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탈북주민 대량입국 대비 서둘러야 한다

   

정부·민간 망라한 참여대책으로 혼란 최소화해야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지원 문제는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민간사회단체의 지원은 물론 온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문제로서 민관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현실적 과제다. 따라서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증가에 따른 국민적 재정부담, 사회문제 등의 우려에 대한 문제인식은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한번 겪어야 할 남북사회 통합의 시험과정에서 오는 진통이라는 큰 의미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의식변화가 요구된다.

尹 良 重 동국대 행정대학원 북한학 석사.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논문

〈탈북귀순자 수용대책에 관한 연구〉 〈북한개방 유도방안〉 외.


최근 들어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이들의 사회적응 및 정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북한주민의 탈북현상이 가시화되고 이들의 국내입국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기존 관계법령의 정비 및 수용시설 설치 등 다각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오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자립 자활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마련해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을 통해 2개월 과정의 사회적응 훈련 및 교육, 재정지원, 직업교육 및 취업알선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들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대북관 변화 및 남북관계 호전 등 남북관계 정상화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전보다 소극적이다. 즉, 현재와 같이 일단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어쩔 수 없이 수용은 하되 북한주민의 탈북을 조장하거나 유인하지 않을 뿐더러 중국 등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도 적극적으로 주선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으로의 입국을 위해 해외공관 등에 진입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는 인도적인 측면에서 입국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매월 100여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으며, 북한의 계속된 식량난과 경제난을 고려할 때 탈북 증가는 물론 이들의 국내입국 또한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이 현재보다 대량화될 경우 완전한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북한이탈주민의 현황
1) 국내 입국자 규모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은 분단 이후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이탈주민 숫자가 연 10여명에 불과했으나 1990년대 이후부터 그 숫자가 점차 증가, 급기야 2002년부터는 연 1000명 이상에 이르고 있다. 최근 5년간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추이를 보면 1999년 148명, 2000년 312명, 2001년 583명, 2002년 1139명, 2003년에, 1281명이 입국하였으며, 금년 들어서도 3월말 현재 366명이 들어왔다.
금년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전년 월평균 입국자 107명 대비 14%, 동 기간 입국자 268명 대비 27%가 증가한 규모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 한 해 동안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자 규모는 작년보다 20~30% 증가한 약 1500명 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규모에 대한 예측은 북한체제 현실과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주재국의 태도, 우리 정부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책방향 및 추진의지 등 제반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이 계속되고, 국내외 민간사회단체에서 추정하고 있는 10만여명의 중국 등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이 국내입국을 원하고 있는 한 이들의 국내입국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중국 등 주재국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남북관계 및 주재국과의 외교관계를 우려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입장 등이 변화될 경우 그 규모는 현재보다 훨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 국내 입국자의 특징
최근 연도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경우를 1990년대 이전과 비교해볼 때 탈북 동기, 신분계층, 탈북 경로 등 형태면에서 다른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성별에 있어 남성보다 여성 입국자의 숫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의 경우 63.4%가 여성 입국자로 나타났으며, 금년 3월말까지의 입국자 366명 가운데도 남성이 122명인 데 반해 여성은 244명으로 두 배 정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젊은 남성의 단독입국이 대부분인 반면 여성 입국자는 10% 미만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가족단위 탈북이 많아지면서 여성 입국자가 30~40%대로 증가했고, 급기야 작년부터 남성보다 더 늘어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둘째,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신분계층에 있어 무연고 청소년층과 무연고 노인층 입국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전후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20~40대의 젊은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도 입국자를 보면 20~40대는 과거와 비슷한 수준인 반면 미취학 연령층과 취학 연령대의 청소년층, 노인층이 30% 정도 늘어났다. 이와 같이 젊은 층보다 상대적으로 생계능력이 약한 청소년층과 노약자층의 국내입국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북한의 어려운 경제현실이 일차적 원인이다. 또 우리 정부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정책이 중국 국경 인접지역의 북한주민과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그만큼 많이 알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셋째, 북한 탈출 후 중국 등 국외에서 평균 2~3년 정도 체류한 후 국내에 입국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대부분이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제3국을 경유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남북 군사분계선의 통제강화로 남한으로의 직접 월경이 불가능함에 따라 탈북이 용이하고 탈북 감시체계가 허술한 중국 등 제3국으로의 탈출경로를 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대부분이 탈북한 후 곧바로 국내입국을 선택하지 않고 상당기간 동안 국외에서 체류한 다음 국내로 입국하고 있는 것은 탈북동기가 과거의 경우처럼 북한체제 비판, 남한사회 동경 등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먹고살기 힘든 현실에서 탈피하기 위한 생계형 탈북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북한으로의 자진 복귀기회 상실, 재북 가족과의 연락체계 유지 가능 및 재북 가족의 동반탈북을 유인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 한국으로의 입국에 필요한 알선비 등 소요경비 확보, 어느 정도의 현지생활 적응 등이 주된 요인이라 하겠다.

북한이탈주민의 대량입국 대처방안
1) 국내입국 증가 원인
최근 연도 들어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은 현재도 북한주민의 탈북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중국 등 국외에 체류 중인 북한이탈주민 숫자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북한주민이 왜 탈북을 할 수밖에 없으며, 탈북 후에도 북한으로의 복귀 또는 현지국 체류를 원하지 않고 굳이 국내입국을 원하는 걸까.
그 이유는 첫째, 북한체제 문제로,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가운데 ‘먹는 문제’조차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현 상황은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탈북동기 및 신분 등 직업형태 변화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탈북동기를 보면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이 심각했던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처벌우려, 사상과 이념의 차이, 북한체제에 대한 염증, 남한사회에 대한 동경 등 이데올로기에 의한 것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주로 먹고살기 힘든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최근 연도에 국내에 입국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신분 등 직업 형태를 보면 북한 사회에서 이른바 특권계층으로 분류되는 외교관, 유학생, 고위인사, 군인 등은 줄어들고 여성, 농장원, 노동자, 청소년, 노인, 가족동반 등 주로 일반 계층의 입국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둘째, 국외 체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북한 및 주재국 공안들의 지속적인 단속강화에 따른 신변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10만여명의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이 북한으로의 복귀 대신 한국으로의 입국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제3국으로의 탈출을 위해 중국 내 재외공관 등 시설에 진입한 북한이탈주민의 대부분이 강제로 북송되기보다는 인도·인권적 차원에서 한국으로의 입국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촉진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우리 정부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정책이 중국 등 국외에 체류 중인 북한이탈주민과 중국 국경 인접지역의 북한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지원은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시 신분보장은 물론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실시, 주택제공, 교육지원, 의료보호, 직업훈련, 취업알선, 정착지원금 지급 등 다양한 정착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지원정책은 북한주민의 탈북 유인은 물론 기존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으로 하여금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알선을 가능케 함과 동시에 재북 가족의 연쇄탈북과 릴레이식 입국을 가능케 하고 있다.
넷째, 중국으로의 탈출이 용이한 지형적 여건 및 북한의 탈북 감시체계 소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중국과 국경을 이루는 강(두만강에서 압록강까지)의 폭이 겨우 10~20m 이내인 데다 수심도 1m 이내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북한군의 감시도 중국과 연결되어 있는 압록강 철교(中朝友誼橋), 두만강 콘크리트 다리, 기타 10개 이내의 통상구(通常口)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은 감시상태가 전무할 정도로 허술하다(필자가 2001년 7월 직접 목격). 따라서 1990년 중반 이후 북한의 계속된 식량난과 경제난 등으로 인해 일시 중국으로의 월경을 경험한 북한주민의 경우 탈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재탈북은 물론 가족동반 탈북도 가능한 상태다.

2) 대량입국시 대처방안
북한주민의 탈북과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증가현상은 북한 경제의 단기적 회복,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북한 복귀시 처벌 무마 또는 현지국 체류 보장,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체포단속 완화, 우리 정부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정책 변화 등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제반 사항들이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대량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현행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북한이탈주민의 소수 입국에 대비한 것으로서 대량입국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시설 및 전문인력 부족, 북한이탈주민 관리에 따른 업무조정기능 약화, 민간사회단체의 역할 제한,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의 비효율성 등이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증가추세에 적절히 대처하고 북한이탈주민을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① 정착지원시설 확충 및 전문인력 확보
향후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대량화에 대비하고 이들의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교육과정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지원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인 하나원 시설을 확충하고 조직과 기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계층이 성별, 연령별, 직업별로 다양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교육과정이 현재보다 세분화되고 강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원은 1999년 7월 동시수용 인원 100명 규모로 개소하였으나, 개소한 이후에도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2003년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일부 시설을 증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탈주민의 지속적인 증가로 또다시 수용인원을 소화해낼 수 없는 시설부족 상태에 있는 실정이다. 부족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지원시설 해결방안의 하나로 2002년 10월부터 성남시 소재 하나원 분원도 운용하고 있으나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나원의 조직을 보면 3개과 42명의 직원과 자원봉사 형태인 일용직 10명 등 소수 인원이 매월 100여명에 이르는 국내입국자에 대한 행정처리, 현장 인솔, 상담, 방호 및 시설관리 등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서순화, 심리안정, 문화적 이질감 해소, 진로지도, 기초직업 훈련 등 하나원의 사회적응 훈련 및 교육 프로그램 교육과정이 2001년 8월 이후부터 기존 3개월 과정(총 520시간)에서 2개월 과정(총 301시간)으로 단축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 전용시설인 하나원 시설을 증축하거나 제2의 하나원을 시급히 신축해야 할 것이다.
다만 제2의 하나원 신축 문제는 재정확보라는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정부기관의 시설 및 공공시설, 사회복지관, 민간연수원 등의 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나원의 조직과 관련해선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등 교육과정에 필수적인 심리상담, 법률, 사회복지, 의료, 교육, 취업, 재정관리, 남한사회, 남북 및 국제관계 등 각 부문별 전문가를 충원하는 방향으로 확대개편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② 업무조정기능 강화
현재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지원과 관련된 조직체계는 정부부처간 업무특성에 따라 담당업무 영역이 각각 구분되어 있는 반면, 총괄기구와 집행기구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가운데 통일부가 전담하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즉 사회적응 훈련 및 교육, 정착지원 업무는 통일부, 직업훈련 및 취업지원 업무는 노동부, 교육지원업무는 교육인적자원부, 생활보호 업무는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지원 업무는 보건복지부, 신변보호 업무는 경찰청에서 각각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총괄조정하는 담당부처가 명확히 지정되지 않음에 따라 부처간 이기주의는 물론 이해관계 등 분쟁발생시 정책조정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총괄조정 기능을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시설을 관장하고 있는 통일부(정착지원과)에 부여하는 방안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겠다. 또는 북한이탈주민을 관리한다는 특수성과 시설 및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여 현재 조직보다 격상된 가칭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 기획단’이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 관리청’ 형태의 독립기관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③ 민간사회단체의 참여 및 민관협의체 운영의 활성화
민간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및 민간사회단체와 정부기관 간의 유기적인 연계망을 강화하기 위한 조정기구 신설도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의 체계적인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안전한 사회정착 등 효율적인 지원과 보호를 위해서는 민간사회단체의 참여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문제발생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경우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민간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욱 절실하다.
또한 하나원 교육과정을 마친 이후부터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후관리는 정부보다는 민간사회단체가 맡아야 할 사안들이 더 많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사회단체가 담당하게 될 업무 및 역할 등 제반사항을 협의조정하는 민관협의체 구성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와 민간사회단체의 업무 및 역할 분담에 있어 기획조정 등 총괄업무는 정부가 맡되 인력지원, 재정분담지원, 시설지원 등 일정부분은 민간사회단체가 담당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1999년 11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에 따른 민간사회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을 유도하기 위해 결성된 ‘북한이탈주민 민간단체협의회’를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2001년 결성된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지원단체로 구성된 ‘북한이탈주민지원 지역협의회’를 전국으로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의 주요업무에 대한 협의조정과 유관단체간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현행 정부 내 설치되어 있는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를 민간사회단체 대표와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민관협의체 형태의 가칭 ‘북한이탈주민대책민관합동협의회’로 확대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④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등 교육과정 체계화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과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조사과정의 신속한 처리와 사회적응 훈련 및 교육 프로그램 등 교육과정이 보다 실용 가능한 방향으로 체계화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의 입국이 대량화될 경우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특수계층을 제외한 청소년, 여성, 노약자층 등 일반주민에 대한 정보기관의 조사는 그 기간을 단축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하나원에서 2개월 과정으로 실시하고 있는 사회적응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은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사회에 정착하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을 지도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이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북한이탈주민의 신분, 연령, 성별 등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공통과정과 전문과정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통과정은 현행 교육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남한사회 소개,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 및 지식, 현장견학, 기초법률 등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합동교육 형식으로 가급적 짧게 시키되, 전문과정에 있어서는 신분, 연령, 성별, 희망직업 등을 고려하여 그룹단위로 세밀하게 시켜야 할 것이다. 예컨대 취업이 가능한 연령층에 대해서는 교육과정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희망직종에 따라 직장생활에 필요한 기초지식과 관련 전문지식 위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착지원금의 조기 탕진에 따른 문제가 또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정착금 관리능력 및 활용방법을 제고시키는 교육을 철저히 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일탈현상 원인 가운데 남한사회 및 직장생활에서의 부적응이 대표적이나 그보다는 창업실패, 사기, 유흥, 관리소홀 등으로 정착지원금을 조기 탕진한 경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데 따른 제안이다.

⑤ 기타 ‘국외 탈북자 임시보호소’ 설치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대부분은 북한 및 주재국의 체포단속 강화에 따른 불안과 생계유지를 위해 ‘직업여성’으로 뛰어드는 등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북한으로의 복귀, 현지국 정착, 한국 입국 등 세 가지가 있으나 국내입국 이외의 방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 때문에 ‘죽기살기식’으로 국내입국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성사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나 주재국의 적극적인 협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국제인권단체, 한국의 인권 및 종교단체, 중국주재 한국 사업가 등의 주선과 협조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이들의 국내입국 주선을 돕다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구금되거나 추방되는 사태가 빈번해짐에 따라 이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은 북한과 동맹관계에 있는 주재국의 비협조, 남북관계 영향 및 주재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난민(難民) 적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또한 이들의 임시적인 현지정착과 최소한의 인도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가칭 ‘국외 북한이탈주민 임시보호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대량화를 적절히 조절하는 역할은 물론 향후 북한의 급변사태 대비 차원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단속강화로 인해 북송 또는 현지국 공안에 억류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남북관계 및 주재국과의 외교적인 관계를 감안하여 정부보다는 민간사회단체, 인권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재정지원 문제와 국제사회 동참 등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결 론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지원 문제는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민간사회단체의 지원은 물론 온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문제로서 민관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현실적 과제다.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남한 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 있을 뿐 경제적 여력은 물론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입국하게 된다.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이탈주민 자신의 적극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과거 냉전적 시각에서 따뜻한 동포애적 시각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도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국내입국을 인권보호 및 인도적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주선하고, 국내입국이 어려울 경우 현지국 체류 보장 등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 및 주재국 공안에 체포되어 강제로 북송되거나 구금되는 인권유린 사태를 막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증가에 따른 국민적 재정부담, 사회문제 등의 우려에 대한 문제인식은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한번 겪어야 할 남북사회 통합의 시험과정에서 오는 진통이라는 큰 의미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의식변화가 요구된다. 최근 북한의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에 따른 복구지원사업에서 보여준 우리 정부와 사회민간단체 및 국민들의 따뜻한 동포애와 인도애적 관심과 성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과 탈북 후 국외에서 숨어 지내고 있는 10만여 북한이탈주민에게도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離散과 재회(4) 탈북자 1만명 시대 아직은 아득한 그들과의 공존
[2006-10-10]

탈북자 1만명 시대
아직은 아득한 그들과의 즐거운 공존
정부 정착지원 ‘귀순용사’ 시대부터 4차례 변화 ... 2등 국민으로 전락



탈북자 1만명 시대와 정부 지원정책 변화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식량사정 및 국가경제가 크게 악화되자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늘어나고, 이와 더불어 국내 입국자가 현저하게 늘고 있는 상황은 우리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좋은 벗들’은 최근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규모를 10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여러 단체에서 중국체류 탈북자 규모를 3만, 5만, 10만 등으로 각각 추산하고 있으며,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도 상당수 탈북자가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예로 2006년 8월 23일 태국 당국에 탈북자 175명이 이민법 위반으로 체포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한국입국 대기자라는 것이다.
통일부 발표자료에 의하면 2006년 7월말까지 국내 입국한 탈북자 수는 총 8741명이다. 2002년 처음으로 연간 입국규모 1천명(1141명)을 넘긴 후 2005년에는 1383명이 입국했으며, 2006년에는 7월까지 1054명이 입국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1200~1300명이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예측해보면 2007년 하반기에 탈북자 1만명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탈북자 1만 시대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탈북자로 인하여 혹은 남북관계에 있어 어떤 급격한 변화나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건 아니다. 다만 탈북자 1만 시대에 이들의 진정한 한국사회

안착 혹은 자립에 관해 의미 있는 논의를 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되며, 그에 관한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탈북자의 정착, 나아가 안착에 대해 갑론을박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의 의견은 경제적 측면, 사회적 측면, 탈북자 개인적 측면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경제적 측면은 탈북자의 경제적 안정을 통한 정착에 관한 것으로 대부분 취업과 관련된 것이며, 사회적 측면은 탈북자들이 동화되기 위한 여러 가지 맥락에 관한 것이다. 개인적 측면은 육체적·정신적 건강문제, 가족문제, 성향문제 등이다.
열거한 하나하나가 중요한 주제이며 광범위한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의견은 탈북자 지원정책과 연관되어 설명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는 탈북자 정착에 관한 여러 가지 제도의 미비나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한국 사회의 준비부족에 기인하며, 무엇인가 잘못됐으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 결론에서 주장되고 있다.
탈북자의 우리 사회 정착에 가장 힘이 되는 것은 당연히 정부 주도의 정착지원제도다. 그중 경제적 지원제도가 가장 중요하다. 정부의 정착지원제도는 크게 네 번의 변화가 있었으며, 이러한 변화는 탈북자들의 국내에서의 신분과 경제상황에 수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를 필자가 정한 카테고리로 살펴보면 첫 번째가 귀순용사시대로 1960~80년까지로 볼 수 있다. 이때는 국가보훈처에서 이들의 처우를 관장했으며 보상금, 취직, 학비, 주택, 연금 등을 풍족하게 지원했다. 그리고 국민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던 시기로 귀순자의 황금시대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귀순북한동포시대로 1993년 러시아 벌목공 수십 명의 귀순을 계기로 ‘귀순북한동포보호법’을 제정하고 관할을 보건복지부로 변경했다. 이때는 경제적 난민의 생활보호대상자적 처우 수준으로서 9평짜리 영구임대주택(보증금 700만원)과 월 최저임금의 30~100배 수준의 지원금 및 북에서 가져온 물자의 기여금을 제공했지만 그 지원범위가 대폭 축소되었다. 사실 이 시점부터 현재 탈북자가 느끼는 이등국민, 남한사회의 이방인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북한이탈주민시대로 1997년 ‘북한이탈주민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의 시대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시대임에 불구하고 성인 1인당 총 3590만원의 지원제도를 수립하여 현재 탈북자 지원제도의 근간을 수립했다. 네 번째는 인센티브시대로 2005년 1월 이후 입국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근간은 정착금 지급수준은 유지하되 기본금과 취업노력을 유도하는 장려금으로 구분하여 지급하였다. 장려금은 총 정착금 중 1540만원을 자격증 취득, 직업훈련교육수혜자, 직장 장기근무자를 대상으로 일정금액을 나누어주는 인센티브 제도다.
정부는 위의 4가지 금전적 정착지원제도 외에 신변, 취업, 정착에 관련되는 담당관제, 도우미제도 등을 민간(적십자)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국내입국 탈북자 지원제도는 정치적 맥락, 대량탈북 및 이들의 대규모 입국에 관한 우려감과 이로 인한 예산문제, 인도주의, 남북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그동안 변화를 겪어왔다. 지원제도 변화의 중요 목표점은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이 성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난민이나 망명자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사는 터전을 제공하며, 각종 지원프로그램까지 동시에 제공하는 나라는 없다. 그렇지만 왜 그들은 그들대로 불만을 토로하고 또 우리는 왜 그들을 걱정하는가?

안정적인 직업 확보가 가장 중요한 정착과제
최근 2000년 이후의 대량입국시대를 겪고 국내 거주 탈북자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실질적인 의미에서 한국 사회 일원이 되게 하기 위한 적응·정착·안착·자립 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탈북자 정착에 관한 대부분의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들의 경제적 정착 혹은 자립에 관한 논의다. 실제 이들과 접촉, 사정을 들어보면 가장 큰 문제가 생계유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 결론은 한국 사회 적응에 안정적인 직업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집 문제(임대아파트 입주)는 그렇다 해도 다른 정착지원금과 제도보다 취업만 보장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아주 많다.
실제로 2005년 12월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조사한 탈북자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경제활동참가율(만 15세 이상의 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 합의 비율)이 58.1%, 고용률(만 15세 이상의 노동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율) 36%, 전체 실업률(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의 비율) 27%, 수도권 거주 탈북자의 실업률 19.7%, 지방 거주자 실업률 38%로 조사된 적이 있다. 동일기간에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경제활동참가율 61.1%, 고용률 59.0%, 전체 실업률 3.5%, 수도권 실업률 4.2%, 지방 실업률 2.9%로 조사되어 이를 비교하면 이들의 경제사정이 얼마나 힘든지 짐작된다.
취업자의 종사상 지위를 비교해보면 상용근로자가 22.4%, 임시근로자 13.3%, 일용근로자 44.8%, 기타 7.3%로 조사되었는데, 동일기간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상용근로자가 35.1%, 임시근로자 22.7%, 일용근로자 9.5%로 조사되었다. 수입규모를 살펴보면 100만원 이하 소득자가 63.1%로 나타났으며, 150만원 이하 소득자 78.8%로 조사되었다. 가계소득의 경우 65.3%가 100만원 이하 소득으로 조사되었다. 종합해보면 탈북자는 취업에 있어 그들의 주장처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상당히 열악한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남북한 언어의 이질성, 외래어, 한자, 컴퓨터 지식, 직업능력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필자가 만난 탈북자 중 한 사람은 상사가 ‘자동차 콘솔박스 안의 헤어스프레이 샘플’을 가져오라는 말을 못 알아들어 야단맞고 모멸감을 느껴 직장을 그만두었다. 또 어떤 대학생 탈북자는 필자의 인터넷 이메일 주소를 못 받아 적는 사례도 있었다. 물론 북한에서 영어보다는 러시아어를 배웠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주체사상에 의해 대부분 외래어가 북한식 한글로 만들어져서 그렇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까지 우리는 이해해야 하고 그들은 그렇게 남아 있어야 하는지 문제다.
그리고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보통 기업은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모집과정에서 학력, 외국어 능력, 각종 검사, 면접 등의 방법으로 필요한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 중 학력은 고졸이면 고졸자, 대졸이면 대졸자로서의 기본적 능력이 있다고 예상하고 인재평가의 중요한 잣대로 사용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서 고등중학교 졸업자는 고졸자로 학력을 인정해주고, 대졸의 경우 극히 드문 경우 학력을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고졸자를 한국의 고졸자 능력으로 동일하게 예상하고 이들을 취업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서로의 차이 인정하고 극복해 가야
탈북자는 북한주민의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우리가 통일을 생각한다면 이들이 우리 사회에 유입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즉 차이점과 공통점을 철저히 파악하여 예측할 수 있는 혼란과 발생가능한 사건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에 대한 측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학력인정으로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탈북자들에게까지 혼란을 주고 있다. 일부 청소년의 학력격차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청소년은 전체 탈북자 중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차이를 인정하고 보정해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차별하자는 게 절대 아니다. 탈북자와 우리 국민, 북한주민과 우리 국민 사이에 극복하기 힘든 이질성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차이는 정치의식의 차이, 직업능력의 차이, 사회제도 인식의 차이, 심리적 위축감 및 피해의식, 생활 및 인관관계 형성 방법 등이다. 우리가 남녀의 차이를 알고 서로 보완하고 살아가듯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그 인정은 우리가 인정해야 할 부분도 있고, 탈북자가 인정해야 할 부분도 있다. 그리고 차이를 인정하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차이 극복 프로그램은 통일부 주도의 정착지원제도와 별개로 운영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탈북자 지원 주무부서는 통일부가 아닌 보건복지부나 행정자치부가 되어야 한다. 또한 탈북자에 대한 각종 서비스와 프로그램 제공의 실무주체는 지방자치단체가 되어야 한다. 통일부가 하기에는 이제는 정도(인원, 일의 성격 등)를 넘어섰고, 대부분이 생계보조 프로그램인 지원제도 주무부서는 통일부와 성격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간 활력을 충분히 사용해야 한다. 현재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후원회 등 통일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관과 함께 탈북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하고 있다. 탈북자 지원에 관한 민관협력은 정부의 우월적 지위에서의 파트너십보다는 동등한 입장에서의 파트너십 형성이 필요하다. 정부는 주도권과 예산을 동시에 가진 우월적 기관으로서의 성격보다 여러 NGO, 탈북자 사업을 하는 복지관과 동등한 위치에서 탈북자 문제를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NGO와 복지관의 현장경험은 통일부 탈북자 지원정책 수립에 많은 정책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민간 활용, 실질적 적응 프로그램 정착돼야
탈북자 사회정착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사회적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탈북자는 하나원의 3개월 교육과정을 거쳐 사회로 배출된다. 하나원의 교육과정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에 대해서 조금씩 배우고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개월 동안 우리 기준으로 탈북자가 알아야 된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너무 많다. 이들의 정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담당관제도와 도우미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 부분에도 민간의 활력이 필요하다. 복지관 수준의 생활도우미를 넘어선 ‘자유시민대학’ 같은 실질적인 적응 프로그램의 정착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민간 활력을 발굴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탈북자 지원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시행 중인 인센티브제도는 최근 문제되었던 브로커의 입국사례금 문제를 해결하고 탈북자의 자립·자활을 높이기 위해 개편되었다. 이것을 살펴보면 장려금 1540만원이 직업훈련장려금, 자격취득장려금, 취업장려금으로 구성돼 있다. 취업장려금은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1년 단위로 3년까지 근속한 사람에 한해 연차에 따라 200만, 300만, 4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필자가 현장에서 탈북자를 만나본 결과 탈북자가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에 취직하는 것은 드물었다. 대부분은 일용직이나 임시고용직에 있고, 또 정규직으로 취업할 경우 생계지원금이 삭감되므로 고용주와 협의하에 보험을 들지 않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취업장려금 수령자는 비율이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자격취득의 경우 대부분이 직업훈련이나 기능대학 등을 통해 가능한데 이 경우 교육기간 동안 생계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편법으로 적만 올려놓거나 관심 없는 직업훈련에 억지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들의 정착지원금 3540만원 중 1540만원은 받기 힘든 지원금이며, 기입국한 사람에 비해 생활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인센티브제의 취지는 좋으나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가 어려우므로 금액을 조정, 초기 정착비로 돌려 이들의 안정된 초기정착에 사용되어야 한다.
탈북자 1만 시대에 우리가 준비할 것이 많다.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준비해야 하고, 통일 준비 중 북한주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탈북자는 중요한 관심대상이 될 수 있으며, 차이 발견과 그 차이를 메우는 지식의 획득, 그들과의 즐거운 공존은 통일 이후 북한주민의 통일한국 안착과도 연계하여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 국민 누구도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남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우리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가는 탈북자 1만 시대에 우리가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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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이해
귀순용사, 탈북자에서 이탈주민까지
                                                                                                 윤인진 교수(고려대 사회학과)
1. 북한이탈주민은 누구인가?

우리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은 한때는 ‘귀순용사’라는 극소수의 특별한 사람들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그 수가 매년 수 천 명 규모로 증가하면서 별로 새롭지 않은 그러면서도 달갑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기존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적응이 순조롭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자(1999년의 148명, 2000년의 312명, 2001년의 583명, 2001년의 1,141명, 2003년의 1,218명, 2004년에는 1,894명이 입국)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덧 ‘탈북자 문제’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되게 되었다. 이제는 남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북한이탈주민 자신들도 ‘탈북자 문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자신들의 상황을 정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사회문제가 그렇듯이 어느 사회현상이 문제로 인식되면 그때부터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탈 또는 이상 상태로 간주된다. 그리고 문제라는 개념 속에는 현 상태를 바꿔야 한다는 의식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탈북자 문제’라는 개념에는 북한이탈주민 상황에 대한 남한 주민의 부정적 평가와 현 상태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내포되어 있다.

남한 주민들이 북한이탈주민과 관련한 현 상황에 대해서 갖는 문제의식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로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수가 매년 급증한다는 우려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두 자리 숫자로 입국하던 북한이탈주민들이 1998년부터는 세 자리 수로 입국하였고, 2001년에 들어서서는 천 명 단위로 증가하였다. 이런 추세라면 2004년 12월 현재 6,019명의 북한이탈주민의 규모는 2007년에는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족 평균 3,300만 원에 달하는 정착금을 고려하면 신규 입국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국민의 재정부담은 따라서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둘째, 우리 사회에는 북한이탈주민말고도 실업자, 노숙자,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층이 있는데 이들을 특별 대우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다. 북한이탈주민은 국내 입국 시 ‘하나원’이라는 시설에서 3개월의 사회적응교육을 받고 사회에 편입할 때 영구 임대 아파트 입주(1인 가족 기준으로 13평 아파트의 임대보증금 754만원)와 정착금을 지급 받는다. 이 외에도 직업훈련교육, 취업 알선, 고용 지원금, 사업자금 대출 등의 혜택을 받는다. 만약 북한이탈주민들의 특수한 신분과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실업자와 노숙자들과 단순 비교한다면 특혜 시비가 일어날 소지는 충분히 있다.

셋째, 국가차원의 관심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북한이탈주민들이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원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여러 최근 실태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실업률은 40% 가량으로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이금순 외, 2003; 윤인진, 2005). 2003년 통일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소득에 관해 응답한 688명의 응답자들의 95.4%가 국민기초생활보장에 따라 생계비를 지급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의 지원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정부 정책이 북한이탈주민의 자립정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근로의욕을 감퇴하고 의존심만 키운다고 주장한다.

넷째, 10~20만 명으로 추정되는 재외 북한이탈주민들의 처리 방안에 대한 논란이다.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와 ‘좋은 벗들’과 같은 NGO들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이들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북한이탈주민 처리 방안은 현지국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현지국과 외교적 마찰을 피하고 현지국의 협조를 얻어 조용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을 보호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즉 북한이탈주민 문제를 국제 여론에 호소해서 공론화함으로써 중국, 러시아, 북한에 압력을 가해서 북한이탈주민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과 그 반대로 주변국들과 ‘조용한 외교’를 통해서 처리하려는 방안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탈북자 문제의 진단과 처리 방안을 놓고 우리 사회에서 상이한 문제인식, 가치관, 해결방안들이 충돌하고 있다. 이런 혼란의 근본 원인은 ‘북한이탈주민은 누구인가?’, ‘북한이탈주민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라고 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과 우리와의 관계,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해야 하는 사회철학적 논리, 정착지원의 기본원칙을 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정체성은 여러 가지 상이한 신분과 역할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첫째, 이들은 이주자이다. 여타 이주자들이 그러하듯이 이들은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 새로운 환경과 체제에 적응해야 한다. 둘째, 이들은 소수자이다. 이들은 수적으로 열세이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권력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남한 주민들로부터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셋째, 이들은 북한출신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군사적으로 위협이 되는 동시에 우리 민족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가지면서도 식량난으로 어려워 할 때는 연민의 감정을 갖는다. 이렇게 북한에 대해 남한주민들이 갖는 이중적인 감정은 북한이탈주민에게 그대로 전이되는 경향이 있다. 넷째, 이들은 통일 후 남북한 주민간의 사회문화적 통합을 준비하는 선발대이다. 이들의 남한사회 적응은 통일 후 남북한 주민간의 사회문화적 통합의 예비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사회적응에 관심을 갖고 성공적인 자립정착을 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해야 하는 사회철학적 논리는 첫째, 이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데 준비기간이 필요한 사회약자층이기 때문에 이들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지원을 하는 것은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온당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아무런 준비기간 없이 남한주민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받아드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출발선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평가기준을 적용해야 하고, 외생적 요인들(인종, 성, 종교, 출신지역 등)에 의해 처음부터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를 통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사회를 정의롭고 안정되게 만드는 일이다. 둘째, 북한이탈주민은 남북통일과 통일 후 남북한 주민간의 사회통합을 이룩하는데 주역이 될 사람들이다. 따라서 우리가 통일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아직 적은 수에 불과한 이들이 원만하게 사회적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통일을 대비한 현명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서독의 난민 수용정책이 독일 통일을 촉진했다는 경험에 비추어 보아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사회적응은 민족화합의 예비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북한선교를 목표로 하는 한국 기독교는 북한이탈주민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첫째, 북한선교를 목표로 하는 한국 기독교계는 통일 이후 북한주민들에게 북한선교의 명분을 위해서 현재 중국 등 제3국에서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불안하게 생활하는 재외 북한이탈주민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둘째, 북한이탈주민은 통일 후 북한주민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선교를 할 수 있는 예비선교사이다. 이들은 남북한의 체제와 사회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줄여가며 복음을 전파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 중 선교의 역량과 소명을 가진 사람들을 선발하여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북한이탈주민의 인구학적, 사회경제적 특성

최근 국내로 입국하는 탈북자들의 입국 현황과 이들의 배경특성은 탈북의 제도화, 입국의 가속화, 배경특성의 다양화, 여성 및 가족동반 입국의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윤인진, 2000). 이외에도 재외 북한이탈주민들의 해외 체류기간이 장기화되고, 국제결혼의 성격을 갖는 입국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들이다(이금순 외, 2003). 10~20만 명의 재외 북한이탈주민의 존재는 강력한 인구압력으로 작용하여 계속해서 국내로 입국하려는 사람들을 증가시키고 있다. 국내 입국자들이 증가하면서 북한이나 중국 등지에 남겨두고 온 가족을 남한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 중국, 북한을 연결하는 전문 브로커의 도움으로 500~1,000만원이면 잔여 가족을 입국시킬 수 있다. 탈북이 연쇄이동의 성격을 띠고 전문 브로커와 알선단체의 등장으로 탈북과 국내 입국은 제도화의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인구학적, 사회경제적 특성들은 다양화되어가는 추세이다. 출신성분에서 1990년 이전에는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군인출신들이 주류였으나 1990년 이후에는 유학생, 외교관, 무역종사자, 고위인사들이 포함되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학력, 직업, 계층지위가 점차 하락하는 추세이다. 최근 입국자들의 반 수 가량은 북한에서 벌목공?노동자?농장원에 종사했던 사람들이다. 학생?무직?기타 등 북한에서 특별한 직업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의 비율도 30% 가량에 달한다. 반면 북한에서 지도층에 속했다고 볼 수 있는 해외상사원?외교관?지도원?당정무원?교사 등의 비율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전체적으로 북한에서 하류층에 속했던 사람들이 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재북시 직업분포(2004.5 현재)


출신지역별로는 여전히 국경지역인 평안도와 함경도 출신이 지배적이지만 평양 출신 등 타지역 출신들이 증가하였다. 2002년에 국내 입국자의 77%가 함경도였고, 나머지는 평안도(8.3%), 양강?자강도(4.5%), 황해도(3.4%), 기타(4.6%)의 순서로 분포되었다. 출신배경과 출신지역이 다양화되면서 탈북의 경로도 다양화되고 있다. 1994년 이전 탈북 경로는 대체로 제3국(55%), 육상(31%), 해상(13%)의 순서로 나타난다. 이처럼 1960년대 입국자의 50%가 휴전선이나 해상을 이용하였으나 1990년대 이후는 제3국을 통한 탈북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과 러시아, 몽골 그리고 동남아 지역 국가들은 주요 입국 경로가 될 전망이다(윤여상, 2003).
탈북 후 국내 입국까지의 체류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다. 2003년 입국자들의 해외체류기간은 4~5년이 28.2%로 가장 높았고, 5~6년이 25.7%, 1년 미만 12.1% 순서이며, 개인당 평균 체류기간은 3년 11개월이었다(이금순 외, 2003: 11). 이런 수치는 2002년 입국자의 평균 해외체류기간 3년 2개월과 비교하여 9개월 증가한 것이다. 해외체류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이 기간 중 경험이 한국에서의 사회적응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한다. 대다수의 재외 북한이탈주민에게 해외체류는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지만 그 중 일부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체험하기도 한다. 이들은 일찍이 자본주의적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습득하고 남한에서 자영업과 무역업에 종사하며 자본주의적 인간으로의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제3국에서 유랑과 도피로 일관하거나 또는 매매춘에 종사하면서 정신적 외상을 연속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한국에서 각종 질병으로 후유증을 앓고 사회적응에 전념하기 어렵다.
해외체류기간이 증가하면서 국제결혼의 성격을 갖는 입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외 북한이탈주민이 조선족 또는 중국인과 결혼하여 생활하다가 자신이 먼저 입국하고 후에 배우자를 초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탈북과 입국 동기와 목적이 변화하고 있다. 1960~70년대에는 남한체제와의 비교인식,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 등 체제 저항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처우불만, 성분분량, 처벌우려, 동반귀순, 이성문제 등 개인적 수준의 이유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증가한 북한이탈주민들의 탈북 이유는 대부분 경제난과 식량난 때문이었지만 2000년 이후에는 단순히 식량구입만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이주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가족구성 면에서 가족동반 입국자의 비율이 늘어가고 있다. 2001년 입국자 중 가족 동반 입국자의 비율은 56.4%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국내에 정착한 사람들이 잔여 가족들을 입국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정착금의 일부를 사례비로 받고 잔여 가족들을 입국시키는 전문 브로커들도 가족단위 입국자들이 증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 가족단위 입국자 현황(2002년 현재)


가족단위 입국이 증가하면서 여성, 아동, 장년층의 비율이 높아지게 되었다. 1990년 이전에는 여성의 비율이 10% 미만이었으나 2001년에는 전체 입국자 중 여성의 비율이 50%로 증가하였다. 2003년 1월부터 8월까지 입국한 781명의 신규입국자 중 여성이 485명으로 62.1%를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 여성 입국자의 비율은 60~7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의 입국 증가는 중국과 러시아 등지의 재외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의 비율이 70% 이상으로 매우 높은 것과 관련이 있다.

3. 적응실태

원래 적응이란 생물생태학에서 사용하던 개념으로 “생물유기체가 생존을 위해 주어진 환경 조건에 적합하도록 자신을 변용시켜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적응의 개념을 확장하여 주체적 의지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환경에 대처하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 양상이나 인간과 환경과의 상호작용도 포함시키고 있다(김귀옥, 2000: 327). 따라서 사회적인 의미로서의 적응은 한 개인이 사회의 다양한 상황이나 조건과 잘 어울리는 상태 및 과정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개인의 내적?심리적 욕구와 외적?사회적 환경과의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 일상생활에서 좌절감이나 불안감 없이 만족을 느끼는 상태를 가리킨다. 기존 연구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적응은 크게 정치사상적 적응, 경제적 적응, 심리적 적응으로 구분된다(전우택, 1997). 여기서 정치사상적 적응은 북한의 공산주의 사상, 주체사상의 획일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적 가치관을 수용하는 정도와 과정을 가리킨다. 경제적 적응은 자본주의체제의 이해 및 독립적이고 적정 수준의 경제생활의 영위를 가리킨다. 사회심리적 적응은 새로운 사회에의 만족감, 적응능력의 자신감, 사회의 정식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가리킨다. 그런데 사회심리적 적응 개념에는 다양한 적응차원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각 하위차원에서의 적응실태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를 문화적 적응, 사회적 적응, 심리적 적응으로 세분하고, 각 형태의 적응을 경험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문화적 적응은 고든이 제시한 동화이론의 문화접변(acculturation)과 같은 의미로 새로운 문화와 접촉하여 문화변용이 일어나는 과정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문화적 적응 수준은 남한의 언어, 가치관, 생활양식 등을 습득하고 수용하는 정도와 북한과 남한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정도로 측정할 수 있다. 사회적 적응은 동화이론의 구조적 동화(structural assimilation)와 같은 의미로 새로운 사회의 다양한 제도, 조직, 단체 등에 가입하고 이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회활동을 하는 과정이다. 사회적 적응 수준은 남한주민과 일차적 관계를 맺는 정도, 다양한 제도, 조직, 단체에 참여하는 정도로 측정할 수 있다. 끝으로 심리적 적응은 동화이론의 정체성 동화(identificational assimilation) 및 태도수용적 동화(attitude receptional assimilation)와 같은 의미로 새로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동일시, 소속감, 만족감을 갖는 과정이다. 이때 북한출신이라는 정체성과 남한주민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의 조화로운 통합이 심리적 적응의 관건이다. 심리적 적응 수준은 남한사회에의 동일시, 소속감, 만족감, 사회적 인정, 적응능력의 자신감을 갖는 정도로 측정할 수 있다.

1) 정치사상적 적응

기존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은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남한의 자유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적 가치관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집단주의적이고 일당독재의 북한체제가 싫어서 탈북한 사람들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그리고 강한 신분상승의 욕구로 인해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물질적 성공을 이루고자 하는 강한 열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탈주민들의 가치정향(value orientation)에 관한 독고순(2001)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탈북자들이 남한주민들에 비교해서 더욱 높은 수준의 수직적 개인주의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서 구직활동을 하고 사회적응을 시도하면서 기대와 현실사이에 커다란 괴리를 발견하면서 이들은 남한의 자본주의체제에 대해서 이중적인 태도를 형성한다. 이들은 남한사회가 북한사회에 비교해서 경제적으로 풍요하고 생산성이 높은 것은 인정하지만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자신들과 같은 사회의 약자 층에게는 전혀 배려를 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사회로 인식한다. 그러한 남한사회에 비교해서 북한사회는 비록 못살더라도 서로가 나눌 줄 알고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정이 있는 사회라고 평가한다.

같은 맥락에서 신예정(2001: 78?79)의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 삶과 적응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한국이 자유롭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으며,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자유경쟁사회라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고, 자신도 이 속에서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한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주의와 업적주의에서 밀려난 사회의 약자층에게는 무정하고 이기적인 사회라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 체험하면서 한국이라는 사회가 결코 평등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01년 북한이탈주민후원회 실태조사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들이 볼 때 ‘남한사회는 열심히 공부하며 일하면 스스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라고 인식하는 응답자들은 총 응답자의 75%에 달해 남한사회에 대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기대감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남한사회에서는 돈이 최고인 것 같다는 생각에 96%의 응답자들이 동의하였다. 그러나 자신들이 남한사회를 잘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50%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즉 남한사회는 돈이 최고이고 자기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인 것 같지만 너무 복잡하여 이것을 다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북한이탈주민후원회, 2001: 27).

2) 경제적 적응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적 적응이다. 사회적응의 물적 토대가 되는 경제적 적응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리적 적응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이탈주민 중에 전문직, 기업의 관리직, 사무직 등의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무직이거나 단순노동직 또는 단순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한사회에서 하향신분이동을 경험하여 북한에서 축적한 경력과 경험을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2001년 통일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감사 당시 국내 거주자 전체 1,370명 중 북한에서 종사했던 직업이나 경력과 관련된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은 135명(9.9%)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이탈주민의 실업률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데 여러 선행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30~40% 가량이 실업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윤덕룡?강태규, 1997; 윤인진, 2000; 북한이탈주민후원회, 2001). 2003년 통일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직종에 대한 응답한 737명 중 무직(41.5%), 기타(20.6%), 학생(18.7%) 등 대부분(80.3%)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금순 외, 2003). 또한 취업자의 경우에도 정규직의 비율(36.1%)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취업자 중 생산직과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저임금, 고용불안정, 발전 가능성 부재 등의 이유로 현 직장에 대해 애착을 갖지 못하고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직 후 재취업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장기실업이 늘어나게 되어 결국 우리 사회의 밑바닥계층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윤인진, 1999).

여성들의 취업문제는 남성들에 비교해서 더욱 심각한 상태에 있다. 가구주가 되는 남성들조차 일자리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여성들의 취업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1999년에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1999)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4명의 여성응답자 중 10명(29.4%)만이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79%는 북한에서 모두 직업을 갖고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했으며, 응답자의 82.4%는 일하고 싶다고 일에 대한 높은 의지력을 나타내고 있어서 이들이 느끼는 심리적 좌절감은 크다고 볼 수 있다. 2003년 통일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교해서 정규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중 남자는 41.4%가 정규직에 있는 반면, 여자는 26.8%만이 정규직 직장을 갖고 있다. 동시에 남자는 48.3%가 비정규직인데 비해 여자는 68%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하게 됨에 따라 소득도 자립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벌지를 못하고 있다. 1998년에 통일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14명의 응답자중 가구당 한 달 평균소득이 50만원 이하인 경우가 36%이었으며, 100만 원 이하의 경우는 80.8%에 달하였다. 2001년 통일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1996년부터 2001년 5월말까지 입국하여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사회적응 교육을 이수하고 사회에 편입한 총 721명의 탈북자 중 626명(86.8%)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하여 생계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북한이탈주민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업자들이 직장에서 받는 보수는 평균 98만원으로, 일반 남한 근로자 평균임금 171만원의 절반이 조금 넘는 57%수준으로 매우 낮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거형태를 보면 응답자의 78.4%가 영구임대주택에 살고 있어 아직 정부의 주택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기소유 6.5%, 전세와 월세가 11.2%를 차지하여 주거형태가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통계에 비추어 볼 때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이 경제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3년 통일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소득에 관해 응답한 688명의 응답자 중 45.6%가 51~100만원의 월평균 수입을 벌고, 50만원 이하가 41.3%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대다수(95.4%)가 국민기초생활보장에 따라 생계비를 지급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다. 수입의 충분성에 대해서 응답자의 반 수 이상(58.4%)이 ‘약간 부족’하거나 ‘매우 부족’ 한 것으로, 28.6%가 ‘보통’으로 보고하였다. 반면 ‘매우 충분’하거나 ‘충분한 편’이라고 보고한 사람들은 13%에 불과하였다.

북한이탈주민의 월평균 수입(2003. 9 현재)


그런데 북한이탈주민들은 수입을 보고할 때 생계비보조금 또는 종교 및 사회단체 지원금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수입은 보고된 수입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정규직에 종사하게 되면 생계비 보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에 종사하여 별도로 수입을 벌면서 생계비보조금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정착금과 생계비보조금은 입국 후 5년간의 한시적인 지원이지만 이 기간 동안 기초생계가 보장되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취업하거나 또는 정규직에 종사하려는 동기가 약해질 수 있다.

3) 문화적 적응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사람들, 특히 직장동료나 담당형사와의 대인관계에서 언어나 가치관, 사고방식 또는 사회제도 등의 사회문화적인 차이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2003년 통일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어투, 어휘, 뉘앙스가 상이한 용어 등의 요인 때문에 고충을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언어를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데 걸리는 기간은 대략 3년이라고 보고해서 언어습득이 만만찮은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사고방식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유교적 태도나 직선적, 경직적인 사고방식,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7월에 입국한 서학룡은 북한사람들이 제일 넘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가 ‘자존심’과 직선적인 대인관계라고 보고하였다(서학룡, 2004: 26). 그는 “내 안에 자아가 죽어야 내가 한국에서 살아날 수가 있구나” 하는 것을 3년이라는 시간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이러한 문화차이로 인해 탈북자들은 남북한 사람들이 통일 후 서로 이해하며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부정적인 응답(48%)을 긍정적인 응답(32%)보다 많이 하였다. 통일 후 예상하는 어려움으로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28.3%), 경제적 생활 수준의 차이(25%), 상호 이해의 부족, 편견 등으로 인한 화합의 부족(13.4%), 정치 이념, 사상, 제도의 차이(10.9%), 언어의 차이(10%), 지역 갈등(2%) 등을 언급하였다(전우택, 2004: 47-48).

4) 사회적 적응

남한에 연고가 없는 북한이탈주민들은 정보와 기회에 연결될 수 있는 사회연결망 부재의 문제를 안고 있다. 통일부의 1998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친목단체에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전체 응답자의 14%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1999:21)의 설문조사 역시 탈북 여성들이 가족 외에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정부관계자, 다른 북한이탈주민들, 종교인들이라고 밝힘으로써 사회활동의 정도와 인간관계가 매우 제한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2003년 통일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지원 연결망은 여전히 제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주로 누구와 의논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는 ‘가족 및 친척’(35.7%), ‘신변보호담당관’(24.2%), ‘없다’(14%), ‘탈북 동료’(11%), ‘기타’(6.8%), ‘거주지보호담당관’(3.4%), ‘동네이웃’(2.3%), ‘하나원 담당관’?민간단체(각 1.3%), ‘취업보호담당관’(0.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웃 및 직장동료들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잘 어울린다’(13.4%), ‘잘 어울리는 편이다’(34.7%) 등 긍정적 응답비율이 48.1%인데 비하여 ‘어울리지 못한다’(8.5%), ‘전혀 어울리지 못한다’(4%) 등 부정적 응답을 한 비율이 12.6%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들과 잦은 접촉으로 그들의 실상을 잘 알고 있는 보호담당관들이 평가한 탈북자의 사회적응 실태는 본인들의 응답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남한주민들과의 어울림과 관련, ‘조금 잘못 어울림’과 ‘매우 잘못 어울림’이 72.2%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잘 어울린다’고 보고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북한이탈주민들 중에는 남한사람들과 자매결연한 사람도 있는데 자매결연의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북한이탈주민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2.3%가 남한사람들과 자매결연 하였다고 보고하였다. 그런데 자매결연이 남한사회에서 정착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경우는 19.1%, “다소 도움이 되었다”라고 응답한 경우는 39.3%였다. 그러나 자매결연이 별로 도움이 안되거나 전혀 도움이 안되었다고 응답한 경우는 41.5%에 달했다.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활동으로 가장 활발한 것이 종교활동이다. 이들은 중국, 러시아 등에서 체류하는 동안 남한 선교사들과 목사들로부터 물질적, 정신적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기독교로 귀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3년 통일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9.2%가 종교를 갖고 있다고 답하였고 기독교도가 62.3%를 차지하고 있다. 종교를 갖는 이유로 전체 응답자의 77.6%가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12.8%가 ‘주위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하였다.

교회를 제외하고 남한주민들과 긴밀하게 접촉할 수 있는 모임과 단체는 별로 없다. 이들은 남한주민들과 일차적 관계를 맺지 못하면서 결국은 동료 북한이탈주민들끼리 어울리게 된다.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북한이탈주민들밖에 없다고 말을 한다. 물론 처지가 같은 북한이탈주민들간에도 서로 다른 배경, 탈출 동기, 우려되는 불이익 등으로 인해 서로 융화하지 못하는 면이 있는 등이 있어 서로간의 관계에서 적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엄명용, 1997: 50). 이로 인해 사회적응 초기에는 탈북자들이 서로를 만나는 것을 기피하고 남한주민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적응의 어려움으로 힘들게 느껴지면 자연스럽게 탈북자들끼리 어울리는 양상이 나타난다.
5) 심리적 적응

남북한간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 남한사람들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태도 등으로 인해 이들은 심리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자신들은 한국사회 적응 정도에 대해서 긍정보다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더 많다. 2003년 통일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6%가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45.5%가 그렇지 못하다고 응답하였다. 부적응의 원인으로는 ‘자신의 노력없이 기대가 큼’(37.7%), ‘삶의 목표 불확실’(22.6%), ‘생활적응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에’(15.1%), ‘직업을 잘못 선택해서’(11.6%), ‘기타’(6.3%), ‘안이한 삶’(5.6%), ‘죄책감 때문에’(1.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01년 북한이탈주민후원회 조사에 따르면 ‘남한사람의 편견과 차별’이 사회(직장)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구체적으로 직장생활을 통해 우리사회 정착정도를 묻는 “직장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남한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이 가장 힘들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218명으로 전체 응답자 973명의 22.4%를 차지하였다. 이는 남한사회에서 남한주민들과 융화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이다.

북한이탈주민이 사회(직장)생활에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점


2003년 통일연구원 조사에서는 남한주민들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편견을 갖는 이유로 ‘북한에서 왔기 때문에’가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단지 출신지역이 북한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이 편견의 대상이 된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사고방식이 달라서’, ‘노력 없이 기대수준이 높아서’, ‘말투가 달라서’가 중요한 이유로 보고되고 있다. ‘능력이 부족해서 편견을 갖는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동의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심리적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에는 이들의 심리적 특성과 남한주민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이 있다. 전우택(2004)은 북한이탈주민들이 보이는 심리적 특성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시하였다. 첫째, 탈북과 남한에 들어온 행동에 대하여 공적인 가치와 명분을 앞세운다. 둘째, 타인을 의심하고 불신한다. 셋째, 극단적인 흑백논리를 주장하는 경직된 사고를 갖는다. 넷째, 법보다는 힘을 가진 사람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을 갖는다. 다섯째,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다. 여섯째, 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예민하다. 일곱째, 힘에 대해 예민하다.
같은 맥락에서 일선에서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사무국장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의 적응상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김영자, 1999). 첫째,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 둘째, 사선을 넘는 극한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의 “살아야 한다는 강한 삶의 의지”와 또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강한 죄책감”이 상호 갈등한다. 셋째, 개인차가 있지만 성격이 도전적이거나 반대로 무기력함을 보인다. 넷째, 외부의 형식적 내지 댓가성 접근을 경험함으로 해서 그에 대한 의심 내지 배신감, 회의감의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다섯째, 자본주의 사회체제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열등감이 있다. 여섯째, 외부환경에서부터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감에 사로 잡혀 있다. 일곱째, 민주시민으로써 지켜야 할 예법을 모른다. 이는 자유에 대한 개념과 법질서에 대한 개념부족으로 남을 생각하지 않거나 배려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또는 함부로 하는 것이 자유라는 굴절된 사고를 갖고 있다. 여덟째, 가정생활 및 일상생활의 방법을 모른다. 이는 특히 결혼한 북한이탈주민의 생활에서 잘 나타나는 현상으로 남성은 가부장적?봉건적 사고에 젖어 있어 여성 위에 군림하려는 의지가 대단히 강하다. 이것은 남한사회에서의 다른 면을 보고 느끼는 부인과의 가정생활에서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나아가 북한사회와 남한사회의 가정생활 및 일상생활의 매너차이 내지 문화차이로 빚어지는 갈등에 대한 개선노력보다는 오히려 자존심으로 일관하여 이웃과의 교류를 힘들게 하고 있다.
위의 특성들은 일부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나 일반 북한이탈주민들과의 접촉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특성들은 오랜 기간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갑작스레 남한의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게 되면서 사고의 전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과도기적 성격이 강하다.

남한주민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 갖는 태도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이들에게 전이되는 양상을 띤다. 그리고 북한주민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이들에게 투영되어 이들을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바라보지 개성과 개별성을 갖춘 개인으로 인식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김광억(1999)에 따르면 남한주민들은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해 자신들과 동등하고 동질적으로 보지도 않고 동정심과 호기심, 그리고 의심과 불신의 뒤섞인 감정으로 대한다고 한다. 또한 우리 국민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 태도와 행동간의 이중성을 보여서 관념적인 차원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정착을 위한 정부지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자신에게 어떠한 형태의 구체적인 피해나 비용이 부담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성향을 보인다.

4. 사회통합 차원에서의 북한이탈주민 지원대책

통일 후 남북한 주민간의 사회통합은 이인삼각 경기로 비유될 수 있다. 두 사람은 공동운명체로서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이때 어느 한쪽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다른 한쪽에게 짐만 되고 결국은 양쪽 모두 경주에서 낙오하게 된다. 따라서 양쪽 모두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하고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 같은 이치로 통일 후 남북한 사회통합과정에서 북한출신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능동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독일 통일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중의 하나는 통일 후 동독출신 주민들의 잠재력을 활용하기보다 오히려 이 잠재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향으로 사회변혁이 일어나면서 동독출신 주민들이 ‘2등국민’이라는 열등감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 ‘동독정체성’이라고 하는 저항적 지역정체성이 발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런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회통합 과정에서 북한출신 주민들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가치와 능동적 존재로서의 자아를 깨달아 갈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하고, 교육, 취업, 주거 등의 생활세계 영역에서 사회의 기회구조에 형평하게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의 자립정착을 위한 지원은 기본적으로 이들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문화적 통합을 이루는 방향으로 세워져야 한다. 일시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지원정책이 아닌 장기적 자립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정책이 원칙과 일관성을 가지고 지속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부 정책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때만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노숙자, 실업자, 생활보호대상자와 같은 사회약자층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시혜적인 지원보다는 자립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즉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스스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장비를 제공하는 것이 국민적 동의와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이다. 그렇지만 형평성을 고려한다고 해서 이들을 단순히 사회약자 층으로만 간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은 사회적응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의 민족과제인 남북통일을 준비하고 통일 후 남북한 주민간의 사회문화적 통합을 이끌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자립정착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지원은 단순히 경쟁력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경제적 논리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보상과 배려와 같은 사회적 논리도 동시에 고려하며, 그 두 논리간의 접점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안한다.

첫째, 북한이탈주민들의 다양한 특성, 동기, 욕구를 살려 맞춤형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자활능력이 있는 사람은 대학에 진학하여 인적자본을 확충하거나, 직업훈련교육 또는 취업알선을 통해 일반 노동시장에 편입하거나, 고용장려금 제도를 통해 고용기회를 늘리도록 한다. 자영업의 경험과 능력이 있는 사람은 창업훈련과 창업지원금을 통해 자영업 진출을 도모하도록 한다.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은 사회복지차원에서 기초생활을 보장하도록 한다. 끝으로 근로능력은 있으나 일반사업체에서 일반고용이 힘든 사람은 보호사업체에서 근무하여 일정 수준의 소득을 얻고 자활능력을 증진하도록 하고 이후에 일반고용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인턴사원제를 활용하여 취업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이탈주민 관리와 지원사업을 정부주도에서 벗어나 민간?종교단체와의 파트너십을 형성해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정착지원사업의 계획, 조정, 재정지원을 담당하고 민간?종교단체가 실제적인 지원사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민간?종교단체 역시 개별적으로 또는 경쟁적으로 지원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활동 중인 민간단체협의회를 중심으로 역할을 조정하고 자원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북한이탈주민의 정착과 관련한 지원활동은 우리사회의 기존 사회복지체계와 연계하여 지역별로 존재하는 사회복지기관, 사회복지사, 민간?종교단체 등의 기존 시설과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지금까지의 정착지원 방안은 북한이탈주민을 지원의 수혜자로 보고 정부가 이들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의존성 증대, 다른 소수자집단과의 형평성 시비, 정부 재정의 부담 등의 문제로 인해 북한이탈주민의 수가 계속 증가할 경우 지속하기가 어렵다. 앞으로는 이들의 역량을 강화하여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립생활을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이 세워져야 국민적 지지를 받아가며 지속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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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A Study on Protection and Reset…)

徐 載 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서론

2002년 들어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자) 문제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금년 3월 중국 베이징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진입하여 남한행을 요구한 탈북자 25명이 중국의 제3국 추방 형식으로 필리핀을 거쳐 남한에 입국한 사건 이후 유사한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개인별로 제3국을 통해 남한에 입국하던 패턴에서 이제는 중국주재 외국 공관으로 진입하여 한국으로 오는 방식이 추가된 것이다.
입국자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탈북자의 국내입국 규모는 1990년대 초 연간 10명 내외의 비교적 적은 수였으나 북한의 식량난이 심화된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50명을 상회하다가 1998년 72명, 1999년 148명, 2000년 312명, 2001년 583명으로 3년 연속 전년도의 2배로 증가했으며, 금년 6월말 현재 이미 514명이 입국했는데 이런 추세라면 금년 역시 작년의 2배인 1,200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의 총수도 1989년까지 607명에 불과했으나 90년대 급증하여 현재 2000명을 넘고 있다.
탈북은 북한 내적 요인인 식량난, 그리고 북한 외적 요인으로서 이미 중국 또는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가 북한에 남은 가족들을 데리고 나오는 것으로써 설명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요인과 더불어, 탈북경로의 다양화는 최근 국내입국 탈북자를 증가시킨 또 다른 주요 원인이다.
90년대 이후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아직도 적응과정에 있으며, 성공적으로 적응한 사람 도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부적응자들은 대체로 남한정부 및 남한사람들의 부당한 대우, 편견에 실패의 탓을 돌리며 남한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기도 한다. 그들 중 상당수는 남한사람들이 매우 이해 타산적이고 순수하지 못하며, 잘난 체가 심하다는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거듭되는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심한 경우 남한에 적응, 정착한다는 의미, 나아가 삶의 의미를 상실하기도 한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남한사회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성공적인 적응을 위해 몇 가지 필요한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첫째, 탈북자들의 행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될, 북한에서 형성된 개인의 인성 및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둘째, 남한사람과의 새로운 인관관계를 형성하고 남한사회의 제도, 관습, 문화를 익혀 사회적 인간관계 및 문화적 이질성을 통합하는 것이다. 셋째, 직장생활에 적응하여 안정된 직장과 수입을 확보하고, 생계문제를 해결하여 경제적 안정을 유지한다. 넷째, 적응 및 정착의 최종 단계로서 심리·정서를 안정시킨다.
그 밖에 경제적, 사회문화적, 심리·정서적 적응과 더불어 정치적 통합이 요구된다. 이것은 북한사회를 이탈하여 남한에 온 사람으로서 북한체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상대적으로 남한을 보다 정당한 체제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말한다. 기존연구에 의하면 남한사회 적응과정에서 탈북자간의 경제적 개인차는 크며, 심리적 적응에 있어서는 거의 모두가 비교적 큰 어려움을 가지는 반면, 정치사상적 측면에서는 비교적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50년 동안 지속된 남북한 체제대립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이 북한의 사상을 비교적 쉽게 벗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탈북이 자발적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의 지배이념이 북한주민들에게 단지 피상적으로 기능한다는 것, 또는 북한의 현실이 공산주의의 이상과 지극히 괴리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글의 목적은 탈북자의 적응 및 정착을 위한 정부정책의 허와 실을 살피고, 탈북자의 적응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부적응의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며, 나아가 개선방향을 제시해보는 것이다. 문제점의 분석 및 개선 방향 제시에 사용되는 개념 틀은 앞서 제시한 적응 및 정착에 요구되는 네 가지 개념들, 즉, 인성 및 가치관의 재정립, 사회문화적 통합, 직장생활에서의 적응, 심리적 정서적 통합이다.


2. 정착지원 체계와 문제점

(1) 탈북자 지원 정책의 변화

주로 군사안보차원에서만 고려되었던 탈북자가 부분적으로나마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대우를 받기 시작한 것은 '국가유공자 및 월남귀순자 특별원호법'이 제정된 1962년부터였으며, 탈북자에 대한 지원은 몇 차례의 개정을 통해 국가유공자와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까지 점차 확대되었다. 이후 국가유공자와 탈북자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국민정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1978년 '월남귀순용사 특별보상법'이 제정되면서 탈북자만을 대상으로 한 독립법이 처음 시행되었다. 이것은 탈북자들이 국가유공자보다도 풍족한 혜택을 누릴 만큼 수혜가 확대된 시기이다.
이러한 탈북자에 대한 물질적 지원 수준이 국내 영세민과의 형평성에 맞게 하향 조정된 것은 1993년 '귀순 북한동포보호법'이 '월남귀순용사 특별보상법'을 대체하면서 이다. 탈북자의 급증현상과 탈북자의 특권적 지위에 대한 반대여론에 의해 탈북자 정책에 대한 인식은 국가유공자예우 차원으로부터 난민구호 및 일반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사회복지 차원으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기존의 정책으로는 지속적인 증가세에 있는 탈북자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1997년 7월, 탈북자들의 장기적인 생활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이 시행되었으며, 이것은 사회적응훈련 및 직업훈련의 강화를 통해 향후 남북한 사회통합의 구도를 모색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2) 현행의 지원체계

정부는 1998년과 1999년에 걸쳐 초기정착금과 자립지원 방안을 대폭 인상, 강화하도록 법률을 개정하였다. 탈북주민에 대한 정착지원은 크게 두 가지, 국내입국 직후 자립·자활에 필요한 사회적응교육, 취적, 정착지원금 지급, 주거알선 등의 초기 자립지원과 사회편입 이후 시작되는 정착지원과 신변보호 등의 사후관리로 구성된다.

가. 초기 자립지원 - 국내 입국한 탈북자의 안정된 남한정착을 위해 정부는 <표 1>의 내용과 같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탈북주민의 초기 정착에 필요한 초기 생계지원금은 월 최저임금액의 200배 범위 내에서 세대구성원 수를 고려한 기본금과 연령·건강상태·근로능력 등을 고려한 가산금으로 구분, 지급되고 있다. 주거지원은 연령·세대구성 등을 고려하여 임대보증금이 지급되고 있으며, 대한주택공사 또는 각 자치단체에서 건립한 영구·공공임대아파트를 알선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주거지원금과 초기 생계지원금은 모두 성인 1인당 약 3700만원에 달한다. 또한 정부는 탈북 이후 제공한 정보, 장비 등에 따라 2억 5천만원 범위 내에서 보로금을 지급하고 있다.

<표 1> 정착지원 내용


나. 시설 내 보호·지원 - 남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탈북자의 안정적 생활을 도모하기 위한 종합적·체계적 사회적응교육의 일환으로 정부는 1997년 7월 14일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정착지원시설의 건립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1999년 7월 8일 개소된 하나원은 수용인원 100명 정도의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로서, 남한사회적응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을 2개월에 걸쳐 집중교육하고 있다.
하나원의 교육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특징지어질 수 있는데, 첫째, 정서·심리적 불안정 상태를 치료하는 것으로서, 탈북·제3국 은신·도피생활 중의 어려움과 월남이후 환경변화로 인한 심리불안을 해소하고 인성·적성검사를 통해 개별심리상태의 파악 및 심순화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둘째, 자유민주주의사회에 대한 이해부족과 언어·사고·생활습관 등의 차이에서 비롯한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고, 남한사회에 대한 이해증진을 위해 이론교육·현장학습 등 체계적인 사회적응 교육을 실시한다. 셋째, 기초직업훈련 프로그램으로서 향후 진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 전 기간에 걸쳐 진로지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기능훈련과 연계될 수 있는 전산·운전·요리·봉제 등의 실생활 교육을 중점적으로 편성·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연령·학력·출신 등이 다양한 탈북자의 보다 효율적이고 적합한 사회적응교육을 위해 하나원 운영에 민간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현재 민간의 참여는 정규프로그램 이외의 주말·휴일프로그램은 물론 일반 국민들과의 다양한 접촉기회를 가질 수 있는 1일 현장체험, 지방 유적지 탐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다. 사회진출 후 지원 - 탈북자들이 하나원 적응교육을 마치고 일반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들의 보호를 받는다. 탈북자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취업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는 노동부 산하 각 지방노동청과 지방노동사무소에 북한이탈주민 취업지원창구를 개설하여 지정된 북한이탈주민 취업보호담당자를 통해 전문적인 진로지도, 공·사 직업훈련기관 알선, 취업 사업장 연결 등을 제공한다. 또한 훈련기간 중 직업훈련의 참여율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교통비·식비·가계보조수당 등의 직업훈련수당을 지급하며, 생업지원제도를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단체가 소관 공공시설 안에 편의사업 또는 편의시설의 설치를 허가 또는 위탁할 시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탈북자들의 고용을 장려하기 위한 취업보호제도는 특히 2000년부터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임금의 2분의 1(70만원 이내)을 2년간 지원하는데, 이것은 실제 탈북자들의 직장생활을 안정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 밖에 교육과 의료지원 및 생활보호지원, 그리고 노령자에 대한 지원이 있다. 북한에서의 학력을 인정해주고, 원하는 학교에 편·입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비전액을 면제받는다. 희망자의 경우 의료보호 대상자로 지정하여 각종 의료비 면제혜택을 제공하고, 생계가 곤란한 사람은 생활보호대상자로 편입시켜 무직의 경우 남한사람의 경우에 비해 2사람 몫에 달하는 기초생활비 월 50만원을 지원하며, 1999년 4월 1일 이후 입국한 50세 이상 60세 미만인 노령 탈북자에게는 국민연금법을 기준으로 특례연금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탈북자의 순조로운 지역사회편입을 위해 1999년 8월부터 각 기초자치단체는 중앙·지방·민간간의 협력체제구축을 통한 사후관리 강화를 목적으로 거주지보호담당관을 지정·운영하여 각종 상담 및 정보제공을 담당한다. 민간지원활동의 구심역할을 하고자 1997년 8월 설립된 북한이탈주민후원회는 생활보조금 지급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종교단체 등을 통해 각종 생활상담·취업알선·결연 등 분야별로 특화된 지원을 해줌으로써 북한이탈주민의 안정된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은 상당부분 제도적으로 완비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지원체계는 점차 지방·민간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자치단체로, 정부주도에서 민간으로 참여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3. 탈북자 적응장애의 실태와 원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이상 이질화된 사회에서 살아온 탈북자들이 남한에 적응·정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것은 상호 유기적인 가치관의 차이, 사회문화적 이질성, 경제적 불안정, 심리적·정서적 불안정 등의 문제가 극복되었을 때 비로소 성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직장생활과 경제생활을 하는 가운데 탈북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북한체제에서 체화되었던 사상과 인성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1) 인성 및 가치관의 차이

인성과 가치관은 개인적 특성인 동시에 사회구조와 체제의 영향을 받은 사회화의 산물이다. 따라서 탈북자들은 북한의 삶에서 비롯한 인성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은 남한사회적응에 대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탈북자들의 인성 및 가치관이 장애로 작용하는 부정적 측면들을 살펴보면, 첫째, 집단주의적으로 획일화된 사회에서 형성된 인성은 체면과 자존심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자존감을 표현한다. 이것은 합리적 행위를 하는데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실리보다 명분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시장경제체제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탈북자들은 북한에서의 경험과 남한에 대한 초보적 지식 및 선입견에 치우쳐 남한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이해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버리기 쉽다. 특히 북한과 남한이 반대된다고 생각하여 큰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사례가 많으며, 북한에 비해 남한은 매우 느슨하고 허술하다고 보아 최종적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또한 자유민주주의는 무정부주의적이며, 자본주의에서의 최고는 돈이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셋째, 중국에서 들은 소문과 남한의 외형적 발전상을 보고 일확천금의 기회를 기대한다. 북한에서의 열악했던 삶을 남한에서 단시일 내에 보상 받으려 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알선해준 직장을 쉽게 그만두고 장사를 하겠다고 나서거나 현실의 구조와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모한 시도를 한다.
넷째, 북한의 총화시간을 통해 비판하기에 익숙해진 탈북자들은 동료에 대한 비판을 잘 하는 인성 때문에, 순조로운 직장생활과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갖는다.
다섯째, 정부의 배급체제하에서 살아온 탈북자들은 정부 의존적이며, 남한을 다른 체제로 의식하면서도 자신의 책임보다는 정부에 의존하거나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여섯째, 북한사회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에 대한 계층적 차별의식이 매우 강하여 정신노동자는 사회적 우월감을 갖는 반면, 육체노동자는 사회적 열등감을 갖는다. 탈북자 역시 육체노동을 혐오하고 정신노동을 선호하는 인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3D업종에 종사하기를 꺼려한다든가 취업을 했다가도 쉽게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 탈북자들의 실업률이 약 40-50%로 조사되는 부분적 원인은 이러한 인성에서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평등의 가치를 중시해온 탈북자들은 자신보다 남들이 잘 사는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며, 이것은 남한사회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냉전시기 탈북유인제도로 고안된 보로금 제도는 탈북자들에게 탈북 시 제공한 정보나 장비에 따라 차등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동료 탈북자들 간의 차이를 발생시키며, 그들의 불평불만과 논란을 초래한다.
이와 같은 인성과 가치관의 차이는 직장 및 사회생활의 적응을 어렵게 하고, 이질성을 느낀 남한 사람들로 하여금 탈북자들에 대한 거리감과 선입견을 갖게 한다. 이는 또다시 탈북자들의 순조로운 정착생활을 방해하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인성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은 하나의 시급한 과제이다.

(2) 사회문화적 이질성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대해 갖는 첫 느낌은 완전히 다른 사회라는 이질감이라고 한다. 이질감의 첫 번째 유형은 처음 1, 2년 동안 갖는 것으로서 남한사회의 모든 것이 같은 민족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낯설고 이상하다고 느낀다.
둘째, 유일체제에서 살던 그들은 다원적인 체제에 적응해야 하는 것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계속되는 여야의 싸움, 집단이기주의, 다양한 사회단체들 간의 의견대립 등은 불안감을 조성하며 특히 대북문제와 같은 중요사안에 까지 논란과 정치투쟁을 일삼는 것을 보고 정권교체 시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는다고 한다.
셋째, 지나친 외래어 사용, TV에서 보여 지는 전통적인 남녀관계의 파괴, 퇴폐적 문화 등은 탈북자들의 혼란과 충격을 증폭시킨다.
넷째, 어떤 탈북자는 김정일 혼자만 부자이고 대부분이 거지인 북한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그들은 남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큰 위화감을 느낀다.
다섯째, 2, 3년 동안은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에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며, 4, 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남한인과 대화를 하거나 술자리를 갖게 된다고 한다. 남한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위안, 정서적 만족, 정보의 획득은 매우 더디며, 이는 많은 탈북자들이 남한사람들은 북한사람들에 대해 무식하고 게으르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북자들의 소외감과 이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직장생활의 적응을 계속해서 방해하고 심리적 불안정을 발생시키게 된다.

(3) 경제적 불안정 및 실업

탈북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안정된 직장과 적정수준의 소득을 유지하여 경제적 불안정을 해결하는 것이다. 생계문제의 해결은 남한사회적응에 가장 근본적인 요인으로서 경제적 적응을 비롯한 문화적·심리적 적응을 가능하게 한다. 전우택의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안정 및 정신건강상태와 그들의 수입 및 그에 대한 만족도는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며, 월수입은 심리적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이다.
그러나 생계문제해결의 열쇠인 직장생활에서의 적응 실태는 낙관적이지 않으며, 조사결과 탈북자들의 절반이 무직 또는 영세 자영업, 임시직 등의 불안정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국 초기 탈북자들은 동일 언어를 사용하는 한민족이라는 이유로 인지적·정서적 측면에서 높은 자신감과 안정감을 가지며, 위험을 극복하고 남한사회에 정착했다는 사실에 대한 성취감과 남한에 가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중국에서 들은 소문에 기대가 크다. 하지만 보통 탈북자들은 남한사회적응과정에서 거듭 실패를 경험하며 초기 자신감을 상실한다. 이것은 일정한 패턴을 갖는데, 당국의 조사와 적응교육 등의 일정과정을 거친 후 당국이 알선해준 직장생활을 하게 되는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직장을 그만둔다. 첫째, 영어, 한자, 컴퓨터 사용, 자본주의 경제현상에 대한 이해 등 기술적 측면에서 오는 어려움이 직장생활의 일상 업무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며, 둘째, 일과시간뿐만 아니라 일과 후 식사자리 등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이질감이 직장의 조직생활 및 인간관계적응에 어려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한 세 번째 이유로는 일확천금의 꿈을 가진 탈북자들이 월급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장사에 뛰어드는 경우이다.
적응장애를 경험한 탈북자들은 대게 두 유형의 대안을 선택하게 되는데, 하나는 젊은 사람의 경우 대학진학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재취업을 계획하는 것이다. 이 유형은 경제적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남한사회적응에 필요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며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하나는 다른 직장을 찾거나 조직생활이 도저히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장사를 계획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성공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사기를 당하는 등 정부에서 받은 정착금 등의 기본재산을 전부 탕진하기까지 한다. 탈북자는 남한사람에 비해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구조가 제한되어 있으므로 경제적 실패확률이 더 높다. 이러한 경제적 좌절은 자신감 상실로 이어지며 심리적인 고통은 더욱 클 것이다.

(4) 심리적/ 정서적 불안정

심리적·정서적 안정은 다른 차원의 적응이 순조롭게 이루어졌을 때 최종적으로 성취될 수 있는 남한사회적응의 필수적 요소이다. 직장생활에서의 부적응, 이질적 문화 등에서 오는 초기 불안감은 주변생활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극복될 수 있지만, 적응까지 그들은 상당기간 심리적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이장호 연구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대체로 5, 6년 동안의 심리적 불안정 5단계를 거쳐 정착하게 된다. 첫째, 공포와 불안감이 극심한 이질문화 충격단계, 둘째, 남한에 대한 동조와 불만이 복잡하게 뒤섞인 기초취업준비단계, 셋째, 어느 정도 적응된 생활정착단계, 넷째, 남한사회에 순응, 동화하는 재사회화 단계, 다섯째, 소속감과 안정감을 갖는 문화사회적 통합단계이다.
그러나 일부 탈북자들은 구조적 장애를 심리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채 적응에 실패하여 심리적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정부에게 귀순자로서의 특권을 기대하는 등 의존적 심리상태를 탈피하지 못한다면 부적응 상황은 악화될 뿐이다. 심리적·정서적 불안정은 단지 사회문화적 이질성 때문만은 아니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이해될 수 있다.

가. 북한가족에 대한 죄책감 - 탈북자들은 공통적으로 북에 남은 가족이 입게 될 정치적 피해에 대한 자책감으로 괴로워한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소망은 가족들을 남한으로 데려오는 것이며, 연변을 통해 성공한 사례도 다수 있다.
95년 이전에는 탈북동기가 주로 정치적이었고 애초 남한을 목적지로 했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을 비교적 쉽게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95년 이후 경제적 이유로 탈북한 이들이 거듭되는 경제적 실패를 통해 좌절하게 되면 남한에 온 것에 대한 후회와 함께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나. 자아상실감과 정체감의 혼란 - 남한에서 탈북자들은 북한에서와는 전혀 다른 준거집단에 의해 자아를 규정하게 된다. 북한에서 전문직 또는 사무직에 근무했었더라도 남한에서는 하위직에 종사하게 되는 것이 다반사인데, 이 때 탈북자들은 심한 자아상실감과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한다.
그들은 적응정도에 따라 두 가지 적응유형, 자신의 문화 또는 정체성 유지를 원하지 않는 동화형과 자신의 문화유지에 관심을 가진 동시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전체사회에 적응하고자 하는 통합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동화형은 북한체제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커서 보다 빨리 남한사회에 적응하고자 하는 반면 통합형은 보다 복잡한 심리에서 자아정체성을 고민하고 남한이 그다지 좋은 적응조건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최근의 탈북자일수록 머지않아 북한체제는 붕괴하기 때문에 남한에 완전동화 될 필요가 없으며 통일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다. 결혼 스트레스 - 95년 이후 탈북자 가운데 결혼해서 사는 사람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며, 탈북자 동지회 남성회원의 70%가 독신으로 산다. 이처럼 결혼은 취업과 함께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남한인과의 결혼이 남한사회의 적응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이질화된 가치관 등 때문에 남자여자 모두에게 매우 어려우며, 탈북자끼리의 혼인을 가장 선호한다.
결혼하기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30, 40대의 나이로 5, 6년을 독신으로 사는 것은 생활의 불안정과 외로움을 가져오며, 돈을 낭비하게 되는 등 남한사회정착을 더욱 어렵게 한다.

라. 남한사람이 갖는 편견 - 남한사람들이 갖는 탈북자에 대한 편견은 그들의 적응을 더욱 어렵게 한다. 첫째, 탈북자들을 자기체제와 자기가족에 대한 배반자 또는 범죄자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남한사람들과 탈북자들 간의 신뢰형성에 매우 큰 장애로 작용하게 된다. 둘째, 남한사람들은 탈북자들이 자본주의와는 다른 사회주의적 인간성을 가졌으며, 자립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이며 나태하고 이기적이라는 편견을 갖는다. 특히 탈북자들의 보호경찰관들이 이러한 편견을 많이 가지는 것으로 보고한 연구가 있다.


4. 개선 방향

(1) 탈북자 지원 정책의 문제점 개선

탈북자 보호 및 정착지원정책은 상당히 완비되어 있는 편이지만 결코 완전한 것은 아니다. 정책들은 고위 탈북자 층을 우대하는 성향이 있으며, 기초생활보장비, 정착지원금, 보로금 제도들은 탈북자를 과보호하여 취업을 기피하게 만들고, 북한가족들을 데려오는 공작금으로 오용되고, 탈북자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적응에 역기능으로 작용한다. 또한 북한에서의 경력, 자격 등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남한사람들에 비해 턱없이 불평등한 차별대우를 받기도 한다.
현재의 정책은 나이가 많고, 학력수준이 낮은 취약계층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며, 탈북자들이 안정적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고용을 보장하는 등 제한되어 있는 기회구조를 개선,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경쟁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탈북자들을 자본주의 노동시장에 맡겨두기보다는 적응에 보다 용이한 도청, 군청 등의 국가기관, 즉 공공부문에서 학력과 자격, 적성 등을 고려하여 고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 탈북자 교육에 대한 보완점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하나원을 거쳐 남한사회에 배출, 적응하는 동일한 패턴을 경험하게 된다. 기존 탈북자 개개인들의 시행착오를 성, 연령, 직업, 학력별로 유형화하고, 다음 기수의 탈북자들에게 선행사례로서 제시하는 것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실패를 경험하고 사전대비를 가능하게 하는 좋은 교육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책입안자들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 밖에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에서 추구하는 가치관의 차이, 남한의 도덕과 규범, 시장경제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교재개발 및 배포 등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탈북자들이 직업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장사에 대한 무모한 자신감 등을 갖지 않도록 예방하고, 직장생활에 꾸준히 노력하여 잘 적응한 사람이 남한사회적응에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3) 적응장애를 보는 시각 조정

전혀 다른 체제에서 살다온 북한사람들이 남한에서 문화적 이질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극복하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정부의 지원정책이 아닌 남한의 한 성원으로서 남한사회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완결될 수 없으므로, 조바심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한과 북한은 단순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간의 차이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50년 이상의 다른 역사를 걸어온 다른 국가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부각하고 이질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과정임을 사전에 교육할 필요가 있다.

(4) 심리적/ 정서적 불안정 개선방안

가. 결혼촉진을 위한 장치 - 결혼은 성공적인 남한사회적응 및 정착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정부 또는 탈북자 지원 민간단체는 중매 및 결혼상담을 전담하는 단체 또는 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으며, 일반 결혼상담기관에 탈북자들의 코너를 마련, 운영한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나. 준거 틀 조정 교육 - 탈북자들은 종종 북한에서의 삶을 망각하고 남한이웃들과 자신을 단순 비교하여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쉽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남한사회의 적응은 보통 4, 5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남한생활기간을 고려하여 비교의 척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들은 일단 남한에서의 현재 생활이 북한에서의 생활에 비해 얼마나 향상했는가를 살피는 준거 틀이 필요하며, 남한 사람들과는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 비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 종교 권유 - 전우택의 연구에 따르면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더 좋은 경향이 있다고 한다. 탈북자들이 종교를 갖는 것은 남한사회적응에 여러 이점을 제공해 주는데, 첫째, 새로운 인간관계와 지지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과 둘째, 종교단체로부터의 지원을 받기가 용이하고, 셋째, 경제적 차원뿐 아니라 정신적 차원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라. 남한국민 교육 - 탈북자 개인의 적응노력 및 정부차원의 지원과 더불어, 남한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적 지지망을 통해 탈북자들을 남한의 공동체적 구성원으로 적극 수용하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남한사람들이 가진 편견과 차별의식은 탈북자들의 적응에 무엇보다 심각한 방해요소이며, 조정될 필요가 있다. 우선, 탈북의 동기가 단순한 개인적 비행의 차원이 아니라 아사위험의 식량난과 같은 북한사회의 체제적 요인임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탈북자가 남한사회에 부적응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사전교육이 필요하다.
탈북자들의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문제는 단순히 탈북자 한 개인의 복지문제가 아니며, 남북통일을 위한 기반조성의 의미를 갖는다. 또한 점차 증가하는 탈북자들이 집단적 사회 부적응자로 방치된다면 이후 심각한 사회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5) 탈북자에 대한 새로운 호칭 제언

탈북의 원인 및 양상의 변화는 탈북자에 대한 호칭의 문제를 제기한다. 과거 월남귀순자(1962), 월남귀순용사(1978), 귀순북한동포(1993), 북한이탈주민(1997) 또는 탈북자 등 다양한 말들이 사용되었으며, 현재 '북한이탈주민'이 공식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변절자, 반동분자의 느낌을 불러와 탈북자들 전체가 매우 싫어할 뿐만 아니라 국내 입국한 탈북자와 중국 등지에서 유랑하는 탈북자간에 구분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필자는 남한에 귀순, 정착한 사람들을 '탈북정착민'(약어로 '탈북민'), 남한에 들어오지 않거나 못하고 중국 등지에서 유랑하는 사람들을 '탈북난민'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탈북정착민은 대량으로 탈북한 사람들이 남한을 최종정착지로 선택하여 남한으로 귀순해 사는 사람이란 의미이며, 난민(displaced people)은 정치·경제적 이유로 유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의 취지 및 국제법적 개념과도 일치한다. 또한 '탈북정착민'의 용어는 탈북자에게 자성예언의 효과를 불러와 순조로운 정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탈북난민'의 용어사용은 탈북자들에게 난민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는 언어적 수단이 될 수 있다.


5. 결론

지금까지 인성 및 가치관, 사회문화적 측면, 경제적 측면, 심리적 측면으로 살펴본 탈북자의 남한정착문제에 대한 분석은 연간 수백 명 정도의 탈북자가 입국하는 기존상황을 전제한 것이다. 하지만 만일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탈북자가 입국할 경우, 문제의 양상은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첫째, 다수의 탈북자를 위해 더 많은 국가 예산이 요구되며 직업알선을 비롯한 정책서비스가 더욱 어려워진다. 만약 국가 예산 및 정책집행능력이 늘어난 탈북자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탈북자들의 적응문제는 탈북자 개인, 또는 사회적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경제적 측면은 적응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탈북자가 증가할수록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부적응은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둘째, 하나원 등 남한사회적응을 위한 교육시설 및 교육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올해 1000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는 입국 탈북자 수는 곧 하나원과 같은 수용시설의 증축뿐만 아니라, 현재와 같이 특정 수용시설에서 탈북자들의 정착 및 적응훈련을 직접 담당하기보다는 매뉴얼이나 시청각 교재 등을 통한 교육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다시 말해 하나원과 같은 수용시설의 규모가 더 확대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 기관들의 기능은 임시보호, 취적 등의 법적 처리, 주거지로 배출하기까지의 일시적 거처 기능 등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셋째, 탈북자들의 가치관 및 태도 또한 달라질 것이다. 정치사상에 대한 자아정체감을 재형성하는 적응과정에서 그들은 북한사상을 버리고 남한체제에 단순 적응해야하는가 등의 문제, 즉 반드시 동화형이 될 필요가 있는가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넷째, 탈북자의 증가가 불러오는 심리적 측면에서의 변화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모두 추측해 볼 수 있다. 자신과 유사한 처지의 동료가 많다는 점에서는 심리적 안정을 기대할 수 있으며, 탈북자들의 취업난이 심화된다는 점에서는 심리적 불안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종합컨대 탈북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탈북자들의 남한사회 적응 및 정착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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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회복을 위한 외침 3 : 북한동포 탈북자/자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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