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
미국의 탈북자 수용 의미美, 탈북난민 수용, 北核·범죄정권 제거 수순
부시, 강성이미지 개선하면서 韓·中에도 간접 압력
宋大晟
공군사관학교, 서울대 외교학과 및 미 미시간대 정치학과 졸업(국제정치학 석·박사). 공군사관학교 교수, 합동참모본부, 국방부 등 31년간 군 복무. 공군 준장 예편. 세종연구소 부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현재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저서로 〈한반도 평화확보:경험, 방안, 그리고 선택〉 〈주변국 안보정책과 우리의 대응전략〉 〈미국의 반테러전쟁과 한반도 평화〉 외
2006년 5월 5일 6명의 북한난민(탈북자)이 북한을 탈출한 후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도착해 노동허가증을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러한 북한 탈북자들의 미국 수용은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적용된 첫 케이스인데 향후 미국 정부가 ‘탈북자 대량수용’ 쪽으로 정책을 구사할 것이라는 보도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금번 미국의 탈북자 수용과 관련해 미 하원 아프리카ㆍ국제활동소위원회 크리스 스미스(공화당) 위원장은 “마침내 탈북자 6명이 입국했다. 북한인권법이 드디어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면서 금번 탈북자 미국 수용을 의미 깊게 언급했다.
북한인권법안의 산파역을 했던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핵 우선이냐, 인권 우선이냐 하는 논쟁은 끝났다”면서 미국이 북한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은 1970년대 중반 소위 ‘헬싱키 프로세스’(1975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미ㆍ영ㆍ독 등 NATO 회원국과 소련 및 동구권 등 35개국이 모여 평화체제 구축과 인권존중, 내정불간섭, 국경존중 등에 대해 합의했는데, 이를 ‘헬싱키협약’이라 하고, 이후 이 협약을 이행하면서 진행된 동구 공산국들의 해체과정 등을 ‘헬싱키 프로세스’라고 부름)와 유사한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북한의 김정일정권 붕괴와 연관짓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번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탈북자들을 수용한 사건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존엄성 제고 노력=미국 역사의 진리
부시행정부 제1기인 2002년 첫 번째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가 발간되었다. 그 보고서에서 부시행정부는 “미국은 자유와 정의를 수호해야만 한다.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는 원칙은 세계 모든 인류에게 정의와 진리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 제고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며, 오직 민주주의 체제하에서만 그 수호가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인간의 존엄성 제고를 위해 말로써 그리고 행동으로 자유를 소리 높게 외치고, 인권위반 행위들에 절대 반대하며, 이러한 제반 이상들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모든 자원을 공급할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인간의 존엄성 제고 노력은 미국의 역사적 사명이며 이러한 사명을 추구하는 것이 미국 역사의 진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인간의 존엄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느 정당이나 정권적 차원의 정책이 아니고 세계를 향한 미국의 당당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존엄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미국 역사의 진리라는 주장은 2006년 3월 16일 발표된 두 번째 NSS에서도 거듭 강조되고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자유를 가장 소중하게 다루는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다. 미국이 오랜 역사적 전통으로서 자유를 소중하게 다루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이 지켜야 할 가치들을 지킬 수 있고, 미국이 추구하는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국민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나라는 대개 다른 나라들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며, 자기 나라 국민의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정권은 다른 나라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것이 상례다.
지금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는 나라들은 국제무대에서 모두 책임성이 강한 국가들이며,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서 노력함은 국제적 안정을 도모하고, 국제적인 분쟁을 줄이고, 테러를 방지하고, 테러를 지지하는 극단주의자들을 척결하고, 평화와 번영을 증진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미국은 폭정 종식과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폭정은 잔혹함, 빈곤, 불안정, 부패, 고통을 동반하며 이러한 폭정을 자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정권은 북한, 이란, 시리아, 쿠바, 벨로루시, 미얀마, 짐바브웨 등이며, 이들의 폭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보다 ‘실용적인 수단(pragmatic in means)’을 적용할 것이다.
실용적인 수단이란 ▶폭정국들의 인권유린 사항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폭정국들의 민주개혁을 위한 공개적 지원 ▶폭정국 내 민주시민세력에 대해 군사력 장악 지원 및 군사훈련 지원 ▶사람들을 인질로 잡아 방면하지 않고 있는 폭정국을 대상으로 마련한 제재방안 실천 ▶폭압정권에 대한 타국의 지원 차단 ▶특정 나라·지역에서 자유, 민주주의, 인권 증진을 위한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파트너 형성 ▶인권 혹은 민주주의 제고를 위한 국제적 기금 혹은 재단 강화 및 새로운 주도권 발휘 ▶기존 각종 국제기구 및 지역기구들과 협력 등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이러한 역사관과 세계관, 국가안보관을 보유하고 북한인권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개입을 미국 역사가 추구하는 당위적 의무라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탈북자들의 미국 수용은 인간의 존엄성 제고라는 미국이 추구하는 명예로운 역사창출을 위한 구체적 실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종교적 신념=악의 소굴로부터 인간구제
탈북자들의 미국 수용은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 인성 및 그의 신념체계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기독교 신앙심이 대단히 강한 소위 서던 뱁티스트(Southern Baptist)다. 미국 기독교도 가운데 남부지방에 거주하면서 거의 근본주의자에 가까운 신앙태도를 보유하고 있는 침례교 신자들을 서던 뱁티스트라고 부른다. 서던 뱁티스트가 갖고 있는 의미 중에는 ‘원리원칙을 지독하게 강조하고 실천하는 기독교인’이라는 의미가 있다. 서던 뱁티스트들은 아무리 어려운 여건에서도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뜻에 부응하고 하나님을 모시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불굴의 의지를 갖고 실천에 옮기는 특성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서던 뱁티스트답게 강한 신앙심을 갖고 수행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아무리 미군이 많이 희생되고 전쟁에 대한 여론이 나빠도 ‘테러리스트들을 박멸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불굴의 신념을 갖고 계속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강한 신념체계 중 하나는 ‘폭정을 자행하는 폭군을 절대로 용서하지 못함은 물론, 그 폭군으로부터 신음하는 백성들 구제’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북한 김정일정권에 대한 인식은 ‘악의 축(axis of evil)’이다. 부시의 인식은 김정일은 용서할 수 없는 악, 사탄이고 그 밑에서 신음하고 있는 불쌍한 북한주민들을 김정일의 학정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부시 대통령의 강한 신념은 2004년 10월 18일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발효시키는 큰 성과를 거두었고, 이 법에 의거, 2005년 8월 20일 제이 레프코위츠를 북한인권특사로 임명하고 북한주민들을 김정일의 학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본격적인 해방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2005년 탈북자 강철환 기자와 2006년 4월 28일 탈북소녀 김한미양 가족 면담 등 최근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개선운동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번 탈북자들의 미국 수용은 ‘악의 소굴 김정일정권으로부터 고귀한 생명체인 인간 구제’라는 미국 부시 대통령의 강한 종교적 신념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대단히 의미 있는 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일정권 붕괴, 강제 제거 위한 구체적 작업
미국이 탈북자들을 수용한 것은 북한 김정일정권의 붕괴와 강제 제거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의 시작을 의미한다. 미국은 북한 김정일정권을 2005년도 11월 6자회담을 끝내고부터 본격적으로 국제적 범죄정권(criminal regime)으로 다루고 있다.
NSS에서 미국은 북한의 국제범죄행위들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관심(broader concerns)을 가질 것이며, 특히 위폐, 마약밀매, 미사일 등 군사력을 갖고 남한 및 이웃국가들을 협박하는 행위, 북한주민들에 대한 학정 및 기아문제 등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주시할 것이며… 김정일정권은 그들의 정책들을 바꾸어야 하고, 그들의 정치체제를 대외적으로 개방해야 하며, 주민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 미국은 내부적으로 북한의 못된 범법행위들에 의해 미국의 국가 및 경제적 안보가 교란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의 성공적인 활동을 통해 대량살상무기의 불법거래를 차단할 것이며, 이들을 지원하는 자금줄을 철저히 단절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자행한 국제적 범죄행위들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조치들이 김정일정권 강제 제거로 연결되는 여러 가지 징후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북한 김정일정권을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 차원에서, 그리고 대량살상무기 통제 차원에서 제거대상으로 결론짓고 구체적인 제거방법으로 강력한 금융제재와 북한인권 문제의 공개적 개선 노력을 선정하고 그 사업의 하나로 탈북자들의 미국 수용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탈북자들의 미국 수용 소문이 북한주민들에게 퍼지면 북한땅 전역이 ‘인축농장(人畜農場)’이 되어 있는 그곳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중국 정부 간접 제재
미국의 탈북자 수용은 한국과 중국 정부에게 미국이 인권 차원에서 강한 비판의 펀치를 하나씩 먹인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지난 몇 년간 한국정부와 중국정부는 탈북자 처리와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 세계인들로부터 비판받을 일을 많이 자행하였다.
한국정부는 김정일정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북한에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구호로써만 외치는 인권이 아니라 북한주민을 위한 실질적이고 조용한 처리” 운운하면서 북한인권 개선에 극히 소극적이고 애매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많은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동안 중국의 탈북자 처리 역시 너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 많은 국제적 비난을 받아왔다. 기아와 학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탈북한 사람들을 중국 관헌들은 마치 동물사냥하듯 체포해 북한에 송환하는 비정함을 계속하고 있고,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을 노예 혹은 성 노리갯감으로 대하고 있는 잔혹한 비인권적 행위들은 세계인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어 있다. 이러한 중국에 대해 미국은 비인간적 행위를 중단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실제 행동으로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은 북한인권 문제에 소극적이고 역행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한국정부와 중국정부에 강한 비판의 펀치를 날리고 있는 셈이다.
북핵문제 간접해결 노력
미국의 탈북자 수용은 북핵문제 해결방안을 방향선회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 부시행정부는 불량국가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 및 개발함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이라는 차원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가장 위협적인 정권의 하나로 북한 김정일정권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김정일정권에 대해 “세계적인 비핵화 노력에 가장 큰 도전과 위배를 거듭하고 있는 불량국가로서 ‘표리부동함과 나쁜 신념을 갖고 교섭을 전개한 오래고 황량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정권(It presents a long and bleak record of duplicity and badfaith negoti-ations)’”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북한은 2005년 및 그 이전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보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미국은 북한이 절대로 스스로 핵개발을 포기할 정권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은 것 같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과 한국의 비적극적인 북핵포기 노력에도 실망한 것 같다.
미국은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합의한 북한보유 모든 핵무기 및 핵개발 프로그램 완전포기 사항을 철저히 실천해야 하며, 이것을 위해 미국은 북한에 계속 압박을 가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인권문제 및 범죄국가 차원에서 북한을 옥죄고 있다. 그리고 대량살상무기 비확산과 미국의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필요한 경우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핵무기 같은 가공할 무기들을 동원, 선제공격을 감행할 것임을 과감히 천명하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노력이 불가능하다는 결론하에 북한이 안고 있는 엄청난 약점인 인권문제를 공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부시행정부 이미지 개선 효과
부시행정부가 탈북자들을 수용함은 지난 5년간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호전적 이미지를 어느 정도 개선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직접 탈북자들을 백악관에 초치해 인권의 존엄성 차원에서 위로와 격려를 하는 장면은 늘 테러리스트 박멸만 외쳐온 부시의 호전적이고 강성 이미지 개선에 절대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이 수행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하지 않는 나라일지라도 미국이 앞장서고 있는 탈북자 수용 문제에서는 얼마든지 협조하고 동참할 나라가 많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부시정부의 탈북자 수용은 국제적으로 자체의 강성 이미지 개선 및 국제적 협조 획득이라는 성과를 획득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북한 탈북자 수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았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의미들을 차분히 분석하고 각각의 의미가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시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영향들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