나 느타리버섯 많이 돋는 곳에 대한 말이 나오게 되면 슬쩍 다른 화제로 말꼬리를 돌리는가?
___자면서 꿈을 꿀 때 버섯 횡재하는 꿈을 자주 꾸는가?
___야생버섯을 조리할 때 벌레 탄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가?
___버섯을 채취하러 갈 때 방해를 받았을 경우 화가 나는가? 이를테면 급히 일하러 가야한 다든가, 집에 일이 생겼다든가, 교통경찰의 속도 단속 등등
___버섯 초보자가 굉장히 맛좋은 버섯을 채취하였을 경우, 슬쩍 "그 버섯 참 흥미로운 것이군요. 혹시 제가 가져가서 좀 연구해 보아도 괜찮겠지요?" 하고 말하는가?
___버섯 이야기만 나오면 혼자서라도 몇 시간씩 떠들어 대는가?
___운전할 때 죽은 나무나 그루터기를 살피느라 사고 날 번한 적이 있는가?
___7, 8월 무더위도 아랑곳없고 12월, 1월 추운 날에도 버섯 살피러 산에 가는가?
___자동차 트렁크에 다른 것은 몰라도 커다란 식칼과 버섯 담을 큰 바구니를 사시사철 언제나
싣고 다니는가?
___버섯 찾느라 땅만 내려다보고 다녀서 허리가 구부정하게 신체적 이상이 생길 정도인가?
___버섯도감이 새로 출판되면 아무리 비싼 값이라도 서둘러 사들이는가?

기생그물버섯(필자임시명명)
www.naturei.net 2008-09-05 [ 최종수 ]

역시 기생그물버섯
www.naturei.net 2008-09-05 [ 최종수 ]

(이 날 회원들이 발견한 희한한 버섯 가운데 하나인 황토색어리알버섯에 기생하는 기생그물버섯[필자임시명명] Boletus parasiticus=Xerocomus parasiticus. 영어속명 Parasitic Bolete.)

만일 여러분의 점수가

* 0-4점.....당신은 정상이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 5-8점.....어쩌면 당신은 버섯광일지도 모른다. 정밀진단을 위해 몸의 포자를 채취하여 검사를 받아야한다.
* 9-14점...분명 당신은 버섯광이다. 서둘러 치료를 받아야 한다.
* 15점 이상이면 당신은 치료 불가능하다.

15점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 하여도 걱정은 마시라. 왜? 치료가 불가능한 버섯광인 당신은 그만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북미버섯학회 뉴스레터 The Mycophile, Vol. 46:4, July/August 2005에 실린 Scott Stoleson의 "Are You a Mycoholic? Take This Test to Find Out"이라는 글에서 힌트와 아이디어를 얻어 우리 실정에 맞게 고쳐 만든 것이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
[2008-09-05 11:55:02]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