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서 피어난 꽃, 황금목이
야생버섯의 신비(49)
 
죽음에서 피어난 꽃, 황금목이

 

 

황금목이
www.naturei.net 2008-12-15 [ 최종수 ]


부러져 마른가지에서
노란 꽃 피었네
죽음에서 피어난 생명
영광의 빛
생의 기쁨 다시 노래하네

이새의 그루터기에서
새싹 돋았네
어둠에서 자라난 생명나무
무성한 푸르른 빛
밝은 내일 다시 비치네

조국 방문 마치고 돌아와 추운 겨울임에도 산행하였다. 겨울나무 숲, 바람 차가우며 여기 저기 눈마저 쌓여있다. 춥지만 겨울 숲은 차분해서 좋다. 겨울나무 사이사이로 저 깊숙이까지 다 들여다보인다. 모든 것이 적나라한 모습. 그 때 내 눈에 들어 온 마른 나뭇가지 하나 땅에 떨어져 있다. 아 - 그런데 거기 노란 꽃이 피어있다. 놀라운 일이다. 어찌 이 추운 겨울에 그것도 부러져 다 죽은 마른가지 위에 노란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그 노란 꽃은 실은 겨울에도 돋는 황금목이(Tremella mesenterica 영어속명 Witches' Butter)였던 것이다.

이 노란 꽃이 전달해주는 여러 상징적 의미에 감탄하면서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무언가 희망 같은, 새 생명의 벅차오름처럼 가슴 흐뭇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있었다. 지금 세상은 IMF 한파와 똑같은 불황 한파 때문에 더욱 으스스 하고 겨울 기온과 더불어 우리를 더욱 춥고 어둡게 만들지 않는가? 어디를 둘러보아도 따스한 빛이나 희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어디에다가 마음을 붙이고 살아가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 황금목이는 죽은 마른가지에서 노란 꽃을 피어내지 않는가? 그 노란 꽃은 죽음에서 다시 피어난 새 생명, 황금색 영광의 빛으로 다시 태어난 생명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지 아니한가? 커다란 비약일지는 몰라도 어떤 성탄의 깊은 의미, 아니면 부활의 의미를 깨닫는 것 같았다. 그건 분명 희망의 꽃이요, 다시 일어서는 의지의 꽃이며, 내일을 새롭게 여는 약속의 꽃이다.

2008년 한해도 저물어 간다. 비록 어둡기는 해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밝게 맞이해야 할 시점에 서있다. 부디 저 황금목이처럼 죽음에서도 꽃을 피어내고 어둠에서도 새 생명을 키워내는 밝은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란다. 자연을 닮은 여러분들에게 오래도록 강건 평화!!

황금목이
www.naturei.net 2008-12-15 [ 최종수 ]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기자
[2008-12-15 08:30:33]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버섯에서 천연농약이 가능할까?
야생버섯의 신비(50)
 

 

 

팽나무버섯
www.naturei.net 2009-01-02 [ 최종수 ]

(눈속에서도 돋는 늦가을 초겨울 버섯인 팽나무버섯은 박완희, 한국약용버섯도감에 따르면 식물감염 TMV, TRPV의 감염저지효과를 가진 항바이러스성분이 있다고 한다.)

지난 11월 24일 만 6년 만에 악양골 "자닮"을 반가이 다시 찾았다. 6년 전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 여름에 찾았을 때는 "자닮"이 개관한지 얼마 안 된 때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강의실 벽을 둘러싸고 있던 책장이 텅 비어 있었고 앞으로 이 책장을 유용한 자료로 꽉 채울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번에 와 보니 책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매 주 "천연농약 전문강좌"가 좋은 반응과 호응 속에 열리고 있다.

강의 자료인 "천연농약 연구노트"를 비롯하여 몇 가지 자료를 건네받으며 숙제 또한 넘겨받았다. 우리 산야에 흔하게 자라는 살충과 충기피에 효험이 있는 독초나 유독식물 이용 외에 독버섯의 독성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하여 독버섯에 대한 이야기를 해 달라는 것이다. 이 숙제를 넘겨받는 순간 우선 귀가 쫑긋한 것은 그 동안 독버섯 중독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이야기를 주로 하였고 독버섯을 이용한 천연농약의 가능성을 점쳐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막연하면서도 언뜻 감이 잡히지 않은 것은 독버섯의 독으로 어떻게 살충이 가능한 것인지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www.naturei.net 2009-01-02 [ 최종수 ]

("자닮" 앞에 서 있는 이 글을 쓰는 사람)

www.naturei.net 2009-01-02 [ 최종수 ]

(천연농약강좌 가 열리고 있는 교실)

이러한 나의 의문에 조영상 자닮 대표는 '왜 독으로 벌레를 죽이는 것(살충)만 생각하느냐, 충이 기피하도록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하면서 시야가 다소 넓어지는 것을 깨닫고 한 번 숙제를 풀어 볼 용기가 생겼다. 혹시 참고 자료가 있을까 하여 우선 책을 찾았다. 마침 "조덕현의 재미있는 독버섯 이야기"라는 책이 있기에 구입하였다. 집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조 대표가 주신 일본 사람 다나카 마치 지음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이동희 옮김)이라는 책을 읽으며 독 일반에 대한 개략적 지식을 얻은 다음, "독버섯 이야기"에서 독버섯과 버섯의 독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어떤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였다.

독우산광대버섯(Amanita virosa, Destroying Angel)
www.naturei.net 2009-01-02 [ 최종수 ]

(맹독버섯인 독우산광대버섯. 만일 이 버섯의 독으로 천연농약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완희 지음 한국약용버섯도감에 보면 이 버섯에 Aspergillus niger라는 곰팡이에 대한항곰팡이 약리작용이 있다. 특히 복숭아탄저병균 Alternaria alternata에 대한 항곰팡이 약리작용이 있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천연농약 연구노트"를 읽으면서,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은 "자닮"이 지향하는 친환경 농업의 중심 원리였다. 그 중심 원리를 통하여 앞으로 탐구해 가야할 길의 방향과 마음가짐을 가다듬었다. 모든 생명체를 나와 하나로 본다는 자타일체(自他一體) 원리를 버섯과 관련하여 이해하면 독버섯도 나의 이웃, 즉 더불어 살아야하는 가까운 이웃이라는 것이다.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성속일여(聖俗一如), 그리고 절대 선과 절대 악이 있을 수 없다는 원리에서 보면 식용버섯은 좋은 것이고 독버섯은 나쁜 것이라고 분리하여 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버섯은 독버섯대로 그 독의 존재 이유와 목적이 있다. 그 독의 존재이유와 목적을 이해하면서 우선 식용버섯과 독버섯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독버섯을 포함한 모든 버섯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사실 자타일체의 원리를 벗어나 모든 것을 선악 이원론으로 분리 이해하는 데서 인간의 반자연적 행태가 비롯되었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환경문제와 지구파멸의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성속일여의 원리에서 독의 과학을 말한다면 독과 약은 둘 다 생물활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이며 따라서 독과 약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독과 약의 차이는 물질이 지닌 성질 때문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어떻게 그것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다나카 마치,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 pp. 14, 16).

조개껍질버섯
www.naturei.net 2009-01-02 [ 최종수 ]

(조개껍질버섯. Lenzites betulina. 영어속명은 학명에 자작나무를 뜻하는 betulina라는 말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버섯이 자작나무 birch에 돋는다 하여 Birch Lenzites, 또는 이 버섯이 구멍장이과에 속한 버섯이지만 자실체 밑을 보면 주름처럼 생긴 것이 있기 때문에 Gilled Polypore, 또는 색깔이 여러 가지라 Muticolor Gill Polypore 라고도 부른다. 그 색깔이 다양해서 회황색-회갈색-회백색 등 엷은 색에다가 주황색과 갈색 등 여러 색을 가진 환문이 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여러 활엽수는 물론 침엽수에도 돋는다. 이 사진은 자작나무 그루터기에 돋은 것을 찍은 것이다.

박완희 지음 한국약용버섯도감에 따르면 이 버섯의 항균성분 가운데 감귤궤양병균 Xanthomonas citri, 도열병균 Pyriculariaoryzae, 채소시듦병균 Fusarium oxysporum, 잔디탄저병균 Collectorichum gaminicola에 대한 항균작용이 있다고 하며, 공업용으로 날염, 탈색, 남묵수 藍墨水와 도료제조에 이용된다고 한다.)

독버섯의 독에 대해서만 생각을 고정하여 깊이 사색하는 동안 우선 독버섯의 독을 천연농약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세 가지로 생각되었다. 첫째 버섯의 독을 가지고 직접 충을 죽이는 살충제의 방법, 둘째 충을 쫓아내는 충기피제의 방법, 그리고 셋째 충을 유인하여 한 곳에 끌어 모으는 충유인제의 방법이 그것이다. 그런데 독버섯의 독에 대해서만 생각을 고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 의문이 생겼다. 왜냐하면 독버섯의 독이 직접 파리나 쉬파리 같은 곤충을 죽이는 독버섯도 있지만, 많은 벌레나 곤충들이 독버섯 여부에 관계없이 버섯을 먹는다는 점이다. 즉 맹독버섯을 먹는 민달팽이나 벌레 또는 곤충들이 죽지 않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www.naturei.net 2009-01-02 [ 최종수 ]

(노래기 떼가 버섯 갓 밑에 몰려 있더니 버섯을 건드리자 사방으로 달아나고 있다. 언제나 버섯 주변에는 온갖 벌레나 곤충들이 몰려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거기다가 독버섯이 아닌 기생균 버섯의 경우 벌레나 곤충 또는 번데기에 침입한 포자가 벌레나 곤충을 죽인 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천연농약의 재료로 독버섯의 독은 물론 그 밖의 일반 버섯 또한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점에 착안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독버섯의 독을 이용하여 천연농약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을 필두로 그 밖의 다른 버섯이 지닌 가능성 또한 타진해 보려고 한다.

이미 전 세계에서 이 분야의 연구가 진행 중일 것이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기에, 전문가도 아닌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이 일이 어느 정도 성공 가능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독버섯의 독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동안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은 독자들 나름대로 그 가능성을 타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바이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순전히 야생버섯 관찰의 아마추어일 뿐이고 고등균류 연구의 전문가들이나 농사의 주체는 바로 여러분들이기 때문이다. 농민이 주체가 된다는 것은 언제나 그들이 모든 건강한 먹을거리 생산의 주체로서 농사 현장의 실천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애광대버섯(Amanita citrina)
www.naturei.net 2009-01-02 [ 최종수 ]

(애광대버섯에는 세 종류의 곰팡이에 대한 항곰팡이 성분이 들어 있는데, 특히 잔디 탄저병균 Colletotrichum graminicola와 인삼뿌리썩음병균 Cylindrocarpon destructans에 대한 항곰팡이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우선 그동안 "자닮"에 올렸던 버섯 관찰 이야기들을 다시 훑어보면서 두서없지만 지금 우리의 친환경 농법주제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는지 검토해 보았다. 버섯이 생태계에서 하는 역할이 죽은 나무와 같은 유기물질을 분해하여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줌으로써 식물이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주는 일이라는 사실은 토양구조 개선과 토양관리 및 토양관리에서 오는 부대효과를 가져온다는 친환경농업의 기본 원칙과 일치하고 있다. 그리고 버섯이 토양의 유기 또는 무기물 균형을 회복시켜준다는 뜻에서 지구의 토양비옥도를 높여주는 주역 가운데 그 일익을 담당해 오고 있다.

건강한 작물이 병충해를 막아준다는 점에 착안해 본다면 그 일에 버섯이 일정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은 부엽토 속에 포함된 토착미생물 활용원칙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버섯은 생태계 안에 있는 모든 생물의 상호의존관계와 주고받음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상생의 원칙과도 일치한다. 기주인 나무와 곤충 또는 다른 버섯의 희생으로 존재하게 되는 기생균 버섯의 존재 역시 자연은 자연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진리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 또한 친환경농업의 중심 원리가운데 대상에 대한 절대적으로 좋고 나쁨의 이원론적 규정을 내릴 수 없다는 점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큰번데기동충하초 모음
www.naturei.net 2009-01-02 [ 최종수 ]

(큰번데기동충하초. 나비목 번데기에 침입하여 생기는 기생균버섯으로 현재 이러한 기생균 버섯의 포자를 배양 이용하여 천연살충제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나아가서 기생균 버섯을 이용한 천연살충제 개발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동충하초는 송충이, 딱정벌레, 나방이나 나비, 매미, 벌, 잠자리, 메뚜기, 개미, 노린재, 거미 등 벌레나 곤충의 알이나 유충, 또는 그 번데기나 성충에 기생함으로써 그 벌레나 곤충을 죽인다. 그래서 곤충 집단의 수를 조절해 주기 때문에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을 방제하는 데에 이용할 수 있다. 동충하초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신 강원대학교의 성재모 교수는 지나간 20여 년 동안 꾸준히 연구해 오고 있으며, 이미 한국에 자생하는 동충하초 76종(1996년 당시) 이상을 채집 동정(同定)하였다.

성교수에 따르면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동충하초를 이용한 살충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서 머지않아 동충하초를 이용한 해충방제의 날이 올 것이라고 한다. 버섯과 곤충의 관계역사 또한 오래된 일이다. 흰개미버섯(Temitomyces, Termite Mushroom)은 흰개미와 공생관계를 이루어 개미는 버섯이 잘 자라도록 나무를 쏠아 잘게 만들어 주고 버섯은 자라면서 흰개미들이 나무를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그리고 개미는 버섯의 균사를 먹이로 삼는다. 말뚝버섯은 그 갓에 냄새나는 초록색 점액질을 만들어 파리와 같은 곤충을 불러 모아 그것을 빨아먹는 파리의 다리나 몸에 포자를 묻혀 번식시킨다.

Jack-O-Lantern(Omphalotus illudens)
www.naturei.net 2009-01-02 [ 최종수 ]

(Jack-o-Lantern 독버섯. 일루딘 에스 illudin S라고 하는 독성분의 항암작용이 뛰어나서 현재 항암치료제 가운데 특히 췌장암치료제를 임상실험 중에 있다.)

"버섯의 독"에 대한 지난 글을 보면 왜 독버섯이 있을까? 라는 물음과 함께 "독버섯의 독성도 그 개성 자체이며 자기의 존재표현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그 독성 자체대로 말한다면 악하다 선하다 할 수는 없을 것" 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어느 존재나 그 개성은 그 존재 이유와 목적과 역할이 분명하니 취사선택하기는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이분법적 사고 가운데 모든 것을 선과 악 둘로 갈라놓고 하나는 취하고 하나는 버리는 일에 익숙한 것이 타당치 않다는 지적 역시 친환경농업의 중심 원리인 성속일여에 일치되는 생각이다.

"목이와 반유태주의"라는 글에서도 어떻게 나쁜 버섯=독버섯=나쁜 사람=유태인, 좋은 버섯=식용 버섯=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이분법적 도식에서 나온 인종차별주의의 악영향이 나치 독일의 유태인 학살에 미치게 되었는지를 지적하였다. "화경버섯에서 암치료약이?"라는 글에서는 화경버섯의 독성을 이용한 항암치료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기에, 무서운 독버섯도 함께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야할 귀하고 소중한 것임을 지적하였다.

주름버섯
www.naturei.net 2009-01-02 [ 최종수 ]

(주름버섯에도 민달팽이를 쫓는다는 송이의 "버섯 알코올" 1-octene-3-ol 외에도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 TMV 감염 저해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송이 맛의 화학성분과 그 비밀"이라는 글은 버섯에서 천연농약을 개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준 글이라고 하겠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의 농사 경험이라야 고작 10여 년 동안 손바닥만한 텃밭을 일구어 본 것 밖에 없지만, 농사에 가장 골치 아픈 것이 민달팽이의 폐해였다. 만일 민달팽이만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그런데 송이의 독특한 향을 내는 계피산(신남산) 메틸(methyl cinnamate)이라는 성분과 송이를 부스러뜨렸을 때 발생하는 "버섯 알코올"(1-octene-3-ol)이 민달팽이를 쫓는 물질이라고 하는 사실은 앞으로 민달팽이를 통제하는 충기피제의 좋은 단서를 제공해 주고 있다.

왜냐하면 이 버섯 특유의 냄새를 풍겨주는 계피산 메틸과 "버섯 알코올"은 여러 다른 버섯 종류에서는 물론 다른 식물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섯 알코올"이 바나나로부터 민달팽이를 쫓아내는 물질이라는 것이 연구 발표되기도 했기 때문에 천연농약 가운데 충기피제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이미 Epochem이라는 회사에서 이 "버섯 알코올"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송이(Agaricus bisporus)
www.naturei.net 2009-01-02 [ 최종수 ]

(우리가 시중에서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양송이에는 "버섯 알코올 1-octene-3-ol 외에도 휘발성 향기성분이 6종이나 들어 있고 역시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 TMV라는 식물 감염 저해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또 송이의 균사체에서 발견되는 유기염소 성분은 실제로 DDT 같은 살충제나 2,4-D 같은 제초제로 사용해 온 물질이라 하니 앞으로 버섯의 균사체가 만들어 내는 이러한 물질에 대하여 천연농약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더욱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야생버섯을 관찰하다 보면 죽은 나무위에 어느 한 종류의 버섯이 우세하게 독점 지배적인 모습을 자주 만나게 된다.

즉 한 종류의 버섯 균사체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이 다른 종류의 버섯 균사체가 성장하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추측해 낼 수 있다. "버섯으로 지구 다시 살리기"에서는 이미 마이코살충제(mycopestisides)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버섯과 함께 농사짓기"에 대한 글에서도 버섯과 채소를 함께 재배함으로써 토양구조개선과 좀 더 품질 좋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하였다. 이렇게 잠간 잠간씩 언급한 이야기들이 모두 친환경농업의 중심 원리와 천연농약 개발 가능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히브리성서(구약) 가운데 욥기를 읽다가 문득, "누가 지혜로워서 티끌을 진흙덩이로 만들고, 그 진흙덩이들을 서로 달라붙게 할 수 있느냐?"(욥기 38장 38절) 라는 구절에 눈길이 멈춘다. 자연의 순리는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주관자가 따로 있다는 말일 터인데, 인간은 다만 그 순리를 따를 뿐임을 일러 주는 것 같았다. 숙명적 체념으로 그저 묵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가는대로 따르며, 자연이 주는 대로 감사히 받고, 자연이 이르는 대로 거역하지 않고 잘 귀 기울이라는 것이 아닐까? 자 그러면 먼저 오랜 옛날부터 살충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파리를 잡는 데 사용하였다는 광대버섯(Amanita muscaria, 영어속명 Fly Agaric)이 일러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

느타리버섯
www.naturei.net 2009-01-02 [ 최종수 ]

(느타리버섯에도 “버섯 알코올” 1-octene-3-ol과 ostereatin이라고 하는 살선충 殺線蟲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기자
[2009-01-02 21:00:48]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야생버섯의 신비(1)
버섯에 미치기 까지 (최종수: 야생버섯 애호가, 미국)
 
영지버섯의 일종인 쓰가불로초
www.naturei.net 2007-09-25 [ 최종수 ]

(영지버섯의 일종인 쓰가 불로초[Ganoderma tsugae]가 많이 돋은 펜실바니아주의  주 나무 State Tree인 Eastern Hemlock이라고 하는 침엽수 옆에 서 있는 필자.  이 사진은 장광선님이 찍어 주셨다.  이 침엽수에 돋은 불로초는 쓰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
 
"신의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라. 그 피조 세계 전체와 그 안에 있는 모든 모래알들을 사랑하라. 동물들을 사랑하고, 식물들을 사랑하며, 모든 것을 사랑하라.  당신이 모든 것을 사랑하면, 당신은 모든 것 속의 신의 신비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에서)

노란 뽕나무버섯
www.naturei.net 2007-09-25 [ 최종수 ]

(노란 뽕나무버섯이 참나무 등걸에 함빡 돋아 있다. 그 색깔이 꿀 색깔처럼 보인다고 하여
그 영어 속명이 Honey Mushroom이다. 갈색으로 된 것은 땅위에도 많이 돋는다.)

어떻게 보면 난 버섯에 미친 사람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봄이 오는 4월 초부터 초겨울 12월 초 까지 일주일에 적어도 3일은 산에 들어가 살게 되겠는가? 어떤 때는 혼자 그 적막한 숲속에 들어가 세 시간 네 시간씩 나오지 않는다. 곰이 두려운 줄도 몰랐고 독사가 무서운 줄도 모르고 금년(2007년 현재)에 22년 째 버섯을 찾아다니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버섯에 미치게 되었는가? 물론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돌이켜 보니 그 역사는 훨씬 이전 어렸을 때부터인 것 같다. 옛날 세검정이 있던 서울 자하문 밖(현재 평창동 근처)이 고향이었기 때문에 아주 어려서부터 혼자 산야로 돌아다니며 노는 것을 좋아하였다.

6.25 전쟁 중 시골에 있을 때 7월 어느 날 하루는 할머니께서 바구니 하나를 주시면서 뒤 산에 올라가 버섯이 눈에 띄는 대로 따오라고 하셔서 따다 드린 적이 있다. 그 때 할머님은 내가 채취해 온 버섯을 마당에 쏟더니 식용버섯을 가려내셨다. 그날 저녁에는 버섯 요리를 해 먹었는데 아무도 배탈이 나지 않았다. 그 뒤 그 때 왜 할머니로부터 식용버섯 가려내는 법을 전수받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하였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예고 없이 언제 시험을 본다 하여도 100점 맞을 자신이 있는 과목이 세 과목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과목이 생물이었다(다른 두 과목은 국어와 영어).

언제나 여행 다닐 때에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새로운 지역의 나무나 꽃 같은 식물이었다. 1981년 브라질에 40일간 여행하였는데 돌아와 찍어 온 슬라이드를 비추어주었을 때 한 분이 내게 소리쳤다. “아니, 온통 꽃이나 나무 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보니 사실이었다. 다른 풍경 보다 온통 식물들 사진이 전부였다. 브라질 여행 뒤 특히 관심 갖게 된 분야가 신의 창조 즉 환경문제였다. 이 관심이 구체화하고 생활의 한 부분이 된 것이 바로 버섯 관찰이었던 것이다.

느타리버섯
www.naturei.net 2007-09-25 [ 최종수 ]

(느타리버섯이 쓰러져 죽은 튤립 포플러나무에 다발로 돋아 있다. 2006년 11월은 이 버섯이 가는 곳마다 죽은 튤립 포플러나무에 돋아서 대 풍년이었다. 보통 한 송이가 손바닥만 하다.)


특히 야생버섯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5년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으로 이민 온 청년 가운데 버섯을 인공 재배하는 일이 본업인 분을 만난 뒤였다. 5월 어느 날 집 근처에서 버섯을 큰 것 한 덩어리(한 뭉치?)를 따가지고 그 분에게 가지고 가서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게 되었다. 그 버섯을 보자마자 그 분은 소리쳤다. “아니 어디서 그렇게 좋은 야생 느타리를 따셨어요?” 그 뒤부터 버섯에 대한 궁금증이 나를 가만 두지 않았다. 당장 책방으로 가서 버섯 책들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주변에 버섯이 있나 살피기 시작하였고 버섯을 찾는 대로 여러 종류를 따다가 신문지 위에 벌려 놓고 책을 일일이 뒤져서 생김새와 색깔을 맞추어 보면서 이름을 익히게 되었다. 혼자서 책을 통하여 공부하기 시작한지 10년 만에야 겨우 광대버섯, 무당버섯, 갓버섯, 젖버섯 등 종류별로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

90년대 중반에는 필라델피아를 중심으로 동남부 펜실바니아와 체리힐을 중심으로 한 남부 뉴저지 일대의 버섯을 관찰하여 기록한 4시간짜리 비디오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동북 펜실베이니아 지역에서는 약 3시간짜리 비디오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이제는 참으로 버섯에 미친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어느 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개 눈에는 무엇만 보인다고 하더니, 네 눈에는 버섯만 보이냐?” 사실이다. 지금은 차를 몰고 가다가도 버섯을 발견하고, 자동차 후진하다가 거울을 통해서도 버섯을 발견한다.

펜실바니아 주 동북부의 유원지인 포코노 지역에 사는 어느 분이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싶은데 좀 도와주겠느냐고 도움을 청해서 갔더니, 가까운 분이 야생버섯을 따서 요리해 먹고 중독되어 병원에 3일 간 입원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어떤 버섯을 잡수셨기에 그랬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알 수 없지요. 그 분은 영지버섯이라고 하면서 잡수셨대요.” “아, 그래요. 그런데 영지버섯은 목질이라 달여서 약물이나 마시지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버섯이 아닌데.... 색깔이 어떻던가요?” “빨간 것이라고 들었어요.” “아, 그래요. 그럼 중독된 때가 언제였나요?” “그게, 아마, 작년 9월이었어요.” “아, 그래요. 그렇다면..... 9월경에 돋는 색깔이 빨간 버섯인데 요리해 잡수셨다......알았어요, 그게 무슨 버섯인지.” 그 분은 영어 속명으로 "Jack-o-Lantern"이라고 부르는 영락없이 그 색깔이 할로윈 호박 색깔을 지닌 독버섯을 잡수신 것이다. 특히 포코노 지역에 늦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죽은 나무그루터기에 무성하게 돋는 버섯이다.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무서운 독버섯이다.

Jack-O-Lantern
www.naturei.net 2007-09-25 [ 최종수 ]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독버섯 Jack-O-Lantern이다. 할로윈 때 불을 켜는
호박색깔을 가지고 있기에 위의 영어 속명이 생겼다. 거기다가 밤에는 주름부분에서
환하게 형광을 낸다. 일종의 화경버섯이다.)

독일에 갔을 때였다. 후랭크푸르트(Frankfurt) 공항에서 우리를 데리고 라인 강변 탄광지대 복흠(bochum)으로 가던 길이었다. 가는 길에 어느 지역을 지나가게 되자 우리를 데리고 가던 분이 말했다. “작년에 이 근처 수양관에서 교인 수련회를 가졌는데 버섯을 많이 따서 실컷 요리해 먹고 또 많이 따가지고 집에 갔다”고 한다. “그게 무슨 버섯인데요?” “잘 모르겠어요.” “그럼, 그 수련회가 언제 열렸지요?” “네, 작년 10월이었어요.” “아, 그래요. 10월경에 교인들이 많이 따서 먹고 또 많이 따가지고 갔다?......그렇다면 그 버섯은 느타리버섯 아니면 뽕나무버섯일텐데....느타리버섯은 많이 따서 먹었다고 하면 말이 되지만 많이 따가지고 집에 가지고 갈 정도는 아닐 테고....그렇다면, 그 버섯은 틀림없이 뽕나무버섯일겁니다....” “참, 집에 가면 그 때 찍어 놓은 버섯 사진이 있어요.” “그렇습니까? 사진보면 무슨 버섯인지 곧 알게 되겠지요.” 집에 도착하여 사진을 보니 그 버섯은 틀림없이 뽕나무버섯이었다. 이제는 버섯의 종류와 돋는 시기 돋는 장소 정도는 보지 않고도 알게 되었다. 먼 곳으로부터 전화로 버섯에 대한 문의가 오면 위험하니 절대로 먹지는 말라는 말과 함께 상담을 해주고 있다. 현재는 "돼지털"(digital) 카메라 시대라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올려주면 거의 확실하게 식별해 주고 있다.

갈색 뽕나무버섯
www.naturei.net 2007-09-25 [ 최종수 ]

(죽은 활엽수에 갈색 뽕나무버섯이 많이 돋아 있다. 약 30ft정도의 길이를 가진 죽은
나무 위에 주-욱 엄청난 양의 버섯이 돋아 있었다. 오직 가을에만 돋는 가을버섯이다.)

버섯에 대한 매혹은 지나간 20여년 살아오는 동안 삶의 활력소와 희망과 의욕과 더불어 신바람 나는 심신의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었다.  돌이켜 보면 야생버섯을 알게 된 것은 종교적으로 말하여 "은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버섯에 미치지 않았으면 어떻게 그렇게 자주 산을 타고 고요한 숲속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숨 쉬면서 때때로 깊은 명상에 잠길 수가 있었겠는가?  야생 버섯을 만나는 기쁨은 바로 그 "만남의 은총"을 만끽하는 순간의 기쁨이기도 하다.  버섯은 신이 우리에게 무상으로 내어준 풍성한 선물이며, 그 선물도 온갖 색깔의 온갖 기기묘묘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신비한 선물이다.  버섯의 깊은 비밀과 그 신비한 차원에 점점 더 깊게 몰입하면 할수록 어떤 신적 임재와 신의 창조 솜씨에 감탄하면서 깊은 감사마저 느끼고 있다.


최종수님의 버섯 연재를 시작합니다!!
최종수님은 목원대학교, 연세대학교 신학과대학, 연합신학대학원, 미국 스케렛대학을 졸업하고, 동부침례신학대학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연합 감리교회에서 1976년부터 목회를 시작하여 2003년에 은퇴하여 미국에서 자연과 함께 삶을 가꾸고 있다. 저술은 『예수와 인간해발』『겨울나무』『한국을 위해 몸바친 나애시덕 선교사』『고호의 영성과 예술』 이 있고, 『은퇴와 믿음생활』『노인의 영광은 백발』『기도의 빛』『가정폭력 남성치유 모델』『21세기형 목회자』『예수를 해방시켜라』『새 시대를 위한 새 기독교』등을 번역했다.

최종수 기자
[2007-09-25 07:06:39]

[자연을 닮은 사람들]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야생버섯의 신비(2)
버섯의 경이로움
 
버섯의 경이로움

(알려드립니다: 연재하기 시작한 이 글은 순전히 아마추어 야생버섯 애호가의 버섯 관찰과 버섯에 관한 명상의 글입니다. 혹시 야생버섯을 채취하여 식용하시려는 목적으로 이 글이나 이 글과 함께 실린 버섯 사진들을 사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최대한의 노력으로 정확하게 버섯을 식별해 내고 그 이름도 되도록 한국 버섯이름, 영어 속명, 학명을 모두 기록하려 하지만, 잘못 식별된 경우도 있을 것이오니 독자들의 조언이나 바로잡음을 기대해 보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사람이 미국 동북부 지역에 살고 있는 관계로 이 지역에서 만난 버섯이야기와 그 사진들을 주로 실을 것이오니 사정을 참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한국에 기록되지 않은 버섯종류들도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참고하시면 혹시 나중에 그러한 버섯들 식별에 도움이 될 줄로 믿습니다.)
비늘버섯 Pholiota squarrosa
www.naturei.net 2007-10-30 [ 최종수 ]

(비늘버섯이다. 학명은 Pholiota squarrosa. 영어속명 Scaly Pholiota. 날이 가물었기 때문에 잘 자라지 못하여 돋은 모습이 마치 잘 구운 과자 같고 신기하기만 하다. 오랫동안 식용버섯이라고 알려져 왔으나 먹은 뒤 위장장애를 일으킴으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세상의 생명을 가진 것 가운데 버섯만큼 신비로운 것이 또 있을까? 버섯을 관찰 연구하면 할수록 조물주의 창조의 신비와 그 오묘한 손길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조용한 숲속, 적막 가운데 오롯이 의연한 자세로 무리지어 돋아 있는 버섯을 보면, 때로 경외감(awesome feeling)을 느낀다. 전혀 버섯이 돋을 법하지 않던 곳이나 상황에서도 조건(영양, 습도, 온도와 통풍)만 갖추어지면 무성하게 돋아나는 버섯을 볼 때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참으로 버섯은 없는 곳에서 있게 되는 신비한 것이다.

할로윈호박색야광버섯
www.naturei.net 2007-10-30 [ 최종수 ]

숲속의 할로윈호박색야광버섯의 모습
www.naturei.net 2007-10-30 [ 최종수 ]

Jack-O-Lantern 할로윈호박색야광버섯(한국명 필자명명)
(숲속에 광범위하게 할로윈호박색야광버섯이 많이 돋아 있다. 멀리서 보면 꼭 산불이라도 난 것처럼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처음에는 무척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을 정도인데 이 버섯이 무서운 독버섯이라는 생각이 들자 두려운 마음이 든다.)

버섯이 돋아 있는 숲은 고요하기만 하다.  때로 사슴이 뛰고, 산새가 지저귀며, 졸졸졸 흐르는 시내 가에 이름 모를 꽃들이 소리 없이 피어나고 있다.  거기 앉아서 신기하게 돋아 난 버섯을 관찰하노라면 신의 창조의 솜씨에 새삼 놀라고, 그 신비함에 놀라는 때가 많다. 버섯은 어느 후배 목사님의 시적인 표현대로 "고목(古木)에 핀 하얀 꽃"이다.  말하자면 죽음에서 돋아나는 생명이라는 뜻이다.  
모든 생명형태가 다 기적(奇蹟)이지만, 버섯은 기적 가운데 기적이다. 무궁무진한 조물주의 비밀을 지닌 것이 버섯이다. 생명의 신비, 미세한 가루(포자 spore)에서 시작하여 다시 그 미세한 가루로 돌아가는 버섯, 그 버섯은 자기 과시가 없다. 그늘진 곳에서 억만년을 두고 홀로 피어나 저 홀로 삭아든다. 꽃처럼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어 벌이나 나비를 부를 필요도 없고 강렬한 향기를 뿜어내지도 않는다. 말뚝버섯(Stink Horns)처럼 단지 고약한 냄새를 풍겨 파리를 부를 뿐이다. 버섯은 굳이 양분을 생산해 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미 있는 버림받은 낡은 것들을 다시 활용하고, 자기 일을 마친 다음에는 반드시 이 지구(땅)에 되돌리는 일을 한다. 세상에 커다란 짐이 되는 쓰레기들을 처리해 주는 것이다. 그 쓰레기를 분해하여 비옥한 흙으로 만들어준다.  
말뚝버섯 Phallus ravenelii
www.naturei.net 2007-10-31 [ 최종수 ]

(말뚝버섯 Phallus impudicus. 악취를 풍기는 암록색 갓 위에 파리가 한 마리 앉아서 그 점액을 빨아 먹고 있다. 이렇게 파리가 그 몸에 묻은 포자를 퍼뜨려 준다. 버섯이 피어나기 전 알 형태의 유균을 식용할 수 있으나, 맹독버섯인 광대버섯도 알 형태로 돋기 시작하기 때문에 조심하여야 한다.)

버섯관찰의 재미는 세상 처음부터 거기 제자리에 홀로 존재하였을 그 경이로움(wonders) 때문이다.  그 경이로움을 보지 못하던 눈이 열린 것이다.  비옥한 흙을 만들어 내면서 흙을 재생하는 일을 태초부터 누구하나 알아주는 이 없이 아무도 모르게 소리 없이 수행하고 있다.  숲속의 여러 주인공들 가운데 버섯은 신의 명령, 곧 땅을 잘 돌보고 가꾸고 보존하라는 명령을 어김없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버섯의 신비에 대한 감탄은 곧 종교경험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버섯의 아름답고 멋진 모습, 그 다양함, 저마다 지닌 비밀과 그 모습의 찬란함에 감탄이 저절로 우러난다면 그것은 종교경험의 경지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버섯이라는 존재들을 있게 만든 그 힘에 대한 감지(感知)는 분명 종교적 경험이다. 그러므로 버섯 관찰은 하나의 명상행위, 기도행위라고 불러도 좋다. 가슴 깊이 와 닿는 어떤 경이로움, 놀라움, 어떤 무한의 세계로 진입하는듯하다는 이 느낌은 신앙의 경지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아니겠는가? 버섯이라는 존재가 이 우주 안의 삼라만상 가운데 현존하여 생명의 주기와 순환 속에서 누구 하나 보아주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는 가운데 자기 존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언어로 다 묘사할 수 없고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버섯관찰은 버섯과 나누는 신비하고 은밀한 대화이며 사랑의 속삭임이다. 서로의 신비를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 신비를 하나씩 벗겨내는 사랑의 행위와도 같다. 은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때때로 사랑의 극치를 경험하게 된다. 상대를 황홀하게 바라다보며 감탄함 없이 어찌 사랑을 나눈다 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버섯이라는 신비한 존재가 말하고 있는 자기 존재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행위가 바로 버섯관찰이다. 버섯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늘어나면 늘어갈 수록 그 만큼 더 더욱 버섯의 신비에 매료당하게 된다.
균륜 형성한 주름버섯
www.naturei.net 2007-10-31 [ 최종수 ]

(균륜을 이루고 있는 주름버섯 Agaricus campestris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풀밭이나 잔디밭에 많이 돋기 때문에 영어속명이 Meadow Mushroom이다. 물론 식용이다. 그러나 잔디밭에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뿌리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고대로부터 버섯이 생겨난 이야기 가운데, 신화나 동화 전설을 보면 버섯의 경이로움을 더욱 느끼게 한다.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제우스신의 번개에서 버섯이 생겼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비가 많이 내린 뒤에 갑자기 무엇이라 설명할 수 없는 모양으로 돋아나기 때문이다. 중세설화에 따르면 달빛 비치는 한 밤중 난쟁이 요정들이 나와서 둥근 원을 그리며 춤추는 동안에 버섯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믿었다. 버섯가운데 균륜(菌輪)버섯(Fairy Ring)은 이름대로 해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온 뒤 중심부에서 차츰 바깥쪽으로 크게 동심원을 그리면서 둥그렇게 돋아나기 때문에, 한 밤중 난쟁이들이 마술의식을 행하면서 버섯 주위를 돌며 춤을 추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해마다 버섯이 무리지어 돋는 둥근 원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에, 그 곳은 지하의 보물을 지키는 밤의 요정들이 보물을 숨겨둔 곳이라고 믿기도 하였다. 미국 서부지방에는 그 균륜이 600년이나 된 것도 있다하니 참으로 신비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독버섯의 중독현상도 매우 다양한데, 그 가운데 환청(幻聽), 환시(幻視) 등 환각작용(幻覺作用)을 일으키는 버섯은 “신(神)의 음식”이라 하여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멕시코와 아메리칸 인디언들 가운데 제사(祭師)들이 강신의식(降神儀式) 때 먹었다고 한다.
광대버섯 Amanita muscaria
www.naturei.net 2007-10-31 [ 최종수 ]

(무스카린이라는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독성을 가진 광대버섯 Amanita muscaria이다. 미 동부지역에서 돋는 것은 미국 서부지역에서 돋는 것과 달리 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그 색깔이 빨갛지 않고 노란색 또는 주황색이다. 이 버섯을 따서 우유와 섞어 파리를 잡는다 하여 영어속명은 Fly Agaric이다.)


한 번은 숲 속에 들어갔더니 땅위에 허연 솜을 뭉쳐 놓은 것 같은 버섯이 돋아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종류의 버섯인줄로 알고 일단 “솜뭉치버섯”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나중 알고 보니 그 버섯은 영어 속명으로 “Aborted Entoloma"(유산된외대버섯[필자명명]) 즉 외대버섯이 유산된 형태였던 것이다. 버섯 자실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일그러지는 것은 이 버섯 주변에 뽕나무버섯(Armillariella mellea, Honey Mushroom)이 있어서 뽕나무버섯 균사(菌絲)의 영향으로 제 모양을 갖출 수 없게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서든지 이 "솜뭉치버섯"이 눈에 띄면 "아하, 이 주변에 뽕나무버섯이 있구나!" 하고 찾아보면 어김없이 뽕나무버섯이 발견된다. 그리고 외대버섯 종류는 대체로 모두 독이 있는데, 오직 "유산된 외대버섯"만 독이 없어 식용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산된 형태의 외대버섯과 제대로 모양을 갖춘 외대버섯이 함께 보이면 그것이 식용할 수 있는 버섯이라고 쉽게 식별해낼 수가 있다.

유산된외대버섯
www.naturei.net 2007-10-31 [ 최종수 ]
(유산된외대버섯)

버섯이 지닌 생명력 또한 가공할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헤르쿨레스(Hercules)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신의 아들로 최대의 영웅이요 초인적인 힘을 가진 천하장사를 일컫는다. 그런데 이 헤르쿨레스의 괴력에 맞먹는 힘을 버섯이 지니고 있다하면 믿지 못할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모래밭버섯(Pisolithus tinctorius)은 아스팔트 포장된 곳도 뚫고 솟아나고 포장용 판석(板石)도 마치 종이 카드 들어 올리듯 들어 올리고 돋아나기 때문에 그 강력한 힘을 가히 헤르쿨레스의 힘과 비교할만하다. 그렇다면 대체로 버섯처럼 부드러운 조직을 가진 것이 아스팔트 포장과 벽돌을 들어 올리고 돋아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어디서 가져오는 것일까? 그 대답은 살아있는 세포 속에 있는 팽창력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보면 된다. 상당한 양의 팽창력이 버섯 균사 세포 안에 축적되다가 균사가 덩어리지게 자라면서 버섯 자실체를 피울 적에 엄청난 팽창력을 보이게 되고, 버섯이 자라는 동안 만나게 되는 걸림돌이 있으면 엄청난 힘으로 그것을 밀어내게 되는 것이다.

1882년 10월경 기록을 보면 뉴욕 주 버펄로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두께가 한 피트가 넘는 두 겹으로 된 대형 곡물창고 시멘트 바닥이 부풀어 올라 불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더니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바닥이 터지면서 줄기가 약 2인치되고 넓은 갓을 가진 완전한 모습의 버섯이 돋아났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1862년 경 영국 베이싱스토크(Basingstoke)라는 도시에 도로 포장을 하였는데 몇 달 가지 않아 도로면이 불규칙하게 울퉁불퉁해졌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도로 포장 밑바닥에 깔아 놓은 무거운 돌들이 솟아오르더니 커다란 버섯이 돋아났다고 한다. 솟아 오른 돌들 가운데 한 개는 그 크기가 22x21인치나 되고 무게가 83파운드나 되었다. 결국 그 도시의 도로는 다시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실제로 먹물버섯(Coprinus comatus)이 아스팔트는 아니더라도 돌을 깔아 놓아 아주 딱딱해진 자동차 길 위에 많이 돋아 난 것을 채취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뽕나무버섯이 돌 위에 돋아 난 것을 발견한 적도 있다. 참으로 버섯의 생명력은 놀랍고 신기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먹물버섯 Coprinus comatus
www.naturei.net 2007-10-31 [ 최종수 ]

(딱딱한 돌로 포장된 길도 치솟고 돋아나는 먹물버섯 Coprinus comatus이다. 맛좋은 식용버섯인데 채취하면 곧바로 갓이 피어나서 먹물로 액화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갓이 덜 핀 어린 것만 채취하여 곧바로 삶아두어야 한다. 중국음식에 들어가는 Straw Mushroom 비슷한 맛이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자연을 닮은 사람들]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메모 :
야생버섯의 신비(3)
"만일 세상에 버섯이 없었더라면"
 

소혀버섯 Fistulina hepatica
www.naturei.net 2007-11-03 [ 최종수 ]

소혀버섯 뒤집어 본 모습
www.naturei.net 2007-11-03 [ 최종수 ]

(죽은 나무 등걸에 돋아 있는 소혀버섯이다. 학명은 Fistulina hepatica. 색깔이 마치 소고기 같다하여 영어속명이 Beefsteak Mushroom 이다. 식용버섯으로 그 맛이 새콤하여 날로 저며서 샐러드에 넣어 먹는다. 나는 여름에 상추쌈 먹을 때 한 조각씩 함께 싸서 먹기도 한다. 해마다 여러 개씩 만나고 있다. )

특별히 활엽수는 해마다 가을이면 엄청난 양의 낙엽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죽은 나무 가지들이 떨어지거나 또는 죽은 나무들이 쓸어져 쌓인다.  그런데도 많은 양의 낙엽과 죽은 나무가 한 없이 퇴적하지 않고 어느 정도 일정량을 유지하는 것은 바로 버섯이나 곰팡이 같은 균류와 세균들이 이러한 쌓여만 가는 유기물을 모두 분해하기 때문이다. 쓸어져 죽은 굵은 나무 한 그루가 모두 분해되어 흙이 되려면 20년이나 걸린다고 하니, 말하자면 버섯류는 숲속에서 그 일을 오랜 기간에 걸쳐 소리 없이 수행하고 있다.
 
숲속의 죽은 나무들
www.naturei.net 2007-11-03 [ 최종수 ]

(숲 속에 수많은 죽은 나무들이 쓸어져 있다.)

버섯류가 지닌 유기물을 분해하는 능력은 다른 미생물에 비교하여 상당히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특별히 다른 미생물들이 분해하기 어려운 셀룰로스와 리그닌 같은 고분자 화합물까지도 분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버섯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영양분을 취함과 동시에 결국에는 무기물화 하여 생산자(나무)에게 환원한다.  쉽게 말하면 버섯이 생태계에서 하는 역할이란 죽은 나무들을 분해하여 비옥한 흙을 만들어주어 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비옥한 흙에서 모든 식물의 어린 싹이 돋아 숲을 이룬다.  버섯은 생명을 주는 자이면서 동시에 파괴하는 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버섯을 두려워하는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단순히 버섯을 죽음과 부패와 관련시켜서만 이해하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다.  

분해되고 있는 나무
www.naturei.net 2007-11-03 [ 최종수 ]

(분해과정 가운데 있는 죽은 나무) 

식물을 생산자라고 한다면 동물은 소비자이며, 버섯은 재활용자이다.  식물은 탄소동화작용을 통하여 양분이 들어 있는 채소나 열매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이다.  그것을 동물들은 먹어 치움으로써 소비자이다.  그러나 부생균 버섯은 죽은 나무 같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양분을 얻고 그 유기물들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식물들이 잘 살아갈 수 있게 좋은 흙을 만들어 주는 재활용자인 것이다.

갈색뽕나무버섯
www.naturei.net 2007-11-03 [ 최종수 ]

(쓰러져 죽은 나무에 돋은 뽕나무버섯은 그 나무를 분해하여 비옥한 흙을 만들어 준다.)

버섯은 생태계에서 상호 의존관계를 극명하게 가르쳐 주는 좋은 예이다.  자연의 순환을 돕는 귀중한 것이다.  그래서 어느 분이 “만일 세상에 버섯(Fungus)이 없었더라면 이 세상은 나무 쓰레기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지구상에 살아있는 생물들이 그 쓰레기 더미에 묻혀 조만간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하였다.  조물주의 창조 가운데 아주 보잘 것 없고 작은 미물(微物)이라 할지라도,  그 존재의 뜻이 있다는 것을 버섯으로 말미암아 새삼 깨닫게 된다.

독우산광대버섯
www.naturei.net 2007-11-03 [ 최종수 ]

(죽은 나무 그루터기 위에 돋은 독우산광대버섯. 영어속명 Destroying Angel. 이 버섯의 모습이 희고 깨끗하지만 치명적인 맹독성을 지녔기에 생긴 속명이다. 본래 이 버섯은 땅위에 돋는 지상생 버섯이지만 이 죽은 나무의 그루터기가 거의 흙처럼 분해되었기에 그 위에 돋은 것이다. 학명은 Amanita virosa.)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미국)

 

[자연을 닮은 사람들]  

 

 

 

 

 

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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